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사도라 던컨 (1877-1927)

'이사도라 던컨(혹은 덩컨?)'은 그리스 여신 코스프레에다 자신만의 독자적인 무용 세계를 개척한 전설적인 무용가였다. 잘은 모르겠지만 발레 일색이던 서양의 기존 무용계에 혁신을 일으켰다고 한다.
뭔가 우리나라 최 승희와 비슷한 위치의 사람인 것 같으나, 시간과 장소를 감안하자면 물론 그 반대의 관계가 맞을 것이다. 이사도라가 최 승희를 닮은 게 아니라, 최 승희가 이사도라를 닮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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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이사도라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었지만, 개인적인 가정사는 기복이 심했으며 몹시 불행했다. 그게 금사빠 기질로 이어졌는지 훗날 러시아-소련 사람인 엄청난 연하의 시인과 결혼(정확히는 재혼)했는데.. 아무리 시인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거 무슨 남자가 여자보다도 더 유리멘탈 감성파였던 것 같다.
급기야는 남자가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을 겪다가 겨우 30 남짓한 나이에 자살을 해 버렸다.

그녀는 최후를 맞이한 방식도 굉장히 특이했다.
그녀는 그 당시 잘 나가던 경주용 자동차인 '부가티 Type 35'를 자가용으로 굴렸다. 얘는 뚜껑이 없는 2인승 오픈카였다.
하루는 그녀는 차가 움직일 때 목에 두르고 있던 스카프를 간지나게 뒤로 휙 날렸는데.. 그게 뒷바퀴에 말려 들어갔다!

이 때문에 목이 졸렸는지 몸이 통째로 차 밖으로 떨어졌는지.. 어쨌든 그녀는 불의의 사고로 인해 50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죽은 방식을 보면 1970년대 이후의 비교적 최근 인물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1972년이 아니라 1927년에 저런 형태의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게 가능하던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됐을까..???

저건 워낙 어처구니없는 사고인지라, 그녀의 행적과 마지막 말을 생각해 보면 정말 사고사인지 아니면 사고를 가장한 자살인지조차 헷갈릴 지경이라고 한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안녕, 여러분. 전 영광을 향해 갑니다"였다는데.. 이건 정말 영락없이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 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납니다!" 밈처럼 들린다. ㄲㄲㄲㄲㄲ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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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어령 (1933~2022)

이 달 초에 돌아가신 유명인사이다.

  • 1950년대, 20대 나이에 ‘우상의 파괴’라는 명목으로 그 당시 기성 소설가와 시인들을 신랄하게 까는 평론을 씀.
  • 그냥 난해한 싸이코 취급이나 받던 이 상의 작품을 재조명함.
  • ‘갓길’이라는 말을 처음 만듦.
  •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 컨텐츠를 기획함.

‘손에 손 잡고’ 노래의 가사야 김 문환 교수(2018년 작고)가 작사했지만, 거기에도 들어가는 캐치프레이즈인 ‘벽을 넘어서’는 이 어령이 고안했다. (식상한 ‘화합과 전진’ 이런 식의 문구가 아니라)

1990년, 초대 문화부 장관 역임.
문화바탕, 문화돋움 같은.. 우리나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중앙 정부에서 추진해서 개발한 한글 서체가 이 시절에 만들어졌다. (서울남산체/한강체 같은 건 지방 정부임)

다만, 딱 이 시절에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어 버렸다(1991). 이 어령 장관은 나름 제외를 반대하고 저지하려 ‘노력’은 했다지만, 자기 직위나 손모가지(..)까지 걸고 강하게 노력하지는 않은 듯. 그래서 한글 운동 단체들로부터 흑역사라고 두고두고 비판받고 있다.

2010년대쯤에는 갑자기 기독교에 공개적으로 귀의한 것 때문에 화제를 일으켰다. 장녀가 무려 미국 변호사를 역임하다가 목사가 됐는데.. 병 때문에 먼저 세상을 떠나기도 한 게 유명하다.
그래서 이분은 "지성에서 영성으로"라는 책을 썼다. 20여 년 전에 핵 물리학자 정 근모 박사가 아들을 먼저 떠나 보내고 나서 "나는 위대한 과학자보다 신실한 크리스천이고 싶다"라는 책을 썼던 게 생각난다. 진짜 천재이긴 했던 분 같다.

