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큰, 참교육, 유튜브 등의 생각

1.
요 몇 달 전엔 네이버 웹툰 참교육을 재미있고 봤다.
주인공인 나 화진은 <아저씨>의 차 태식하고 묘하게 비슷한 점이 많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인간흉기 급의 무공을 보유하고 있고,
중국서 조폭 영화 좀 본 듯이 늘 검정색으로 빼입고 다니고.. 머리도 장발.
그리고 아내를 모종의 이유로 인해 잃은 상태임.

"전당포 털 거면 번지수 잘못 찾았어. / 틀렸어. 넌 지금 그 애들한테 사과를 했어야 해."랑
"이제야 번지수 제대로 찾았군. 사죄란 너를 패는 사람이 아니라 네가 팬 사람에게 하는 거다!"
이 대사도 묘하게 닮은 쌍이다.
오.. 전자의 말 두 마디는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인데, 그래도 둘 다 동일 인물에게 한 말임! (종석)

나중에는 주인공의 후임으로 임 한림이라는 여군 후배까지 등장하는데, 얘는 현실의 은하캠핑이나 깡레이더 같은 캐릭터이려나;;;
그래도 교권보호국 정도면.. 일본처럼 아예 배틀로얄-_-을 만든 것보다는 그나마 더 현실적인 설정인 것 같다. (가까운 미래, 공교육이 완전 개판이 되고 학폭 때문에 순직하는 교사가 속출할 지경)

2.
테이큰과 아저씨의 제일 결정적인 차이는?

패트리스: It doesn't matter what we call you... what does matter is what you're doing here.
브라이언: The last girl.. I'm her father.
패트리스 상클레어: Oh my..
브라이언: Give her to me.
패트리스 상클레어: I wish I could, honestly. I'm a father myself... but let me tell you Mr. Whoever-you-are...
(* 친아빠라잖아.. 갑분싸해지고 납득이 됨)

만석: 왔냐...? 너 정체가 뭐냐? 그 꼬마가 뭐라고 여기까지 온 거야?
태식: 옆집 아저씨.
만석: (풉..) 옆집 아저씨..? 너 도라이 정신병자지? .. 종석이 어딨어?
(* 전혀 납득되지 않음.. ㅡ,.ㅡ;; )

트로포야라는 도시는 영화 테이큰이 아니었으면 알바니아에 살지 않는 외국인들이 접할 일이 전혀 없을 듣보잡 지역일 텐데.. 재미있게도 지난 2020년 1월엔 I love Tropoja라는 영화가 만들어져 나왔는가 보다.
그냥 알바니아 자국 영화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하지 않았고 알려지지도 않았다.

3.
개인적으로 구글로 웹툰 ‘참교육’을 검색해서 보고 나서는 “아 맞다, 편의점 샛별이 드라마에서도 김유정이 일진들 신나게 줘패는 장면이 있었지? 그것도 다시 보고 싶네..” 생각을 했다.
그랬는데 유튜브를 들어갔더니 첫 화면에.. 편의점 샛별이에서 김 유정이 일진들 줘패는 장면 모음이 AI 추천으로 곧바로 나왔다. 내가 검색을 하지도 않았는데.. ㄷㄷㄷㄷ

물론 내가 이전에 편의점 샛별이 주요 장면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본 적은 있었다.
배경에 등장하는 어느 전철역이 경인선 도원 역이라는 것도 알아냈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오래된 일이기 때문에 요즘은 내 계정 기준으로 유튜브 첫 화면 첫 페이지에 편의점 샛별이가 바로 뜨지는 않고 있었다. 그랬는데 갑자기 결과가 잠깐 바뀌었다.

4.
그리고 올해 초에 본인은 모 SNS에서.. 우파 진영에서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사람들 좀 반성하고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요지로 댓글을 달았다.
도대체 누가 무슨 근거로 교황이 체포됐네, 트럼프와 펜스가 합작해서 바이든을 몰아내고 부정선거를 폭로할 거라네 하는 소리를 퍼뜨려 왔나 모르겠다. 수 년 전엔 뭉괴뢰의 법적 임기는 레카의 잔여 임기까지가 전부라는 말을 대놓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악성 문슬람 대깨문이나 광우뻥 네월호 선동꾼만치 악하고 해로운 사람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희망사항 자기 신념이랑 현실은 좀 구분합시당..)
그래서 나는.. 저런 거 퍼뜨리는 사람은 정체가 무엇이고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고 저러는지.. 마치 “외국에서 페북으로 군인 사칭하면서 페친 신청하고 메시지 보내는 사기꾼”만큼이나 정체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말이다..

유튜브에 접속했더니 “sns에서 메시지를 보내는 외국인들 왜 그러는 걸까?”(진 용진)라는 동영상이 첫 화면에 갑툭튀해 있는 게 아닌가~!

