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셋 한글 입력기 8.9 -- 下

<날개셋> 한글 입력기 8.9는 지난 8.8 버전에서 첫 도입되었던 "복합 낱자 입력 로직 생성기"에 '허용 한글 범위 제약'을 연동하는 기능이 추가되었으며, 이 기능의 구현을 위해서 기존 '허용 한글 범위 제약' 기능의 제공 형태도 약간 변경되었다.

이전 버전에서 복합 낱자 입력 로직 생성기 대화상자의 2단계 페이지는 그렇잖아도 뭔가 2% 부족하고 텅 비고 허전해 보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UI가 더 추가되면서 아래와 같이 더 빵빵하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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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미 있던 기능에 대해서 복습부터 해 보자.
'허용 한글 범위 제약'이란 말 그대로 특정 문자 집합에 속하는 한글만 조합을 허용하고, 이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는 낱자는 다음 글자로 보내거나 무시하는 등의 처리를 하는 기능이다. 가령, KS X 1001에 정의된 한글 2350자만 조합을 허용하고 '똠, 아햏햏' 같은 글자는 조합되지 않게 할 수 있다. '또ㅁ, 해ㅎ'으로 끊어진다.

이런 기능 자체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먼 옛날, 거의 2.x 시절부터 갖추고 있었다. 2.x는 한컴 2바이트 코드 기반이었는데, 얘는 일부 옛한글을 완성형으로 표현했다. 그러니 테이블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옛한글은 애초에 조합을 거부하고 입력되지 않게 하는 기능이 반드시 들어있어야 했다.

오늘날이야 유니코드에다 문자열 + 글꼴 처리 기술의 발전 덕분에 저런 한계가 진작부터 없어졌다. 인코딩 차원에서의 한글 표현 한계로 인해서 '허용 한글 범위 제약' 같은 기능이 동원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런 기능은 필요에 따라서는 지금도 여전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가령, 일본어나 중국어 같은 외국어를 한글로 입력한다고 치자. 이들 언어는 종성이 매우 적으며, 소리를 표기하는 데는 한글 음절이 수십~수백 종류면 충분하다. 그러니 두벌식으로 종성 문맥에서 ㄹ을 입력하는데, '어+ㄹ' 같은 실제로 쓰이는 글자에 대해서만 '얼'이 입력되고 나머지 상황에서는 그냥 초성 ㄹ로 빠진다면 불필요한 도깨비불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니 좋을 것이다. 두벌식으로도 반쯤 세벌식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초성 검색 자동 완성을 구현할 때도 더 편하다.

이런 건 아주 간단한 예에 불과하다. KS X 1001 완성형 2350자는 워낙 역사적인 상징성이 큰 문자 집합이니 진작부터 존재해 왔거니와, 저런 식의 활용을 염두에 두고 사용자가 작성한 임의의 텍스트 파일에 있는 한글들의 입력만 허용하는 '허용 한글 범위 지정 기능'도 지난 7.9 버전에서부터 추가된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닥치고 금지하고 조합을 끊기만 하는 기능은 완성도와 유용성이 100점 만점에 70점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PC니까 괜찮지 모바일로 가면 70점은 택도 없고 영 못 쓸 수준이 돼 버린다. 허용되는 글자를 입력하는 도중에 금지 글자를 예외적으로 거쳐 가는 것에 대한 대비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KS X 1001에서 '쓩'이다. 이 글자는 허용이지만 그 중간 과정의 '쓔'는 금지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니 무턱대고 '쓔'를 금지했다가는 허용 글자인 '쓩'도 입력할 수 없게 된다.
PC용 두벌식 + KS X 1001 기준으로는 이런 고아 글자가 5자 정도 알려져 있는데, 모바일로 가면 이런 예가 더욱 많아진다. 프로그램을 짜서 조사해 보면 수백 개에 달한다. 가령, 천지인에서는 ㅇ을 거쳐서 ㅁ을 입력한다는 특성상 '틈'을 입력하기 전에 금지 글자인 '틍'을 거친다. '폈'을 입력하기 위해서는 금지 글자인 '폇'을 거쳐야 한다.

