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홈페이지 개설 10주년

본인이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한 지 이제 벌써 10년이 됐다. 2001년 5월 10일 이래로 말이다.
10년 전 그때는 본인이 이제 막 대학 생활을 시작하고, 인터넷 세벌식 사랑 모임을 통해 <날개셋> 한글 입력기 1.1x가 갓 공개되던 때였다. 눈을 지그시 감고 잠시 그 시절 추억에 잠겨 본다.

그때는 HTML 코딩으로 개인 홈페이지 만드는 게 유행이었고, 포털 사이트들도 맞춤형 홈페이지 마법사 같은 걸 제공했었다. 사실, 무려 2001년이 돼서야 개인 홈페이지를 만든 본인도 시기적으로는 이른 게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홈페이지는 모름지기 업데이트가 홈페이지를 처음 새로 만드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법! 본인은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공개 소프트웨어를 꾸준히 개발하고 있고, 또 쉴 새 없이 여타 컨텐츠-_-들도 공급해 온 덕분에, 대형 커뮤니티도 아니고 얼어붙은 듣보잡 공간도 아니면서 꽤 잘 돌아가는 개인 홈페이지를 10년째 잘 유지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이 추세에는 당분간 변화가 없을 것이다.
내 홈페이지 방명록에 최초로 글을 남기신 분은 kz 님이었다.

내 홈페이지가 초창기에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곳은, 지금은 없어진 인터넷 세벌식 사랑 모임이었다. 내 홈페이지뿐만이 아니라 거기에다가도 <날개셋> 한글 입력기 1~2.x를 독점(?) 공급했으니 그쪽 바닥에서 유명해질 수밖에. 내 홈페이지는 세사모의 인지도를 등에 업고 성장한 셈인데 이것도 다 지난 추억이 되고 말았다.

잘 알다시피 내 홈페이지의 초창기 주제는 한글, 세벌식, 컴퓨터 프로그래밍 쪽이었으며 지금도 그 구도가 크게 달라져 있지는 않다. IOI 문제 번역과 정렬 알고리즘 모음집 같은 자료는 국내 검색엔진에 별도의 디렉터리로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일종의 성지가 되었다.
이에 덧붙여 10년 전에 없던 커다란 topic이 추가된 게 둘 있으니 하나는 기독교와 성경 카테고리요, 다른 하나는 그 이름도 유명한 철ㅋ도ㅋ이다.

이 홈페이지는 처음에는 드림위즈 계정에서 시작하였으나, 1년 남짓 후 지금의 new21로 갈아탔다. 꾸밈이라고는 없이 진짜 생 HTML 텍스트+링크만 잔뜩 있는 구조는 예나 지금이나 별 다를 바 없다. 지금 홈페이지의 버전은 지난 2010년 1월부터 시작된 시즌 4이다. 2002년의 시즌 2때부터 new21 계정 + 제로보드가 사용되었으며, 2006년의 시즌 3은 시즌 2에서 게시판의 용도별 정리 + 앞서 언급한 신규 주제(기독교, 철도)의 추가에 따른 컨텐츠 보완이 주 목표였다. 아, ‘절대공간’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소개된 게 시즌 3부터이다.

시즌 4는 일종의 쇄신이었다. 홈페이지의 거추장스러운 컨텐츠들을 상당수 삭제하여 대문을 일종의 시즌 1처럼 다시 단순화시켰다. 그리고 무려 8년 가까이 커뮤니티 공간으로 써 온 구닥다리 제로보드 4 게시판을 없애서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을 선언했다. 그 대신 설치형 블로그 엔진을 얹었다. 이 얼마나 큰 변화인가?

원래 시즌 4 작업을 홈페이지 개통 10주년에 맞춰서 지금쯤 하려고 했는데 2010년에 허겁지겁 추진한 이유는,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새로 알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홈페이지를 바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게 준비 작업의 일종인 셈이었다. 블로그 자체도 무려 2010년이 돼서야 정말 엄청나게 늦게 도입한 것이기도 하나-_-;;,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블로그 글이 이제 벌써 500개에 달해 있다. 이 정도면 옛날 제로보드 시절은 까맣게 잊어버리기에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시즌 5는 2014~2016년쯤에 내가 박사 과정이 꺾이고 <날개셋> 한글 입력기는 거의 완전체 수준에 도달하고, 그것도 모자라 아예 <날개셋> 다음 아이템의 연구 결과가 나올 무렵쯤에나-_-;; 선보이지 않을까 싶다. 그때쯤이면 나도 스마트폰을 쓰고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웍도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ㅎㅎ 아예 홈페이지 계정을 new21 말고 다른 걸로 바꿀지도.

