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써 놓고 보니 군대 이야기가 많아졌다.;;

1. 하이브리드 업종

세상엔 하이브리드 업종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먼저 연기 쪽.. 뮤지컬 배우는 연기를 기본으로 하면서 노래도 어지간한 성악가나 가수 수준으로 하는 사람이다. 두 영역의 능력이 다 필요하다.
쿵푸 무술 배우는?? 이연걸, 견자단 같은 사람을 생각해 보면 당연히 일반인보다야 훨씬 더 몸 좋고 힘 좋고 싸움 잘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연기를 위한 무술은 진짜 실전용 무술하고는 영역이 다르다.

연기용 무술은 실제로 상대를 타격하고 제압하고 무력화시키는 격투술 호신술보다는 화려한 연출 시범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
실제로 소림사에서도 레알 무술인 지망생이랑, 무술 연기 지망생은 따로 구분해서 무술을 가르친다고 한다. 사격만 스포츠 사격이랑 군대 사격이 다른 게 아니구만.
군인과 무인이 영역이 달라지고, 무술인과 연기자도 영역이 달라지는 건 필연인 듯하다. ㅎㅎ

다음으로 기상캐스터는.. 뉴스 아나운서나 방송 리포터 급으로 격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본격 연예인이나 레이싱모델도 아니다. 정체성이 뭘까..??

옛날에 김 동완 아저씨가 현역이던 시절에는 예보자가 라이브로 일기도를 그려 가면서 날씨 설명을 해야 했다.
하지만 크로마 키 기반의 화려한 CG가 발달하면서 사람은 각본대로 손짓 하면서 대본을 또박또박 읽기만 하면 되게 되었고, 예전에 비해 기상학 쪽으로 필요한 전문성은 다소 줄어들었다. (아예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님)
그래서인지 1990년대 이 익선 아나운서 이후부터 기상캐스터 자리는 그야말로 방송사별로 예쁜 아가씨들 각축장이 됐다.

각종 스포츠의 중계 방식을 보면 업계 경력이 있는 해설자, 그리고 해설을 일반인들에게 걸출한 입담으로 풀이해 주는 캐스터 2인으로 편성되는 편이다. 일기예보 하는 사람은 해설자이던 게 캐스터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하긴 일기예보가 하도 자주 틀리니 이제는 날씨 예보가 아니라 중계로 바뀌고 있다는 드립도 나돌곤 한다.;;

2. 각종 군종과 병꽈의 경계

군용기라는 게 꼭 공군에서만 운용하는 게 아니다. 공군은 비행기를 띄우기 때문이 아니라 제공권 장악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공군이다.
비행기를 몰더라도 공군이 아니라 육군 항공대에서 헬기 조종을 주로 할 수 있고, 해군 항공대에서 함공모함 함재기 조종을 주로 할 수도 있다.

회전익기는 고정익기하고는 영역, 성격, 조종 특성이 완전히 별개라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공격헬기 조종사를 양성할 때 무슨 5G~6G짜리 가속도를 견디는 훈련을 시킨다거나, 헬기 조종석에 사출 좌석을 설치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함재기는 그 특성상 아무래도 지상 기지에서 발진하는 공군 전투기보다는 작고 항속거리도 짧다. 하지만 훨씬 더 짧은 활주로에서 이착함 하는 게 훨씬 고되고 힘들 테니 그런 쪽으로 고충이 있다.
오죽하면 "공군 조종사는 비행 시간으로 짬이 차지만 함재기 조종사는 이· 착함 횟수로 짬이 찬다" 이럴 정도니까 말이다.

그래도 지상 기지 전투기와 항공모함 함재기가 근본부터 완전히 다른 비행기는 아닌 모양이다. 전투기 제조사에서는 같은 기체를 베이스로 해서 약간만 변화를 줘서 공군 에디션과 항모 함재기 에디션을 모두 만든다고 한다.
마치 과거에 같은 선체 베이스로 전함도 만들고 항공모함도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는 같은 차체 프레임으로 트럭도 만들고 버스도 만든 것에다가 비유할 수 있겠다.

한편, 육· 해군에서 항공대를 운용하는 것처럼 반대로 공군에서도 지상 기지에서 미사일 터렛을 운용하는 게 있다.
대공포는 육군이 아니라 공군 관할이다. 그렇기 때문에 활주로가 있는 비행장뿐만 아니라 웬 산꼭대기에도 공군 부대가 있을 수 있다.

뭐, 육군은 보병과 포병이 주된 전투 병과인데.. 포 중에서 박격포는 포병이 아니라 보병 관할이다. 얘는 여느 화포와는 성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완전히 같은 물건은 아니겠지만 뭔가 바주카 포와 비슷하달까? FPS 게임으로 치면 로켓 런처와 비슷하다.

