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이모저모

철도는 빼박 육상 교통수단이지만, 우리말 한정으로 천문 우주와도 일말의 접점이 있다. 바로.. ‘궤도 軌道’가 railway도 되고 orbit도 되기 때문이다.
용어 복습을 하자면, rail 궤조 ⊂ railway 궤도 ⊂ track 선로이다.

  • 모노레일은 궤도가 단 하나의 궤조로만 구성된 교통수단이고, 전차선이 바닥의 양 궤조 사이에 같이 깔려 있으면 그 선을 제3궤조라고 부른다.
  • 궤도가 상하행별로 2개로 구성된 철길은 복선 선로 double track이라고 부른다.
  • 끝으로, 시설에 구애받지 않은 통합 집합적인 명칭이 the railroad 철도이다.

물론 천체의 궤도는 지상 열차의 궤도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0의 개수가 차이가 날 정도로 길고 방대하다.
우리나라 철도의 커브는 극악의 급커브인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종각이 반경 140m짜리이고 최상의 퀄리티인 경부고속선의 급커브가 7000m인 반면..
우주로 가면, 지구의 인공위성만 해도 지구의 평균 반지름 6400km에다가 저궤도 300~500km를 더하면 얼추 7000km가 나온다. 7000m가 아니라 그 1000배인 7000km가 된다~!

하물며 지구가 아닌 태양을 공전하는 궤도는 뭐.. 반경이 수억~수십억 km에 달하니, 이건 그냥 직선이나 마찬가지이다. 철길이 이런 경로대로 깔려 있다면 열차는 그냥 엔진이 과열돼서 터질 때까지 밟아도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문득 테이큰 영화 대사가 떠오른다. "Do you have any idea what it costs just to change the angle of the lens on a satellite orbiting 200 miles above the Earth?" 테이큰은 악당들 때려잡는 액션만 있는 게 아니라 work out, personal 같은 성경 용어도 나오고, 더 나아가 우주에 대한 통찰까지 제공하는 영화인 셈이다~!

그래서 본인은 인공위성에 대해서 문득 관심이 생겼다. 철도, 항공 다음으로는 우주이구나.. ㅎㅎ
인공위성은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인류의 역사상 최초로 "실물 사진"으로 입증해 준 존재이다. 더 나아가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사건의 생중계, 유선 전화선이 연결되지 않은 곳에서의 국제 전화(남극이나 망망대해 선박..), 그리고 지구 어디서든지 현재 위치를 파악하는 GPS까지.. 다 인공위성 덕분에 가능해진 것들이다. 우리가 매일 너무 당연하게 얻는 일기예보와 각종 구름 사진, 미세먼지 사진도 인공위성을 통해 얻는 정보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또한, 인공위성 중에는 지구 관측뿐만 아니라 천문 관측용도 있다. 지구에서도 천문대는 산꼭대기 같은 최대한 높은 곳에 만들려고 애쓰는 편인데, 대기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우주를 우주에서 관측 가능한 것은 치트키 급의 엄청난 혁신을 천문학계에 선사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런 엄청난 인공위성에 대해서.. 스푸트니크부터 시작해서 미주알고주알 모든 것까지는 다루자면 시간과 지면이 부족할 것이다. 내가 저 분야를 전공한 것도 아니니.. 이 글에서는 (1) 궤도 그리고 (2)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개발 내력 정도만 얘기하도록 하겠다.

1. 궤도

일반적인 비행기야 대류권과 성층권 사이 보통 10km대의 고도에서 날며, 전투기 같은 특수한 고성능 비행기도 20km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걔네들은 주변 공기를 이용해서 엔진을 상시 가동해야 하는 물건이다.

그러나 인공위성은 공기가 없는 곳에서 한번 왕창 빠르게 주어진 속도만으로 지구를 뱅글뱅글 반영구적으로 돌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리 못해도 160km 이상의 열권~외기권 영역에서 활동한다.
여기부터 2000km 정도까지는 그냥 '저궤도'라고 불린다. 고도가 낮아야 위성이 지표면을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겠지만, 고도가 너무 낮으면 그만치 빠르게 돌아야 할 뿐만 아니라 공기와의 마찰도 커져서 고도의 유지가 어렵다.

아폴로 우주선은 약 190km대의 일명 parking orbit에서 지구를 1시간 28분 16초 만에 한 바퀴 도는 속도로 두세 시간 남짓 있다가 3단 엔진을 켜서 달로 갔다. 그 정도로 아주 잠깐만 있다가 자리를 뜬 것이니 그런 낮은 고도만 유지해도 괜찮은 것이었다.