5.
그 뿐만이 아니다.
하루는 특이한 저예산 옛날 영화가 문득 떠올라서 devil 2010이라고만 검색을 한번 했었는데..
그 다음에 유튜브 첫 화면에 "화씨 247"의 평론 동영상이 딱 자동 추천되기까지 했다.

devil은 엘리베이터에 사람들이 갇히는 내용이고, 화씨 247은 섭씨 120도짜리 사우나 안에 사람들이 갇히는 내용이다.
자매품으로 관짝 안에 산 채로 갇히는 베리드, 뚜껑 닫힌 수영장 안에 갇히는 12피트.. 이런 영화도 있으며, 수 년 전엔 이 블로그에서도 이런 영화들만 소개하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국산 영화 "악마를 보았다"도 2010년작이고 영어 제목이 I saw the devil이다.
그러니 잔머리 좀 굴리는 검색엔진이라면 차라리 저걸 더 관련성 높은 검색결과로 제안했을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는 그걸 제치고, 유사한 감금 장르 영화를 끄집어내는 지능을 발휘하여 내 취향을 더 정확하게 저격한 것이다.

처음이면 그냥 우연인데 이런 일이 두 번 세 번 반복되면 정말..
구글이고 유튜브고 페북이고 뭐고 네티즌들이 무료 서비스를 통해 검색으로 입력한 것, 글쓴 것들을 몽~~~땅~~ 수집하고 데이터화하고 수치로 모델링해서 내 마음과 행동 패턴을.. 무슨 마법이 아니라 수식 계산만으로 얼추 읽어내고 있는 게 틀림없다.

자기 검색 서비스를 몽땅 공짜로 제공하는 대신, 전세계에서 무료로 수집된 천문학적인 양의 검색어들을 갖고 뭔가 수치화할 수 있는 의미, 트렌드 같은 건 뼛속 골수까지 다 끄집어낸 셈이다. 꼭 반도체나 자동차 엔진 만드는 회사만 지하실에서 외계인을 고문하는 게 아니다.;;

1980년대에 컴맹들이 컴퓨터에 대해 가졌던 공포와 우려는..
구글과 유튜브가 무슨 금수저들이 매달 500$씩 내고 이용하는 독점 점유물이 되고 사람들 이마빡에다가 666 반도체 칩을 새겨 넣는 게 아니라, 바로 저렇게 훨씬 더 친근하고 편리하고 상업적인 형태로 더 교묘하게 실현되지 싶다.

종말론자들이 설레발 오지랖 부린 것도 있었지만, 큰 그림은 그렇게 심하게 틀리지 않았다는 것..;;
지구를 지켜라 영화에서 그 사장이 진짜 외계인이 맞긴 했던 것처럼 말이다.. ㄷㄷㄷㄷ 으잉?? (정말 시대를 앞서갔던 창의적인 문제작이었음)

Posted by 사무엘

2021/09/17 19:35 2021/09/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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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ㅇㅇ 2021/09/18 20:48 # M/D Reply Permalink

    방명록에 글을 쓰려는데 왜 자꾸 차단되었다고 뜨죠?ㅠㅠ 일단 여기다 올려봅니다 대우자동차 보존연구소라는곳이 있어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버스박물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삼분카레(이종원)님처럼 이분도 대우차, 더 나아가 대우라는 브랜드 자체가 잊혀지는게 안타까워서 연구소 설립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금 지엠에서는 대우의 흔적을 지우려고만 하지 보존하려는 모습은 없죠...현대기아도 자기네들 올드카를 재조명하고있는데 말입니다 http://daewoomotor.quv.kr/ 이건 연구소 홈페이지이고 혹시 인스타 쓰신다면 dm 보내보세요 친절하게 답변 해주십니다ㅎㅎ 사이트 밑쪽에 sns 링크가 있으니 참고하시구요 그리고 https://www.youtube.com/watch?v=0gYHtMOm1yY https://www.youtube.com/watch?v=20WRNJ1lrdw https://www.youtube.com/watch?v=xMU3Tfe86U4 https://www.youtube.com/watch?v=_7CA7h13D5M 이 새마을/무궁화 안내방송에서 나오는 이 ktx 홍보영상...대체 언제 나온걸까요 아무리 검색해도 제목 자체를 모르니 알수가 없고... 그렇다고 코레일이 유투브에 올려놓은것도 아니고...(하긴 2004년 개통홍보영상도 없으니...ㅠㅠ) 정말 이 홍보영상의 정체를 꼭 알고싶습니다ㅠㅠ 디씨 모노레일 갤(철갤이 막장화되 여기로 이주함)에 물어봐도 아무도 모르는지 답이 없고...ㅠㅠ 그리고 올 1월에 운행을 개시한 중앙선 ktx와 이음 차량에 대한것과 24년 교외선 재 운행에 관련한것도 올려주셧으면 좋겟어요!

    그리고 용묵님이 좋아하는 연예인은 누구인가요? 궁금합니다ㅎㅎ

    1. 사무엘 2021/09/18 21:42 # M/D Permalink

      음.. 광고글 차단 알고리즘이 오동작했군요. 아마 URL 링크가 좀 많이 들어간 게 판정에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여러 고견을 남겨 주신 분께 불편을 끼쳐 죄송합니다.
      방명록에 처음 올리신 글을 살려 뒀구요, 답변도 거기에다 드리겠습니다. ^^

    2. ㅇㅇ 2021/09/19 14:26 # M/D Permalink

      음...그렇다면 블로그를 네이버나 티스토리로 옮기는건 어떤가요? 혹시 아무나 댓글이나 방명록을 남기게 하고싶다면 티스토리는 모르겠는데 네이버는 비로그인 사용자도 쓸수있게 설정할수 있습니다 솔직히 저 알고리즘에 걸려서 못다는게 불편합니다...ㅠㅠ 옮기는것도 고려해보셨으면 좋겟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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