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특히 20세기 중반 이전)와 오늘날 사람들의 평균적인 가치관, 윤리관은 서로 적지 않게 달라 보인다.
뭐, 부모에게 효도해야 한다거나 도둑질과 살인이 나쁘다는 것 정도야 예나 지금이나 불변이겠지만,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처럼 어정쩡한 문제.. 예를 들어 사형 제도나 동성애 같은 것은 종교관이 개입하지 않은 상대주의 다원주의만 갖고는 확고한 답이 나오기 어렵다.

과거에는 지금보다 체면, 위신, 위계 질서, 명예를 따지는 성향이 더 컸으며 "안 되면 되게 하라, 이기든가 죽어라" 근성과 의지드립을 더 강조하는 편이었다.
그 반면 오늘날은 그때보다 실리, 인권을 더 따지는 편이다. "이길 수 없으면 살아서 돌아오기라도 해서 후일을 기약하자" 같은 관점이다. 그리고 집단보다 개인의 개성을 훨씬 더 존중해 주게 됐다. 두 관점은 서로 장단점이 있다.

먼저 옛날 얘기부터.. 옛날에는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세상이 전반적으로 지금 같은 인권 의식, 복지, 자비심 넘치는 정신꽈 상담과 체계적인 아동 교육 같은 게 없었다. 진짜 아픈 것과 꾀병 부리는 걸 일일이 분간할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어느 조직에서나 똥군기와 꼰대질, 까라면 까, "지금 이 정도 난관도 못 견디면 밖에 나가서 어떻게 버티려고?", "정신상태 개조엔 몽둥이가 약", 군대식 전체주의 사고방식이 횡행했었다. 학교에서는 뻑하면 연좌제 단체기합이었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시절만큼이나 CCTV와 유전자 감식이 없던 시절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그때 치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황 증거 앞에서 뻑뻑 우기는 질 나쁜 범죄자한테 물과 전기를 동반한 물리 치료까지 해 줘야 했다.

정신병원에 대한 인식은 당연히 지금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었다.
그리고 자살...? "무슨무슨 죄를 속죄합니다.. 책임을 집니다 ㅠㅠ"라든가, 말도 안 되는 누명을 써서 "난 절대 결백합니다! 억울합니다!" 이런 호소라도 동반하는 게 아닌 이상, 단순 처지 비관 자살은 지금보다 훨씬 더 금기시되었고 불명예 치욕적인 짓으로 간주됐었다.

꼭 군대· 경찰이 아니어도 의대나 사법연수원 같은 어디 좁은 바닥 전문직 엘리트 코스라면 뭐 말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물며 군대에다 엘리트 집단을 합쳐 놓은 사관학교에서는.. 전투 중 전사나 사고로 순직도 아니고, 선배들한테 맞아 죽은 생도도 있었다. 맥아더가 당장 19세기 말에 미국 웨스트포인트를 다니던 시절에 비슷한 일이 주변에 있었던 건 유명한 일화이다.

기독교/성경적 세계관이 딱히 존재하지 않던 일본에서는 그게 특유의 사무라이(?)/신토 문화와 결합해서 더 심해지고 이상하게 변질됐다. 그리고 그걸 우리나라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일본은 그래도 전후에 GHQ로부터 참교육 받으면서 군국주의물을 쫙 빼냈지만, 한국은 상황이 반대.. 6· 25 사변을 계기로 오히려 상시 징병제가 시행되었고, 덤으로 군사 정권을 겪으면서 군대 문화가 더 깊게 파고들게 됐다. 국력의 차이가 "군대를 가질 수 없는 나라"와 "군대에 안 가면 안 되는 나라"의 차이를 만든 거나 마찬가지이다.

물론 그런 풍토가 나라 안보를 지키고 고효율 경제 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기적을 만들어 낸 것도 있다. 그리고 옛날 세대도 악마나 짐승이나 괴물이 아니라 지금 우리와 똑같은 사람인 만큼, 그때는 오히려 지금 찾아보기 힘든 정보화· 전산화 이전 시대 특유의 인심이나 유도리, 상도덕(!!)과 명예 규율이 있었다. 일찍부터 철 들어서 어느 환경에서나 적응 잘하고 잘 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즉, 다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겠지만... 하지만 폭력이 지금보다 더 용인되고 남과 다름이 허용되지 않던 시절에 많은 사람들이 상처 받고 골병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가 평소에는 할배나 박통에 대해서 많이 긍정적으로 말하지만, 저런 부작용에 대해서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체적인 평이 긍정적인 이유는 그때는 의식 수준이 다 그랬고 다른 대안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 지옥 같은 여건에서 그래도 전반적으로 선하고 좋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90년대부터 소위 좌파 민주화 바람이라는 게.. 그렇게 너무 경직됐던 옛날 군사 문화를 청산· 완화하고 약한 사람들 인권을 돌보는 것이었으면 나도 계속 지지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20년 겪어 보니 저것들은 역기능이 순기능을 넘어선 지 오래다. 숨겨진 억울한 죽음을 조명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역사를 왜곡하고 아예 아군과 적군에 대한 인식을 뒤바꾼다거나.. 교권을 완전히 박살 낸다거나, 범죄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 인권만 금이야 옥이야 챙긴다거나..