그러니 범용적인 '허용 한글 범위 제약' 기능을 매끄럽게 구현하려면 허용-금지 문자 집합뿐만 아니라 지금 입력 방식을 총체적으로 분석해서 pre-compute된 메타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 부득이하게 입력을 허용해야 하는 중간 단계 글자가 무엇인지가 그 입력 방식의 구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번 8.9의 로직 생성기는 '지정된 파일에 들어있는 한글' 범위(입력 일반 탭)가 읽어들이는 것과 동일한 형태의 텍스트 파일을 줘서 허용 한글 범위를 지정할 수 있다. 단, KS X 1001은 워낙 유명하고 프로그램 내부에 테이블이 들어있기도 하기 때문에 별도의 파일 지정이 필요 없다.

그 뒤 중간 과정 글자의 표현 방식을 지정할 수 있다. '쌰' 같은 중간 글자를 (1) '샤'나 '썅'과 다를 바 없는 온전한 형태로 그대로 표시할지, (2) 아니면 끊어진 것처럼 풀어서 표시하되 조합은 다 유지하고 있게 할지, 혹은 (3) 나랏글에서 대결합 ㅜ+ㅏ를 ㅝ로 바로 자동 완성해서 표시하는 것처럼 '쌰'만으로 목적지인 '썅'을 자동 완성할지를 고르면 된다.

그러면 이 프로그램은 기본으로 규정된 한글 문자 집합 데이터에다가 추가로 허용돼야 하는 중간 글자들을 덧붙인 문자 집합 데이터 파일을 추가로 생성하고, 이 데이터를 '허용 한글 범위'로 사용하는 입력 설정을 생성해 준다. 그리고 중간 글자를 표현하는 방식 중에서 (2)와 (3)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고급 입력기'가 제공하는 글자 단위 출력 치환을 이용해서 구현한다.

(3)의 경우 목적지가 둘 이상 존재 가능하여 하나로 딱 떨어지지 않으면 (1) 타수가 더 짧은 놈, (2) 목적지가 사전 오름차순 정렬에서 먼저 등장하는 놈의 순으로 선택된다. 가령, 천지인의 경우 '쌋'이라는 중간 문자는 추가 입력을 통해 '쌌'이 될 수 있고 '쌓'도 될 수 있다. 이 경우 타수가 더 짧은 '쌓'이 먼저 제안되며, ㅅ을 끝까지 계속 눌러서 실제로 '쌌'을 입력해야 글자가 바뀐다.

사실 두벌식은 종성과 초성 사이의 연속 입력 문제--종성의 마지막 소결합이 다음 글자의 초성으로 고스란히 넘어갈 수 있음-- 때문에 허용 한글 범위 제약 기능을 구현하기가 더욱 어렵다.
어떤 초성+중성 다음에 받침 ㄱ이 허용된다면 ㄱ으로부터 해당 입력 방식에서 소결합 차원에서 파생 가능한 ㅋ, ㄲ 같은 것도 원칙대로라면 몽땅 다 허용해 줘야 한다. 그래야 해당 자음을 다음 글자에서 연속 입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해 버리면 모바일 입력 방식의 경우 추가적으로 허용되는 글자가 너무 많아진다. '액'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앸', '앢'도 다 허용해야 하고 '밟' 이후로 '밢' 같은 것도 허용해야 각각 'ㅋ, ㄲ, 발ㅍ' 같은 연속 입력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두벌식의 자음 연속 입력을 위한 미래형 도깨비불은 기본적으로 '초성 분리' 형태로 행해지게 했다. '액'에서 ㅋ, '밟'에서 ㄿ로 넘어가는 순간에 ㅋ과 ㅍ은 다음 글자로 넘어가 버리고 그 자음이 ㄱ이나 ㅂ을 순환하게 된다. 그래서 연속 입력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앞 글자에서 중간 단계의 종성을 붙들고 있어야 하는 가짓수를 줄였다.

