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우한 폐렴 방역이 풀리고 일상이 사실상 다 회복된 것 같다. 버스· 지하철을 탈 때 귀찮은 마스크를 챙기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한지..? 요즘은 외국 여행 떠나는 비행기 표도 없어서 못 구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내년의 프랑스 파리 올림픽은 정상적으로 치러질 수 있을 것 같다. 하필 도쿄 하계와 베이징 동계 올림픽 때만 타이밍이 더러워서 관중을 못 받아들이고 제대로 쪽박을 찼다. =_=;;
본인은 근로자의 날을 낀 지난번 연휴 때 서울 근교의 성남-광주-양평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자연을 즐겼다. 완전히 새로운 곳을 찾아간 건 아니고 수 년 전(거의 4~5년쯤??)에 등산이나 다른 여행을 통해 찔끔찔끔 개척했던 곳들을 한데 몰아서 답사했다. 이때 마침 봄비가 내리고 있어서 옛날과는 사뭇 다른 경치가 펼쳐졌으며, 여행이 더욱 즐거워졌다.
처음에는 분당이나 경부 고속도로 서쪽의 오지를 생각했지만, 최종적으로는 거기보다 더 동쪽으로 가게 됐다.
남한산성은 여행 경로에서 아주 가까이 있는 장소이긴 하지만, 이번 여행 때 들르지 않았다. 거기 근처와 주변만 돌아다녔다.
1. 성남 사기막골 공원
첫 목적지는 여기였다. 직장에서 퇴근한 뒤에 곧장 여행을 시작했기 때문에 여기엔 깜깜한 밤에 도착했다.
사기막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장독대가 많이 전시돼 있고, 사기그릇 굽는 가마를 재현해 놓은 모형도 있었다. 자그마한 민속촌 한옥 마을 같은 느낌이다.
여기는 기대 이상으로 아주 대박이었다.
비 내리는 밤이다 보니 이 넓고 황량한 공원에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고, 주차 걱정 없이 차를 공원 안까지 몰고 들어갈 수도 있었다.
그리고 곳곳에 정자가 있어서 이렇게 혼자 비를 피하며 유흥을 즐길 수 있었다. 무료 와이파이도 아주 빵빵하게 잘 터졌다.
주변에 다른 풀밭과 공터도 많았지만 이때는 정자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서 3시간 정도 머물고 잠깐 눈도 붙였다가 다음 목적지로 이동했다.
2. 이배재 고개 정상
서쪽의 의왕-성남 사이에 하오 고개가 있다면, 동쪽의 성남-광주 사이에는 이 고갯길이 있다.
한때는 이배재 고개의 정상에 시내버스 정류장도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요 몇 년 전에 근처에 산을 곧게 관통하는 터널이 뚫렸기 때문에 현재는 대중교통이 사라졌으며, 여기를 이런 험한 산길로 일부러 다니는 차가 거의 없다. 그러니 여기도 혼자 캠핑을 하기에 환상적인 곳이었다.
이 당시에 비는 그치는 듯하면서도 그치지 않고 꾸준히 많이 내렸다. 특히 여기 있는 동안에 비의 출력이 가장 강했다.
벤치와 평상이 있긴 했지만 천장이 있지는 않아서 아쉬웠다.
평상 위에다 텐트를 쳐 봤는데 바닥이 아니라 텐트의 입구에서 빗물이 많이 새어 들어와서 오래 있지는 못했다.
차 안에서 한숨 자다가 아침을 맞이했다. 간밤에는 자연을 즐기면서 밤을 다 새우다시피했다.
3. 팔당 물안개 공원
그 뒤 진짜 관광은 광주시에 시작됐다. 경안천을 건너서 퇴촌면· 남종면의 '광주섬'에 오랜만에 들어갔다.
비 내리는 아침에 팔당 물안개 공원의 풍경은 그야말로 화선지에 그려진 수묵화처럼 운치 있고 아름다웠다.
공원은 정말 넓고 조용하고 적막했다. 천장과 탁자가 있는 벤치가 있어서 거기서 비를 피하면서 컴퓨터 작업도 했다.
4km가 넘게 걸으면서 공원 전체를 한 바퀴 돌았다. 시간이 흐르자 나 말고도 이 날씨에도 여길 찾아와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더 눈에 띄기 시작했다.