결정적으로 남한의 군사 정권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억압 폭력 비민주적인 이북 동네는 전~혀 비판하지 않고 저놈들도 실컷 퍼주면 착해질 거라고 우기는데, 내가 저런 놈들을 도대체 어떻게 지지해 줄 수 있겠는가? 이건 도저히 좌우 균형 따위로 퉁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체벌이나 사형 제도 같은 검증되고 성경적인 근거까지 있는 필요악을 없애는 실험은 조별 과제 공산주의 실험이 실패하는 것과 동급으로 무조건 실패하게 돼 있다. 인류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과학이고 진리이다.
"난 사형 반대 소신이지만 저놈은 인간도 아닌 짐승이니 상관없다" 이런 말장난 따위 하지 말고, 그냥 인간 사회는 사형 제도 없이는 못 돌아간다고 인정하는 게 옳은 판단이다.

그러니 오늘날의 관점도 마냥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과거의 어떤 문제를 해결한 대신,또 다른 방식으로 하극상과 계층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 기강을 교묘하게 야금야금 무너뜨리는 게 있다. 옛날과 지금을 비교해서 단점을 버리고 장점만 취합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야만· 폭력적인 체벌 없는 학교와 학교폭력 일진 없는 학교를 둘 다 이룰 수 없다면, 나는 후자가 더 우선순위가 높으며 그거라도 제대로 됐으면 좋겠다는 게 변함없는 생각이다.

지금까지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우리나라 기준으로 좀 살펴봤는데, 다음으로는 특별히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당시에 군사력 넘사벽, 정보력 넘사벽, 장병 복지 넘사벽이던 천조국이었다. 세계 최초로 병사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보급해 줄 정도였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허나, 1940년~50년대는 이런 초일류 선진국조차도 각종 인권이나 보건에 대한 관념이 지금과는 굉장히 달랐다는 것을 우리는 몇몇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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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담배..;; "의사들이 선택한 최고의 담배 카멜~!!" (1946년)
"엄마, 말보로 피우면서 기분 좀 푸세용~" (아빠도 아니고 엄마에게~!! ㅠㅠ) 이딴 광고가 버젓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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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50년대까지만 해도, 부모나 선생이 어린아이를 벌 주는 목적으로만 패는 게 아니라.. 그냥 남자가 같은 성인 여성(부인, 여친..!!)을 무릎에다 엎어 놓고 엉덩이를 줘 패기도 했다.;; 그게 평범한 시대상이었기 때문에 각종 영화에도 버젓이 촬영돼 들어갔다. 그래도 도구를 쓰지는 않고 그냥 맨손으로..
남존여비라는 게 동양 유교 문화권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당신은 여전히 부인을 때립니까?" 질문과 함께 "Why you should beat your wife"라는 글을 돈 주고 사서 읽어 보란다. 답이 없다.. -_-;;;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맛이 좋아진다"의 미국판이나 마찬가지이다. 사실은 이런 성차별적인 발언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
다만, 이런 건 가장이 집사람을 훈계하고 바로잡는다는 맥락이지, 술 쳐먹고 깽판 치면서 지 꼴리는 대로 구타하는 걸 말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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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 제도가 필요한가, 학교에서 체벌이 필요한가, 낙태를 합법화하는 게 좋은가" 갖고 논쟁하듯이.. "필요하다면 여성(=부인)을 때려야 하는가?"에 대한 옹호 의견 중 하나가.. "Spanking might help get back some of ... respect they lost." 쉽게 말해 "가장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때릴 필요가 있다"이다. -_-;;;

다시 말하지만 저렇게 옹호 의견을 피력했던 사람은 여혐 싸이코 남성 우월주의자가 아니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고 가정을 책임지는 권위자로서 "부인의 행실이 지나치게 방자하다면 저런 극약 처방을 해서라도 저지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옹호한 것이다.
물론 성경에는 자녀에 대한 체벌만 지지하지, 부인에 대한 스팽킹 같은 건 언급돼 있지 않다.. 오히려 여자는 남자보다 더 약한 그릇인데(골 3:19, 벧전 3:7), 모질게 대하지 말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3) 그리고 끝으로..
저 때까지만 해도 미국은 인종 차별이 여전히 심한 편이었다. 그래서 군대에서도 총 잡고 전투하는 보직에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으며, 기껏해야 취사병 등의 비전투 지원 병과에나 머물렀다. 물론 예외적으로 총 쏘고 전투기 조종한 흑인도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말 그대로 예외적인 경우였다.

