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dows 운영체제에서 GUI 요소로서 화면에 표시되는 윈도우들은 독자적으로 고유한 위치와 크기를 갖는 popup 및 overlapped 윈도우, 아니면 다른 창의 내부에 부속으로 딸려 있는 child 윈도우라는 두 형태로 나뉜다. 전자는 독립 윈도우이고 후자는 종속 윈도우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전자는 운영체제가 자동으로 표시해 주는 제목 표시줄, 시스템 메뉴, 최소화/최대화 버튼 같은 걸 가질 수 있고 메뉴도 가질 수 있다. 물론 갖지 않는 것도 자유이며 해당 창의 재량이다.
그럼 반대로 후자는 사정이 어떨까? 차일드 윈도우가 자기가 속한 부모 윈도우 내부에서 또 제목 표시줄과 시스템 메뉴, 최소화/최대화 버튼 따위를 가질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결론부터, 답부터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외형만 그렇게 나오도록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운영체제는 child 윈도우를 대상으로는 여느 popup/overlapped 윈도우에서 수행하는 기본 처리를 자동으로 해 주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창을 그렇게 만들어 놓은 뒤에 우리가 원하는 자연스러운 동작을 구현할 수는 없다. 이건 운영체제에서 의도한 보편적인(?) 방식대로 창을 만들고 활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본인은 마소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동작이 존재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을 지난 20여 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딱 하나 발견했다.
바로 HTML 도움말 파일을 생성해 주는 HTML Help Workshop이라는 툴에 내장된 그래픽 에디터이다.

도움말을 띄우면 HTML 도움말 창이 별도의 독립된 창으로 뜨는 게 아니라 자신의 도킹 패널 내부에.. child 형태로 뜬다! 시스템 메뉴와 캡션, 최소/최대화 버튼까지 있는 당당한 독립 윈도우가 무슨 MDI child 윈도우처럼 다른 윈도우 내부에 이상하게 끼여 있는 게 심히 기괴하다. 이런 것도 Windows API를 사용해서 이론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본인도 간단히 실험을 해 봤다.
다음은 껍데기 overlapped 윈도우와 "동일한" 클래스 이름으로 자기 안에 child 윈도우를 또 만들어 돌린 모습이다. 윈도우를 생성할 때 WS_CHILD에다가 WS_CAPTION| WS_SYSMENU| WS_MINIMIZEBOX| WS_MAXIMIZEBOX| WS_THICKFRAME만 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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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언뜻 보기에 그냥 평범한 클래식 MDI 앱처럼 생겼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자신이 껍데기일 때는 클라이언트 영역을 회색 GetSysColor(COLOR_APPWORKSPACE)로 칠하고, 차일드일 때는 흰색 COLOR_WINDOW로 칠하면 된다. 껍데기와 차일드 둘 다 동일 윈도우 프로시저가 수행한 결과물이다. 자기 창이 껍데기인지 차일드인지의 여부는 WS_CHILD 스타일의 존재 여부만으로 간단히 판별할 수 있다.

그럼 제목 표시줄이 달린 차일드 윈도우들을 저렇게 만들어 놓으면 부모 윈도우라는 틀 안에 종속된 overlapped/popup 윈도우처럼 매끄럽게 동작하는가?
안타깝지만 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이다. 저 상태에서 창들을 마우스로 단 몇 분 동안만 조작해 봐도 이상한 점이 잔뜩 발견될 것이다.

마우스로 child 윈도우를 클릭하면 지금 화면의 제일 겉에 드러난 창이 아니라 엉뚱한 창이 인식된다. 윈도우를 드래그 해 보면 화면에 잔상이 생긴다.
WM_LBUTTONDOWN 메시지를 받은 child 윈도우에다가 SetFocus를 해도 제목 표시줄이 활성화/비활성화 처리가 되지도 않는다.
child 윈도우를 최대화한 모습은 꽤 어정쩡하며, 그 상태로 프로그램 창의 크기를 키워도 child 윈도우는 크기가 갱신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Windows라는 운영체제는 근본적으로 child 윈도우에 대해서는 이들이 서로 겹쳐져 있고 포개져 있을 때의 Z-order 처리를 overlapped/popup 윈도우처럼 정교하게 해 주지 않기 때문이다.
child 윈도우라는 건 저렇게 제목 표시줄과 시스템 메뉴가 있는 윈도우가 아니라.. 그냥 리스트 컨트롤, 에디트 컨트롤, 버튼 같은 물건들이다. 에디트 컨트롤이나 버튼 같은 게 서로 겹쳐질 일이 있고 포커스를 받았을 때 Z-order가 바뀌어야 할 일이 도무지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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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child 윈도우의 제목 표시줄은 Windows 8/10에서도 옛날 Windows Vista/7의 기본 테마 모양 그대로이며 업데이트도 안 돼 있다. 푸르스름하고 모서리가 둥근 그 시절 디자인 말이다. 그만큼 이쪽 외형은 마소에서도 관심이 없으며 더 지원을 안 하고 손을 놨다는 뜻이다.