광주 남종면은 서울에서 가기가 몹시 힘들지만.. 간 만큼의 경치 풍경 보상이 있었다.
물안개 공원을 나와서는 강 따라 광주섬을 쭉 돌았다. 여기도 몇 년 만에 오지만 지리가 별로 낯설지 않았다. 좁고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산길 운전이 나름 재미있었다.
팔당호 주변은 그 이름도 유명한 상수원 보호 구역이다. 언어유희를 하자면 수도권의 수돗물을 책임지는 곳이다. 그래서 여기는 하천법이 아니라 수도법이 적용되는 극악의 개발 제한 구역이다.
글쎄, 군사 시설 보호 구역이라는 것도 있고 대도시 외곽의 단순 그린벨트도 있고, 경주 시내엔 문화재 보호 때문에 개발 제한이 걸려 있기도 하다. 하지만 상수원 보호에는 이들과 급을 달리하는 정말 어마어마한 규제가 걸린댄다.
그러니 상업 시설이 전혀 없고 주택이나 농산물 직판장밖에 없었다. 그나마 딱 하나 '갤러리 추광'이라는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서 잠시 쉬면서 폰과 노트북을 잔뜩 충전했다. 사막을 횡단하다가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았다.
카페 주인과 잠시 말을 섞었는데.. 여기에 카페를 정말 힘들게 어렵게 간신히 허가 받아서 만들었다고 하더라. 수질오염과 아무 관계도 없는 별 희한한 규제 때문에 여기 주민들은 세차도 마음대로 못 하고 집 앞 문짝도 마음대로 못 단다고..
이제 여기도 엄연히 하수도 인프라가 깔려서 분뇨나 생활 하수가 팔당호로 흘러들지도 않는데 법이 도대체 언제적 기준으로 만들어진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을 했다.
광주 이 동네는 한강뿐만 아니라 경안천도 팔당호와 합류하는 하류 구간이 상수원 보호 구역이다. 그래서 광주섬이 만년 미개발 오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쪼기 남양주 조안면과 양평 양수리는 똑같이 팔당호 주변이고 거리도 가까운데.. 남양주는 완전 시골 자연 오지인 반면, 양평 쪼기는 카페가 넘쳐나는 관광지인 것 같다.
그리고 남양주는 한강이나 팔당호하고는 아무 관계 없는 첩첩산중까지 상수원 보호가 너무 넓게 묶여 있는 것 같다.
이런 저런 부동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비는 오전 내내 내리다가 오후 2시쯤부터 완전히 그치고 하늘이 맑아졌다. 지금까지 봄 가뭄이 심했는데 이거 나름 고마운 단비인 것 같았다.
4. 엄미리 계곡 마을
여기도 지금까지 두어 번 정도 들른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캠핑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전에 여기서 오후 시간을 보내면서 쉬었으며, 저녁을 먹고 찻집에 들러서 폰과 노트북도 충전했다.
역시 비가 내리고 나니 엄미천엔 물이 콸콸 잘 흐르고 있었다. 여기는 경치가 특별한 건 없으니 사진을 많이 남기지 않았다.
밤에는 얇은 점퍼와 침낭만으로 버티기에는 좀 추워서 역시 텐트 대신 차에 들어가서 잤다.
5. 양평 양수리 - 서종면
지금까지 한강 이남을 돌아다녔으니 이튿날 아침에는 당일치기로 한강 이북을 탐방했다.
하남 IC - 팔당대교 이후 국도 6의 구도로(다산로)를 타고 남양주 조안면과 양평 양수리를 찍었다.
그 뒤 북한강의 동쪽 북한강로(지방도 352)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다가 서종 IC에서 고속도로 60을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돌아올 때는 구리 시내를 찍고 강변북로를 이용했다.
이때는 날씨가 아주 맑아서 며칠 전과 아주 대조적이었다. 사진은 생략한다.
이렇게 좀 달리고 나니까 좀 살 것 같다. ㄲㄲㄲㄲㄲㄲ 팔당 물안개 공원 말고는 사진이 많지 않으니 글도 둘로 나누지 않고 그냥 하나에다 몰아서 작성했다.
오는 현충일과 7~8월 여름에는 더 멀리 강원도 전방이나 동해안 바닷가에 또 갈 계획이다. 지난 우한 폐렴 시국 동안에는 이런 장거리 여행을 못 했기 때문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