하긴, 옛날에 공용화기로서 육중한 기관총이란 게 처음 발명됐을 때는 이걸 보병에다 넣어야 하나 포병에다 분류해야 하나 말이 많았었다고 한다. 인류의 전쟁사에 한 획을 그을 너무 획기적인 무기가 발명됐기 때문이다.
기관총 하나만으로도 세상의 모든 전쟁이 종결돼 버릴 거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는데..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었고 핵무기가 발명된 뒤에야 옛날 같은 형태의 전쟁이 많이 없어졌다.

3. 한 분야 특화

뭔가 한 분야에 특화된 성능을 발휘하는 튜닝 물건은 험악한 환경에서의 안정성, 신뢰성, 생존성(?)이 떨어진다. 이게 자연의 보편적인 등가교환=_= 법칙인 듯하다.

(1) 살코기를 많이 만들도록 품종개량된 식용 가축 동물은 야생에서는 제대로 못 산다.
과육 열매를 많이 맺도록 품종개량된 농작물도 야생에 내던져지면 잡초와의 경쟁에서 당연히 못 버틴다.
똑같이 식물이 자라는 곳이어도 논밭이 진짜 자연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지극히 인위적인 장소가 된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아무 데서나 무단경작을 하지 말라고 하는 이유, 농사가 유난히 고달픈 일인 이유, 성경 창 3:18-19의 의미와도 모두 일맥상통한다.

(2) 철이나 알루미늄 같은 금속은 돌보다 더 단단하고 튼튼하고, 한편으로 예쁜 광택이 나고 얇게 펼 수도 있고.. 여러 모로 활용하기 좋다.
특히 열에도 훨씬 더 강하다. 마그마나 용암은 용광로 쇳물이 아니다. 저런 건 삽으로 퍼서 철제 양동이에 아무 문제 없이 퍼 담을 수 있다. 뜨거움의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쓰레기를 몽땅 다 화산 분화구에다 집어넣어서 태워 없애면 어떨까?"는.. 쓰레기를 우주로 날려 보내는 것만큼이나 현실성· 실용성이 없다. ㅎㅎ)

이러니 금속이 좋기는 한데.. 금속은 일반적인 돌덩어리에는 해당되지 않는 골치 아픈 문제가 있다. 화학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거.. 녹과 부식에 취약하다. 금속은 유기물 같은 부패는 없지만 부식이란 게 있다.
금속을 녹이고 가공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그 전에 광석으로부터 산소 원자를 떼어내고 순금속을 추출하는 것부터가 고열을 동반한 엄청난 첨단 기술이었다. 원시시대를 석기, 청동기, 철기로 괜히 나누는 게 아니다.

금속은 마치 과육만 많이 잘 만들고 생존력은 비실비실한 농작물만큼이나 부자연스러운 상태를 인위로 만들어서 억지로 유지시키는 것에 가깝다. 그 억지라는 건 페인트칠이나 도금 같은 걸 말한다.

(3) 옛날의 구닥다리 화승총은 현장 조달한 조악한 쇠구슬을 넣고도 쏠 수 있었겠지만 오늘날의 최첨단 초정밀 소총은 어림도 없다.
100년 전 구닥다리 자동차 엔진은 저질 기름을 넣어도 꿀럭거리기만 할 뿐 일단 돌아가기는 하겠지만.. 오늘날의 초정밀 자동차의 엔진에다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 배기가스 정화 계통이 다 망가지고, 엔진에 불순물이 끼고.. 그야말로 비가역적인 손상을 입는다.

(4) 일반 육군 보병들이야 사격의 유효사거리를 거의 100~200m 정도로 잡는다. 쟤들은 실전에서도 특정 타겟 조준사격보다는 다같이 엄호· 기선제압 사격을 훨씬 더 많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총 멘 채로 진흙탕도 구르고 유격에 각개전투에 별 짓 다 한다.

그렇지 않고 조준경 달고 2~3km 거리에서 저격을 하는 스나이퍼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 초정밀 총은 초민감한 악기 다루듯이 전용 케이스에 넣어서 신줏단지 모시듯 보관해야 하고, 총과 저격수가 완전히 물아일체여야 한다. 사수는 그 감이 무뎌지지 않게 수시로 혹독한 훈련을 해야 하고, 총도 수시로 닦고 조이고 초정밀 관리를 해야 한다. 저격소총을 땅개들 돌격소총처럼 험하게 다뤘다간 큰일난다.

(5) 군인들을 위한 전투용 총기는 한없이 무겁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하루 종일 들고 다닐 군인들의 부담을 생각해서 말이다. 하지만 스포츠 사격이나 저격수용 총은 반동을 줄이는 것에 특화되어 엄청나게 무겁다.
칼도 다 같은 칼이 아니어서 사형 집행용 참수검은.. 찌르는 것을 고려하지 않고 베는 것에만 특화돼 있다. 그리고 엄청 둔기 수준으로 엄청 무겁다. 여느 검도용 검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저격수 사격은 스포츠 공기총 사격과도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최소한의 공통 테크닉 이후부터는 노하우가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 똑같이 피아노를 전공해도 재즈 피아노랑 클래식 피아노가 호환되지 않듯이..

Posted by 사무엘

2024/09/24 08:35 2024/09/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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