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등 상사 동상

한강대교는 한강철교와 더불어 한강의 교량들 중 제일 먼저 생긴 축에 드는 다리이다. 중간에 노들섬을 지나며, 북단에서 남단으로 가는 쪽의 도로 길가에는 이 원등 상사(1935-1966)의 동상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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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은 우리나라에서 그 옛날 1960년대에 미국까지 다녀오면서 양성된 특전사 소속 스카이다이버였고 낙하산의 전문가였다.
그런데 서울 한강 상공에서 공수 훈련 중에, 한 동료? 후임? 부하?가 낙하산이 제대로 펴지지 않아 추락하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신속하게 그에게 접근해서 낙하산을 전개시켜 주기까지는 했는데...

일단 갑작스럽게 펴지는 동료의 그 커다란 낙하산에 맞아서 자기가 팔을 크게 다쳤다. 자동차에서 펼쳐지는 에어백에 맞아서 다치는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더 큰 부상을 입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저분은 자기 낙하산을 펼치고 감속할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한강 얼음판에 추락사로 순직했다. 1966년 2월, 엄청 옛날 일이다.

공수 훈련 중에 남의 낙하산을 펴 주는 건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을 지상에 고정된 로프 없이 수영만으로 구해 오는 것 이상으로 매우 어렵고 위험한 일이다. 자유 낙하하는 사람에게 접근해야 하니 무엇보다 자기도 낙하산을 펴지 않고 일정 구간 자유 낙하하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슨 우주선 도킹도 아니고.. 게다가 주어진 시간도 초 단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그냥 둘 다 죽기 십상인데 저분은 그래도 동료를 구하고 장렬히 산화했다.

이분은 강 재구 소령과 비슷한 연배의 군인이고 순직 타이밍도(1965) 별로 차이가 안 나지만, 육사 출신 장교가 아니어서 그런지, 동상이 비록 다리 위나마 엄연히 서울 중심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 소령에 비해서는 훨씬 알려져 있지 않다.

동상이 하늘을 향해 엄지를 척 세우고 있는 포즈인 게 굉장히 인상적이다. 저것도 말소리로 소통이 안 되는 그쪽 업계에서 통용되는 제스처 은어라고 한다.
그리고 밑에는 고인이 다른 전우의 낙하산을 펴 주는 상황을 상상해서 그린 양각 부조 동판도 만들어져 있다.

연휴가 아니면 낮에 한강대교 건널 일이 좀체 없었을 테니, 본인은 잠시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사진을 남겼다.

Posted by 사무엘

2017/07/01 08:34 2017/07/0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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