물론 그런 파생되는 글자 중에 붙잡고 있어야 하는 글자가 존재한다면 분리시키지 않고 붙잡고 있는다. 예를 들어 '각' 다음에 '갘, 갂'은 건질 만한 게 없으니 분리되지만 '박' 다음에 '밬'은 분리되지 않고 전체 조합이 유지된다. 나중에 '밖'이라는 허용 글자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거 제어하는 기능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 수 있다.

'허용 한글 범위 제약'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이 정도로 복잡하고 정교한 세부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10여 년 전에도 본인이 모르지는 않았다. 그래서 2003~04년, <날개셋> 한글 입력기가 무려 3.0이 개발되던 시절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든 문자 집합을 고른 뒤에는 이와 관련된 '세부 동작'을 어떻게 할지도 지정하는 UI가 제공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까운 글자로 근사'가 앞서 소개한 자동 완성과 같은 개념이며, '풀어 쓴 상태로 조합'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개념들을 다~ 먼 옛날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단, '롤백'은 무슨 '빠꾸' 기능 같은데 무엇을 의도하고 집어넣었던 것인지 잘 모르겠다만..
저건 아직 지원되지 않는 기능이라고 (x)가 쳐진 채 오랫동안 잉여 UI로 전락해 있었다. 그러다가 이건 가까운 시일 내에 구현이 영 무리이겠다는 판단 하에 UI가 언제부턴가 완전히 삭제되고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 오랜 숙제가 8.9 버전에서 해결되었다. '쌰'만 입력했는데 '썅'이 자동으로 완성되게 하는 이론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있는 입력 설정을 사전에 총체적으로 분석해서 pre-computed된 메타정보를 넣어 준 뒤에야 간신히 구현되었다.
자체 에디트 컨트롤의 스크롤 막대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던 것도 무려 15년 묵은 버그였고 오랜 숙제들이 여럿 해결되었으니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번호도 상징성이 큰 9.0으로 정하고 싶었으나.. 뭐 8.9에서 미리 선보이게 됐다.

이런 기능들을 구현하기 위해 '허용 한글 범위 제약' 기능은 단순히 한글의 허용 여부를 예/아니요로만 지정하는 게 아니라 허용하더라도 등급을 줘서 허용할 수 있게 구조를 확장했다. 그리고 '다단계 낱자 분리'를 오토마타 차원에서 지정 가능하게 했다.

자, 지금까지 늘어놓은 개념들을 요약하면, 단순히 허용/불허 글자 지정 기능을 넘어서 (1) 중간 과정 글자 챙기기, (2) 두벌식 연속입력 가능성 챙기기 기능이 빠른설정에 도입됐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3) 한글 범위 제약 + 다단계 낱자 분리 기능 + 오토마타 사이의 연계 강화까지 유기적인 작업이 이뤄졌다. 먼저 소개했던 버그 수정 + 사소한 기능들과는 완전한 딴판인 분야 얘기이다.

거기에 덧붙여서 본 빠른설정에는 (4) 낱자 최적화 기능도 추가되었다. 옛한글을 사용하긴 하는데 사용하는 낱자나 글자 수는 일부에 불과한 경우, 대결합을 옛한글 전체로 주더라도 한글 데이터를 쭉 분석해 본 뒤, 실제로 쓰이는 한글의 것만 결합 규칙에다 집어넣어 주는 기능이다. 이것도 시작과 끝부분에서만 안 쓰이는 것을 커트해 주는 것과, 기존 낱자들의 입력 방식이 바뀌더라도(더 짧아짐) 안 쓰이는 낱자를 중의성이 발생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짤라 버리는 더 적극적인 최적화로 옵션 지정이 가능하다.

썰 0. 작곡과 편곡의 관계

우리가 폰이나 컴퓨터에서 매일 듣는 노래 내지 음악 음원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작사, 작곡, 편곡이라는 세 가지 작업이 필요하다.
가사를 쓰는 건 일단은 음악이 아닌 문학 소양으로 가능한 일이다.
작곡은.. 아무나 할 수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음악 이론 안 배워도 창의력 똘끼 충만한 사람이면 절대로 못 할 일은 아니다.

