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철도역명 관련 여러 분석

1. 볼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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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장 레인의 표준 규격은..
길이 19.15미터, 폭 1066mm이다.

선수가 투구하는 구역 말고, 도랑이 등장하는 지점과 맨 뒤쪽 핀이 있는 지점 사이의 거리가 19.15m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전철 및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대형 전동차'가 1량의 길이가 19.5m로 정해져 있어서 볼링장 레인보다 근소하게 더 긴 수준이다. 무궁화호 이상의 일반열차는 이보다 더 길어서 20m를 상회하며, 반대로 중형 전동차는 더 짧다.

다음으로 폭은.. 도랑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공이 굴러가는 공간의 폭이 1066mm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신칸센 말고 1067mm짜리 협궤를 사용하는 일본에서 지하철이나 재래선 열차를 볼링장에다 가져오면 바퀴를 양 도랑에다가 딱 맞게 얹을 수 있다.
양쪽 도랑(커터)의 폭을 몽땅 포함시키면 1520~1524mm가 되며, 이는 표준궤를 넘어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궤간과 얼추 비슷해진다.

볼링장에서 공이 굴러가면서 일으키는 잔잔한 진동은 열차가 주행하면서 근처에서 들리고 느껴지는 미세한 진동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볼링장의 여러 레인들은 마치 철도 차량기지에 있는 여러 출입구를 떠올리게 한다.
우리 주변에 철도를 알게 할 만한 것들이 충분히 널려 있다(롬 1:19-20). 그렇기 때문에 사람이 변명할 수 없다.

2.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의 특성

(1) 서쪽의 경의선 방면으로는 공항 철도가, 동쪽의 중앙선 방면으로는 경춘선이 같이 분기해 나가는 형태이다. 분기하는 노선들은 운임 체계가 수도권 전철과 다른 열차가 다닌다는 공통점이 있다. (직통열차, ITX 청춘)

(2) 경의선의 종점은 문산이며 중앙선의 종점은 용문이다. 하지만 양쪽 모두 열차가 매우 드물게 제한적으로 다니는 추가 종착역이 존재한다. 중앙선은 지평이며, 경의선은 민통선 안의 도라산까지 연장 개통 계획이 있다.

(3) 경의선과 중앙선은 모두 일반열차 트래픽 때문에 서울 시내 구간의 선로 용량 제약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둘 다 서울 외곽에 중간 시종착역이 존재했다. 중앙선과 연결되기 전의 경의선은 DMC, 지금도 경춘선은 상봉. DMC-수색과 상봉-망우는 역간 거리가 매우 짧다는 공통점이 있다.

(4) 경의선의 경우, 서울 역 이북으로 신촌을 경유하는 선로가 만들어지면서 이게 오랫동안 경의선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의 용산선 구간이 지하로 내려가면서 다시 경의선 본선으로 바뀌었으며, 신촌 구간은 지선이 됐다.
1시간 1대 서울-신촌-대곡 4량 운행 계통은 마치 영등포-광명 4량 계통과 비슷해 보인다. 훗날 교외선이 어떻게든 전철로 부활한다면 이 열차가 경의-교외-경원 순으로 운행 구간이 그대로 연장되어 의정부나 광운대 정도까지 다니지 싶다.

(5) 경의선은 경부선과 만나는 용산-효창공원과 서울-신촌에 굉장한 급커브가 있다. 기존 건물과 시설을 피해서 아주 힘들게 철도를 건설해야 했기 때문이다. 특히 용산-효창공원의 경우, 짧은 구간에서 지상과 지하도 오르내리기 때문에 경사도 강원도 산악철도처럼 거의 법적 한계에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6) 하긴, 용산에서 이촌 쪽으로 진입하는 구간도 원래 급커브에다가 절연 구간까지 있어서 만만찮게 열악했다. 무슨 기술로 극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절연 구간이 없어진 게 한 2017년쯤부터였지 싶다.

3. '역'이라는 글자로 시작하는 전철역

우리나라의 지하철역 중에는 이름이 '역'으로 시작하는 것이 있다.
수도권 전철의 경우 역곡(1호선 경인선), 역삼(서울 2호선), 역촌(서울 6호선) 이렇게 세 개인데, 소속된 노선이 모두 다르고 위치도 각각 부천, 강남, 은평구로 흩어져 있다.
하지만 저 역명들은 모두 인근의 행정구역(동)의 명칭에서 유래되었으며, 첫 글자인 '역'은 한자가 정거장/정류소를 뜻하는 驛으로 동일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동차가 없던 조선 시대에 서양처럼 말이 끄는 대중교통 마차 정거장이 있었던 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철도역의 의미로 쓰고 있는 驛이라는 글자 내지 단어(역참)는.. 전근대 시대에 높으신 분이 말 타고 지방으로 출장을 가거나 어명 같은 소식을 급히 전하러 이동할 때, 지친 말과 쌩쌩한 말을 교환하는 일종의 보급소였다.

