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경주

‘달리기’라는 동작으로 대표되는 육상 경주는 공이나 다른 도구 같은 게 일체 필요하지 않고 그냥 몸으로 달리기만 하면 되는 매우 단순하고 원초적인 스포츠이다.
성경에 등장하며(전 9:11) 심지어 신앙 생활에 직접 비유되기도 한 유일한 스포츠이다(고전 9:24, 히 12:1).

이 바닥은 축구처럼 태생적인 피지컬에 의존하는 면모가 강하다. 특히 순발력이 생명인 단거리로 갈수록 말이다.
그만큼 선수의 은퇴 연령도 낮은 편이다. 그리고 농구와 더불어 왠지 흑형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100 내지 200m짜리 단거리에서는 크라우칭(엎드린) 자세로 출발을 하며, 뒷바람이 2m/s 이상으로 불 때 수립된 기록은 인정되지 않는다. 일반 여객기가 제트 기류를 탄 덕분에 잠시 음속을 넘은 것 갖고 초음속 비행이라고 인정되는 게 아니듯이..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은 굉장한 고지대에서 열렸는데, 이것조차도 육상의 기록에 영향을 끼쳤다. 공기 저항이 작아져서 단거리에서는 호재였지만 장거리에서는 산소 부족 때문에 악재였다고 한다.

400m 이상 장거리 내지 마라톤으로 가면 지구력이 중요하지 스타트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선수들이 그냥 선 채로 떼거지로(?) 설렁설렁 출발한다. 특히 마라톤은 길이가 너무 길고 개최지마다 코스의 지형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대회의 기록을 비교하는 게 원래는 별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비교하자면 마라톤 세계 기록은 2시간 1분~2분대로 좁혀졌고 2시간대가 간당간당하다.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는 공식 기록이 2018년 2시간 1분 39초였는데(독일 베를린 마라톤), 비공식적으로는 이미 2019년 1시간 59분 40초를 수립했다고 한다.
참고로 마라톤 코스는 높이 변화가 1km당 1m를 넘지 않는 평지여야 한다는 조건이 국제 육상 연맹에 의해 규정돼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생 동갑내기 마라토너인 황 영조와 이 봉주 이후로 21세기부터는 토종 육상의 명맥이 끊긴 상황이다. 그런데 어째 공교롭게도 옛날 손 기정과 남 승룡도 1912년생 동갑이다.

얼마나 재능이 뛰어나고 거기에다 살인적인 노력이 더해졌으면.. 일제조차도 내키지는 않지만 자국민 대신 조선인을 국대로 선발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이들이 어째 그 어렵고 힘든 마라톤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나란히 따 버렸을까? 너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손 기정은 나름 히틀러를 가까이에서 대면하고 악수도 한 유일한 한국인이다.

* 참고: 단거리 세계 기록

마라톤의 반대편 극단이라 할 수 있는 100미터와 200미터 달리기의 세계 최고 기록은.. 2010년대를 풍미했던 전설적인 육상의 천재.. 자메이카 출신의 ‘우사인 볼트’(1986-)가 수립한 9.58초(2009)와 19.19초(2009)이다.

그럼 남자가 아닌 여자는..?
역시 흑인이지만 국적은 미국 토박이인 ‘플로렌스 조이너’(1959-1998)가 수립한 10.49초(1988)와 21.34초(1988)이다.
이 사람의 100m 신기록은 미국 내부의 올림픽 국대 선발전에서 나왔으며, 200m 신기록은 서울 올림픽에서 나왔다.

먼저 남자 얘기부터 하자면, 우사인 볼트는 뭐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세나 식사나 의상을 별로 튜닝 하지도 않고 설렁설렁 대충 뛰어도 금메달에 신기록이 그냥 제조되어 나왔다. 이건 다른 선수들이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격차가 아니었다.
그래서 이거 약의 힘이 아닌지 수상하다고 심판진이 눈에 불을 켜고 소변 검사 피 검사 별별 검사를 다 했지만.. 우사인 볼트에게서는 그 어떤 흔적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남자쪽과 달리.. 여자 쪽은 비록 공식적으로 약물이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약의 힘이 아니었나 의심을 받고 있다.
일단 기록이 30년이 넘게 깨지지 못했으며, 시간이 무려 서울 올림픽 시절에서 멈춰 있다.

저 선수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정도까지 활동할 법도 했지만 88년을 끝으로 석연찮게 은퇴했으며, 40을 못 넘긴 젊은 나이에 석연찮은 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것도 약물 후유증 때문이 아니었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 때 짙은 화장과 치장을 하고 나온 건 약물로 인한 신체 변화를 감추려는 게 아니었나 싶고.. 그 당시 같이 뛰었던 외국의 경쟁자 선수들은 이 정도면 쟤는 약을 빤 게 틀림없다고 증언했다. 얼굴을 자세히 보면 호르몬의 왜곡으로 인해 수염이 나려는 것까지 감지됐다는데..;;

그런데 우리나라는 서울 올림픽 당시, 남자 육상에서 벤 존슨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복용을 적발해서 크게 한 건 터뜨렸던 반면, 여자 육상 쪽은 별 말 없이 넘어갔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26 08:33 2020/12/2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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