나라도 5분만 해골 굴리면 지금 내 감정을 담은 짤막한 멜로디 자체는 만들어 낼 수 있다. 단지 Looking for you 같은 급의 선율을 만들 수 없을 뿐이지.
그런데 작사· 작곡 그 자체만으로 만들 수 있는 음원은 혼자 무반주로 흥얼거리는 쌩목소리 노래 녹음뿐이다.
그 선율에다가 온갖 다채로운 화음과 반주, 비트를 만들어 넣어야 한다. 그걸 넣는 작업이 바로 편곡이다.

편곡이라 했을 때 흔히 떠올리는 연주 형태 변경은 재편곡에 가까우며, <엘리제를 위하여>를 3/8박자 못갖춘마디에서 4/4박자 갖춘마디로 주선율 자체를 바꾼다거나 하는 건 개념상 아예 리메이크에 더 가깝다. 편곡의 가장 좁은 의미는 주선율이라는 뼈대에다 반주라는 살을 붙이는 작업을 말한다.
편곡은 작곡과 같은 급의 창작은 아니지만 그래도 주선율에 대한 편곡자의 해석과 창작이 들어갈 수 있으며, 매우 다양한 편곡이 나오는 게 가능하다. 또한 편곡이야말로 본격적으로 음악· 화성 이론과 각종 악기 구성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한글 입력 방식을 설계 구현하는 것도 이렇게 작곡에 속하는 영역과 편곡에 속하는 영역이 서로 구분되어 있다.
천지인 가획 원리로 모음을 입력한다든가, 요런 순서대로 ㄱ~ㅎ을 배당하는 것은 작곡이다.
그러나 그렇게 기본 자모의 입력법이 정립된 뒤에 이를 토대로 복합 낱자들을 입력하는 규칙을 생성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부/음절 경계의 모호성을 해소하고, 오토마타라든가 backspace 동작 등을 세밀히 customize하는 것은 편곡의 영역에 속한다.

한글 입력은 알파벳처럼 key 글자들을 주루룩 늘어놓기만 한다고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시다시피 종성 ㄱ과 초성 ㄱ은 다르고 심지어 ㄱㄱ도 ㄲ과 같지 않다. 한글 입력 오토마타가 뭔가 해석을 할 여지가 남아 있다.
음악에 대해서 주선율만 만들면 나머지 반주는 별 존재감 없이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생각하기 쉬운 것처럼, 한글 입력 방식도 주선율에 해당하는 부분만 만들면 나머지 mechanical한 요소는 자동으로 따라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고 훨씬 더 복잡하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 8.8은 "복합 낱자 입력 로직 생성기"라는 빠른설정이 도입됨으로써 단순히 한글 입력 방식이라는 음악을 작곡만 가능한 게 아니라 편곡까지 자동화해 주는 도구로 수준이 올라갔다. 그리고 8.9에서는 '한글 조합 범위 제약'과 연계된 기능이 더 추가되어 완전체에 도달한 것이다.

썰1. 두벌식 옛한글 글자판의 원조는?

PC에서 옛한글 글자판이라 함은 현대 한글에 맞춰진 기존 글쇠배열을 약간 변형해서 아래아, 여린이응 등을 집어넣은 글쇠배열을 말한다. 이것도 두벌식과 세벌식이 모두 존재한다.

두벌식은 세벌식보다 글쇠 수가 적어도 되지만 낱자와 음절의 경계 구분이 잘 안 되는 관계로 모음 filler와 조합 종료라는 비문자 특수 글쇠가 두 종류 필요하다. 전자는 종성 단독 같은 미완성 한글의 입력을 위해, 그리고 후자는 모호성 해소를 위해서이다. 이게 있어야 세벌식과 동등한 표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세벌식은 현대 한글과 별 차이 없는 직관적인 입력이 가능하지만, 글쇠가 워낙 많이 필요하다 보니 숫자 글쇠 위치를 차지하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 숫자 자체를 포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으로 낱자 결합 규칙의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현대 한글에서는 ㅃㄸㅉ이 종성에 등장하지 않는 초성 전용이었다.
옛한글은 표현 범위가 더 넓어져서 저것들도 받침으로 올 수 있는 반면, 잘 알다시피 정치음과 치두음이라는 새로운 초성 전용 낱자가 등장한다.