시즌 1과 2가 본인의 대학 시절을, 시즌 3이 본인의 병특과 직딩 시절을 대표했다면 시즌 4는 본인의 대학원 시절을 대표할 것이며 시즌 5는 그 후 본인의 인생에서 정말 결정적인 순간을 함께하는 홈페이지가 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 무렵에 연애와 결혼은 가능하려나.. ㄲㄲㄲㄲㄲㄲ
아울러, 시즌 5 때는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영문/일본어 소개 페이지를 만드는 것도 계획되어 있다.

나는 홈페이지의 덕을 정말 많이 봤다. 홈페이지 덕분에 맺어진 인연을 생각해 보면... 물론 이따금씩은 나도 열폭도 하고 키배도 뜨고 무진장 과격한 글도 쓰면서 친구뿐만이 아니라 적도 만들고 내 홈페이지를 떠나는 사람도 만들었다. 정치 놀이, 종교 놀이는 20대 초· 중반의 패기로 하기에는 정말 재미있었다. ㅎㅎㅎㅎ

그때 내가 조금만 분을 참고 친절한 자세를 보였으면 동지가 떠나지는 않았을 텐데 약~~간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렇게까지 아쉽다거나 후회되는 건 아니다. 내가 무슨 장사를 하다가 고객을 잃은 것도 아니니 뭐.. 그때는 나도 현실이 내 정신연령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기가 막힐 때는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민감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쓸 때의 태도를 좀 고쳐먹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이런 사실을 깨닫고부터였다. 내가 아무리 진지하게 의분(?)을 담아서 글을 써 봤자, 일단 마음이 편견에 완전히 닫혀 버린 사람에겐 내 글의 진심이 절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

내가 남과 견해가 달라서 욕 얻어먹는 거야 전혀 두렵지 않은데, 남이 나에 대해서 나의 실제 모습과는 다르게(나쁜 쪽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건 나에게 마이너스가 아닐 수 없다. 가령, 나는 정말 객관적이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근거에 의거해서 이 승만 전대통령을 존경스러운 애국자라고 주장하는 글을 썼는데, 남은 그 글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서 김 용묵은 그냥 뉴라이트 수꼴 부류라고 낙인을 찍어 버리는 것이다. ㄲㄲ

그래서 지금까지 이곳 블로그 글을 보신 분은 이미 추세를 느꼈겠지만, 시즌 4를 시작하면서 본인은 본인만의 색깔과 이념과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로 중립· 객관성을 지키고 거부반응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최대한 표방했다. 지금 같은 글투는 그런 옛날의 시행착오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뭐, 비록 옛날 근성이 완전히 죽은 건 아니기 때문에, 요즘도 사형 제도 같은 열불나는 이슈가 나오면 약간 흥분 안 하는 건 아니다만..

그리고 예전에 비해서 서브컬처 유머들의 패러디가 글중에 부쩍 늘었다는 걸 느낄 것이다. 대표적으로 김 화백 만화 대사 같은 것. ㅋㅋㅋㅋ 거기에다가 성경도 들어가고 철도도 들어가니, 이런 생뚱맞은 학문 융합은 오로지 김 용묵의 절대공간에서만 볼 수 있는 컨텐츠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지금까지 이 홈페이지를 지켜봐 준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부탁하는 바이다. 지금까지 10년이 지났고 앞으로 또 10년 뒤에는 이곳이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그때는 개근 방문자 위주로 오프라인 모임이라도 좀 추진해 볼까 싶기도 하다. ^^

Posted by 사무엘

2011/05/11 08:47 2011/05/1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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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제물 2011/05/12 18:55 # M/D Reply Permalink

    10주년 축하드립니다 ^^
    전 김용묵님 홈페이지를 07년정도부터 눈팅(?) 했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세벌식과 철도에 관한 압도적인 정보량은 용묵님이 아니시면 쏟아낼수 없는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철도인+그리스도인+세벌식+김화백 추종자가 흔하게 볼수있는 사람(?)은 아니다보니 용묵님의 개성이 언제까지고 튈것같네요!

