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비행기 수준은 아니지만 지면이나 수면을 약간 떠서 다니는 교통수단이 있다.

1. 지면에서는 자기 부상 열차가 대표적인 예이다. 얘는 분명 육상의 궤도 교통수단이고 차량을 열차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철도의 범주에 드는 물건이 아니다. 당장 차량의 밑에 바퀴가 달려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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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전자기력의 힘으로 아주 미세하게나마(수 cm 남짓) 위로 떠서 달리니 구름 마찰력 따위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조용하고 진동 없고 주행 속도도 더 끌어올릴 수 있다. 198, 90년대의 공상 과학 매체에서 진작부터 미래의 교통수단이라고 주목 받아 왔다.

하지만 기존 철도와 전혀 호환되지 않는 새로운 선로, 그것도 첨단 기술의 집약체여서 건설비도 엄청 많이 깨지는 시설을 수백 km씩 새로 건설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2020년 현재까지도 자기 부상 열차는 장거리 고속 간선이 아니라 단거리 중저속 도시철도 경전철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국내의 경우 대전 엑스포 공원과 인천 공항의 자기 부상 열차가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에는 상하이 시내와 푸동 국제 공항을 잇는 공항 철도가 어째 자기 부상 고속철 형태이다.

다음으로 일본의 츄오 신칸센이 2020년 현재 세계 최초의 유일한 장거리 간선 + 초전도 기반의 자기 부상 열차를 표방하며 건설 중이다. 시속 200km짜리 고속철에 이어 시속 600짜리 자기 부상까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는 것은 놀라운 일이겠지만, 요즘 세계의 경제 시국을 감안하면 저건 경제 대국 일본의 입장에서도 꽤 버거운 과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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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부상 열차의 동력원은 linear motor라고 부르는 선형 전동기이다. 하지만 얘 자체는 부상식이 아닌 철차륜 접지식 철도에도 적용 가능하다. 용인 경전철이 ‘선형 전동기’라는 말을 국내에 거의 처음으로 선보인 사례이다.

요즘 자동차가 휘발유에서 전기 같은 대체 에너지로 조금씩 바뀌고 있다면, 철도는 전철은 진작부터 따 놓은 당상이니, 다음으로 기존 열차의 틀을 깨고 공기 저항이나 구름 마찰력을 차원이 다른 방법으로 극복해서 초고속을 실현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철도가 아음속기의 속도를 따라잡을 때쯤이면 비행기는 초음속기가 다시 실용화되지 않을지?

2. 다음으로 수면에서는.. 위그선과 수중익선, 공기부양정(호버크래프트)이 있다.

(1) 먼저 위그선은 생긴 것부터가 날개가 달린 게 경비행기 내지 헬리콥터.. 어쨌든 비행기를 짬뽕한 것처럼 생겼으며, 수면 위를 수~수십 m 정도 뜰 수 있다. 덕분에 속도도 시속 수백 km에 달하고 매우 빠르다. 배멀미가 없는 것은 덤.. 그 대신 얘는 평범한 배를 운전하는 감과 노하우만으로는 제대로 조종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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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좀 더 발전시켜서 아예 비행정이나 수상기를 만들면 되지 이런 어중간한 물건은 왜 만들까? 위그선은 비행기와의 차이가 무엇일까?
위그선은 아무래도 완전한 비행기보다는 연비가 훨씬 더 좋으며, 조종 난이도도 비행기만치 높지는 않다. 그러면서 비행기의 장점을 바다 위에서 저렴하게 얻을 수 있다. 참고로 위그선은 초저공 비행 중에 날개가 공기를 아래로 누르면서 발생하는 '지면 효과'로부터 생성된 양력을 활용해서 뜬다.

다만, 위그선은 굉장히 빠르게 날아가는 도중에 아래의 파도에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양력 비행이란 건 어떤 형태로든 밀도가 낮은 공기 중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것에 특화돼 있기 때문에 공기보다 훨씬 무거운 물이 기체에 부딪혀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금세 자세가 흐트러지고 속력을 잃고 양력도 잃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나쁜 상황이 발생한다.

