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격세지감

요즘은 컴퓨팅 환경에서 웹과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지다 보니..
맨날 컴퓨터를 끼고 살면서도 통상적인 드라이브 - 디렉터리 - 파일이라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고 그런다. 내 컴 하드의 Program Files 디렉터리 밑에다가 프로그램을 복사해 넣는다는 개념을 알지 못한다.

요즘 꼬마들이 전화기 픽토그램(☎)을 보고 이게 뭔지 이해를 못 한다거나, 플로피디스크를 보고는 저장 아이콘 3D 프린팅이라고 생각한다는데.. 그건 약과다.
얼라들이 아니라 이공계 석박사급 대학원생조차 그런 경우가 있다고 말이다. 물론 전공이 컴공이 아니고, 그저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모를 뿐이다. 머리는 다 갖춰져 있으니 조금 가르쳐 주면 금세 깨우친다.

지난 1980년대부터 컴퓨터라는 게 그저 정부 기관과 기업, 연구소에서나 사용하는 비싸고 귀한 물건에 머물지 않고, 개인별로 구비 가능한 업무 도구 내지 장난감 수준으로 대중화됐다.
8비트 시절엔 얘는 그냥 베이식 프로그래밍 환경 아니면 혼자 하는 게임기였다. 그러다가 16비트 시절엔 게임에 덧붙여 워드(아래아한글) 내지 PC 통신 단말기가 됐다.

이제는 인터넷 단말기 내지 온라인 게임기로 변모한 것 같다. 그 역할도 단순히 유튜브 보거나 음악 듣고 위키 읽고 은행 돈거래 하는 정도는 폰이 흡수해 버렸고, PC는 복잡한 키 조작이 필요한 업무나 게임 전담이다.
이런 와중에 파일 시스템이라는 걸 모르고 정보 저장 매체 실물이란 걸 모르는 세대도 등장했다는 게 참 흥미롭다. ㄲㄲㄲㄲ

2. 스마트폰이 PC와 다른 점

  • 노트북 PC보다 더 고도화된 첨단 배터리, 디스플레이, CPU 기술이 모두 융합한 덕분에야 탄생한 물건이다.
  •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켜져 있고 사용자가 늘 갖고 다닌다. 카카오톡 메신저에 PC용 메신저처럼 이 사용자는 "오프라인, 바쁨, 부재" 이렇게 상태를 표시하는 기능이 없다는 걸 생각해 보자.
  • 냉각팬이 없다. PC와 완전 동급의 범용적인 컴퓨팅은 못 한다. 이 때문에 동영상 같은 것도 하드웨어 차원에서 특화된 전용 포맷만을 원활하게 재생할 수 있다.
  • 마우스 포인터 hovering이라는 인터페이스가 없다. PC에서는 아주 흔한 툴팁이라는 UI 요소가 있을 수 없다.
  • 프린터나 유선 랜과의 접점이 없다. 하물며 물리적인 보조 기억장치와는 더욱..
  • USIM이라고 붙박이 사용자 정보가 있다. 이거 덕분에 사용자 인증 절차가 PC에 비해 더 단순해질 수 있고, 모바일 뱅킹이 PC 인터넷 뱅킹보다는 덜 번거롭다.
  • 프로그래밍 세계가 PC보다는 지저분한 레거시가 훨씬 없고 깔끔하다. 8비트/16비트 같은 건 경험한 적 없다. 그건 모바일이 아니라 아예 임베디드겠지.

3. 무선 인터넷의 통신 모드 전환

요즘 전화기로 인터넷을 할 때는.. 와이파이를 쏴 주는 친숙한 장소에서는 그 와이파이에 붙어서 교신을 하고, 그렇지 않은 임의의 장소에서는 자기가 가입한 요금제대로 데이터를 까서 교신을 하는 게 보통이다. 후자는 LTE니 5G니 하는 기술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화기 역시 등록된 와이파이가 잡히는 곳에서는 거기에 자동으로 접속한다. 하지만 주인님이 밖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거기 신호가 너무 약해지고 가망이 없어지면 자기 데이터를 깐다. 그러다가 다시 와이파이가 잡히면 모드가 거기로 바뀐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는 와이파이에서 데이터로 넘어가는 민감도가 너무 낮은 게 불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한 10초~20초 이상은 인터넷이 먹통이 된 뒤에야 뒤늦게 "모바일 데이터에 접속합니다" 이러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기본적으로 와이파이를 쓰되, 와이파이가 조금이라도 헬렐레 거리면 바로 데이터 써라~~"
"최대한 데이터 요금을 아껴라~ 한 30초는 기다렸다가 정말 연결이 구리는 게 확실시될 때만 데이터 써라~~"
이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다. 뭔가 설정을 통해 customize 가능했으면 좋겠다..

