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관련 용어 정리부터 좀 하자.
≠
38선 = 6· 25 전쟁 전의 남북간 영토 경계선
남한 기준으로 육지에 추가적으로 존재하는 경계 계층들을 위도의 "내림차순(북→남)"으로 정리하면
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군사분계선의 지형 스타일은 다음과 같이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1. 완전 바다(인천 옹진의 서해5도)
북괴가 제해력이 없던 덕분에 이 섬들은 북한 본토와 상당히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수복할 수 있었다. 위도상으로 38보다 근소하게 이남이고 6· 25 이전부터 남한 땅이었기 때문에, 국군+UN군이 여기는 휴전 이후에도 북한에게 내어주지 않았다.
여기는 육지 형태의 DMZ가 없으며, 북방한계선이 곧 군사분계선이다. 그리고 물만 건너면 바로 앞이 북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교동도 같은 민통선 안도 아니며, 여기 주민 자녀는 무슨 대성동 주민처럼 납세와 병역 면제 같은 특혜도 없다. (대학 입시 때 실향민이나 오지 특별전형 같은 것만 있는 걸로 앎..)
워낙 멀고 가기 힘든 곳이니 굳이 민통선 지정을 안 해도 일반인들이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저기는 평범한 육군이 아닌 해병대가 주둔한다.
2. 한강 하구 또는 평지(김포, 강화, 파주 일대)
본토의 서부전선은 지형상의 불리함과 판문점 근처라는 이유 때문에 크게 북진하지 못했으며, 오히려 한강 주변까지 후퇴하게 됐다.
이 지역에는 강안경계라는 게 존재하며, 서쪽 끝의 하구에는 여전히 해병대도 있다. 강화군부터는 민통선이 존재하지만 출입 검문이 동부 전선만치 빡세지는 않다.
거기서 더 동쪽으로 가면 군사분계선은 옛 38선 근처의 평지로 옮겨진다. 아직까지는 민통선 다음에 곧장 군사분계선이지, NLL/GOP 같은 분명한 구분은 없다.
3. 첩첩산중(연천, 철원, 화천, 양구, 인제까지 대부분의 본토 전방)
이제 여기가 군사분계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최전방 지형이며, 과거에 땅을 조금이라도 더 수복하려고 처절한 고지전이 치러졌던 곳이다. 길이로나 군인 비율로나 뭐.. 주변의 1, 2, 4를 모두 합해도 이 3 하나보다 모자랄 것이다.
대부분 험한 산지이지만 철원에는 주변에 평야와 호수도 있다. 그리고 양구에는 혼자 땜통처럼 동그랗게 파인 펀치볼 지형이 있다.
4. 산과 해안(강원도 고성)
여기도 기본적으로는 첩첩산중이지만 군사분계선이 -가 아닌 / 모양으로 더욱 가파르게 상승하여 고위도로 간다. 그리고 뒤로는 바다도 있어서 해안경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여느 내륙과는 지형이 차이가 있다. 황해가 아닌 동해의 맑고 청명한 해수욕장 백사장이 남북 분단 때문에 이렇게도 많이 봉인돼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정리하자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갈수록 군사분계선이 물이던 것이 평지를 거쳐 산으로 바뀌며, 민통선이니 북방한계선이니 DMZ니 하는 더 세밀한 구분이 생긴다.
다음은 우리나라 안보 관광지의 양대 산맥인 파주와 철원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 굉장히 오래 전에 표로 정리한 것이다.
파주 | 철원 | |
철도 교통편 | 경의선. 역에서 직결 가능 | 경원선. 추가 이동 필요 |
관련 철도 | 임진강, 그리고 민통선 안의 도라산 역 (다 영업 중) | 백마고지 역. 민통선 안의 월정리 역, 철원 역 옛 터. 금강산선 교량 흔적 |
거점 관광 지역 | 임진각 | 고석정 인근의 철의 삼각 전적지 |
남북 철도 연결 여부 | 예 | 아니요. 민통선 안에 들어가기도 전에 철도중단점 있음 |
녹슨 증기 기관차 | 옛날 장단 역에 있던 것이 지금은 복원 처리 후에 임진각에 전시돼 있음 | 월정리 역 구내에 부서진 기관차 잔해가 있으나 상태는 안 좋음 |
도로 교통 | 강변북로+자유로+통일로. 자동차 전용 도로 연계가 좋음 | 동부간선+국도 3 또는 43호선. 서울 바깥부터는 자동차 전용 도로 없음 |
가는 길목에 | 강안 경계 초소를 볼 수 있음 | 38선 돌파 기념비가 있음 |
땅굴 | 제3 | 제2 (제3보다 더 긺) |
지역 특징 | 판문점, 대성동/기정동, 개성 공단 | 자연 경치가 더 아름다움. 수복 전의 북한 시설이 있음 (노동당사) |
인근 전망대 | 도라 | 평화, 승리 |
인근 하천 | 임진강 | 한탄강 |
민통선 안에서 식사 | 통일촌 또는 해마루촌. 관광 연계 가능 | 전선 휴게소. 개인적으로 직접 예약하고 자차로 방문해야 함 |
민통선 경계 | 대체로 임진강 선형을 따라 있음 (리비 사거리 등) | 육로에 민통선 초소가 있음 |
이런 식으로 고성의 통일 전망대와 파주의 오두산 통일 전망대도 비교 대조 가능하다.
오두산의 경우, 고성과는 비교할 수 없이 낮은 위도에 있지만 강과 강이 합류하는 경치 좋은 곳이면서 군사분계선도 강을 따라 형성되었으니.. 고성과는 다른 방식으로 전망대를 만들기에 굉장히 좋은 입지를 갖추게 됐다. 그쪽으로 자유로 도로를 닦으면서 괜히 전망대를 만든 게 아니었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