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옛날 아폴로 계획 시절의 새턴 V 로켓, (2) F-22 전투기, (3) KTX-산천 열차.
분야가 서로 완전히 다른 교통수단이지만, 이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맨 앞에 무슨 총검처럼 길쭉하게 삐죽 튀어나온 부위가 있다.
이건 각각..
1. 로켓: 비상 탈출용 로켓이다.
발사 초기에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 승무원이 탄 캡슐을 로켓 본체로부터 사출· 생환시킬 용도로 장착되었다. 승무원들의 탑승 공간을 통째로 사출시키니.. 이건 경비행기에 장착되는 비상 탈출용 낙하산이라든가, 전투기에 장착되는 사출 좌석보다 더 강화된 버전인 셈이다.
단, 2단 엔진까지 무난하게 분리됐을 때쯤이면 이제 고도와 속도가 너무 올라갔고 비상 탈출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탈출용 로켓도 같이 분리되고 버려진다.
아폴로 계획 전체를 통틀어서 이 로켓이 실제로 사용된 적은 없었다. 1969년 말의 12호 때.. 로켓이 발사되자마자 벼락을 맞는 바람에 이걸로 승무원들을 비상 탈출시키고 임무를 실패 처리시킬까 사령실에서 고민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리하지 않았고, 임무도 다행히 성공했다.
2. 전투기: 피토 관이다.
기체 주변의 맞바람의 세기를 측정해서 이 기체의 비행 속도를 구하는 아주 중요한 장비이다. 레이더나 GPS 같은 기술이 개발되기 전엔 비행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이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처럼 바퀴의 회전수로 속도를 산출할 수가 없으니까..
정비 불량으로 인해 피토 관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계기판 바늘이 엉뚱하게 폭주하고, 이 때문에 조종사가 조종을 잘못해서 비행기가 추락까지 한 사고도 역사적으로 있었다.
다만, 피토 관이 꼭 저렇게 앞에 돌출된 형태로 장착될 필요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객기의 피토 관은 옆구리나 꼬리날개 쪽에 훨씬 작게 장착되기도 한다. 자동차에 안테나가 옛날에 길쭉한 삼단봉 형태이다가 지금은 작은 상어 지느러미 모양으로 바뀐 것처럼 말이다.
3. 그리고 열차: 이 쇠막대기 빨대의 정체는 무려.. 독일제 최첨단 차량 연결기의 센서이다.
떼제베 기반의 1세대 KTX의 이후에 국내에 도입된 고속철 차량들은 무지막지한 20량 1편성이 아니라, 10량 1편성을 기본으로 하고 필요 시 중련· 연결 운행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열차의 연결과 분리를 간편 신속하게, 한편으로 견고하게 하는 건 나름 엄청난 기술이다. 양 차량을 물리적으로 붙들거나 놓을 뿐만 아니라, 서로 전기· 통신 배선 같은 것도 바로 연결이나 분리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두 차량이 합체할 일이 있으면 저 삐져나온 빨대가 먼저 상대 차량 연결기를 쑥 접촉하고, 나머지 부위도 찰칵 연결된다. 항공우주 업계에서는 우주 비행체의 합체를 도킹(docking)이라고 하는 반면, 철도에서는 이런 연결을 커플링(coupling)이라고 부른다. 오옷~!
참고로 우리나라의 철도 차량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연결기는 이런 것이다.
철도는 동력원뿐만 아니라 선로 분기기나 신호 시스템, 그리고 전철의 집전 방식(가공전차선=_=)까지 하나하나가 다 첨단 기술이다.
달리는 증기 기관차를 배경으로 하는 옛날 서부물을 보면 아주 흔히 등장하는 장면이 둘 있다. (1) 말 타고 달려가서 열차를 따라잡고 탑승하는 거(현대라면 오토바이-_-), (2) 그리고 열차 안에서 무슨 작업을 하고 나서는 뭔가를 조작해서 객차와 기관차를 분리시키는 것..
아마 영화적 허용이 많이 들어갔겠지만, 옛날 열차는 연결기도 구조가 더 허술해서 차량을 분리시키는 게 더 쉬웠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