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본인은 PE 방식이라고 불리는 32비트 Windows 실행 파일의 내부 구조에 대해 처음 알아 가던 시절에 굉장히 신기해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파일 내부에 자신이 호출하는 API 함수의 이름이 다 나와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면 이 프로그램이 대충 무슨 기능을 활용하며 만들어졌는지도 얼추 분석이 가능해질 텐데? 16비트 바이너리에는 이런 정보가 존재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EXE가 윈도우 프로시저 같은 콜백 함수 이름을 노출하고 있었음)

static library가 그러한 것처럼 DLL도 프로그래머가 작성한 클래스/함수가 이름이 그대로 외부로 노출된다. 그 이름을 GetProcAddress에다 전달하면 이름에 해당하는 함수 주소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DLL이 제공하는 심벌들은 이름뿐만 아니라 ordinal이라고 불리는 번호도 제각각 다르게 부여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ordinal로 주소를 얻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 ordinal은 index나 number이 아니라 ID에 가까운 개념이다. 반드시 0부터 N까지 조밀하게 분포해 있어야 할 필요가 없으며 1000부터 시작해도 되고 중간에 빈 번호가 있어도 괜찮다.

단, 범위는 16비트로 한정이다. GetProcAddress 함수는 인자의 정수값이 16비트보다 크면 포인터로 간주하여 문자열 검색을 하며, 그보다 작은 값이면 ordinal로 간주하여 숫자 검색을 하는 방식으로 동작한다.
다시 말해 Windows의 DLL은 구조적으로 65536개 이상의 심벌을 export할 수는 없다. 물론 그렇다 해도 이것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한계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16비트 시절에는 DLL의 심벌 탐색이 이름이 아닌 오로지 ordinal 방식만 지원되었던 모양이다. (그럼 GetProcAddress 함수도 인자가 PCSTR이 아니라 그냥 UINT였나?)
문자열을 비교하는 것보다는 숫자를 비교하는 게 속도도 더 빠르고 공간도 더 적게 차지하니 좋다. 그러나 ordinal 방식은 두 가지 단점이 있는데, 먼저 보안이 좀 더 안 좋으며, 그리고 ordinal 관리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다.

보안 이슈는 쉽게 비유하자면 이렇다.
GetProcAddress("My_unique_function_name")은 내가 직접 만들지 않은 DLL 에서는 성공할 확률이 거의 없다. 그 반면, GetProcAddress((PCSTR)5)는 함수깨나 있다 싶은 아무 어중이떠중이 DLL에서도 어지간해서는 성공하게 된다.

즉, 엉뚱한 DLL을 잘못 불러왔을 때, 이후 동작이 안전하고 깔끔하게 실패하는 게 아니라 그 상황을 사전 감지를 못 하고 나중에 crash로 도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물론, 여기서 보안이라는 건 프로그램 실행과 관련된 보안이다. ReadFile, CreateWindow 이라는 함수 이름 대신 #35, #107 식의 암호 같은 ordinal은 프로그램의 역공학을 어렵게 하는 보안(?)은 더 뛰어날 수도 있으니 말이다.

ordinal 관리 문제는 생각보다 더 까다로운 문제이다.
어떤 DLL이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어서 수시로 함수가 추가되거나 삭제된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더라도 한번 번호가 부여된 함수는 번호가 절대 고정불변이어야만 그 DLL을 사용하는 프로그램과의 하위 호환성이 보장될 수 있다.

같은 함수라도 DLL의 다음 버전에서 ordinal이 달라져 버리면 기존 프로그램은 그 DLL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수백, 수천 개의 ordinal간에 결번이 생기고 영역이 추가 할당되는 것, 과연 번호 관리가 그렇게 호락호락 수월하게 가능할까?

이런 이유로 인해 32비트 이래로 DLL 심벌은 ordinal이 아닌 문자열로 import/export하는 게 관행이 되었다. 16비트 시절에는 DLL을 하나 만들려면 DEF 파일을 무조건 반드시 만들어야 했고 export하는 심벌에 대한 ordinal을 수동으로 기입해야 했다.
그러나 32비트부터는 export하는 심벌만 쭉 기입해 주면, ordinal은 그냥 이름들의 ABC순으로 0부터 N까지 자동으로 생성된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도 ordinal이 전혀 불필요하고 쓸데없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딱히 컴포넌트화를 지향하지 않고 내가 만드는 프로그램에서나 내부적으로 몰래 쓰는 소형 private DLL이라면, export하는 함수의 이름이 전혀 중요하지 않을 테니 그냥 이름을 노출할 필요도 없이 ordinal 직통을 쓰면 된다. 하는 일이 붙박이로 정해져 있고 앞으로 프로토타입이 바뀔 일이 절대로 없는 물건이라면 금상첨화. 훅 프로시저 DLL 같은 게 좋은 예 되겠다.

혹은, 심벌 개수가 수천~수만 개로 너무 많은 대형 DLL의 경우, 로딩 시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이름 대신 ordinal 기반 로딩 방식을 고집하기도 한다.
당장 MFC 라이브러리, 그리고 MS Office가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공용 라이브러리인 mso.dll도 전부 ordinal 기반이다. MFC를 DLL 링크한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export 섹션에 CWnd, CWinApp 이런 클래스 심벌들이 주룩 노출돼 있는 거 아니다.

심벌을 이름이 아닌 ordinal로 식별하게 DLL과 import library를 만들려면 빌드 시에 DEF 파일을 만들어서 심벌에 대한 특성과 ordinal 번호를 수동으로 지정해 줘야 한다.
그런데 C가 아닌 C++ 스타일의 클래스나 함수를 ordinal로 지정하는 법은 잘 모르겠다. 비주얼 C++ 스타일로 복잡하게 decorate된 명칭들을 일일이 다 열거하면서 @번호 NONAME 속성을 다 줬으려나? 그것도 보통일이 아닐 텐데.

Posted by 사무엘

2014/06/12 08:33 2014/06/12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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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yn 2014/06/19 22:49 # M/D Reply Permalink

    16bit 시절에도 이름으로 Loading 할수 있었습니다.

    1. 사무엘 2014/06/20 06:47 # M/D Permalink

      하긴, 이름으로 로딩하는 기능 자체가 없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Windows API를 공식적으로 이름으로 import해서 쓰지도 않았던 것 같네요.
      (비주얼 C++ 1.52 같은 걸로 실제로 16비트 개발 해 보셨나요? 만약 그렇다면 프로그래밍 경험이 까마득히 많으신 old timer.. ㄷㄷㄷㄷ)

    2. Lyn 2014/06/20 11:00 # M/D Permalink

      아뇨 그 시절 MSC++은 써본적이 없구요.
      16bit 시절엔 Delphi 1.0 을 썼었습니다.

      저는 메인 개발 플랫폼을 2000년대 초반에 C#으로, 2000년대 중반에 VC++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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