이건 자동차 운전으로 치면 자동 변속기의 변속 타이밍/알고리즘과 비슷한 것 같다.
"낮은 rpm에서도 고단으로 최대한 빨리 변속해라. 도저히 가속이 안 되고 차가 못 버틸 때만 불가피하게 저단으로 내려가라. 나는 연비가 중요하다"
"ㄴㄴ~ 밟았을 때 차가 빨리빨리 잘 튀어나가고 잘 가속되는 게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회전수를 3000rpm 이상은 올라갔을 때에나 고단으로 변속해라."

이런 것처럼 말이다.

4. 기타

  • 각종 쇼핑몰들은 웹사이트가 있긴 하지만.. 거길 폰으로 접속할 경우, 꼭 자기 전용 앱을 깔아서 보라고 권유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런 게 PC로 치면 ActiveX나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정확히 같은 개념이다~! 그리고 이건 귀찮다. -_-;;

  • 꼬불꼬불 유선전화기는 가정용으로는 퇴출됐지만 인터폰이나 회사 사내 전화기로는 유효하다.
    비슷하게 사용자 상태가 표시되는 PC용 메신저도 가정용으로는 스마트폰 메신저에 밀려 퇴출됐다. (away, offline 상태 표시 없음) 하지만 사내 업무용 메신저는 전통적인 형태가 여전히 유효하다.

  • 웹페이지를 열어 놓고 딴 앱을 쓰다가 한참 뒤에 그 브라우저로 돌아왔을 때.. 쓸데없이 reload를 좀 안 해으면 좋겠다. 그냥 예전에 표시해 놨던 페이지를 다시 보여줄 수 없나?
  • 스마트폰의 메모장 같은 텍스트 편집 UI에는 undo 기능이 없는지 궁금하다.;;

  • 로그인 기능이 있는 각종 웹사이트들은 id가 틀렸는지 비번이 틀렸는지 따로 정확하게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ID 또는 비번이 잘못됐습니다" 이러지 말고. =_=;; id를 입력하자마자 바로 튕기는 건 바라지도 않으니.. 저런다고 특별히 보안이 위험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 텔레비전과 유튜브의 화질이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향상되고 있는 와중에, 전화기의 음성 통화는 예나 지금이나 음성에만 특화된 8000hz급의 초저화질이다. 뭐, 전화 통화하면서 주변 음악을 들려줄 일이 딱히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의외의 면모인 것 같다.

  • 은행 사이트들은 언제쯤 IE 외의 브라우저에서도 접속이 가능해질까? 차라리 폰이 나은 지경이 되고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23/04/29 08:35 2023/04/29 08:35
, ,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154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2154

Comments List

  1. 신세카이 2023/05/14 17:55 # M/D Reply Permalink

    스마트폰의 양대 산맥이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의 갤럭시인데
    최고급형의 성능을 서로 비교하면 아이폰이 훨씬 더 좋다고 해요
    기술 격차가 3년 정도는 난다고 알고 있는데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많이 길어지긴 했는데
    아직도 유의미한 성능 향상이 계속 되고 있고
    도대체 얼마나 더 좋아질지 모르겠네요
    한 4-5년전 갤럭시s 시리즈보다 요즘 나온 보급형이 더 성능이 좋던데

    애플이 성능면에서 더 좋긴 하지만
    제가 삼성 갤럭시를 쓰는 이유는
    AS랑 통화녹음 때문인데

    통화녹음이 미국의 여러 주에서 불법이라 애플에는 그 기능이 없죠
    머 꼭 해야 된다면 다 방법은 있다고 듣긴 했는데
    그냥 속편하게 갤럭시 쓰고 말죠
    통화녹음이 불법인 게 아마 국민 정서의 차이겠죠
    저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거짓말, 욕설, 폭언 할 게 아니라면
    통화 녹음 되는 게 머가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사생활 침해라는 요소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 사회적 약자의 최후 방어 수단으로 기능을 하기에
    좋은 점이 훨씬 많다고 보는데