    1. 사무엘 2011/05/12 23:42 # M/D Permalink

      흔한 정도가 아니라 뭐랄까... 저도 못말리는 덕후인지도.
      오덕은 스스로 의도적으로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라, 어느 날 문득 정신이 들어 보니 이미 되어 있는 거라고 하죠..;;
      꽤 오래 전부터 오신 분이었군요. 반갑습니다. ^^;;;;;

  2. 다물 2011/05/12 21:32 # M/D Reply Permalink

    전 홈페이지 만들었다가 관리도 못하고 다 날려먹었는데(네띠앙이 사라진 게 더 큰 원인일지도 ㅜ.ㅜ)
    글 꾸준히 적는게 진짜 어렵더군요.

    앞으로도 많이 기대하겠습니다 ^^

    1. 사무엘 2011/05/12 23:42 # M/D Permalink

      잉여질에 드는 시간을 좀 줄여야 되는데, 어쨌든 글쓸 거리는 계속 떠오릅니다. 아직은요.
      지금 써 올리는 글은 이 학기가 종강할 때쯤 올라올 겁니다. ㅎㅎ
      저도 그리 정상은 아닙니다. ㅋㅋ

  3. 정 용태 2011/05/13 01:36 # M/D Reply Permalink

    1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
    용묵님과는 한글/성경 이슈로 홈페이지로 뵙게 되어서 지금까지 열심히 눈팅하고 많은것 얻어가고 있습니다.
    은하철도999 자막까지 만들던 덕후에서 철도매니아로 발전된 이상한 케이스인 저랑은 또다른 이유와 모습으로 철도의 매력을 느껴가고 지식을 늘려 가는 모습과 글을 읽으면서 저도 많은 자극이 되었네요.. 저도 프로그래밍을 생업으로 하면서 철도가 본업은 되지 못하겠지만 저 경남 시골 바닥에서 역을 지키고 있다든지 취미로 다양한 잉여짓을 하고 있는 만큼 어느 길에서든 좋은 모습으로 만났으면 합니다 ㅋㅋ

    1. 사무엘 2011/05/13 17:14 # M/D Permalink

      은하철도 999라니.. 정말 낭만적인 동기를 통해서 철덕에 입문하셨군요. 저는 송 도영 성우가 메텔 목소리를 맡았다고 하니까 일본 성우들이 알아서 '오 형님 존경합니다!' 설설 기었다는 일화 정도밖에 모릅니다. ^^

      저는 딴 거 다 필요없고 그저 과거의 새마을호 시그널 음악 Looking for you가 철덕 입문의 종결자. ㄲㄲㄲㄲㄲㄲ 7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음악 듣는 감흥은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저의 정신적 지주, 종교 수준이고 아무도 말릴 수가 없는 중증 말기이죠.
      제가 <날개셋> 한글 입력기를 안 만들었고 KJV 성경을 몰랐다면 아마 본업을 철도로 바꾸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용태 님도 꽤 오래 전부터 여기를 찾아 주신 분이죠. 반갑고 고맙습니다. ^^

  4. 주의사신 2011/05/13 09:09 # M/D Reply Permalink

    1. 제가 본 블로거 중 가장 성실하신 분 중 한 분이십니다. 어떻게 이틀에 한 번씩 꼬박꼬박 글이 올라오는지... 대단하십니다.

    2. 흠정역 + 철도 + 프로그래밍 + 세벌식 + 한국어. 참 특이한 조합입니다.

    3. 2번 조합을 갖는 자매님 한 분이 나타나셔야 할텐데요...

    1. 사무엘 2011/05/13 17:15 # M/D Permalink

      저의 컨디션과 예약분의 비축량에 따라 1.5일~3일로 조정을 하고 있는데, 보통 2일 간격입니다. 장기적으로는 2.5~3일 간격으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구요.
      석유 채굴과 고갈 시기와 비슷한 구도의 줄다리기인 듯합니다. ^^
      '5월 2x일에는 이런 글이 올라올 겁니다. 기대하십시오~~' 예고편을 올려도 될 듯. ㄲㄲㄲㄲ

      '자매'라.... -_-;; 그 문제 때문에 울 부모님과 저의 교회 목사님도 걱정 많이 하십니다.
      저는 최소한 학교(전공 분야)나 교회(신앙)는 성향이 완전히 일치해서.. 덕업일치도 아니고 덕애-_-일치가 되는 사람과 사귀어야 합니다. 학교와 회사(+교회) 오버헤드에다 개인 연구도 힘들어 죽겠는데 거기에 또 다른 걸 보탤 여유가 도저히 없네요.

      여자 앞에서 철도 얘기 하지 말라는 소리는 넌 그냥 독신으로 살라는 소리와 같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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