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시마 섬은 한국으로 치면 울릉도뻘 되는 일본의 시골 오지이다. 인구도 35000명에 불과하니 1억이 넘는 일본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극소수이다.
제주도에 중국 애들이 많다면, 쓰시마 섬엔 한국 애들이 엄청 많이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상점과 공공장소에는 곳곳에 한국어로도 안내가 다 돼 있었다.

쓰시마 섬은 넓이가 거제도의 두 배 정도이고 제주도의 38% 정도여서 막 작지는 않다. 하지만 땅 대부분이 산이어서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얼마 없으며 길도 전반적으로 좁고 꼬불꼬불한 산길뿐이었다.
4차선 이상 도로를 거의 못 본 걸로 기억한다. 평소에 교통량이 적어서 그런지, 삼거리 교차로에서도 건너편 좌우 횡단보도와 차량 신호가 동시에 파란불이 되면서 비보호 좌우 회전을 하는 곳이 많았다. 그리고 길이 좁은 것치고는 시가지나 골목에서 일방통행인 곳도 없었다.

여기는 철도는 없다. 한국이나 일본 본토와 연결이라도 하지 않는 한, 내부에 단독으로 철도 같은 게 생길 일은 없다. 공항은 있지만 일본 국내선 전용이다.
한편, 본인이 방문하던 당시에 여기 휘발유 값은 리터 당 154엔이었으니, 한국보다 가격이 약간 더 저렴했다.

일본 정도는 요즘 개나 소나 아무나 다녀오는 세상인데 혼자 설명충 행세를 너무 오랫동안 많이 한 것 같다. =_=;; 이제부터는 슬슬 주요 풍경 사진들을 투척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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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카츠 항에 도착한 뒤에 곧장 들른 첫 목적지는 미우다 해수욕장이었다. 아담한 크기인데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곳은 한여름에 직접 찾아가서 시간 제약 없이 물놀이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요 몇 년 전부터 바다에 꽂혀 버려서 말이다.
친구들끼리 놀러 오기라도 했는지, 비슷한 옷 코스프레를 한 처자들 일행이 모래밭 여기저기서 셀카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웃통 벗고 과감하게 입수해서 물놀이를 하는 젊은 남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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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한국 전망대(일본 명칭은 한국 전망 '소'所)에 도달했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요즘 일각에서는  평평한 지구 논쟁이 불거져(ㅠㅠ) 있다. 특히 신자들 중에 "성경을 보니 지구 모양은 원반형 평면이래!"라고 NASA 음모론까지 결부지어서 진지하게 믿기 시작하신 분이 몇몇 있다. 올해 지난 3월에는 한국에서 평평한 지구 국제 컨퍼런스까지 열렸었다. (...)

본인은 관련 자료를 찾아 보다가 쓰시마 섬의 한국 전망대에서 보는 부산 시내와 광안대교의 모습을 주목하게 되었다. 지구의 둥근 곡률로 인해 배는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사라지고, 50km 남짓 떨어진 부산 시내는 이렇게 높은 곳에서 봐야 밑동이 짤린 채로 간신히 보이는 것 말이다.

그 한국 전망대를 실제로 가 보게 됐다. 하지만 본인이 방문하던 당시에는 아쉽지만 하늘이 흐려서 부산 시내를 제대로 보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밤에 갔으면 광안대교를 자체 조명을 통해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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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가 있는 곳은 아래가 이런 모양으로 보일 정도로 제법 고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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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망대의 바로 옆에는 옛날에 일본을 방문하던 어느 조선 통신사 일행의 위령비가 있었다. 일본을 방문하던 중에 폭풍 때문에 배가 파선하여 몽땅 불귀의 객이 됐다고 한다.
한국어로 적힌 설명문도 있었지만 한문 혼용체여서 제대로 읽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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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시타케 전망대. 쓰시마 섬에 이런 곳이 있다고 어렴풋이 듣긴 했던 것 같은데 역시 실물을 보게 됐다.
높이 수십 m 남짓한 언덕을 운동 삼아 오르고 나면 이런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베트남 하롱 베이를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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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일본의 신사도 처음으로 실물을 봤다. 쓰시마 섬 관광 때 꼭 들르는 곳은 '와타즈미 신사'라고 바다의 신을 모셔 놓았다는 곳이다.
일본 영토 전역에 있는 신사의 수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곳만 무려 8만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신사에는 이런 고유한 모양을 한 입구가 놓여 있다.

우리나라도 조상신이니 무당이니 하는 토속 샤머니즘 종교가 있어서 불교· 유교와 교묘히 짬뽕 되긴 했다만, 일본의 토속 종교라 불리는 일명 '신토'는 더 특이한 것 같다.

