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본인은 비주얼 C++ 2012로 갈아탄 뒤부터 예전에는 본 적이 없는 이상한 현상을 겪곤 했다. 내가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을 IDE에서 곧장 실행하자(Ctrl+F5 또는 F5) 프로세스는 분명히 실행되어 있는데 창이 화면에도, 작업 표시줄에도 전혀 나타나 보이지 않았다.
Spy++를 돌려 보니 프로그램 창이 생기긴 생겼는데 어찌 된 일인지 WS_VISIBLE 스타일이 없이 숨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문제의 원인은 생각보다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프로세스에 전달되는 STARTUPINFO 구조체의 wShowWindow 멤버 값은, dwFlags에 STARTF_USESHOWWINDOW 플래그가 있을 때에만 유효하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운영체제가 그 구조체에다 ShowWindow 플래그를 안 넣는 적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로직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비주얼 C++ 2012는 이례적으로 그 구조체의 거의 모든 멤버들을 그냥 0으로만 집어넣은 채 프로세스를 생성하고, 0은 SW_HIDE와 같기에 창이 화면에 나타나지 않았다.
2.
<날개셋> 한글 입력기 외부 모듈을 debug 형태로 빌드한 뒤 디버거를 붙여서 실행해 보면, 때에 따라서는 호스트 프로세스가 종료될 때 memory leak 로그가 뜨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항상 나타나는 건 아니고 leak의 양이 심각하게 많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본인은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런데 우연히 추가 디버깅을 한 결과, 응용 프로그램에 따라서 아예 COM 개체들의 reference count가 달라지고 TSF 모듈의 소멸자 함수의 실행 여부가 달라지는 걸 발견하였고, 이에 본인은 이 현상에 대해 좀 더 심혈을 기울여 디버깅을 실시하게 되었다.
이건 꽤 특이한 현상이었다. <날개셋> 편집기에서도 leak이 발생했기 때문에 가장 먼저 'TSF A급 지원' 옵션을 꺼 봤다. 그리고 외부 모듈은 아예 날개셋 커널을 로딩하지 않고 아무 기능도 사용할 수 없는 panic 상태로 구동했다. 그렇게 프로그램의 주요 기능들을 다 끄고 절름발이로 만들었는데도 <날개셋> 외부 모듈을 한 번이라도 로딩을 하고 나면 leak이 없어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COM 오브젝트의 reference count가 꼬이는 버그는 여간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니기에 각오 단단히 하고 디버깅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무척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MFC를 사용하는 GUI 프로그램과, MFC든 무엇이든 대화상자(DialogBox)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에서는 leak이 안 생기는데, Windows API로 message loop을 직접 돌리면서 윈도우를 구동하는 프로그램에서는 memory leak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방대하고 복잡한 MFC를 쓰는 프로그램에서 메모리가 새면 샜지, 왜 더 간단한 프로그램에서 문제가 발견되는 걸까?
이 정도까지 밝혀지니 궁금해 미칠 지경이 됐다. leak이 있는 프로그램과 없는 프로그램을 종료할 때 외부 모듈 개체의 Release 함수가 어떻게 호출되고 reference count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검토했다.
그리고 드디어 leak이 있는 프로그램과 없는 프로그램의 차이가 밝혀졌다.
MFC는 프로그램 창이 WM_CLOSE 메시지를 받아서 창의 소멸 단계로 들어서기 전에, 프로그램 창을 강제로 한번 감춰 주고 있었다( ShowWindow(SW_HIDE) ). CFrameWnd::OnClose()에서 CWinApp::HideApplication을 호출함. 이걸 함으로써 운영체제의 TSF 시스템 내부는 객체에 대한 Release가 일어나고 메모리 해제가 완전히 이뤄졌다. 소스가 없는 대화상자도(DialogBox 함수) 잘은 모르지만 종료될 때 비슷한 call stack을 갖는 Release 호출이 있었다.
그 반면 창이 없어질 때 따로 별다른 처리를 하지 않는 프로그램에서는 외부 모듈 개체의 reference count가 1 남게 되었고, 이것이 memory leak으로 이어졌다. MS에서 직접 만든 다른 입력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왜 그럴까?.
MFC가 WM_CLOSE에서 자기 창을 감추는 이유는 그냥 자식 윈도우들이 순서대로 닫히는 모습이 사용자에게 티가 나 보이지 않게 하고, 겉보기로 창이 당장 없어져 버렸으니 프로그램 종료에 대한 사용자 반응성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그게 반드시 필수는 아니다. 내가 보기에 그렇게 하지 않는 게 잘못이라 볼 수는 없다.
OS별로 살펴보니, 이런 leak은 윈도우 XP와 비스타에서는 없었다가 그 후대인 7과 8에서 생겼다. 즉, XP/Vista에서는 hide를 안 해 줘도 원래 leak이 없는데 7부터는 hide를 해 줘야 한다는 뜻. 아무튼 난 여러 모로 윈7의 문자 입력 체계가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이쪽 부분 담당자가 갑자기 바뀌었는지, 혹은 대대적인 리팩터링을 한 후유증이기라도 한지 자잘한 버그들이 너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결국 이것은 IME 문제가 아니라 운영체제 내지 응용 프로그램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리고 편집기의 소스를 고쳤다. 문제를 피해 가는 법을 발견하긴 했으나 뒷맛이 개운하지 못하다.
* Windows 환경에서의 4대 디버깅 도구와 테크닉
- 문자열을 printf 스타일로 포맷하여 OutputDebugString 함수로 전달하는 TRACE 함수 (디버거 로그)
- 별도의 디버거 로그가 아니라 그냥 화면 desktop DC에다가 로그를 찍는 깜짝 함수
- 프로그램이 특이한 환경에서 뻗을 때 call stack을 확인할 수 있는 miniDumpWriteDump와 SetUnhandledExceptionFilter 함수
- memory allocation number에다가 breakpoint를 거는 _crtBreakAlloc 변수. 정체불명의 memory leak 잡을 때 필수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