그 시절 백악관 같은 관공서의 화장실은 남녀뿐만 아니라 흑백도 따로 구분돼 있을 정도였다.
군대에서 인종 차별은 2차 세계 대전을 계기로 차츰 없어지기 시작해서 70년대 월남전 타이밍 정도는 돼서야 완전히 근절됐다.

Posted by 사무엘

2021/03/05 08:35 2021/03/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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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신세카이 2021/06/07 00:28 # M/D Reply Permalink

    안녕하세요

    과거의 관행들
    명예나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것들은
    그 근본 사상이 집단을 강조하는 것이겠죠
    개인을 집단의 일부로 인식했었고
    그게 어느 정도 맞기도 합니다
    사람이 자기 정체성을 집단으로부터
    국가나 민족으로부터 또는 출신 학교나 소속된 기업에
    투영하는 것인데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보니
    남의 눈에 어떻게 보이는가 즉 명예, 명성, 체면이 중요하기도 하고
    요즘은 개인을 중요시하고 그게 더 좋다고 봅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최민식에게 한 말이 있죠
    "너의 혀가 내 누나를 임신 시켰다니까"
    아무리 개인이 강조되는 세상이어도
    사람은 소문, 평판, 명예를 절대 무시하고 살 수는 없죠

    또 인간의 고유한 심리 중에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고 하죠
    고급 차나 명품 핸드백 같은 거
    물론 그 자체가 훨신 기능과 품질이 우수한 면도 있지만
    남들이 그걸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면 묘한 쾌감을 느끼죠

    주식을 하다보니
    세계 경제 흐름을 파악하고
    어떤 기업이 가진 기술력을 분석하여
    그 기업과 투자자가 같이 성장하는 거
    이게 주식의 참된 존재 목적에 부합하기는 하는데
    사실 누구나 결국은 돈을 벌기 위해서 주식투자를 하는 거고
    내가 싼 값에 산 주식을 남이 비싸게 사주기만 한다면
    나중에 그 기업이 망하고 상장폐지되든 말든 상관없이
    일단 나는 돈을 벌 수 있잖아요
    나의 주식을 남이 더 비싸게 사고 싶은 욕망으로 만들 수만 있으면
    나는 높은 수익을 내고 빠져 나올 수 있는데
    가상화폐나 주식이나 모든 사람이 이런 식으로만 하면
    도박판이나 다를 바가 없겠죠

    20년 초에 신풍제약 주식을 살려다가
    안전자산인 금을 샀었는데
    나중에 보니 신풍 주식이 20배까지 오르더군요 ㅎㅎㅎㅎ
    거품인데 나중에 어떻게 될려나 모르겠네요

    앞으로 한국은 사회주의화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국민의힘당 지지율이 올라가도
    이 거대한 흐름은 피할 수 없어 보이네요
    민주주의는 포퓰리즘으로 쉽게 타락할 수 있는데
    그것을 염려하여 미국 같은 경우는
    대통령도 간선제이고 연방대법원 판사도 종신제로 여러 방어 장치가 있는데 한국은 포퓰리즘에 대한 방어장치가 많이 부족해 보이네요

    국민연금도 이대로는 계속 유지될 수 없고
    인구는 고령화 되는데
    국가의 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사람들 수는 더 늘어날 거 같고
    어쩔 수 없으니 개인의 입장에서
    인플레이션으로 부를 강탈 당하지 않기 위해서
    알아서 잘 대비해야겠죠

    1. 사무엘 2021/06/07 11:07 # M/D Permalink

      지금은 100여 년 전처럼 과학 기술 군사력 키워서 다른 나라를 침략하고 식민지로 만드는 시대가 아니라....;;
      다 공유하고 분업하고 사고 팔면서 자기에게 이익이 되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이고 돈 되는 것만 추구하는 시대가 됐지요.
      그러니 옛날 같은 멸사봉공 집단 전체주의가 아니라 개인주의도 이 정도로 대두될 수 있었을 겁니다.

      나머지 말씀하신 사항들은 저도 모두 공감합니다. 그 주제들은 저보다 더 많이 생각해 보셨고 더 잘 아시는 듯하니 제가 더 첨언하거나 토 달 여지가 없네요. ^^
      우리나라가 인제 와서 무슨 1950년대에 6 25에서 졌을 때 같은 식으로 피바람이 부는 적화· 공산화가 되지는 않겠죠.
      하지만 더 교묘하게 진행되는 좌경화 사회주의화에는 대비해야 합니다. 각자 살 길은 알아서 물색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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