3. 캐리 멀리스 (1944-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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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PCR -- 종합 효소 연쇄 반응이라는 캐사기급의 DNA 증폭 기술,
더 쉽게 말해 그 코 쑤시는 검사라는 걸 1983년에 최초로 발명한 생물학자이다. UC 버클리 박사(1973) 출신이고.. 이거 발명한 걸로 노벨 상을 받았다(1993, 화학).

전자공학에서는 아주 약한 신호를 깨끗하게 검출해서 증폭하는 게 획기적인 기술일 것이다.
그것처럼 생명공학에서는 검출을 원하는 유전 정보 물질만 원하는 대로 증폭하는 게 획기적인 기술이다.
1950년대에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발견된 뒤, 이 기술 덕분에 분자생물학이라든가 유전공학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단, 이 사람은 우한 폐렴의 창궐로 인한 PCR 검사의 보편화를 목격하지 못하고, 1년쯤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 사람은 게으른 천재 히피 성향이었는지..? 평생 학계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 리즈 시절 이후엔 직업을 수시로 바꾸고, 이혼과 결혼도 여러 번 하고.. 진짜 자유로운 영혼에 충실하게 살았다.
하긴, 저 양반의 모교부터가 196, 70년대에 아주 리버럴한 성향을 자랑하는 곳이긴 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에 저기 컴공 쪽은 해커들의 요람이기도 했지 않던가?

압권인 건.. Cetus라는 기업에서 근무하던 중에.. LSD 빨면서 약에 취해 있다가 삘 받아서 PCR을 발명했다는 믿지 못할 일화까지 전해진다. 이건 음모론이나 가짜 뉴스가 아니라 자기 말과 동료들 증언이 일치하는 팩트이다.

LSD는 금단 증세는 타 마약보다 덜하지만, 일단 각성한 동안 나타나는 환각은 장난이 아니라고 한다. 도대체 뭘 경험하는 걸까??
흔히 말도 안 되는 최적화 기술을 개발한 건 농반진반으로 외계인을 고문했다고 그러고, 심하게 창의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온 건 약 빨고 한 생각이라고 그러는데.. 현실에서 그 '약'의 범주에 그나마 가장 잘 부합하는 건 대마나 필로폰 따위가 아니라 LSD라고 한다.

사실, 그 시절에 저 사람 같은 약쟁이 공돌이· 예술가가 드문 케이스는 아니었다. 심지어 스티브 잡스조차 LSD가 자기 업무 생산성과 창의적인 영감에 직접적인 도움을 줬다고 회고했다. 비틀즈 같은 뮤지션들이야 두 말할 나위도 없고..;;
하지만, 인간들이 창작을 할 때만 약을 한 건 아니었다. 찰스 맨슨 같은 범죄자들이 죄책감 없이 흉악 범죄를 저지를 때도 LSD 빨고 몽롱한 상태에서 했다. (1969년에 여배우 샤론 테이트 등을 죽인 것 포함..) 마약이 괜히 금지되는 게 아니다. 아무튼..

PCR에 대해서 음모론, 불신풍조 낭설들이 나도는 게 있다. 다른 멀쩡한 물질 집어넣어도 개나 소나 양성 나온다고..
마치.. 갓 죽은 동물 시체나 아주 최근에 생긴 물질을 연대 측정(탄소 원소? 방사성?)을 했더니 말도 안 되는 오래된 연대가 나왔다~~~ 이런 말과 비슷하게 들린다. 창조과학 쪽에서 좋아하는 얘기..
얘기 자체가 가짜 뉴스가 아니라면, 실험에 좀 착오가 있었지 싶다. ㅎㅎ

4. 뤽 몽타니에 (1932-2022)

이 사람은 1983년에 파스퇴르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중에 HIV, AIDS라고 불리는 그 병의 바이러스 원천을 최초로 정확하게 관측하고 발견해서 2008년에 노벨 상을 받은 위대한 생리학자/의학자이다.