'파발', '파발꾼', '파발마' 같은 말을 들어 보셨을 것이다. 성경에도 post라는 이름으로 등장한다. 특히 에스더기에 왕의 명령을 전하는 파발꾼이 말 타고 전국 방방곡곡으로 흘어지는 모습이 유난히도 생생하게 묘사된다. (에 3:13, 15 등)
뭐, 역참까지 나오지는 않지만 그런 파발꾼이 중간에 들르던 보급고가 바로 역참이다.

그리고 驛이라는 글자로 시작하는 지명은.. 과거에 여기 일대에 역참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교통· 이동과 관계 있는 한자이지만 부수가 車가 아닌 馬인 것을 주목하자. 하긴, 옛날에 車는 '싣는 수레'라는 심상이 더 강했지, 스스로 움직인다는 심상은 馬보다 약했다.
한편, 서울 지하철 3호선의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구파발은 '역' 대신 '파발'이라는 말을 집어넣어서 동일한 어원을 나타내고 있다.

옛날에는 파발꾼이 말 타고 장거리를 쉴 새 없이 달리는 모습이 신기한 한편으로 불안하고 부정적으로 여겨지기라도 했는지.. '역마살이 꼈다'라는 관용구는 그다지 좋은 뜻이 아니다.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지내지 못하고 늘 분주하게 떠돌아다니며 사는 액운)
조선이 도로가 별로 발달하지 않은(못한) 것도 이런 정서 배경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는데.. 한때 역참을 가리키던 한자가 나중에는 철도역을 가리키는 한자로 바뀌었다는(확장?) 것이 신기하다.
역명 속에 또 들어있는 驛은 철도역에서 유래된 글자가 아니라는 점을 알 필요가 있겠다.

4. 새로 생기는 역들의 이름

(1) 가끔은 철도 노선이 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두 철도역 사이에 새로운 역이 추가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서울 지하철에서는 1호선 동묘앞(동대문과 신설동 사이)과 2호선 용두(신답과 신설동 사이)가 대표적이며, 수도권 광역전철에서는 분당선 이매(야탑과 서현 사이)가 있다. 이들은 다 2004~05년이라는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지하역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대전 지하철 오룡과 용문 사이에 용두라는 역이 추가될 예정이라 한다. 두 역은 유등천을 끼고 있어서 역간거리가 1.5km 정도로 약간 긴 편인데, 그 사이에 역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서울과 대전 모두 지하에 추가되는 역이 용두동에 있어서 이름도 용두라니.. 매우 흥미롭다. 게다가 서울 2호선과 대전 1호선은 노선색도 초록색 계열로 비슷하다.

(2) 지난 2010년 1월, 서울 지하철 3호선 수서-오금 연장과 비슷한 시기에 수도권 전철 1호선에서는 군포와 의왕 사이에 ‘당정’이라는 역이 추가됐다.
그런데 그로부터 11년 정도 지난 지금은 그 1호선의 장항선 구간인 아산과 배방 사이에 ‘탕정’이라는 역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름이 참 절묘하지 않은지?

게다가 옆으로 배방과 온양온천 사이에는 ‘풍기’라는 역을 추가로 만들려는 계획이 잡혀 있다. 양평(5호선)에 이어 중앙선의 역과 이름이 겹치는 전철역이 하나 더 생기게 되겠다.

5. 기타

(1) ‘캐나다’라는 나라를 우리나라 수도권 전철에다가 투영시켜 보면 개인적으로 일산선이 떠오른다. 붉은색 계열(노선색 주황, 붉은 단풍), 미국보다 북쪽 위치인 것(서울보다 북쪽), 영연방 국가이지만 우측통행인 것(코레일 구간이지만 우측통행), 뭔가 전원적인 분위기.. 이런 것들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ㄲㄲㄲ

(2) 구워 먹는 육상 동물 고기(소, 돼지)는 디젤 차량 같고, 날로 먹는 생선회는 전기 차량 같다. 그리고 바닷물고기는 교류 차량, 민물고기는 직류 차량, 연어는 직-교류 겸용 전동차처럼 느껴진다.

(3) 국도 6호선을 타고 양평으로 가는 길목에는 '아세아 연합 신학 대학교'라는 초교파 복음주의 성향의 신학교가 있다.
그런데 이 학교에서 제일 가까운 전철역이 경의중앙선 '아신' 역이라니.. 매우 공교롭게도 학교명의 이니셜처럼 들린다. 역명은 학교와 아무 상관 없이 그냥 양평군 아신리라는 지명에서 유래됐을 뿐인데..

학교가 있는 곳은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고 주변 자연의 정취가 죽여준다. 애초에 온통 상수원 보호 구역이니까.. 그 대신 통학하기 불편하고, 일명 2호선 대학교들처럼 도시 문명과 어우러진 캠퍼스 생활을 할 수 없는 건 감수해야 한다.;;

(4) 끝으로.. 이야, 수도권 전철 전체를 통틀어 낚시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던 신길온천역이 올해 초에 드디어 '능길'이라고 이름이 바뀌었다니 참 감개무량하다. 이제 "우리 역 주변엔 온천 시설이 없습니다 -- 신길온천역장" 이렇게 써 붙여 놓지 않아도 되겠군.

Posted by 사무엘

2021/03/22 08:33 2021/03/2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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