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경 번역: 킹 제임스 성경에만 나오는 가르침

(1) 마 28:19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가르치고"
마태복음의 결말부에 나오는 great commission은 흔히 make disciple(제자 삼다)라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 용덕 작곡 "가서 제자 삼으라"(갈릴리 마을 그 숲속에서)라는 복음성가가 쌍팔년도 시절에 유명했다.

그러나 킹 제임스 성경은 그냥 간단하게 '가르치다' teach라고만 돼 있다. 이건 뭐 변개라기보다는 번역 표현의 차이인 것 같다. 제우스(그리스)냐 주피터(로마)냐 하는 차이점과 비슷한 건지도?
저 복음성가 역시 후렴 가사가 "가서 제자 삼으라, 나의 길을 가르치라"라고 그게 결국 그 말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2) 삿 8:16 "그 도시의 장로들을 붙잡은 뒤 들가시와 찔레로 숙곳 사람들을 가르치고"
이건 기드온이 숙곳 사람들에게 무슨 삽자루 선생이라든가 일제 시대 칼 찬 선생처럼 흉기를 폼으로만 들고 열혈 강의나 교육(...)을 한 게 아니다.;; 진짜로 흉기를 휘둘러서 처절한 피의 보복을 했다는 얘기이다. 7절 "들가시와 찔레로 너희 살을 찢으리라"라고 경고 내지 예고한 걸 그대로 행한 것이다.

위급할 때 주변에 좀 도와 달라고 요청했는데 듣보잡 취급받고 인격 모독과 함께 무시 당하는 건 사람을 정말 최고로 빡돌게 만든다. 그 위기를 이 악물고 극복하고 나서는 당연히 그들에게 보복하고 싶어진다. 기드온이 숙곳 사람들에게 당한 거랑.. 나중에 다윗이 나발에게 당한 게 서로 거의 판박이인 것 같다. (삼상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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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KJV 외의 타 성경들은 저 구절을 "기드온이 숙곳 사람들을 '징벌했다, 응징했다' punish"라고 번역한 편이었다.
그러나 KJV는 저 행동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인생은 실전이야 존만아, ㅆㅂ 누구든지 작은 기드온을 건드리면 X되는 거예요" 시쳇말로 표현하자면 참교육인 것이다. 매우 흥미롭다. -_-;

성경은 체벌을 적극 지지하는 논조이고, 심지어 잠 26:3 "어리석은 자의 등에는 매가 약" 같은 말씀마저 있는 걸 생각하면 일면 수긍이 간다.
그나저나 말보회 한킹은 이 구절의 teach를 '일깨워 줬다'라고 꽤 특이하게 번역했다.

2. 성경 해석: 잠 25:12 숯불 쌓기

성경이 인간의 행실과 관련하여 요구하는 전반적인 논조는 "악을 악으로 되받아치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겨라, 원수를 사랑하라, 남의 잘못을 용서하라"이다.
그러나 이는 죄에 대한 자각과 회개, 뉘우침이 없는 악인들한테 무한한 호의와 관용을 베풀면서 호구 취급받으라는 말이 절대 절대 아니다. 북괴한테 무한정 퍼 주라거나, 술주정뱅이 알코올 중독자한테 뜬금없이 현금 쥐어 주라는 말도 아니다.

내 가족을 죽인 흉악범이 죽이고 싶도록 밉고 보복하고 싶어하는 거.. 그 자체는 부당한 피해를 입은 인간이 충분히 가질 만한 심정이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도피성이라는 걸 괜히 만드셨겠는가.
성경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 자체는 절대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확하게 당한 만큼만 되돌려 줘라. 되로 받은 걸 말로 보복하지 마라"라고 권고할 뿐이다! 이 와중에 인간의 입장에서 용서니 사랑이니 아량이니는 보복을 대신 집행해 주시는 하나님을 근거로 삼아야만 할 수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잠 25:21-22를 보자. 그리고 이를 인용하고 있는 신약의 롬 12:19-21도 보자.
내용을 요약하자면 "니 원수가 곤경에 처하게 되면 물과 음식까지 주면서 선대해라. 그거야말로 원수의 머리 위에다 숯불을 얹는 것 같은 효과를 낼 것이다. 하나님이 대신 보복을 해 주실 것이다"이다. 아까 저 기드온과 다윗이 받았던 취급의 완전 정반대를 하라는 것이다.

