Visual C++ 디버거 관련 생각

코딩으로 먹고 사는 프로그래머 내지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새로운 코드를 스스로 잘 작성하는 능력뿐만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디버깅을 잘 하고 남이 만들어 놓은 코드를 신속하게 읽고 분석하는 능력이다. 아니, 업계에서는 어찌 보면 후자가 전자 이상으로 더 중요한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오늘날은 뭔가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을 천재 프로그래머 한 명에서 밑바닥부터 새로 만들어 낼 일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나의 영원한 친구는 비주얼 C++이고, 비주얼 C++ IDE는 예로부터 굉장히 편리한 디버깅 기능을 제공해 왔다. (일례로 Shift+F5는 엉덩국 홍콩행 C언어 병맛 만화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한 비주얼 C++ 단축키이다. 디버그 중단 =_=)
특히 IDE가 32비트임에도 불구하고 64비트 프로세스를 아주 seamless하게 디버깅 해 내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해 보인다. 물론 이를 구현하기 위해 내부적으로는 64비트 디버그 서버 프로세스를 따로 만들고, 걔가 IDE와 디버기 프로그램 사이를 중재하고 있긴 하다. 그렇게 하는 것 말고는 기술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다.

다만, 여러 편리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일말의 아쉬움을 느끼는 점들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소스 코드에서 breakpoint를 여러 곳에 지정해 놓고서
한 breakpoint(A)가 적중한 뒤부터 다른 쪽 breakpoint(B)를 지났을 때 프로그램이 멈추게 하는 게 지원됐으면 좋겠다.

디버깅을 하고자 하는 지점이 평소에도 자주 지나는 곳이긴 하지만, 특정 조건이 만족된 뒤부터 실제로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n회 이상 적중했을 때 멈춤, 특정 변수값이 변했을 때 멈춤 같은 여러 breakpoint 옵션이 있긴 하지만..
다른 breakpoint의 hit에 의존하여 그 뒤부터 멈추게 하는 기능은 Visual C++에서 지금까지 못 본 것 같다. 이거 회사일을 할 때와 <날개셋> 개발 중에 자주 필요성을 느꼈다.

IDE 내지 디버거가 이런 기능을 지원 안 해 주면 결국 사람이 해당 기능을 직접 코드에다 써 넣어야 한다.
bool 타입의 전역변수(bkpoint)를 하나 만든 뒤 A에 해당하는 지점에서는 bkpoint=true를 지정하고,
B에 해당하는 지점에서는 extern bkpoint; if(bkpoint) DebugBreak() 를 호출하는 식이다.
이런 긴급/땜빵 코드를 집어넣을 때는 굳이 클래스 따위 생각할 필요 없이 global scope이 존재하는 C/C++이 편리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조건을 지정하는 코드와 멈추는 코드가 서로 다른 모듈에 있는 경우(static LIB, DLL, EXE 등) 여러 모듈을 고쳐서 재빌드해야 하고 일이 골치아파진다. 그러니 코드를 건드릴 필요 없이 이런 기능 정도는 개발툴이 바로 지원해 주는 게 속 편하다.

사실, 이런 쪽의 기능이 계속 추가되다 보면 디버거도 전처리기나 빌드 시스템처럼 일종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독자적인 시스템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에서는 todo list를 분류하고 체계화하는 것부터가 전략이고 프로그래밍이다.

2.
디버그 로그를 찍는 API 함수는 OutputDebugString이며, 얘는 문자열을 받아들이는 여느 함수들과 마찬가지로 W 버전과 A 버전이 있다. 그러나 얘는 실제로는 오늘날의 NT 계열 운영체제에서도 유니코드를 지원하지 않는다.
다른 함수들은 A 버전이 문자열을 변환한 후 W 버전을 호출하는 형태이지만, 이 함수는 뜻밖에도 W 버전이 문자열을 변환한 후 내부적으로 A 버전을 호출한다.

물론 99%에 가까운 상황에서 프로그래머가 필요로 하는 로그 문자열은 단순히 알파벳과 숫자만으로 이뤄져 있어도 하등 지장이 없으며 충분하다. 그러나 본인처럼 문자 입력기 내지 마이너한 유니코드 문자/글꼴 쪽을 종종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그런 문자열을 디버거로 곧장 확인할 수가 없어서 불편을 겪은 적이 생각보다 자주 있었다.

디버거 쪽이 여전히 1바이트 문자열 기반 프로토콜이 관행이어서 유니코드를 도입할 수 없다는 말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용도로 쓰라고 엄연히 utf8이라는 물건이 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국제화의 혜택이 사용자 인터페이스뿐만이 아니라 이런 데에까지 도달해야 하지 않을지?
직접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C++말고 C#이나 자바는 디버그 로그가 유니코드를 지원 안 할 리가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3.
최신 201x 버전에서도 가끔은 프로젝트를 빌드하는 데 쓰였던 멀쩡한 소스 파일이 디버거에서 인식이 안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F9를 눌러도 해당 라인엔 빈 동그라미○만 생기지 breakpoint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졌음을 의미하는 ●가 생기지 않는다.
DebugBreak()를 손수 집어넣어서 강제로 세우더라도 그 지점에서 call stack 리스트가 제대로 생성돼 있지 않다. 또한 breakpoint는 만들어지지만 심벌 테이블이 좀 맛이 갔는지 변수값 조회가 동작하지 않을 때도 있다.

본인은 이 현상에 대해 정확한 문제 재연 조건과 원인, 해결 내지 예방 방법을 아직도 정확히 모른다. 프로젝트 전체를 재빌드하고 Visual C++ IDE를 재시작하고 나면 해결되기도 하고 안 그럴 때도 있었던 것 같다. VC++ 6의 고질병이던 허접 인텔리센스 ncb가 깨지는 문제는 오늘날 더 볼 일이 없지만, 디버깅은 여전히 완벽하지 못하다.

그러고 보니 디버그 심벌 데이터베이스는 IDE의 인텔리센스 데이터베이스와는 커버하는 영역이 정확하게 같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는 우리 프로젝트 밖에서 빌드되어 LIB, DLL들에 존재하는 소스 코드와 그쪽 심벌까지 모두 연계해서 동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텔리센스 정보가 없는 곳)

4.
이 외에도,
함수 안으로 들어가긴 하는데(F11), 그 함수의 인자와 관련된 함수 호출들은 모두 무정차로 건너뛰고서 들어가는 step in이 있었으면 좋겠다. 즉, A(b(), c()) 줄에서 시작한다면 b()나 c()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바로 A()의 몸체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디버깅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텍스트를 검색하는데 주석 내용은 빼고 검색하거나 주석에서만 검색하는 기능도 있으면 좋겠다. #if 0과는 달리 주석 영역을 파악하는 건 단순 텍스트 패턴 매칭이므로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07/01 19:31 2015/07/0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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