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식물 중에서는 호박을 제일 좋아하고, 동물 중에서는 멧돼지를 제일 좋아한다.
전반적으로 시꺼먼데 주둥이 주변만 허연 테두리가 있고, 콧구멍은 무슨 전기 콘센트 같고,
코뿔소도 아닌 것이 뭔가 큼직하고 우악스럽고 저돌적인 인상이고.. 왠지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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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포식자가 없기 때문에 개체수 조절 차원에서 가끔 포획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친다.. 하지만, 멧돼지의 위험성이 너무 과대포장돼서 그저 "저 동물은 해로운 동물이다" 급의 흉포한 맹수로만 프레임 씌워진 건 좀 안타깝게 느껴진다.
쟤들도 먹고 살려고 민가까지 내려오는 가련한 축생일 뿐이다. 괜히 흥분시키거나 도발하지 말고, 등을 쓰다듬고 긁어 주기만 해도 그리도 좋아한다는데.. ^^

남들이 멧돼지를 싫어하면 나라도 멧돼지를 사랑해 주고 싶다. 나도 깊은 산 속에서 토실토실 도야지를 한 마리 직접 만나서 먹을 거라도 직접 주고, 여건이 되면 새끼라도 한 놈 키워 보고 싶다.
고라니도 울나라에서 비슷하게 천대받는 야생동물이긴 한데, 개인적으로 걔는 이 정도까지 애정이 가지 않는다. 오로지 멧돼지만 좋다. ㅋㅋㅋㅋ

호박 덕질 얘기는 지금까지 많이 했으니 오늘은 오랜만에 멧돼지 얘기를 좀 늘어놓도록 하겠다. 어쩌다 보니 유튜브들 대부분이 출처가 KBS 애니멀포유 채널이다.

1. 짬멧돼지 (☞ 링크)

군부대 근처에서 짬밥 잔반을 잔뜩 먹으면서 살 뒤룩뒤룩 찐 고양이, 일명 '짬타이거'는 이미 유명하다.
그런데, 강원도 최전방 DMZ 부근에서는 도야지들도 짬밥 먹으면서 '짬멧돼지'가 돼 가는 모양이다. 특히 먹이가 귀한 겨울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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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귀여워라~~ 저 멧돼지들은 산 속에서 도대체 뭘 먹으면서 저렇게 덩치를 키웠을까?
멧돼지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밥까지 준 경험은 저 군인들에게도 정서적으로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다.

돼지와 인간이 먹이가 겹친다는 건 성경의 탕자의 비유에도 나올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눅 15:16)
이는 돼지뿐만 아니라 개도 마찬가지다. 아문센 일행이 남극 탐험을 할 때 말이나 나귀 대신 개썰매를 동원한 주된 이유도 식량 보급을 단일· 단순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2. 애완용 멧돼지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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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거다~~ 그래, 이런 사례가 없을 리가 없다니까? 세상에는 멧돼지를 애완동물로 시골이 아닌 도시에서 키우는 사람들도 있다. ^^
돼지는 지능이 아주 높으며, 개보다도 냄새를 더 잘 맡는다. 하지만 성깔이 X랄맞고 고집이 세기 때문에 돼지를 개처럼 인간과 친근한 반려동물 급으로 키우는 건.. 일반적으로 안 된댄다. 덩치가 너무 커진다는 건 차치하고라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돼지를 무슨 마약 탐지견 같은 용도로 훈련시킬 수는 없다. 사냥개나 맹인 안내견은 두 할말 것도 없고.. 그건 개 중에서도 특정 품종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돼지는 새끼를 많이 낳아서 젖꼭지가 그렇게도 많은데도 인간이 딱히 젖을 먹지도 않는 것 같다. 정말 고기 말고는 다른 용도가 없는 듯.. ㄲㄲㄲㄲ

3. 다친 멧돼지 (☞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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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애처로운 사례이다.
어느 커다란 도야지가 먹이를 찾아 민가까지 내려왔다가 그만.. 5m 높이의 담벼락에서 떨어져서 뒷다리를 못 쓰는 장애 불구가 됐다.
얘는 이래 가지고는 앞으로 야생에서 목숨 부지하고 살 수 없으며, 인간의 노력으로 치료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안락사로 살처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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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다쳐서 비록 제 명에 못 살았지만, 여느 멧돼지들보다는 인도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올무에 걸려서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죽지 않았고, 납탄 맞아서 피 흘리며 죽지도 않고.. 나름 수의사의 통제 하에 저렇게 마취총부터 맞고 고이 안락사 당했으니까 말이다.

4. 서울 도봉구에 멧돼지 6마리 (☞ 링크)

이건 2024년 3월 현재, 서울· 수도권에서 제일 최근에 멧돼지가 출현했다는 언론 보도이다.
북한산 산기슭에 귀여운 도야지가 6마리나 나타났다고 해서 개인적으로 반가웠는데.. 모두 포획 당했댄다.
에휴~ 좀 먹고 살게 놔두지 왜 잡았는지 모르겠다. ㅠㅠㅠㅠ

그리고 기왕 멧돼지를 어쩔 수 없이 잡았다면 잘 해체하고 살균 처리해서 고기와 가죽을 적극 활용이라도 했으면 좋겠다. 어미 잃은 새끼가 주변에 있으면 애완용으로 분양이라도 적절히 하고 말이다~!!

※ 여담: 옛날 매체에서의 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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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대 중후반, 조선 영조· 정조 시절엔 신 윤복이나 김 홍도 같은 풍속화 전문 화가가 활동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또 100년쯤 뒤, 1800년대 중후반엔 '김 준근'이라고 정체불명의 화가가 당시 자기 나라의 풍속을 엄청나게 많이 그림으로 남겼다. 백성들의 평범한 일상뿐만 아니라 형벌 집행이나 장례식 같은 것까지..

만약 카메라가 있었다면 저 사람은 화가가 아니라 사진 작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저 때도 이미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저 사람은 자기 그림을 외국인들에게 엄청 많이 판매했다. 그래서 세계인들에게 조선의 모습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사람은 한반도에서 돼지가 가축으로서 키워지고 거래되는 모습을 그림 기록으로 남긴 거의 최초이자 유일한 화가라고 한다. (☞ 관련 링크 1, 관련 링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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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참 뜬금없지만 화투짝에도 멧돼지가 그려져 있다. 화투에 급 호감이 생기는걸?? ㅋㅋㅋㅋㅋ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털 없는 분홍색 계열의 식용 최적화 집돼지는 생각보다 나중에 등장한 품종이긴 한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05 08:35 2024/03/0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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