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시마 섬은 한국으로 치면 울릉도뻘 되는 일본의 시골 오지이다. 인구도 35000명에 불과하니 1억이 넘는 일본 전체 인구에 비하면 극소수이다.
제주도에 중국 애들이 많다면, 쓰시마 섬엔 한국 애들이 엄청 많이 찾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상점과 공공장소에는 곳곳에 한국어로도 안내가 다 돼 있었다.

쓰시마 섬은 넓이가 거제도의 두 배 정도이고 제주도의 38% 정도여서 막 작지는 않다. 하지만 땅 대부분이 산이어서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얼마 없으며 길도 전반적으로 좁고 꼬불꼬불한 산길뿐이었다.
4차선 이상 도로를 거의 못 본 걸로 기억한다. 평소에 교통량이 적어서 그런지, 삼거리 교차로에서도 건너편 좌우 횡단보도와 차량 신호가 동시에 파란불이 되면서 비보호 좌우 회전을 하는 곳이 많았다. 그리고 길이 좁은 것치고는 시가지나 골목에서 일방통행인 곳도 없었다.

여기는 철도는 없다. 한국이나 일본 본토와 연결이라도 하지 않는 한, 내부에 단독으로 철도 같은 게 생길 일은 없다. 공항은 있지만 일본 국내선 전용이다.
한편, 본인이 방문하던 당시에 여기 휘발유 값은 리터 당 154엔이었으니, 한국보다 가격이 약간 더 저렴했다.

일본 정도는 요즘 개나 소나 아무나 다녀오는 세상인데 혼자 설명충 행세를 너무 오랫동안 많이 한 것 같다. =_=;; 이제부터는 슬슬 주요 풍경 사진들을 투척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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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카츠 항에 도착한 뒤에 곧장 들른 첫 목적지는 미우다 해수욕장이었다. 아담한 크기인데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다. 이런 곳은 한여름에 직접 찾아가서 시간 제약 없이 물놀이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요 몇 년 전부터 바다에 꽂혀 버려서 말이다.
친구들끼리 놀러 오기라도 했는지, 비슷한 옷 코스프레를 한 처자들 일행이 모래밭 여기저기서 셀카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웃통 벗고 과감하게 입수해서 물놀이를 하는 젊은 남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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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한국 전망대(일본 명칭은 한국 전망 '소'所)에 도달했다.
다소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요즘 일각에서는  평평한 지구 논쟁이 불거져(ㅠㅠ) 있다. 특히 신자들 중에 "성경을 보니 지구 모양은 원반형 평면이래!"라고 NASA 음모론까지 결부지어서 진지하게 믿기 시작하신 분이 몇몇 있다. 올해 지난 3월에는 한국에서 평평한 지구 국제 컨퍼런스까지 열렸었다. (...)

본인은 관련 자료를 찾아 보다가 쓰시마 섬의 한국 전망대에서 보는 부산 시내와 광안대교의 모습을 주목하게 되었다. 지구의 둥근 곡률로 인해 배는 수평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사라지고, 50km 남짓 떨어진 부산 시내는 이렇게 높은 곳에서 봐야 밑동이 짤린 채로 간신히 보이는 것 말이다.

그 한국 전망대를 실제로 가 보게 됐다. 하지만 본인이 방문하던 당시에는 아쉽지만 하늘이 흐려서 부산 시내를 제대로 보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밤에 갔으면 광안대교를 자체 조명을 통해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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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가 있는 곳은 아래가 이런 모양으로 보일 정도로 제법 고지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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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전망대의 바로 옆에는 옛날에 일본을 방문하던 어느 조선 통신사 일행의 위령비가 있었다. 일본을 방문하던 중에 폭풍 때문에 배가 파선하여 몽땅 불귀의 객이 됐다고 한다.
한국어로 적힌 설명문도 있었지만 한문 혼용체여서 제대로 읽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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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시타케 전망대. 쓰시마 섬에 이런 곳이 있다고 어렴풋이 듣긴 했던 것 같은데 역시 실물을 보게 됐다.
높이 수십 m 남짓한 언덕을 운동 삼아 오르고 나면 이런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다.
베트남 하롱 베이를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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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일본의 신사도 처음으로 실물을 봤다. 쓰시마 섬 관광 때 꼭 들르는 곳은 '와타즈미 신사'라고 바다의 신을 모셔 놓았다는 곳이다.
일본 영토 전역에 있는 신사의 수는 공식적으로 등록된 곳만 무려 8만여 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신사에는 이런 고유한 모양을 한 입구가 놓여 있다.

