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기 시설
교류 전기 원리의 발견은 오늘날과 같은 눈부신 전자기 문명을 만들어 낸 주역임이 틀림없습니다.
예전처럼 기껏해야 화학 전지로 몇 볼트짜리 저전압 전류나 일시적으로 장난감 수준으로 만들어 낸 게 아니라 운동 에너지로 마음껏 전류를 손쉽게 대량생산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변압을 손쉽게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변압이 손쉽다는 말은 고압 송전이 가능하다는 말이고 그 말은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장거리 송전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전기 에너지는 말 그대로 번개 같은 속도로 끊임없이 흘러가 버리며, 화학적인 방법으로 석유만치 충분한 에너지를 단시간에 많이 축적해 놓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배터리 충전 시간은 주유 시간보다 훨씬 길며 축적량도 부족합니다. 전기 자동차가 실용화가 못 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차선으로부터 실시간으로 계속 흐르고 있는 전기를 받아서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것은 4대 교통수단(도로, 철도, 항공, 해운) 중 오로지 철도에만 충분히 승산이 있는 방식입니다. 또한 역으로 철도는 그야말로 전기 철도 기술이 개발됨으로써 제 물 만난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송 원가 낮고, 내연 기관보다 동력비 조절이 쉽고, 소음· 진동 적고... 특히 환기 시설이 열악한 지하철에서는 배기가스가 없는 전기 에너지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동력원입니다. 물론 전철은 초기 시설 투자 비용이 매우 높다는 단점은 존재하지요.
장거리 송전에 대한 유리함 때문에 일반적으로 간선 전기 철도는 교류 전기를 사용합니다. 이 경우 동력차는 초고압으로 송전된 전기를 자기 용도로 전압을 낮추는 변압기를 자체적으로 갖춰야 합니다. 컴퓨터에서 파워 서플라이어 같은 부품이 되겠네요.
그 반면, 단거리에서 열차들을 매우 촘촘하게 운행하는 지하철은 송전 손실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그냥 대형 변압기 하나가 만들어 낸 저전압 직류 전기를 바로 보냅니다. 이 경우 전동차들은 변압기를 제각기 갖출 필요가 없으니 경제적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고압의 교류 전기는 흐르면서 자기장, 전자기파 등의 side effect를 만듭니다. 고압선 아래에 있으면 뭐 머리가 아프고 TV 화면이 왜곡되고 백혈병에 걸리고.. 말이 많습니다. 지하철에 설치된 교류 고압선은 통신선 같은 다른 도시 지하 기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여러 모로 직류보다 취급하기 까다로운 셈입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기술적으로 극복이 가능합니다. 단지 사람이 문제될 뿐입니다.
※ 사례연구
노선이 주로 달리는 곳(지상/지하), 전동차의 전기 종류(교류/직류), 그리고 통행 방향(좌측/우측).
1. 지상,교류,좌측: 경인선, 경부선, 안산선, 경원선, 중앙선 (거의 모든 국철 수도권 광역전철)
2. 지하,교류,좌측: 분당선, 과천선
3. 지하,직류,좌측: 서울 지하철 1호선(서울역-청량리)
4. 지하,직류,우측: 서울 지하철 2-8호선 (거의 모든 서울 지하철), 일산선
제일 국철-_-스러운 성향이 1이고, 제일 지하철스러운 성향이 4입니다.
그리고 그 과도기에 있는 예외적인 경우가 2와 3, 그리고 국철임에도 시설이 완전히 지하철에 동화된 일산선입니다.
서울 지하철 1호선은 1과 3이 직결 운행하고, 4호선은 2와 4가 직결 운행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000
100
110
111
의 패턴이 발견되는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전동차에도 이에 맞춰 교류 전용인 철도공사 전동차, 직류 전용인 지하철 전동차가 있고 교· 직류 겸용 전동차도 있습니다.
겸용 전동차가 단가가 더욱 비쌉니다.
* * * * * * * *
지하철은 하나하나 다 따지고 분석하고 뭔가 재미와 의미를 발견할 만한 "스펙"이 많아요.
승강장, 토목, 전동차, 모터, 전기, 배선 등등등등 ㄳ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