세벌식 옛한글은 부산 대학교 김 경석 교수가 390 글쇠배열을 변형하여 고안한 글쇠배열이 저서 <컴퓨터 속의 한글 이야기>(1993)에 소개된 게 있다. 아래아한글과 내 프로그램에서 이걸 오늘날까지 그대로 지원한다. 그 뒤로 이 분야의 후속 연구는 없다시피하니 말이다. (세벌식만으로도 얼마나 마이너한데 옛한글까지?)

그러나 두벌식 옛한글 배열은 누가 공식적으로 연구해서 논문을 발표하기라도 한 게 있는지 궁금하다. 표준 두벌식은 윗글쇠에 빈 자리가 워낙 많기도 하니 그냥 비전문가 개발자가 적당히 옛한글 자모를 야메로 집어넣기라도 했는지?

오늘날 두벌식 옛한글 글쇠배열을 구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역시나 날개셋과 아래아한글에다가 MS 옛한글 입력기(Windows 8부터, TSF A급 전용)이다.
현재 내 프로그램은 전통적으로 Shift+ㄴ에 쌍니은, Shift+ㄹ에 쌍리을, 그리고 Shift+ㅣ에 쌍ㅣ(??)이 배당돼 있다. Shift에 더블(!) 버전이 들어있는 ㅂㅈㄷㄱㅅ 자리의 관행을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래아한글은 그 자리에 각각, ㄶ, ㅀ, ㆌ가 들어있으며 내 프로그램도 옛한글이 처음으로 지원된 2~3.x 초창기 버전은 아래아한글과 동일했다. 사실, 쌍ㅣ는 유니코드 1.1 내지 날개셋 3~4 시절에는 있지도 않던 자모였다.
내가 언제 무슨 생각으로 배열을 왜 변경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세벌식도 아닌데 ㄶ, ㅀ 같은 걸 한데 배당할 필요가 있는지, 저게 초성 단독으로 중세 국어 문헌에서 많이 쓰였는지도 잘 모르겠다. 중세 국어 말뭉치를 살펴보면 옛한글의 자모 사용 빈도 통계도 뽑을 수 있을 텐데.

어쨌든 내 프로그램과 아래아한글이 두벌식 옛한글 배열이 Shift 쪽에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참고로 MS 입력기는 Shift+저 자리에 딱히 다른 낱자가 배당돼 있지 않은 것 같다.

끝으로, 그러고 보니 현재 두벌식 옛한글과 세벌식 옛한글은 방점의 위치가 Shift+Y/U로 서로 동일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흥미로운 사실이다.

썰2. 수록할 세벌식 글쇠배열/입력 설정 파일 모집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실용성, 역사성, 구현 원리의 독창성 등의 의미를 갖는 수십여 종의 입력 방식들을 예제 차원에서 내장하고 있다. 예전에도 이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한글의 경우 지금까지 두벌식과 세벌식을 기발한 방법으로 절충한 입력 방식, 혹은 두벌식에서 음절 경계 구분 문제를 독창적인 방법으로 해결한 입력 방식 같은 걸 주로 수록해 왔다.

하지만 그런 것에만 신경 쓰다 보니 정작 순수 세벌식 분야의 예제의 수록에는 다소 소홀한 감이 있었다. 왼손/오른손 세벌식, 맥OS/아래아한글 97 세벌식 같은 역사적 자료 말고 뭔가 본격적으로 실용적인 성능을 염두에 둔 최근 자료는 내 기억이 맞다면 팥알 님이 먼 옛날에 제작하신 '세벌식 3-3012'이 전부이다. 그 뒤로 딱히 업데이트를 한 것도 없다.

2010년대부터 소위 세벌식 진영 내부의 파편화가 두드러지게 진행되어 온 듯하다. 글쇠배열에 관심 좀 있는 분들이 다들 자기만의 글쇠배열을 만들어서 세벌식 사용자 커뮤니티 내지 자기 홈페이지에다 홍보를 하고 있다. 특히 신세벌식 패러다임은 일부 희소 낱자에만 한정해서 적용한다 하더라도 확실히 피할 수 없는 요즘 대세인 듯하다. 모든 작품들을 예제로 넣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제작자들에게서 제작 의도를 들어 보고, 현행 세벌식 390을 대체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한두 개 정도 더 수록했으면 좋겠다.