우리나라도 조상신이니 무당이니 하는 토속 샤머니즘 종교가 있어서 불교· 유교와 교묘히 짬뽕 되긴 했다만, 일본의 토속 종교라 불리는 일명 '신토'는 더 특이한 것 같다.

굳이 조상신에만 국한되지 않고 무슨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별별 것에다가 신이라는 칭호를 붙이는 건 범신론 같다. 뭔가 유일신 절대자를 믿고, 현생에서 바르게 살아서 내세에서 보상을 받는다는 통상적인 종교 패러다임 자체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 거기에다 과거 군국주의 시절에는 이런 신토에다가 덴노(천황) 숭배가 이상하게 끼어 들어가기도 했었다. 그 체계를 알 수가 없다..;;

바가지를 들고 양손을 번갈아 가며 손을 씻고 입도 헹군다. 신사에서 씻는 용도로 흘러나오는 물은 마시는 용도가 아니라고 한국인 관광객을 위해 설명이 친절하게 돼 있더라.
'신사 참배'라고 하길래 본인은 오랫동안 무슨 형상 앞에서 큰절이라도 하는 걸 떠올렸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손뼉도 짝짝 두 번 치고.. 절차가 더 특이했다.
본인이 관광 가 있던 동안 일본인 아주머니가 진지하게 FM대로 신사 참배를 하는 걸 보기도 했다.

일제 시대 때는 저런 신사가 당연히 한국 땅에도, 당장 서울 남산에도 잔뜩 만들어졌다.
일본이 옛날에 뻘짓을 저지르지만 않았으면 신사가 지금까지도 그냥 특이한 외국 토속 종교 정도의 인상으로만 남았을 텐데, 그걸 다른 민족에게도 강요하고 안 따르는 사람들을 가두고 괴롭히고 죽인 적도 있으니 신사에 대한 불편한 기억도 사람들의 뇌리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해방 이후에는 그 많던 신사들은 일본인들이 알아서 스스로 싹 해체하고 철거했다.

아, 일본도 신사 말고 불교 사찰이 전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인구나 면적 대비 개수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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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유래는 기억이 안 난다만, 옛날 '에도 막부' 시절에 쓰였던 항구 부두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작은 배들을 세워 두는 곳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곳 관광은 사실 첫째 날에 모두 했다. 다음 날은 오전에 시내 도보 관광과, 오후에 다시 히타카츠 항으로 돌아가는 길에 몇몇 숲길 산책 위주만 진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관광을 했던 첫째 날은 하늘이 잔뜩 흐렸고, 정작 그 다음 날이 하늘이 푸르고 맑았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관광 일정을 마친 뒤엔 숙소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주변에서 면세 쇼핑을 잔뜩 했다.

가게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합계 5천 엔 이상을 구매하면 점원이 면세로 구입할 것인지 알아서 묻는다. 관광객이 동의하면 이것들은 8%가량 가격이 할인되는 대신, 면세품 전용 봉투에 밀봉된다. (저기서 5천 엔은 물론 면세 전 원래 가격 기준) 그리고 일본을 떠나기 전에는 이 봉투를 뜯어서 물건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이 붙는다. 미리 뜯어 버린 것이 세관에서 발견되면 면제되었던 세금이 재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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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 섬은 바다와 자연스럽게 연결된 형태로 수로 내지 호수가 꾸며져 있는 게 경치가 좋았다.
덕혜옹주 결혼 봉축비, 하치만궁 신사에도 들르긴 했는데 사진은 생략하고 넘어가겠다.