인공위성들 중 유일하게 '유인'인 국제 우주 정거장은 320~345km대의 고도를 유지하는 중이라고 한다. 사람이 수시로 드나들기도 해야 하니 막 한없이 높은 곳에 있지는 않다.
테이큰에서 브라이언이 200마일 고도 드립과 함께 뻥카를 쳤던 첩보 위성도 당연히 이와 비슷한 저궤도인 셈이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공식 고도는 559km로, 지구 관측용 위성보다야 당연히 더 높다.

지구에서 서울-부산 거리가 채 되지 않는 짧은 거리를 수평이 아니라 정확하게 수직 이동만 해도 우주가 나온다는 게 흥미롭지만.. 그 거리를 수평 이동하는 것과 수직 이동하는 것은 난이도가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이다.
1500km대의 고도는 저궤도의 끝물 정도에 해당한다. 이쯤 되면 공기와의 마찰 걱정은 덜하지만, 자기장이 강한 밴 앨런 대에 속해 있어서 전자기기들이 교란 받고 제대로 동작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다가 대략 2000km 이상부터 36000km까지는 중궤도라고 일컬어진다. 여기는 지표면을 세부적으로 관찰하고 촬영하는 것보다는, 넓은 영역으로부터 신호를 주고받는 게 더 중요한 통신 위성이 들어가는 편이다.
대표적으로 그 이름도 유명한 GPS 위성이 약 20000km대 고도에 있다. 마치 지도가 대축척(좁은 영역, 많은 디테일)과 소축척(넓은 영역, 적은 디테일) 버전이 모두 쓰이듯, 인공위성도 용도별로 궤도의 고도가 차이가 나는 셈이다.

중고도의 한계치인 대략 36000km를 정지 궤도라고 한다. 여기는 인공위성이 지구의 자전 속도와 동일한 속도로 도는 게 가능한 지점으로, 지표면에서는 계속해서 동일 지점 상공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지 궤도라고 불린다.
왜 저 지점이냐 하면.. GMm/r = 1/2 * mv^2 이라는 식에서 만유인력 상수 G (6.673*10^-11 …), 지구의 질량 M (5.9*10^24 kg), 적도 지점에서 지구의 자전 속도 v (초속 463m/s)를 집어넣으면 나오는 r 값이기 때문이다.

위성의 질량 m은 서로 약분되기 때문에 계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만유인력 상수의 단위 차원은 길이^3, 질량^-1, 시간^-2. 다시 말해 속력의 제곱에다가 길이/질량을 추가로 곱한 것과 같다. 고등학교 물리를 다시 복습하게 되네..;; 까마득한 그 옛날에 생각보다 심오하고 대단한 걸 배웠었다.

정지궤도 위성의 자전 속도는 지구의 자전 속도보다야 훨씬 빠른 초속 2.6 ~ 3km대이지만, 아무래도 저궤도 위성보다는 대략 1/3에 가까운 느린 속도이다. 그리고 그 특성상 아무 지점이 아니라 적도의 상공에서만 정지해 있을 수 있는지라, 극지방에 가까운 고위도 지방에서는 정지궤도 위성의 서비스를 받기 어렵다.

이건 한없이 추락하면서 정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정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지표면에서 보기에 정지가 아닌) 지구의 인력, 달의 인력, 태양의 인력 등등이 모두 평형을 이뤄서 추락하지 않을 수 있는 지점은 거기보다 훨씬 더 멀리 나가야 도달할 수 있다. 지구와 달만 생각하면 거의 9:1에 가까운 지점인데, 지구 정지 궤도는 그 반대인 1:9에 가까운 지점이다(라그랑주 점). 이건 애초에 인공위성의 능력을 벗어난 영역일 것이다.

저궤도와 중궤도를 넘어 고궤도는.. 이런 게 있다는 것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다. 그 정도로 멀고 높은 곳에서 돌고 있는 위성이 있긴 한지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인공위성 중에는 타원 궤도를 도는 놈도 있다. 한 초점인 지구에 근접했을 때는 거의 중-저궤도 급이지만 다른 먼 초점으로 갔을 때는 지구에서 4만 km 가까이 떨어지기도 하니, 이건 저궤도와 고궤도의 특성을 모두 갖춰다고도 볼 수 있겠다.
요런 타원 궤도를 잘 설계하면 인공위성이 집중적으로 탐사해야 하는 지점에서는 천천히 돌다가, 별 필요가 없는 곳에서는 빨리 통과하게 할 수도 있다. 요건 소련-러시아가 연구를 많이 해서 '몰니야 궤도'라고 불린다.