위그선은 선박의 경제성과 비행기의 속도를 적당히 절충한 교통수단으로서 나쁘지 않지만.. 전문적인 선박이나 비행기의 틈새를 뚫고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할 만치 획기적으로 뛰어난 물건은 아니어서 그냥 마이너한 특수 목적 교통수단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이걸 타고 굳이 태평양이나 대서양을 건널 필요는 없으니까.. 단지 포항이나 울진에서 울릉도 정도를 갈 때, 인천이나 안산에서 백령도 연평도 정도를 빨리 가고 싶을 때 비싼 헬기를 띄우느니 이런 물건이 가성비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그선은 비행기와 선박 사이의 정체성이 무척 모호한 물건인데,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물론 선박이다. 법적으로 수면 위에서 고도 150m 이하로만 떠 다니는 것들은 다 선박이고 그 이상부터가 비행기라고 한다. 비행기가 이륙을 성공한 것으로 간주되는 최소 높이가 35피트(약 10.7m), 국내에서 사전 신고 없이 경량 드론을 띄울 수 있는 최대 고도가 150m이다가 최근에 최대 300m로 완화됐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기체 반경 600m 이내에 있는 가장 높은 건물의 옥상 높이에서 추가적으로 이 높이까지)

(2) 다음으로 수중익선은 선체 아래에 U자 모양의 둥그런 '날개'가 달렸다. 주행을 시작하면 이게 물 속에서 양력을 받아서 선체를 위로 수 m 남짓 띄운다. 양력을 공기 중에서 얻는 게 아님을 유의할 것. 날개(수중익) 부위는 여전히 물에 잠겨 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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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배도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물은 공기보다 밀도가 워낙 압도적으로 더 높기 때문에 비행기처럼 크게 돌출되지도 않은 저 작은 날개만으로도 그 무거운 선체를 띄울 수 있다고 한다.
수중익선은 모든 부위가 공중에 뜨는 위그선보다야 느리다. 하지만 위그선보다 더 대형화가 가능하고, 같은 출력으로 일반 선박보다 더 빠르고 편안한(= 배멀미 없는) 운항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수중익선은 저렇게 떴을 때는 물이 양력의 매체 역할만 하지 스크루를 돌려서 동력을 전하는 매체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워터제트 엔진을 따로 장착해서 물을 뒤로 뿜어서 나아간다.

(3) 끝으로, 공기부양정은 마치 호치키스처럼 본명보다도 호버크래프트라는 제조사의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얘는 날개가 없고 딱히 항공역학적인 디자인이 아니다. 하체가 공기 쿠션으로 둘러져 있고, 그 공간에다 압축 공기를 불어넣어서 그 공기의 압력으로 뜬다. (양력이 아니라 추력...) 딱 자기 부상 열차가 뜨는 만치만(cm 단위..) 간신히 뜨기 때문에 공중부양(?)을 한다는 느낌이 별로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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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신 얘는 위그선보다야 훨씬 더 크게 만들어서 많은 사람과 짐을 실을 수 있으며, 물 없는 바닥 위에서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다. 일반 선박들은 바닥이 지면과 닿으면 곧바로 긁히고 좌초하는 반면, 얘는 그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중부양정은 험한 지형의 바닷가에 상륙 작전을 펼치는 군사 용도로 매우 적합하다. 물의 저항을 덜 받는 덕분에 일반 선박보다 훨씬 더 빠를 뿐만 아니라, 훨씬 더 내륙 깊숙히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속도는 비행기만치 빠르지는 못해도 승용차 정도는 나온다.

공기부양정은 일반 선박처럼 물에 잠긴 형태의 스크루가 달려 있지 않으며, 옛날 증기선 같은 외륜도 없다. 뒤에 달린 프로펠러가 선체 상부의 공기를 뒤로 내뿜어서 나아간다는 게 특징이다. 물이 아니라 공기를 뒤로 밀어낸다.
사실, 비행기도 프로펠러를 뒤에다 장착해서 추진하고 뜨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하다. 단지, 이륙하면서 기수가 위로 들릴 때 뒤의 프로펠러가 땅에 닿을 위험이 크기 때문에 안 할 뿐...

모든 교통수단은 이것저것 겸용으로 만들면 효율이 매우 떨어지고 생산 비용도 비싸진다. 공기부양정 역시 예외가 아닌지라 일반 선박보다 수송량 대비 매우 비싸고 연비도 낮고 엔진 소리가 시끄럽다. 그렇기 때문에 잠수함처럼 민간이 아닌 군용으로 주로 쓰이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28 08:35 2020/12/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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