본인은 주로 풍경 사진만 찍었지만 가족 사진을 찍는 건 본인의 누나가 전담했다.
원래는 셀카봉을 펼친 상태에서 가까운 셀카봉의 버튼만으로 폰에다가 사진 찍기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셀카봉이 고장이 나는 바람에 누나가 폰을 눌러서 타이머를 발동시킨 뒤, 그 사이에 재빨리 셀카봉을 펼치고 자세를 잡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즉, 사진을 찍는 게 매우 불편해졌다.

이게 총기로 비유하면 후장식 총기이던 것이 일일이 총구에다가 총알을 집어넣어야 하는 전장식 총기로 후퇴한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준과 연사가 얼마나 불편한가? 반대로 후장식이 총기의 역사에서 얼마나 획기적인 발명인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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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 섬의 중앙에다 뱃길을 낸 만제키 운하이다. 군함을 더 수월하게 통과시켜서 일본의 반도+대륙 진출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 취한 조치이다.
이 사진은 그 위에 놓인 '만관교'라는 다리 위에서 찍은 것이다. 참고로 다리 위로 바닷바람이 굉장히 강하게 불었다.

귀국 거의 직전에 산책했던 휴양림(?) 숲길은 모처럼 바닷물이 아닌 산에서 흘러내린 민물이 졸졸 흐르고 경치가 무척 아름답긴 했는데, 이 역시 사진은 생략하겠다.
이 정도로 1박 2일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Posted by 사무엘

2018/10/10 08:36 2018/10/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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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외국 여행 이력

올해 본인은 지난 추석 때 가족과 함께 쓰시마 섬 패키지 관광을 하고 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본을 가 봤으며, 한반도를 통틀어서 가장 가까운 외국을 다녀오게 됐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 대신 배를 타고 외국으로 나가기도 했으니, 본인의 여행 이력과 관련해 여러 분야에서 신기록이 세워졌다.

그런데 본인은 외국 여행을 갈 때마다 뭔가 아귀가 공교롭게 안 맞아서 필요 이상의 손해와 삽질을 감수하곤 했다.
10년 전에 군필 기념으로 미국 여행을 갔을 때는 국내의 휘발유 1리터 가격이 지금과 비슷한 1600원 초중반이었는데, 1$의 환율은 1400원을 훌쩍 넘어 있었다. 그때 이후로 달러 환율은 현재까지 다시는 그만치 오른 적이 없었고 말이다.

게다가 거의 130$ 가까이 주고 비자 신청 인터뷰까지 또 해야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안 가 2009년쯤부터는 단기 관광 비자가 면제되었다. 그러니 2008년 가을에 미국 다녀온 건 최악의 바가지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제주도보다도 가까운 곳을 다녀 오지만 그래도 외국이니까 여권이 필요한데.. 병특 만료 기념으로 10년 전에 만들었던 여권은 딱 올해 추석 연휴 기간에 맞춰서 기한 만료 예정이었다. 뭐, 유효 기간이 6개월 이내로 줄어든 여권은 신규 출국용으로는 사실상 못 쓰는 여권이긴 하다만..

이것만 아니면 본인은 앞으로 수 년간 외국 나갈 일이 없을 사람이다. 여권이 무슨 면허 갱신도 아니고 몇 년간 여권 없이 살아도 되는 처지인데 결국은 단절 기간 없이 또 새 여권을 만들게 됐다.
요즘은 출입국 때 일일이 도장을 찍지도 않고 사증란이 소모될 일이 더욱 없으니, 본인은 면수가 절반인 알뜰 여권을 신청했다. 다만, 그래 봤자 할인되는 금액은 3000원 남짓으로, 5만 원에 가까운 전체 발급 수수료에 비해서 그렇게 많이 저렴해지는 건 아니었다.

2. 고속도로

외국 여행을 가는데 인천 공항이 아니라 반대편의 부산항으로 가는 게 무척 이색적이었다. 부산에도 서울로 치면 내부순환로 같은 고가 형태의 시내 고속화도로가 응당 있다. 그러니 부산 중에서도 최남단인 부산항까지 가는 게 생각만치 오래 걸리지 않았으며, 거기를 달리는 재미가 쏠쏠했다.

