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과학사 에피소드

※ 세균의 발견, 비타민의 발견

1. 19세기는 인류가 미생물과 세균을 막 발견하고, 생물의 자연발생설을 완전히 떠나 보낸 시기였다.
독일에서는 로베르트 코흐가 1880년대에 탄저병, 결핵, 콜레라의 원인균을 최초로 발견해 냈는데, 같은 나라의 '막스 폰 페텐코퍼'라는 과학자는.. 위생학의 거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균설을 믿지 않았다. 더러운 물을 덮어놓고 마셔서 생물학적 세균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해로운 독 때문에 탈이 나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게 아니면 유전병 또는 영양 결핍 따위..

그는 자기 주장을 입증해 보이겠다면서 콜레라 세균을 일부러 잔뜩 모아 놓은 맑은(?) 물을 공개적으로 원샷까지 했다.. =_=;; 그랬는데 그는 며칠(3~4일-_-) 설사만 약간 좀 하더니 멀쩡하게 나았다. 선천적으로 위장이 튼튼하고 면역력이 강했던가 보다.

그는 기고만장해서 자기 제자(루돌프 에머리히)한테까지 그 물을 먹였다. 불쌍한 그 제자는 죽을병을 끙끙 앓다가 간신히 살아났다.;;
그래도 페텐코퍼 아재는 죽을 때까지 자기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더러운 물 때문에 콜레라가 창궐한다는 것까지는 맞았다. 단지 더러운 물에 병균이 산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 뿐...

2. 그 다음으로 20세기에는 인류는 세균에 이어 비타민과 바이러스라는 것까지 발견해 냈다.
일본에서는 '모리 오가이'라고 문과 배경에다가 의학· 생리학을 두루 섭렵하여 일본군 육군 군의관을 역임한 꽤 똑똑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군대에서 비타민 B의 결핍으로 인해 발생하는 각기병까지도 세균성 질환이라는 견해를 고집했다. 그래서 예방을 위해 식단 개선이 아니라 그저 근성으로 내무반 위생 검열만 빡세게 시켰다.

이 때문에 러일 전쟁 때 통계에 따르면 육군에서만 25만 명이나 되는 각기병 환자가 발생했으며, 이 중 약 2만 8천여 명이 사망했다. 이 환자 및 사망자는 거의 다 육군이었다. 오히려 식단이 더 열악했을 해군이 경험적으로 잡곡밥 처방을 하고 있어서 각기병 환자가 별로 없었다.
인품이 훌륭하고 자기 선에서의 능력도 뛰어났지만 실책으로 많은 병사들을 죽이는 흑역사를 남겼다는 점에서는 노기 마레스케 장군과도 비슷해 보인다. 이 사람도 죽을 때까지 비타민 B 결핍증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 파리와 구더기가 같은 종의 생물이라는 걸 모르고, 반드시 흐르는 물에 손을 씻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던 시절, 무작정 피를 빼내기만 하다가 생사람 잡던 시절부터 시작해서 인류의 위생 보건 지식과 노하우는 비약적으로 발전해 왔다.;;

물리학에서는 19세기 말에 X선, 방사선 따위가 발견되고 양자역학이 태동하기 시작한 반면, 생물학은 비슷한 시기에 미생물과 세균의 존재가 연구되기 시작했으며 저명한 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 저런 논쟁이 오갔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바이러스도 아니고 세균은 양성자 중성자보다는 덩치가 훨씬 더 큰 놈일 텐데.. 그만치 생물은 무생물보다 연구하기 더 어렵고 까다롭기 때문일 것이다.

※ 지구의 나이, 우주의 나이

1. 미국의 클레어 패터슨이라는 과학자는 납 농도만 죽어라고 측정하다가 지구의 나이 대략 45.5억 년을 계산해 내는 업적을 남겼다. 이게 1940년대 말의 일이며, 그 이후로 지질학· 천문학에서 몇억, 몇천만 년 전 이러는 것들은(Before Present) 편의상 1950년 1월 1일로부터 그만치 전이라는 뜻으로 관행이 정착됐다. 컴퓨터의 유닉스 원년인 1970년 1월 1일보다 정확하게 20년 더 전이다.

이 사람은 실험 중에 다른 모든 변인을 통제했는데도 납 농도 측정이 정확하게 안 되고 뒤죽박죽인 이유를 캐다가.. 자동차 배기가스 때문에 공기 중의 납 농도가 미세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걸 덤으로 알아내기도 했다.

납이야 인체에 매우 해로운 중금속이니.. 이 사람 덕분에 1970년대 이후부터 무연 휘발유가 따로 개발되게 되었다. 그 미세한 변화를 어떻게 감지하고 인과관계까지 파악한 걸까?
자외선(오존층 파괴), 이산화탄소만큼이나 나름 지구를 구한 셈이다.

2. 1964년, 벨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연구원 둘(윌슨과 펜지어스)은 인공위성으로부터 신호를 받아야 하는데 사방팔방에서 감지되는 정체 모를 미세한 잡음 때문에 무진장 고생하고 있었다. 안테나를 아무리 닦고 광 내도 잡음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잡음의 정체는 우주를 균일하게 가득 채우고 있는 아주 미약 미세한 열복사 전자기파였다. 지구의 운동, 계절 따위와 무관하게 모든 방향에서 거의 같은 세기로 도달했다. 즉, 얘는 태양계 바깥에서 온 놈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우주의 기원과 관련하여 대폭발설, 일명 빅뱅 이론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인정받았다. 우주는 첫 시작이 있고 대폭발이 일어난 뒤 지금까지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대폭발이 있었던 시점은 약 133억 년 전으로 여겨진다.

중세 때 천동설과 지동설이 대립했다면, 근현대의 천문학계에서는 정상우주설과 빅뱅이 대립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랬는데 이런 상상을 초월하는 관측 덕분에 결과는 빅뱅의 KO승.. 이게 얼마나 대단한 발견이었으면, 저 두 사람은 지구를 구한 클레어 패터슨도 못 받은 노벨 상을 받았다.

* 납과 전파 잡음. 지구와 우주에서 십억 년을 넘는 연대기를 측정하는 실험엔 실험을 방해하던 외부 요인과 뭔가 ‘우연’이 있었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1/09/20 08:35 2021/09/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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