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동안은 등산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100~200m짜리 언덕 산책에만 머물렀고 8월 동안은 그마저도 아예 포기하고 지냈다가..
폭염이 물러나고 가을이 되자 지금까지 올랐던 어느 산들보다도 더 높고 험한 산으로 과감하게 달려갔다. 오랫동안 마음에만 품어 놓고 있었던 산, 바로 북한산이다.

여기는 동네 뒷산 같은 듣보잡 산이 아니라 국립공원이다. 네임드급 산이고 또 괜히 그렇게 지정된 게 아니다. 등산로를 벗어나거나 출입 금지된 계곡 같은 데 무단으로 들어갔다가 걸리면 과태료를 먹는다. 그 대신 네임드급 산답게 등산로는 아주 잘 닦여 있으며 각종 위치 안내 시설도 잘 돼 있다. 공중 화장실도 꽤 높은 지점까지 설치돼 있다.
이런 거대한 산 때문에 서울이 북쪽으로 더 확장을 못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휴양지가 서울과 가까이 있다는 건 또 다른 면에서는 축복이다. 주말마다 수많은 등산객들이 북한산을 찾는다.

역시 높고 험하고 길어서 오르내리는 시간도 왕복으로 6시간 가까이 꽤 오래 걸렸다.
마지막 분기점에서 백운대 정상까지 딱 300m라고 쓰여 있었는데, 저 거리의 낚시에 낚이지 말 것. 산책 하듯 설렁설렁 비탈길이나 계단을 오르는 300미터가 아니다. 발뿐만 아니라 손도 써야 하는 왕창 힘든 암벽 등반으로 300미터다.

그래도 (1) 남한산성과 같은 성곽(북한산성), (2) 우이령 같은 고갯길, (3) 아차산 같은 아래 전망, (4) 커다란 암벽, (5)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 (6) 용마-망우산 같은 애국지사 묘역 등..
여기는 지금까지 산에서 경험했던 여러 복합적인 요소를 다 갖추고 있는 좋은 산이었다.
본인은 정릉 탐방지원 센터 - 보국문 - 대동문 - 용암문 - 백운대 정상 - 백운 탐방지원 센터 - 우이동 분소의 순으로 올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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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은 일일이 등산객의 수와 신원을 파악하고 통제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입산 가능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 산에서 무단으로 짱박혀서 외박· 야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
탐방지원 센터 근처에는 유료 주차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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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예전에 갔던 우이령길처럼 울타리가 쳐진 흙길 형태로 등산로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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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 마주치는 계곡은 물이 참 맑고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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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등산로는 가파른 돌계단으로 바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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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성 구간에 진입하여 보국문이 나왔다. 여기가 이미 해발 500m대에 달한다.
예전에 남한산성이 있는 청량산을 올랐던 생각이 났다. 거기는 분지 지형이어서 성곽 아래의 옴푹 패인 곳에 거의 마을 하나가 조성돼 있는 반면, 북한산은 그렇지는 않다.

여기서 서쪽 대성문 쪽으로 가면 평창동 방면으로 하산 가능하다. 본인은 하산은 그쪽으로 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일단 정상으로 가고 싶어서 동쪽 대동문 방면으로 발길을 돌렸다. 북한산의 서쪽은 다음 기회에 방문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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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곽길을 한참을 걸었다. 이제 산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는 곳도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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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문에는 어째 넓은 공터가 있어서 많은 등산객들이 쉬고 있었다. 하지만 정상으로 가려면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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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암문까지 지나고 백운대가 점점 가까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래 전망은 더욱 좋아졌다. 그러나 암벽을 타는 진짜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슬금슬금 오르던 고갯길과 성곽길도 다 지나고, 등산의 양상이 확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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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발만 써서는 안 되고 손으로 로프를 꽉 붙잡아야 진행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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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저기가 백운대이다. 저렇게 보니까 정상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은데.. 저 사진에서 사람이 어느 크기인지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_=;; 저 육중한 바윗덩어리를 올라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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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는 아예 저렇게 암반을 타는 사람도 있었다. 저게 진정한 의미의 클라이밍이다. 고전 게임 레밍즈에서 '클라이머'를 생각해 보면 된다. 그냥 설렁설렁 발만 써서 비탈길을 오르는 등산은 하이킹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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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는 온통 이런 봉우리들을 볼 수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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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창 고생한 끝에 어쨌든 정상에 도달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긴 했지만 이 정도면 햇볕도 안 나고 등산 가기에 그럭저럭 괜찮은 날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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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인명 사고라도 났는지 119 헬리콥터가 떴다. 살다 살다 헬리콥터가 내 발 밑으로 날아다니는 건 처음 본다. 여기가 어지간히도 고도가 높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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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주변의 암반들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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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던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하산은 어째 계곡을 따라서 했다.
백운대 탐방 지원 센터는 산중턱에 있었으며, 자동차 도로가 닦여 있었다. 자동차 도로는 경사는 아주 완만하지만 사람의 입장에서는 걸어야 하는 거리가 왕창 길다는 단점도 있다.

한참을 걸어서 다 내려와 보니 결국 예전에 우이령 고개를 갈 때 들렀던 그 분기 지점에 도달했다. 하긴, 거기는 우이령길, 북한산 등산로, 북한산 둘레길 등 여러 갈래의 길이 있었다.
4· 19 묘지라든가 손 병희· 여 운형· 조 병옥 등 유명인사들의 묘소는 등산로가 아니라 둘레길 영역에 있는 듯하다. 동북쪽으로 하산한다면 그쪽으로라도 들를 수 있지 않나 생각했지만 그쪽 구경은 못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6/10/23 08:27 2016/10/2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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