뭐, 세벌식 입문자에게는 날개셋이고 한글 기계화고 뭐고 골치아픈 건 싹 다 무시하고 당장 어디서나 설정만 바꿔서 사용 가능한 세벌식 390이나 최종부터 현실적으로 권해야 하는 건 변함없다. 그러나 좀 더 편리한 글쇠배열을 연구하는 시도 자체를 혼란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백안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4/11 08:37 2017/04/1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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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oolsee 2017/04/12 08:35 # M/D Reply Permalink

    글을 읽다보니 이것은 거의 제2의 한글 창제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세벌식 만세~~

    1. 사무엘 2017/04/12 13:32 # M/D Permalink

      설마 무에서 문자를 새로 만들고 기계식 타자기를 창조해 낸 공로에 비할 바 못하겠지만.. ^_^ 그래도 기왕 컴퓨터 같은 기계가 있고 한글 같은 문자가 이미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둘을 접목하는 도구 역할을 수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말까지 9.x쯤에는 세벌식 글자판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타자 편의 기능이 추가될 것입니다. 한글은 두벌식으로만 활용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문자입니다. ^^

  2. baeba 2017/04/24 15:19 # M/D Reply Permalink

    대학교 전공교수님께 한글학회 회원이셨는데.
    PL 시간에 3벌씩을 사용하라고 하셔서 3벌씩을 현재 사용하고 있는중입니다.
    제 주위 사람들중에 3벌씩 사용하고 있는 사람을 본적이 없네요.
    블로그 가끔 방문해서 잘 보고 있습니다.
    화이팅입니다~~~~

    혹시 맥용 버전 개발은 안하시나요? ^^;;;

    1. 사무엘 2017/04/24 16:45 # M/D Permalink

      우와, PL 가르치는 컴공 교수가 세벌식에 한글학회와 연이 있으면 후보군이 굉장히 좁혀지는데요. 대충 누구신지 감이.. ^^
      감사합니다. 저는 많이는 안 바라고 컴퓨터라는 기계가 있고 한글이라는 문자가 있으면(굳이 한국어가 아니어도) 이론적으로 존재 가능한 모든 기술과 아이디어를 구현 가능한 한글 오덕질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맥과 모바일용은 필요성은 느끼고 있으나 제가 시간과 능력이 부족해서 못 만들고 있습니다.

  3. baeba 2017/05/01 10:15 # M/D Reply Permalink

    교수님께서 상대나오셔서 유학가서 CS로 박사학위를 받으셔서
    다른 교수님들의 강의와는 좀 차이가 있었어요..
    밑줄 쫙.. 이런 스탈..

    그리고 교수님들 스타일들이.. 학부생들 C도 잘 모르는데.
    알고리즘 숙제를 내주시고...
    도스환경에서 윈도우즈 프로그래밍 숙제를 내주질 않나 !!

    Visual C++ 1.0 나올때 교수님이 이거 뜬다고 1학년 2학기 프로젝트를
    쌩판 모르는 윈도우즈 프로그램을 하라고 해서
    동기들 전부 크리스마스 직전까지 학교에 남아서 프로그래밍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Visual C++ 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제 주위에 C개발해서 먹고 사는 사람은 이제 별로 없네요.

    저는 세벌식, 와이프는 2벌식 을 쓰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PC에서는 서로 쓰다 보면 불편할때가 많습니다.
    혹시 단축기 하나로(?) 세벌식->2벌식을 쉽게 바꿀수 있는 그런 기능을 추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1. 사무엘 2017/05/01 10:37 # M/D Permalink

      1. 와 VC 1.0이면 1992~93년 까마득한 옛날인데 그 교수님은 무려 그때부터 시대를 앞서 가셨던 분이군요. 대단하십니다.
      2. 그리고 단순 글자판 전환 용도로는 굳이 날개셋까지 사용할 필요 없이 세벌식 파워업이 있습니다. ^^
      http://moogi.new21.org/prg1.htm
      날개셋 내부에서는 복벌식을 쓰거나 단축글쇠 재정의로 글자판 전환이 가능하니까요.