또한, 본인은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동안 차의 성능 테스트도 같이 진행했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150~160km씩은 흔히 밟았으며, 차 없고 탁 트인 곳에서는 잠시나마 180~185까지도 밟는 데 성공함으로써 과속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원쑤의 심장을 겨누는 심정으로 방아쇠를 당긴... 건 아니고,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끝까지 꽉~ 밟았다.

내 경험상 속도가 100~110을 넘어가면 계기판의 초록색 경제 운전 ECO 표시등이 꺼졌다. 이 이상 속도부터는 차도 점점 힘이 부치고 연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120~140 정도의 속도는 페달을 약간만 밟아도 어렵지 않게 나오는데.. 150 이상이 자동차의 내부 상태가 확 달라지는 경계인 것 같았다.

여기서부터는 가속 페달을 이전보다 훨씬 더 세게 밟아야 했다. 차가 힘들어하는 게 느껴지고 가속이 눈에 띄게 잘 안 되기 시작했다. 이게 100마일의 장벽이기라도 한지 모르겠다.
그래도 1년에 많아야 두세 번 장거리 고속도로를 뛸 때가 아니면 저 페달을 자전거 페달 밟듯이 힘 줘서 밟을 일이 언제 있겠으며, 엔진 회전수 타코미터가 4~5000까지 치솟는 걸 언제 보겠는가? KTX는 200을 넘어서 300도 가는데, 승용차로 이 정도는 밟아 봐야지..

뭐, 본인 역시 추월을 하기만 한 게 아니라 추월을 당하기도 했다. 나 같으면 어지간해서는 저기서 이 좁은 틈으로 끼어들지는 않았을 텐데, 나보다 더 위험한 칼치기를 감행하며 추월하는 간 큰 차들도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칼치기를 하는 차보다는 엄연히 추월 차로인 1차로에서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저속으로 세월아 네월아, 그것도 2차로의 차와 거의 나란히 가고 있는 차들이 훨씬 더 민폐라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그리고 앞에 장애물이 없다시피하고 지금 속도로도 얼마든지 커브를 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습관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뒷차 운전자를 긴장시키고 유령 정체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애써 얻은 속도를 헛되이 허공으로 날리는 짓이니 차의 연비에 안 좋은 건 두 말할 나위도 없다.

3. 부산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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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타고 외국으로 가는 건 아무래도 인천항에서 황해를 횡단하여 중국으로 가는 게 개인적으로 더 쉽게 떠오른다. <아저씨>, <공모자들> 같은 범죄 영화를 너무 강렬하게 봐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인천뿐만 아니라 부산도 항구 도시로서 아주 중요하며, 일본은 대륙 진출을 위해 무려 110년 전부터 경부선 열차와(부산 역) 부산항이 서로 딱 연계되게 만들어 놨다.

비행기가 아니라 배이니 캐리어를 따로 부치지 않아도 되고 무게 제약이 없는 건 약간 좋았다. 물론 망망대해로 나가는 만큼 기본적인 짐 검사를 하지만, 비행기처럼 액체 반입까지 제한할 정도로 빡세게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여객기는 출발 후 활주로로 갈 때는 견인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반면, 배는 비행기보다 훨씬 커도 자력 택싱이 가능할 것이다.

기체 내지 선체의 왼쪽에서 탑승하는 건 비행기와 배가 공통인 것 같다. 비행기가 배의 관행을 물려받았겠지..
하지만 각각의 교통수단에 '-호'라는 고유한 명칭이 붙어 있는 건 비행기에는 없는 선박만의 관행이다. 비행기는 그냥 운행편 번호가 있고, 똑같이 찍어 낸 기체 자체의 모델명(보잉 747, 에어버스 380..)만이 있을 뿐이다.