    아파트의 cctv나 자동차의 블랙박스 영상들 그게 계속 저장되고 있긴 하지만 누가 그걸 보지도 않을 텐데
    무언가 사건 사고가 터지면 그럴 때나 보겠죠
    통화녹음도 마찬가지인데

    머 그게 논리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정서의 문제가
    국민 정서가 그렇게 된 이유는 그런 환경에서 오랜 세월 쌓여온 생활 양식 문화의 차이겠죠

    미국의 총기 소지도 논리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해서 건국된 과정과 서부 개척시대 등
    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활 양식
    역사와 문화 문제겠죠
    만약에 제가 미국인이고 미국 땅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면 총기 규제에 반대하겠지만
    질문을 조금 바꿔서
    대한민국에서 총기 자유화를 하자고 한다면
    아마 압도적으로 대부분 반대하겠죠

    대한민국의 주민등록제도가
    국가가 전 국민에게 고유 번호를 부여한는 건데
    이게 프랑스나 영국이나 독일이나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황당함을 넘어서 경악스러울 수 있어요
    예전에 간첩 때문에 생기 제도인데
    치안 유지하는 데에는 좋겠죠

    대한민국이 치안이 좋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북쪽에 막혀 있어서 사실상 섬나라에다가
    전국에 CCTV가 깔려있고 전국민 지문날인까지 하니
    5대 강력 범죄 검거율이 80프로 정도고 살인이랑 강도는
    100프로가 넘어가는데 과거에 미제 사건들이 DNA로 인해서 다 잡힌다고 하죠

    1. 사무엘 2023/05/15 08:13 # M/D Permalink

      와 갤럭시와 아이폰의 격차가 아직도 그 정도나 되나요..??
      저는 둘 다 최신 최고급형을 쓰지 않아서 그런지, 그 정도 차이까지는 못 느꼈습니다~ ^^

      하긴, 옛날엔 현대차와 외제차의 격차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심했었지요.
      허나, 국산차가 외제차보다 훨씬 유리한 게 AS인 것처럼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

      통화 녹음은.. 아이폰도 그럼 수출형에다가만 집어넣어서 팔면 되지 않나? 싶은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안 느끼나 보네요.
      CCTV나 더 나아가 총기 같은 문제도 저도 규제보다는 개인 단위 자유와 책임 소신입니다.

      정부가 전 국민에게 일련번호를 매기고 지문도 갖고 있고, 또 전세 제도가 있어서 개인이 집을 완전히 사고 파는 것도 아닌데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액수의 돈도 막 거래하고.. (전세 사기 취약)
      우리나라 시스템이 외국인들 보기엔 억소리 날 만한 면모가 좀 있는 게 사실입니다.

      여러 흥미로운 보충 설명들에 감사합니다. ^^

  2. 신세카이 2023/05/15 21:45 # M/D Reply Permalink

    애플은 슈퍼갑이라 다른 나라 소비자들한테 맞춰주기보다는 "그냥 사기 싫으면 말든가"라는 식인 거 같아요 어차피 사줄 사람 많다 이거겠죠
    통화녹음이 프랑스나 독일도 불법이라고 알고 있는데

    전세 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제도라고 알고 있는데
    요즘 전세 사기가 문제가 되고 있는데 바지 사장을 내세워서 세입자의 전세금을 갈취하는 범죄인데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의도적으로 사기를 치는 경우만 문제가 아니라
    갭투자를 한 사람들 전세금을 레버리지로 끼고 부동산을 산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하거나 다음 전세입자를 못 구하거나 해서
    큰 사회문제가 될 거 같네요
    전세 제도는 인구가 증가하고 또 경제가 계속 성장할 때 유지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요즘처럼 인구가 감소하고 경제 성장이 더 이상 잘 안 되는 시기에는 개인과 개인간의 사채로 볼 수 있는 전세금을 집주인들이 못 갚아줘서 큰일이 날 거 같네요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31 : 132 : 133 : 134 : 135 : 136 : 137 : 138 : 139 : ... 2139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2664057
Today:
1232
Yesterday:
1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