달은 지구의 자연위성이며, 모행성에 비해 이례적으로 비정상적으로 큰 천체임이 주지의 사실이다. 지구로부터의 거리도 38만 km가 넘으니 고궤도의 갑이라 하겠다. 1년에 수 cm 남짓 지구로부터 점점 멀어진다는 것도 관측을 통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성은 일반적으로는 속도를 잃고 모행성과 가까워지는 게 자연스러운데, 관성 이상으로 자체적인 운동 에너지라도 있는지 모행성과 점점 멀어지는 건 역학적으로 어떻게 가능한 현상인지 모르겠다.

저에서 고까지 고도의 크기를 살펴봤으니 그럼 저궤도 위성 얘기를 좀 더 하고 이 주제를 맺도록 하겠다.
저궤도 위성은 지표면을 관찰하기 위한 용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지구의 모든 지점을 두루 다닐 수 있는 궤도가 바람직하다. 그래서 적도만 수평으로 도는 게 아니라 남북극 수직으로, 아니면 하다못해 비스듬한 궤도를 선택한다.

아폴로 같은 우주선이야 지구의 자전 원심력과 공전 속도로부터 뽕을 최대한 뽑는 게 목적이다. "내가 parking orbit에서 잠시 머무른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이니 닥치고 적도 수평 궤도만 잠깐 타고 말 것이다. 하지만 인공위성은 지구만 두루 살펴보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운용 방식이 살짝 달라지는 셈이다.

이런 저궤도의 바리에이션으로 '태양 동기 궤도'라는 것도 있다. 지구의 태양 공전면을 위에서 아래로(북극 쪽을) 내려다봤을 때, 인공위성의 공전 궤적이 지구-태양의 직선 경로와 늘 일직선이 되게 하는 궤도를 말한다.
계산이 까다롭겠지만 궤도를 이렇게 잘 동기화 시키면 위성이 매일 같은 지점을 지날 수 있으며, 인공위성이 태양열에 노출되는 빈도도 1년 내내 균형이 잡히기 때문에 기계의 수명 관리에 도움이 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인간이 만든 기계들 중에 태양광 발전의 덕을 진작부터 제일 많이 보고 있는 물건이 바로 인공위성이기도 하다.

2.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개발 이력

자국 인공위성이 없는 나라에서는 인공위성으로부터 얻는 정보나 서비스를 인공위성 보유국으로부터 매번 구입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중계방송 같은 것뿐만 아니라 일기예보 데이터도 말이다. 물론 당장은 그렇게 구입하는 게 원천기술 개발보다 비용이 저렴하겠지만, 고급 서비스를 기반 기술 없이 무작정 다 수입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우리나라는 1992년 8월에 발사된 '우리별 1호'가 일단 최초의 자국 국적 인공위성이다. 하지만 발사체는 말할 것도 없고 위성의 실질적인 설계와 제작까지 사실상 외국 업체였다(특히 위성의 제작은 영국). 우리나라는 아직 어깨 너머로 보고 기술을 배워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다가 1993년 9월의 우리별 2호가 국내에서 개발· 제작되어 인공위성계의 포니와 비슷한 물건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뭔가 통신· 방송 기능을 하는 위성이 아니라, 기술 습득 자체가 목적인 프로토타입 수준이었다.

자동차, 컴퓨터, 원자력에 이어 인공위성은 1990년대는 돼서야 국산이 나온 것이다.
우리별 브랜드는 1999년 5월에 발사된 3호를 끝으로 더 쓰이지 않게 되었다. 2003년 9월에 발사된 우리별 4호부터는 '과학기술위성'이라는 평범한 브랜드가 붙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을 맨땅에서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한동안 이윤 없이 기초 연구 투자를 많이 해야 하며, 결과물도 무슨 자동차처럼 엔드 유저가 바로 사용 가능한 형태가 아니다. 이거 연구 개발을 사기업이 몽땅 담당하는 건 곤란하니 국방 과학 연구소 같은 국책 연구소가 따로 만들어졌다. 그게 바로 '인공위성 연구 센터'이다. 요즘은 '항공 우주 연구원'(KARI 항우연)도 인공위성의 개발에 관여하긴 하지만, 발사체 로켓이랑 인공위성은 아무래도 목적과 성격이 다르니 연구소를 분리하는 게 이치에 맞겠다.