저 상황에서 화면 잔상이 발생하는 걸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이 윈도우의 클래스에다가는 화면 refresh를 적극적으로 하라고 CS_HREDRAW|CS_VREDRAW 스타일을 줘야 하더라.
그리고 마우스 메시지를 받았을 때 SetWindowPos를 호출해서 이 창의 Z-order를.. HWND_BOTTOM으로 지정해야 하더라. 왜 top이 아니라 bottom인지는 모르겠다.

저것만 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어 보면.. MDI 프로그램에서 일개 child 윈도우인 문서창들이 나름 MDI client 영역 내부에서 껍데기 독립 윈도우인 것처럼 유연하게 처리되는 게, 절대로 그냥 저절로 되는 일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운영체제 API 차원에서 추가적인/예외적인 보정을 굉장히 많이 해 주는 덕분이지 싶다.

실제로 MDI를 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윈도우 프로시저는 DefFrameProc와 DefMDIChildProc로 감싸져 있으며, 키보드 전처리도 TranslateMDISysAccel로 따로 있다. 대화상자에 고유한 윈도우 프로시저와 키보드 전처리(IsDialogMessage)가 있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MDI 문서창들은 WS_EX_MDICHILD라는 extended 스타일이 지정돼 있다. 물론 우리야 CreateMDIWindow 함수나 WM_MDICREATE 메시지로 생성 요청만 하기 때문에 저 스타일을 직접 지정할 일은 없다.
내부적으로 뭔가 큰 의미를 갖는 스타일이지 싶은데.. 진짜 MDI 문서창이 아닌 임의의 child 윈도우를 생성할 때 저 스타일을 일부러 줘 보면 CreateWindowEx 함수의 실행이 실패한다. 그러니 쟤는 비록 헤더 파일에 선언은 돼 있지만 사용법과 의미가 제대로 문서화되지 않은 내부 API나 마찬가지이다.

그 밖에 WS_CLIPCHILDREN이라든가 WS_CLIPSIBLINGS, WS_EX_TRANSPARENT는 child 윈도우가 영역이 여럿 겹쳐 있을 때 창들을 refresh 하는 방식이나 성능을 좌우하는 옵션일 텐데 본인은 구체적인 의미나 차이를 잘 모르겠다. 평소에는 몰라도 전혀 상관 없지만 child 윈도우들을 MDI 문서창처럼 정교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기능이지 싶다.
이런 창을 마우스로 클릭하면 WM_CHILDACTIVATE라는 메시지도 온다는데 본인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써 봤다. 저런 메시지가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오늘 이야기의 결론은 MDI 형태의 프로그램을 밑바닥부터 직접 구현하는 건 대단히 어렵고 삽질스럽다는 것이다.. =_=;; child 윈도우를 popup/overlapped 윈도우처럼 다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데다가 한 프로그램 창 안에서 여러 문서창을 다루는 것은 오늘날 같은 멀티 모니터 환경하고도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니 마소 프로그램들의 경우, Word는 거의 20년 전부터 문서창을 프로그램 창처럼 따로 따로 생성하는 형태로 바뀌었으며 Visual Studio IDE도 문서창을 새 탭 아니면 새 창으로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게 바뀌었다.
그래도 그 정도보다는 규모가 작은 아담한 프로그램에게는 여전히 MDI만 한 대안이 없으니 클래식 레거시 MDI 기능도 오늘날까지 완전히 멸종하지는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06/20 08:35 2020/06/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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