그 전까지는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끔찍한 괴질에 대해서 현업 의사들도 아는 게 없으니 극도의 공포에 떨고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이제 인류가 신의 심판을 받아 멸망하는가 보다”, “주로 게이들이 이런 병에 걸린다고? 신의 섭리를 어기다니 천벌을 받았군 이놈!!”... 그러니 20세기에도 무슨 중세 흑사병 시절 같은 원시적인 낭설이 나돌았다. 그러다가 얘도 최소한 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다. (아 물론 동성애는 신의 섭리를 어기는 짓이라는 말 자체는 맞다. -_-)

그런데 그는 리즈 시절을 찍은 뒤, 늘그막인 2010년대부터는 행보가 점점 이상해지면서 주류 의학계로부터 외면받기 시작했다.
정확한 근거 없이 "항생제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자폐증을 치료할 수 있다", "DNA가 전자기복사를 방출한다" 등.. 무슨 소리과학자, 물은 해답을 알고 있다 같은 주장을 하기 시작하더니..

그 정점으로 "우한 폐렴은 (HIV를 변조해서) 실험실에서 인위로 만들어진 바이러스이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변이 바이러스가 증가한다, (심지어) 부스터샷을 접종하면 HIV에 감염된다" 같은 말까지 하면서 물의를 빚은 것이다.
"뭐 근거가 부족하다고? 나 이래뵈어도 노벨 상 받은 남자야! 날 뭘로 보고??"가 끝이었다. 그러다가 2022년 2월경 사망..

이 사람은 이 어령 전 장관과 출생· 사망 시기가 거의 같은 동시대 사람일 뿐만 아니라, 영국의 위대한 수학자 마이클 아티야(1929-2019)와도 수명이 정확하게 일치한다(생년 몰년이 딱 정확하게 3년 차이).
마이클 아티야는 왕년에 필즈 상에 아벨 상을 받은 천재 괴수였다. 1966년에 우리나라 홍 성대 씨가 20대 후~30대 초의 팔팔한 나이로 정석을 집필해서 떼돈을 벌었다면, 저 아저씨는 1966년에 필즈 상을 받았다. ㄲㄲㄲㄲㄲㄲㄲㄲㄲ

그런데 늘그막에 멘탈이 좀 나갔는지 그는 2018년 가을엔 리만 가설 증명 문제를 풀었다고 공개 기자 회견을 불쑥 열고는 얼렁뚱땅 횡설수설을 늘어놓으며 자폭하고 말았다. 그러고 나서 몇 달 뒤에 사망..

수학계에서는 이 사건을 불문에 부치고 노코멘트 침묵으로 일관했다. "하늘 같던 거장 대선배님께서 말년에 어쩌다 이렇게 되셨나~~ ㅠㅠㅠㅠㅠ 하루아침에 이렇게 망신 당해서는 절대 안 될 분인데..?? 이놈의 리만 가설이 또 멀쩡하던 사람 한 명을 골로 보냈구나.."

수학 쪽이야.. 리만 가설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고 그게 자기 실생활에 끼치는 영향도 없으니 저렇게 조용히 넘어간다.
하지만 의학자는.. 당장 사람 건강이 걸려 있고 우한 폐렴과 걸린 연구를 하면 그 여파가 어마어마하니, 조금이라도 충격적인 주장이 나오면 온갖 음모론들에 힘이 실리게 된다.

참고로, 본인은 몽타니에 할배 쪽이든, 반대하는 백신 옹호(?) 학계 쪽이든 이 분야를 학술적으로 판단할 지식이나 경험이나 능력은 전혀 없음을 밝힌다.
단지 몽타니에가 단순히 우한 폐렴에 대해서 튀는 주장을 한 것 하나만으로 아싸가 된 게 아니고, 그 전부터 여러 방면에서 이상한 기미가 보이면서 논란을 일으켰다는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 사람이 명철과 분별력이란 게 평생 가지는 못할 수 있는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5/04 08:35 2022/05/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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