장거리를 좀 오랫동안 가는 여객선이라면 선실이 반쯤 호텔 방처럼 꾸며져 있고 승객이 누울 곳도 있다. 하지만 쓰시마 섬을 오가는 배는 운행에 한두 시간밖에 안 걸리고 주행 속도도 제법 빠른(시속 6~70km!) 고속정이다 보니, 내부가 좀 더 버스나 비행기에 가깝게 꾸며져 있었다. 승객은 고정된 자기 좌석에만 앉아 있어야 하며, 항해 중엔 바깥 갑판으로 나갈 수도 없다. 좌석엔 심지어 안전벨트까지 있었다.

옆에 시모노세키로 가는 성희호 여객선을 보니 크기도 우리 배(니나호)보다 더 크고 뭔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주거성을 갖춘 배처럼 보였다. 더 장거리를 다녀서 그런 듯한데, 저런 큰 배를 굴릴 정도로 수요가 나오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런 여러 차이점들을 생각하며 일본을 다녀왔다. 갈 때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돌아올 때는 2m가 넘는 높은 대한 해협의 파도로 인해 평생 겪어 보지 못한 배멀미를 경험하게 됐다.
배가 그야말로 사방으로 들썩이며 요동쳤으며, 파도를 타고 내려갈 때는 쿵쿵 진동까지 느껴졌다. 그냥 놀이기구 탄 듯이 들썩거리는 걸 즐기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어느 샌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몸은 온통 식은땀으로 흠뻑 젖고, 평소에 그렇게도 뜨끈뜨끈하던 손발은 힘과 열기가 쫙 빠졌으며, 얼굴이 노래지고 속이 어지러워졌다. 이 와중에도 남을 챙기기까지 해야 하는 승무원은 어떻게 배에서 근무를 할 수 있나 대단하게 느껴졌다.

부산항에서 쓰시마 섬 히타카츠(히타카쓰) 항까지 갈 때는 80분 남짓 걸렸지만, 돌아올 때는 파도 때문에 2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 자동차로 치면 고속도로에서 비포장 오프로드로 바뀐 거나 마찬가지다.
선박은 고속버스와 마찬가지로 탑승권에 도착 예정 시각이 공식적으로 기재되지 않는 교통수단이라는 걸 알게 됐다. 도로 사정이 아니라 바다 사정의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다. 항해를 절반이나 2/3 정도 한 뒤에야 선장이 예상 도착 시각을 방송으로 얘기했다.

4. 일본 - 작다!

과연 일본은 (거의) 모든 게 작고 아기자기하고 아담하더라. 이 말부터 해야겠다. 좋게 말하면 알뜰 검소하고 실속 있고, 나쁘게 말하면 답답하고 짠돌이스럽다.

(1) 먼저 음식 얘기부터.. 음식값이 환율을 감안해도 한국과 비슷해 보이길래.. 그리 비싸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한국 같은 양과 서비스로 그 가격인 건 아니다. ㄲㄲ 양이 뭐 이렇게 적은지?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 수가 없다. 과일과 생선회를 이렇게 작은 덩어리로 썰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국 음식은 한없이 기름진 중국 음식보다는 일본 음식에 더 가까운지라 전반적인 입맛은 한일 양국이 서로 비슷하다. 하지만 일본 음식에 한국 같은 벌건 김치가 곁들여 나오지는 않는다. 또한 회는 언제나 고추냉이 넣은 간장에 찍어 먹지, 한국 같은 고추장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한국 같은 소금과 참기름에 구운 김도 일본에는 없다.

(2) 다음으로 숙소를 살펴보면.. 우리가 그리 비싼 호텔에서 투숙하지 않은 건 감안하더라도.. 한국이라면 지방의 그냥 허름한 여관에도 있을 법한 냉장고와 침대가 없더라. 객실 화장실 세면대와 변기는 어찌나 아담한지 건물 화장실이 아니라 유아용 내지 교통수단 안의 화장실 같았다.