굳이 조상신에만 국한되지 않고 무슨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별별 것에다가 신이라는 칭호를 붙이는 건 범신론 같다. 뭔가 유일신 절대자를 믿고, 현생에서 바르게 살아서 내세에서 보상을 받는다는 통상적인 종교 패러다임 자체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거기에다 과거 군국주의 시절에는 이런 신토에다가 덴노(천황) 숭배가 이상하게 끼어 들어가기도 했었다. 그 체계를 알 수가 없다..;;

바가지를 들고 양손을 번갈아 가며 손을 씻고 입도 헹군다. 신사에서 씻는 용도로 흘러나오는 물은 마시는 용도가 아니라고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설명이 친절하게 돼 있더라.
'신사 참배'라고 하길래 본인은 오랫동안 무슨 형상 앞에서 큰절이라도 하는 걸 떠올렸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손뼉도 짝짝 두 번 치고.. 절차가 더 특이했다.
본인이 관광 가 있던 동안 일본인 아주머니가 진지하게 FM대로 신사 참배를 하는 걸 보기도 했다.

일제 시대 때는 저런 신사가 당연히 한국 땅에도, 당장 서울 남산에도 잔뜩 만들어졌다.
일본이 옛날에 뻘짓을 저지르지만 않았으면 신사가 지금까지도 그냥 특이한 외국 토속 종교 정도의 인상으로만 남았을 텐데, 그걸 다른 민족에게도 강요하고 안 따르는 사람들을 가두고 괴롭히고 죽인 적도 있으니 신사에 대한 불편한 기억도 사람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해방 이후에는 그 많던 신사들은 일본인들이 알아서 스스로 싹 해체하고 철거했다.

아, 일본도 신사 말고 불교 사찰이 전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인구나 면적 대비 개수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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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유래는 기억이 안 난다만, 옛날 '에도 막부' 시절에 쓰였던 항구 부두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작은 배들을 세워 두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곳 관광은 사실 첫째 날에 모두 했다. 다음 날은 오전에 시내 도보 관광과, 오후에 다시 히타카츠 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몇몇 숲길 산책 위주만 진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관광을 했던 첫째 날은 하늘이 잔뜩 흐렸고, 정작 그 다음 날이 하늘이 푸르고 맑았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관광 일정을 마친 뒤엔 숙소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주변에서 면세 쇼핑을 잔뜩 했다.

가게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합계 5천 엔 이상을 구매하면 점원이 면세로 구입할 것인지 알아서 묻는다. 관광객이 동의하면 이것들은 8%가량 가격이 할인되는 대신, 면세품 전용 봉투에 밀봉된다. (저기서 5천 엔은 물론 면세 전 원래 가격 기준) 그리고 일본을 떠나기 전에는 이 봉투를 뜯어서 물건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이 붙는다. 미리 뜯어 버린 것이 세관에서 발견되면 면제되었던 세금이 재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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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 섬은 바다와 자연스럽게 연결된 형태로 수로 내지 호수가 꾸며져 있는 게 경치가 좋았다.
덕혜옹주 결혼 봉축비, 하치만궁 신사에도 들르긴 했는데 사진은 생략하고 넘어가겠다.

본인은 주로 풍경 사진만 찍었지만 가족 사진을 찍는 건 본인의 누나가 전담했다.
원래는 셀카봉을 펼친 상태에서 가까운 셀카봉의 버튼만으로 폰에다가 사진 찍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셀카봉이 고장이 나는 바람에 누나가 폰을 눌러서 타이머를 발동시킨 뒤, 그 사이에 재빨리 셀카봉을 펼치고 자세를 잡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즉, 사진을 찍는 게 매우 불편해졌다.

이게 총기로 비유하면 후장식 총기이던 것이 일일이 총구에다가 총알을 집어넣어야 하는 전장식 총기로 후퇴한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준과 연사가 얼마나 불편한가? 반대로 후장식이 총기의 역사에서 얼마나 획기적인 발명인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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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 섬의 중앙에다 뱃길을 낸 만제키 운하이다. 군함을 더 수월하게 통과시켜서 일본의 반도+대륙 진출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취한 조치이다.
이 사진은 그 위에 놓인 '만관교'라는 다리 위에서 찍은 것이다. 참고로 다리 위로 바닷바람이 굉장히 강하게 불었다.

귀국 거의 직전에 산책했던 휴양림(?) 숲길은 모처럼 바닷물이 아닌 산에서 흘러내린 민물이 졸졸 흐르고 경치가 무척 아름답긴 했는데, 이 역시 사진은 생략하겠다.
이 정도로 1박 2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Posted by 사무엘

2018/10/10 08:36 2018/10/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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