  4. baeba 2017/05/02 10:27 # M/D Reply Permalink

    더 간단한 프로그램이 있었군요^^

    감사합니다.

    이제 조금더 편하게 쓸수 있어서 좋네요~~~

  5. 신세기 2017/05/08 13:22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십니까 사무엘 님, 장미가 피는 5월이 되었습니다. 요즘 잘 지내시고 계십니까?

    날개셋 입력기가 이제 어느덧 9.0을 바라보고 있군요, 좋은 프로그램을 이렇게 꾸준히 개발하여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0년대 들어서 갑자기 종류가 많아진 세벌식 자판들에 대해서는, 세사모 카페 회원·세벌식 이용자 분들께서 나무위키
    ( https://namu.wiki/w/세벌식/자판종류 )에 자판 종류를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이 페이지를 참고해보시면 어떠실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이미 알고 계시는데도 제가 말씀드린 것이라면 죄송합니다...


    p.s. 나무위키에 '날개셋 입력기'도 잘 설명이 되어 있군요.( https://namu.wiki/w/<날개셋>%20한글%20입력기 ) 사무엘 님께서 프로그램을 개발하시는 데에 보람이 크실 것 같습니다.

    1. 사무엘 2017/05/08 15:54 # M/D Permalink

      신세기 님, 오랜만에 뵙네요. 반갑습니다. ^^ 요즘 날씨는 참 좋은데 미세먼지가 그 좋은 날씨 다 망치고 있죠? ㅜㅜ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일단 오는 6월 말쯤 공개를 목표로 9.0이 개발 중이며, 블로그 글 하나 분량을 차지하는 작업 내역이 이미 쌓여 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세벌식 글쇠배열 내지 입력 방식 파생형이 굉장히 많이 나와 있고, 그걸 한데 정리해서 나무위키 같은 데에 올리는 분도 계시니 참 고맙네요. 저는 바쁘고 힘들어서 계속 만들고 개발하는 일밖에 못 하는데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걸 알려 주시는 분들이 계셔야 세벌식의 인지도와 저변도 더 확대될 수 있을 겁니다.

  6. 신세기 2017/05/10 09:55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십니까 사무엘 님. 어제 저녁에 황사가 물러간 듯하여 공기 상태는 이제 다행인 것 같습니다. 어제 한국 내 기독교인의 실제적인 비율에 충격을 받아 답글이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벌써 9.0을 위한 많은 작업이 진행되어 있었군요, 이렇게 열정적으로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같은 이용자들도 날개셋 입력기 홍보에 힘써야 되겠군요! 부디 날개셋 입력기와 세벌식의 입지가 더욱 확대되기를 고대합니다. 계속 응원드리겠습니다, 사무엘 님.

    1. 사무엘 2017/05/10 11:33 # M/D Permalink

      네, 말씀하신 대로 요 근래에 날씨는 참 좋았는데 미세먼지가 최악이었죠. 나라 사정은 더 나빠졌고.. 이미 을사조약을 겪었는데 한일병합은 이미 막을 수 없는 대세이니 저는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게 신자들의 지지와 기여까지 크게 보태어져서 이뤄진 것이니 정말 치욕스러운 역사로 기록될 겁니다. 기독교는 없어지지 않습니다. 단지 변질될 뿐이라는 걸 느낀 하루였습니다.

      신앙의 자유, 코딩의 자유가 박탈되는 날이 온다면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저의 유작으로 남게 되겠지만, 저는 숨이 붙어 있고 개발할 거리가 있는 한 최선을 다하렵니다. 세벌식 관련 특화 기능도 하반기 이후쯤부터는 도입될 겁니다. ^^

  7. 신세기 2017/05/11 23:16 # M/D Reply Permalink

    사무엘 님의 열정이 정말 멋지십니다 ^^ 사무엘 님의 혼이 형통함같이 형통하고 건강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이 나라도 '사람'이 아닌 '하나님'을 갈망하는 나라로 변화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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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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