(3) 일본의 서민들은 살아서도 이렇게 작게 사는데, 하물며 죽은 뒤에는 더 얄짤없다. 황족 말고는 누구든 매장 자체를 못 하며, 무조건 화장 후 납골당 행이라고 한다. 하긴, 후손들이 일일이 다 관리하지도 못하는 묘지만 자꾸 늘어 가는 건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고 모든 시신을 저렇게 처리하는 건 일면 합리적이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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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끝으로, 일본 하면 역시 경차다. 미국은 깡촌 시골에 온통 SUV급의 커다란 다용도 픽업 트럭이 다닌다지만 일본은 차들이 온통 작다. 베트남 같은 나라이면 얄짤없이 툭툭이 삼륜차였을 텐데, 그래도 일본 정도의 기술 있고 잘 사는 나라이니까 경차인 것이다.

5. 일본 - 차량과 교통

(1) 그래도 택시까지 경차는 아니더라. 그 대신, 딱 1990년대 디자인의 옛날 차들이 많이 다녔다. 일본이 아무리 자동차를 튼튼하게 잘 만든다 해도, 자가용도 아닌 영업용 자동차를 내구연한 없이 설마 20년이 넘게 굴릴 정도로 지독한 구두쇠인가 궁금했는데.. 그건 아니다. '도요타 크라운'의 택시 전용 모델이 1995년부터 2017년까지 외형 변경 없이 그대로 생산된 거라고 한다.

국내 현대차의 경우, YF 쏘나타가 생산되던 동안에도 직전의 NF 쏘나타가 택시용으로는 생산됐다. (LF가 나오면서 단종) NF가 워낙 인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쏘나타의 전신인 1980년대의 완전 옛날 중형차인 스텔라도 택시는 무려 1997년까지 생산됐었다.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저 도요타 크라운 택시는 정말 오래된 것 같다. 과거의 살아 있는 화석이던 미쓰비시 데보네어 초기형(1960~1980년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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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 일행이 패키지 관광을 다니면서 탑승한 차량은 요런 25인승 크기의 마이크로버스였다. 한국이라면 그런 버스는 현대 카운티 같은 "전방 엔진+중간문" 형태만 있을 텐데, 크기가 저렇게 작으면서 대형 버스처럼 "후방 엔진+앞문"인 물건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신기했다.

(3) 차들이 좌측통행인 것이야 익히 들었고, 지구상에 좌측통행 우핸들인 나라가 일본만 있는 게 아니니 그리 어색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중앙선이 흰색 실선으로 그어져 있는 것이 개인적으로 더 신기했다. 그리고 일부 구간은 황색 실선 중앙선도 있긴 하던데 둘의 차이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6. 일본 - 그 밖에

  • 일본은 한국과 시간대가 동일한 드문 외국 중 하나이다. 시차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게 은근히 좋았다.
  • 생뚱맞은 오지에 공중전화도 아니고 음료수 자판기가 눈에 자주 띄었다. 지진 같은 재난에 대비해서 일정 간격으로 의무적으로 배치한 것이며, 불가피한 비상 상황일 때는 자판기를 부수고 물품을 털어서(!) 연명하는 것도 허용된다고 한다. 한편, 한국에도 별별 물건을 파는 자판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아이스크림 자판기까지는 일본에서밖에 못 봤다.
  • 전압이 110볼트이고 옛날 스타일 플러그가 필요하다는 점은 의외로 미국과 비슷한 면모이다.
  • 일본이 집과 차는 작고 음식은 적지만, 지폐는 한국 지폐보다 세로가 약간 더 크다. 1000엔에는 그 이름도 유명한 노구치 히데요가 그려져 있는 걸 봤다. 우리나라 지폐에는 아직까지도 먼 옛날 조선 시대 사람밖에 없는데 나름 근현대의 인물, 그것도 정치인이 아닌 자국의 과학자가 그려져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비록 노구치 히데요 자체는 행적에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 쓰레기 분리 배출/수거를 한국만치 꼼꼼하게 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트에서 물건을 산 뒤에 봉지를 1~2엔 가격에 따로 판다거나 하지도 않았다. 이런 쪽으로는 한국보다 미묘하게 더 관대하고 후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8/10/07 08:37 2018/10/0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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