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ows API에서 LoadCursor는 EXE/DLL 실행 파일의 리소스로부터 마우스 포인터를 얻어 오는 함수이다. 아니면 모듈 핸들 값을 NULL로 생략하면, 시스템이 제공하는 다양한 공용 포인터를 얻을 수도 있다. 일반적인 화살표 아니면 모래시계, 텍스트 입력란용 I-beam 등등 말이다.
그런 known 포인터의 명칭은 IDC_ARROW, IDC_IBEAM, IDC_WAIT ... 등으로 10여 종이 WinUser.h에 정의돼 있다. 실제값은 그냥 32xxx대의 리소스 ID 정수이다.
그런데, 제어판의 마우스 포인터 설정에 나열되어 있는 공통 포인터 중, 유일하게 IDC_* 명칭이 전혀 부여되지 않은 포인터가 하나 있다. 바로 펜 모양의 필기 포인터이다.
MSDN 문서와 WinUser.h를 눈을 씻고 찾아 보시라. 무려 Windows 95 이래로 제어판에 버젓이 등재되어 온 표준 공통 포인터임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없다. 신기하지 않은가?
사실, 이 펜이랑 xor 반전 십자가인 IDC_CROSS(정밀도 선택), 그리고 IDC_UPARROW(대체 선택)는 응용 프로그램에서 거의 볼 일이 없긴 했다. =_=;;
그래서 본인은 장난기가 발동했다.
1부터 65535까지 brute-force로 LoadCursor 요청을 해서 문서화되지 않은 마우스 포인터가 돌아오는 게 있는지 역대 Windows 운영체제별로 확인을 해 봤다.
결과는 꽤 흥미로웠다.
답부터 말하자면 펜 모양은 32631이라는 ID가 홀로 부여되어 있었다. Windows 95부터 10까지 동일하게 사용 가능하다.
'홀로'라는 말은 인접한 32630이나 32632 같은 숫자에는 포인터가 배당된 게 없다는 뜻이다.
모든 Winows에는 100부터 11x번에 완전 기본 마우스 포인터가 할당되어 있었다. 즉, Aero 포인터를 쓰고 있더라도 여기에는 완전 운영체제 기본 흑백 화살표 포인터들이 있으며, 얘들은 포인터 뒤에 입체감을 주는 그림자도 표시되지 않았다. 이건 무슨 다른 특수한 용도로 쓰이는가 보다.
그리고 IDC_HELP 다음으로 32652부터 32662 사이에 있는 11개의 포인터는.. 놀랍게도 마우스 휠을 눌러서 자동 스크롤 모드가 됐을 때 나타나는 '작은 원 + 검은 삼각형'들이었다(각 방향별로). 그것도 휠이 운영체제 차원에서 정식 지원되기 시작한 Windows 98부터 20년째 동일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건 기술적으로는 user32.dll에 존재하는 리소스이다.
그런데 이런 걸 도대체 왜 문서화하지 않았을까? Windows 98부터는 하이퍼링크용 IDC_HAND만 추가됐다고 달랑 써 놓고 입 싹 씻은 걸까..? 뭔가 단단히 속은 느낌이었다.
본인은 당장 날개셋 한글 입력기에다가 조치를 취했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16년 전(2002...)에 나온 2.0 이래로 지금까지 자동 스크롤 모드용 마우스 포인터들을 내장하고 있었다. 그걸 모두 제거하고, (1) 운영체제가 비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이 포인터를 사용하게 했다. 그래서 파일 크기가 4~5KB 남짓 감소하는 효과를 얻었다.
(2) 그리고 최근에 추가된 필기 인식 입력 도구에서 마우스를 그리기 입력란 내부로 가져가면 포인터가 펜 모양으로 바뀌게 했다. 뭔가를 그리면 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결과물을 보니 만족스럽다. 이 달 초에 나온 9.61 버전에 바로 요 사항들이 반영되었다.
이것 말고 문서화되지 않은 포인터로는 32663이 있는데, 일반 화살표 포인터 옆에 모래시계 대신 의외로 CD 아이콘이 자그맣게 붙어 있다.
광학 드라이브가 백그라운드에서 뭔가 돌아가고 있을 때 표시되는 듯하며 본인도 이걸 본 기억은 있다. 하지만 정확한 표시 조건은 잘 모르겠다.
차라리 화살표 옆에 점선 사각형 내지 [+]가 붙어서 drag & drop을 나타내는 포인터가 더 자주 쓰이며, 공통 포인터로 등재됐으면 좋겠는데 얘들은 그렇지 못하다. 그냥 ole32.dll에 하드코딩된 리소스가 쓰인다. 그리고 창 전체의 크기 말고 창 내부의 splitter 구획의 폭을 조절할 때 바뀌는 포인터도 창 크기 조절용과는 다른 걸 쓰는 게 UI 디자인상으로 맞는데 그것들 역시 공통 포인터에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싸제 자체 내장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comctl32.dll에 하드코딩된 리소스를 슬쩍 가져오는 게 통용된다.
아무튼, 오늘은 마우스 포인터와 관련하여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 16비트 시절에는 메모리 공간이 엄청나게 부족하기도 하고, GDI 핸들의 번호 영역 자체가 몇 만 남짓밖에 안 되었다. 그러니 Windows 3.1뿐만 아니라 9x에서도.. 아까 본인이 했던 것처럼 1부터 65535까지 brute-force 식으로 대입해서 시스템에 현재 존재하는 비트맵· 아이콘 따위를 몽땅 나열하고 조회하는 툴을 만드는 것도 가능했다.
오늘날 32/64비트 시대에도 DLL의 심벌 ordinal 번호와 리소스 ID 번호는 16비트 영역으로 한정돼 있다. 이 둘에서는 숫자와 문자열이 식별 용도로 모두 쓰이며, 16비트를 초과하는 큰 숫자는 문자열 포인터인 것으로 간주되게 의미가 예약돼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