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초엔 하늘은 맑고 푸르고 산과 들은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게.. 혼자 집에 틀어박혀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씨였다.
그래서 9월에 중순에 갔던 남양주를 다시 찾아갔다. 먼저, 와부읍 월문리에 소재한 먹치고개 쪽을 돌아다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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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드니 경치가 몹시 아름다웠다. 딱 1년 남짓 전에 남한산을 갔을 때도 풍경이 이랬었다.
"나뭇잎도 다들 적화... 어?? 아, 내가 종북좌빨들 때문에 망해 가는 나라를 보며 심성이 어지간히도 피폐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일대는 한적한 시골답게 주차 걱정 없이 갑산을 오르는 등산로가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울타리가 쳐지고 막혀 있었으며, 길이 아닌 곳엔 아예 전기 울타리가 둘러져 있기도 했다. 흐음..;;
그래서 그냥 경치 구경만 하다가 재작년에 올랐던 예봉산을 다시 올라 보기로 결심했다. 여기도 등산로 바로 코앞에다 차를 세워 놓을 수 있어서 차량 접근성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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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까지 가는 길에 이 정도로 하늘이 뚫린 공터가 나온 건 여기가 거의 유일한 듯했다.
그것 말고는 예봉산은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볼 것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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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2년 전과 동일한 경로로 1시간 반쯤 걸렸는데.. 그 동안 운동을 게을리 해서 그런지 2년 전보다 더 힘들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공사 때문에 일부 등산로가 우회 경로로 바뀌기도 했다.

주변은 그때나 지금이나 계속해서 뭔가 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는데, 등산로를 새로 내거나 목재 데크라도 설치하는 게 아니었다.
여기 정상에도 마치 관악산 정상 근처처럼 동그란 관측 레이더가 설치될 거라고 한다..! 그때 만들던 길은 사람이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공사 자재를 실어나르기 위한 모노레일이었다.

하긴, 여기도 관악산과 비슷한 해발 650m대이고 얘가 관악산보다 더 높기까지 하다. 하지만 얘는 바위가 전혀 없는 흙산인 덕분에 등정 난이도는 관악산보다 훨씬 낮았다.

시간대가 시간대여서 그런지, 저 사진을 찍던 당시에 산 정상에는 본인 포함 총 여섯 명이나 있었다.
산에서 마주친 등산객 어르신들은 저 구조물 때문에 정상 경치가 많이 가려졌다며 아쉬워하셨다. 일행 중에는 아침 일찍 운길산부터 시작해서 하루 종일 산행을 진행하신 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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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지상에서 올려다볼 때보다는 하늘이 마냥 맑지 않고 뿌연 게 보였다.

차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가야 하니, 더 멀리 나가지 못하고 하산은 등산의 정확히 역순 경로로 했다. 앞으로 기회가 되면 예봉산 근처의 예빈산, 운길산, 갑산, 적갑산 일대도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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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주일 남짓 뒤, 나라 전체가 웬 미세먼지 테러를 당했다가 하루 종일 여름 장마 같은 비가 내리면서 공기가 맑아졌다. 본인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야영을 했다. 다만, 멀리 나가지는 못하고 그냥 동네 뒷산의 정자에다가 텐트를 쳤다. 비 소리 듣고 풀 냄새 맡으면서 나만의 공간에서 밤을 보내다니, 정말 꿀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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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영을 마친 뒤엔 오랜만에 성남으로 가서 예전에 올랐던 망덕산을 올라 봤다. 작년 봄이니 지금으로부터 1년 반쯤 전이다.
서울 303과 9403번 버스의 종점인 동성 교통 차고지에서부터 시작해서 이배재 고개를 버스 대신 도보로 올랐으며, 고개 정상에서부터 등산로에 진입했다. (이배재 고개를 내 자가용으로 통과한 적은 없음)

나무들은 다들 잎이 떨어져서 가지만 앙상했으며, 길바닥은 낙엽으로 뒤덮여 있었다. 온통 초록색이던 작년과는 분위기가 확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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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덕산 정상 표지판을 다시 지나쳐 갔다. 예봉산 등 여느 산과는 달리, 정상만을 위한 공간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등산로 길목에 정상 표지판이 있다.

본인은 예전에는 검단산과 망덕산을 쭉 일주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고 조금 더 가다가 사기막골 방면으로 하산했다.
여기는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등산로도 좁고 험한 편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비가 온 덕분인지 언제부턴가 골짜기에서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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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과 광주 사이의 산에서 물 흐르는 걸 구경하는 건 처음이었다.
하산을 계속할수록 물줄기는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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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는 대원사라는 절에 도착하는 걸로 산행이 끝났다.
사기막골은 성남시에서 손꼽히는 오지라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막 시골 같지는 않았으며, 주변의 집들은 단독주택보다는 빌라 위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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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사를 벗어나니 '사기막골 근린공원'이 나왔다. 여기는 난생 처음 가 봤다.
'사기막'에서 '사기'는 도자기 그릇을 뜻한다. 여기가 옛날에는 도자기 굽는 제조업으로 유명했던가 보다.
그래서 공원에는 민속촌처럼 한옥 마을이 꾸며져 있으며, 도자기 체험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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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에 이어 성남에서는 이런 걸 구경하면서 추억을 남겼다.
성남 구시가지 쪽은 정말 경사가 급한 동네라는 게 거듭 느껴졌다. 지금처럼 개발되기 전에는 이런 언덕도 다 들판과 숲이었지 싶다. 그나마 성남대로가 지나는 분당과 판교 쪽이 평지... 아, 그것도 아니고 가천대-태평 사이는 지상이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남양주와 성남은 둘 다 면적이 넓고, 지형에 따라 생활권이 많이 찢어져 있긴 하다. 하나도 개발 안 된 산기슭 오지가 있는가 하면, 전철이 지나고 아파트와 고층 빌딩이 잔뜩 지어진 곳도 있다. 또한, 성남과 광주 사이의 산맥처럼 남양주 동쪽의 산맥도 탐험하기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사무엘

2018/12/18 08:35 2018/12/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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