"믿음으로 지금 당장 손해를 감수하면 하나님이 나중에 더(이자까지 쳐서??) 갚아 주신다~~" 이 패턴이야 구약 율법에서 이삭 줍기나 종 제도 등 곳곳에서 발견되니까 익숙할 것이다. 그게 원수· 보복과 관련해서도 적용된다고 보면 된다.

여기서 많은 오해가 나도는 건 '원수의 머리 위에 숯불'이라는 표현이다. 이건 무슨 심상이며 무엇을 의미할까?
어려울 것 없다. 결론부터, 답부터 말하자면.. 이건 문자 그대로 아주 잔인하고 처참한 보복을 의미한다. 오죽했으면 휴버대 고문 소믈리에 에피소드 중에도 아주 적절한 묘사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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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에 숯불은 딱 이걸 의미한다. -_-;;;;
"죽이고 싶은 니 부모의 원수, 니 자녀의 원수가 마침 쫄딱 망해서 길거리에서 헐벗은 상태이네? 원수를 제일 완벽하게 압도하고 제일 가학적으로 보복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바로 그때 그 원수놈을 신앙의 힘에 의지해서 반대로 먹이고 입히고 도와 줘 봐라. 그러면 그놈은 머리에 숯불이 얹혀서 쪄 죽는 것 같은 급의 보복을 당할 것이다." 이런 말인 것이다. 아멘?

(1) 머리에다 숯불을 얹는 것은 원수가 "뜻하지 않은 선대를 받아서 부끄럽고 미안해서 얼굴이 후끈후끈 빨개지는 걸 의미한다" 이렇게 해석하고, 심지어 이 구절의 번역을 그런 쪽으로 한 역본이 있다. 휴~ 이건 인본주의적인 뇌피셜을 너무 발휘한 것 같다. 성경에는 죄인이 회개하는 건 있어도 그렇게 반응하는 모습은 전혀 나오지 않는다.

아니면.. (2) 이건 원수한테도 불씨를 빌려주는 선행을 의미한다..? 옛날옛적에 성냥이나 가스레인지가 없었고 아무리 불씨가 귀했다지만, 이 얘기도 전혀 아니다. 그리고 세상에 어느 고깃집에서 겁대가리 상실한 종업원이 불 붙은 조개탄이나 숯을 머리에 이고 다니던가? 그러다가 엎어지고 자빠지면 어쩌자고? =_=;;;

성경에서 단서를 전혀 찾을 수 없는 내용이라면 때로는 원어나 그 당시 역사 고증 따위를 참고해서 문제를 해결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창세기 6장 고펠나무의 정체 같은 거라면야..  하지만 이 숯불은 그렇지 않다.
이건 그냥 시 140:10에서 말하는 그 숯불이다. 유황불과 다를 바 없는 부정적인 심판 맥락이다. 이 숯불은 인간이 얹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보복 차원에서 얹는 불이다. 이 정도면 "머리 위 숯불 선행설"은 설 자리를 완전히 잃을 것이다.

요즘 어떤 성경 역본은 잠 25:22를 보니.. '조건문'을 만든 게 있었다. "니가 그의 머리에 불타는 숯을 쌓으면 주께서 보답해 주실 거다" ...;;; 안타깝지만 이건 영어· 원어에 충실한 번역도 아니고 숯불의 성경적인 심상도 모른 채 '숯불 선행설'을 전제로 깔고서 번역을 아주 잘못한 것 같다. 여기서 숯을 쌓는 건 비유적인 심상일 뿐이다. 하다못해 구닥다리 개역성경이 원래 의미에 더 근접하게 번역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4/02/23 19:36 2024/02/23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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