인공위성 연구 센터는 무려 카이스트 대전 캠퍼스의 내부에 있다~!
어이쿠, 대강당과 동문 사이의 길목에 자리잡고 있었구나.. 정말 까맣게 몰랐다. 사실, 난 항우연도 카이스트 북서쪽의 학부 기숙사 철조망 너머 바로 근처에 있다는 걸 모르는 채로 학창 시절을 보냈다. 항우연이 거기에 있다는 것도 나로 호 때문에 유명세를 타니까 따로 찾아봐서 알게 된 것이다.

우리별 시리즈 이후로 이 인공위성 센터에서 만든 위성은 과학기술위성 시리즈이다.
얘의 2호가 바로 우리나라 역사상 유일하게 자국 우주 센터의 나로 로켓으로 발사된 덕분에 '나로 과학위성'이라고 따로 명명되었다. 다만, 발사 실패로 멀쩡한 위성을 두 번이나 깨먹었던지라.. 같은 위성을 수차례 다시 만들어야 했다.
그 뒤 과학기술위성 3호는 2013년 11월에 발사됐으며, 현재까지도 관측용으로 운용 중이다.

우리별 말고 '아리랑' 위성 시리즈는 인공위성 센터가 아니라 항우연에서 개발한 저궤도 관측 위성이다. 1호가 1999년 12월에 발사됐다. 이 바닥도 마치 서울 메트로와 도철 같은 양대 산맥 계보가 있는 것 같다.

'무궁화' 위성 시리즈는 국산 기술 개발이 아니라, 그냥 자국 방송과 통신 서비스 목적으로 KT에서 외국 기업에 외주를 줘서 제작하고 발사한 위성이다. 궤도도 정지궤도로 훨씬 더 높다. 1995년 8월에 1호가 첫 발사됐으며, 얘가 우리나라 최초의 자국 국적 통신 위성이다.

한편, 지난 2010년 6월에는 '천리안'이라고 항우연에서 개발한 최초의 국산 정지궤도 위성이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얘는 우리나라의 일기예보에도 쓰인다. 1호의 수명이 다하는 것에 대비하여 후속 2호도 이미 개발되었으며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의 인공위성 기술이 발전하고, 인공위성 서비스가 국산화돼 왔다.
다만, 우리나라는 인공위성에 비해 그걸 지구 궤도에 얹어 주는 발사체 기술이 취약하고 부실하다. 뭐, 발사체 기술은 핵무기를 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거의 똑같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규제를 받아서 개발을 못 한 것도 있다. 나로 호 한번 쏜 지도 벌써 5년이 넘게 훌쩍 지났구나..

이런 남한에 비해, 북괴는 뭐 국제 협약이고 뭐고 다 무시하고 한방 크게 해먹는 비대칭 무기에 목숨 걸면서 발사체에 나름 노하우를 갖춘 것 같다.
남한의 종북 빨갱이 정권에서는 기를 쓰고 정체를 은폐하면서 미상의 바르사체, 불쌍의 발사체라고 둘러 말하는데.. 뭐긴 뭐야 그냥 미사일이지..

솔직히 일본의 어느 또라이 극우가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헛소리 갈긴다고 해서 지금 멀쩡한 독도가 일본땅으로 넘어가는 것도 아니고, 만에 하나 일본이 평화헌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무슨 1940년대 같은 태평양 전쟁 시즌 2를 일으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우며 그럴 필요도 없다.
일본이 저 뻘짓을 하는 것보다 바로 윗동네에서 계속해서 군사 훈련을 하고 바르사체를 쏘는 게 훨씬 더 위협인데.. 친중종북을 조장하기 위한 반일 반미 선동을 나는 도저히 그냥 봐 줄 수 없다.

아이고, 정치 얘기가 나와 버렸구나. 아무튼 이런 내력으로 인해 남한은 인공위성, 북괴는 발사체가 발달했다. 두 기술이 사이 좋게 융합이 됐으면 좋겠지만 그건 희망사항이고 현재로서는 가능하지 않다.

3. 우주 쓰레기, 우주 공간에서의 충돌 문제

나로 호의 발사 실패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로켓을 발사시켜서 인공위성을 띄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고도가 충분히 높지 않은 인공위성은 공기와의 마찰이 누적되면서 속도를 잃기 때문에 아주 조금씩 지구로 도로 끌려와서 떨어지게 된다. 이 때문에 그런 위성들은 기계류의 수명과는 별개로 반영구적으로 운용될 수 없으며, 궤도 유지를 위한 연료가 고갈되면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궤도 수명보다 기계 기능 수명이 먼저 끝나서 지구와 교신도 안 되고 고철덩어리가 된 인공위성은.. 딱 곱게 곧장 끌어내릴 수도 없고 굉장한 골칫거리이다. 이런 것들을 일명 우주 쓰레기라고 한다.
우주 쓰레기들은 자신을 실은 채 지구에서 발사되었던 그 로켓의 운동 에너지를 저렇게 그대로 간직해 있다. 태평양 한복판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여 가듯, 지구 저궤도에는 우주 쓰레기 조각들이 쌓여서 주변의 우주 발사체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먼저 우주가 아닌 비행기 얘기를 잠시 꺼내도록 하겠다.
지난 2001년 1월 31일에는 일본 스루가 만 상공에서 같은 일본항공 소속 여객기(907, 958편) 2대가 관제 착오로 인해 고작 10~20미터 남짓한 거리까지 근접한 채로 교차 통과한 '니어미스' 사고가 났었다.

승객을 몇백 명이나 태운 MD-10 및 보잉 747급 대형 여객기가 3만 피트가 넘는 순항 고도에서 시속 900~1000km로 공중충돌을 할 뻔한 것이다.
그렇게 됐으면 일본은 JAL123 추락 사고(1985)와 테네리페 활주로 참사(1979)를 능가하는 초대형 항공 사고 기록을 보유하게 됐을 것이고 일본항공의 파산은 수 년 이상 당겨졌을 것이다.;;

천만다행으로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 여객기는 엄청난 후폭풍에 휘말려서 들썩이고 요동쳤으며, 특히 음료 서빙 중이던 907편은 회피 급기동을 하느라 기내가 뒤엎어지고 완전히 난장판이 돼서 100여 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하고 회항하게 됐다. 거의 자유 낙하에 가까운 급강하라도 했는지, 서빙 카트가 붕 떠서 여객기의 위로 천장을 뚫고 내팽개쳐졌을 정도였다.
이건 준사고가 아닌 사고로 기록됐다. 정신없는 격무에 시달리다가 관제를 잘못한 관제사는 유죄 판결을 받고 해고됐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해프닝 내지 사고가 인공위성끼리도 있었다.
지난 2008년 9월 25일에는 한국에서 2003년에 발사했던 과학기술위성 1호(구 명칭 우리별 4호)가 거의 650km 상공에서 미국의 모 군사위성과 431m 거리를 두고 간신히 비껴간 적이 있었다. 뭐 10m보다는 넉넉한 거리이고 인공위성이 여객기보다는 훨씬 작고 가볍겠지만.. 문제는 속도다.

순항 중인 아음속 여객기가 초속 300m 정도라면 쟤는 초속 7~8km... 수십 배의 차이가 나며 쨉이 안 된다. 초속 7~8km짜리한테 430m 거리는.. 정말 옷깃이 닿은 거나 마찬가지인 초근접인데 다행히 이때는 충돌 사고까지는 안 났다고 한다. 공기가 없다시피하니 후폭풍도 없었을 테고..

하지만 2009년 2월 10일에는 실제로 외국 국적의 인공위성끼리 충돌한 사고도 있었다(미국 이리듐 통신위성 vs 러시아 퇴물 인공위성). 산산조각난 두 인공위성의 파편이 널부러지면서 우주 쓰레기의 양은 더욱 늘어나고 무질서도가 올라가게 되었다..;;

물론 지구 위의 하늘은 매우 광활하고 넓으며, 저런 극단적인 일이 자주 발생하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이 확실한 0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인공위성 하나 띄우기 위해 돈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닌데, 비행기의 조류 충돌도 아니고 우주 쓰레기 충돌 때문에 애써 만든 인공위성이 박살이 난다면.. 이는 매우 비극적인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뾰족한 해결책은 비용 문제 때문에 딱히 없는 걸로 난 알고 있다.

이런 비행체에 비해 고속철은 최고 초속이 겨우 8~90m가량인데.. 상하행 열차가 서로 후폭풍 없이 안전하게 교행하기 위해서 양 선로의 간격을 얼마로 두는지, 그 공기역학적 근거가 무엇인지도 문득 궁금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20/03/24 08:35 2020/03/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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