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증기 기관차 지하철

1863년 1월, 영국 런던에서는 세계 최초의 지하철 메트로폴리탄 선이라는 게 개통했다.
이때는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다. 링컨이니 남북전쟁이니 하는 얘기랑, 대도시 지하철이 동시대라니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때 우리나라 조선은?? 이제 겨우 대동여지도가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됐다. ㄲㄲㄲㄲㄲㄲ

허나, 남북전쟁은 일개 내전 주제에 기관총 저격총에, 철도 보급 총력전에 초보적인 잠수함까지 등장한 의외의 첨단 과학기술 전쟁이었다. 그 와중에 런던에서는 지하철이 개통하긴 했는데..
지하철에서는 증기 기관차가 다녔다. ㅡ,.ㅡ;; 아직 전기 철도라는 게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하에서 석탄 매연 문제가 장난 아니게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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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이 돼서야 영국 지하철에서 처음으로 전기 철도라는 게 등장하고 지하철의 주 동력원은 전기로 바뀌었다. 증기 기관차를 경험한 적 있는 지하철은 당연히 세계 전체를 통틀어 저기가 유일하다.

이렇게 전철이 개발되면서부터 유럽 열강들 대도시의 지하철은 1890~1910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만들어졌다.
일본은 최초의 도쿄 지하철인 긴자 선이 딱 영국 스타일로 표준궤에 제3궤조 집전식으로 만들어졌지만, 그 뒤에는 전부 협궤에 가공전차선으로 바뀌었다.

2. 원자력 기관차

1950년대 냉전 초창기는 증기 기관차가 슬슬 끝물을 보던 시절이었다. 이때 미국과 소련에서는 탄수차 대신 원자로를 얹어서 물을 끓이고 터빈을 돌리는 원자력 기관차라는 무시무시한 물건을 생각했었다.;; 이른바 atomic train, nuclear locomot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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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원자력답게 연료봉을 하나 꽂아 주면 거의 1년은 마일트레인 급의 무시무시한 화차들을 잘 끌고 다닐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오긴 했다. 원자로를 표준궤 열차 수준으로 소형화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이건 도저히 극복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안전 문제가 너무 노답인 데다, 그 시절엔 기름값이 확 싸지고 디젤 내지 전기 기관차 기술도 눈부시게 발달해 버렸다. 경쟁 후보 대비 가성비가 확 떨어진 바람에 이 계획은 1950년대에 구상 단계에서 다 백지화됐다. 오늘날 원자로가 탑재된 교통수단은 전부 해군에 소속되어 망망대해에서만 뛰고 있다(잠수함, 항공모함).

3. 가스 터빈 고속철

1964년 10월에 개통된 일본 신칸센은 자동차와 비행기에 밀려 몰락하던 세계의 철도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100여 년 전, 영국에서 "철도를 지하에다 집어넣어서 도시 교통체증을 해결해 보자",
30여 년 전, 독일에서 "신호 대기 없이 쭉쭉 달리는 자동차만의 전용 도로를 만들어 보자"에 이어..
일본에서는 "건널목을 몽땅 없애고 총알탄 열차를 만들어서 교통난을 해소하자"라는 엄청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현한 것이다. 물론 쟤들은 미래가 없는 노답 협궤 기존선들 때문에 상황이 더 절박했던 것도 있고 말이다.

일본 신칸센이 열차로서 시속 200km를 최초로 넘자, 프랑스에서는 TGV라는 고속철을 자체 개발했다. 그런데 얘들은 처음엔 가스 터빈을 동력원으로 검토했다. 즉, 프랑스는 내연기관 고속열차를 연구 개발해 본 유일한 나라이다.

1963년에 신칸센 전철이 시운전 시속 250km를 돌파한 데 이어, TGV 001호는 가스 터빈 엔진으로 1972년에 시운전 시속 318km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1973년 이후 오일쇼크가 닥치자 기름값 유지비가 감당이 안 됐고.. 이를 계기로 TGV도 개발 차량이 아닌 영업용 차량은 신칸센처럼 100% 전철로 동력원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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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원자력 기관차는 기름값 하락이 몰락에 일조했던 반면, 얘는 반대로 기름값 상승이 몰락에 기여했다는 차이가 있다.
교통수단에서 터보샤프트 급 가스 터빈 엔진은 헬리콥터나 탱크 정도에서 쓰이고 있다. 철도 차량의 동력원으로는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아주 마이너하다.
초창기 가스터빈 떼제베 001과, 후대의 전철 떼제베는 관계가 마치 우리나라 DEC / EEC 열차쌍과 비슷해 보인다.

4. 제트 엔진 고속철

이건 초음속 자동차의 철도 버전이며, 앞의 2번과 3번을 합친 것 같은 무시무시한 야사이다.
미국과 소련에서는 가스 터빈 정도가 아니라 노즐까지 달린 제트 엔진을 철도 차량에 접목할 생각도 했었다. 1960년대 중후반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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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개발한 Yak-40, 미국에서 개발한 M-497)

그래서 이런 게 실제로 개발됐었다. 달에 먼저 가겠다고 우주 경쟁을 하던 시절에 서로 이런 것도 만들었다는게 참.. ㄷㄷㄷㄷ 얘들는 바퀴식 고속전철이 한참 나중에야 달성한 시속 300~400을 1960년대에 진작에 찍기도 했다.

오오~ 전차선과 팬터그래프가 달리지 않은 고속철도라니.. 게다가 얘는 바퀴를 굴리는 게 아니라 공기를 뒤로 밀어내면서 달리니 마찰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공전 현상 따위의 영향도 받지 않겠다.
과거 우리나라의 새마을호 디젤 동차가 잠수함 엔진을 얹었다면, 쟤들은 폭격기 엔진을 얹었다.

그러나 이런 게 실용화되지 못한 이유는 뭐.. 더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연료 소모가 너무 극심할 뿐만 아니라, 선로 주변에 배기가스와 귀를 찢는 소음 문제가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때는 훨씬 더 경제적이고 주변에 민폐 덜 끼치면서 시속 200~300을 찍는 신칸센 고속전철이 개통돼 있었기 때문에 가성비 면에서 더욱 수지가 맞지 않았다.

철도 차량의 제트 엔진은 차체를 통째로 공중에 들어올리는 건 아니니까 비행기보다 연료 소모가 적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 지표면은 비행기들의 순항 고도 지점보다 공기의 밀도가 높고 공기 저항이 훨씬 더 심하기 때문이다.

비행기만 해도 저고도에서는 속도와 연비가 우리 생각 이상으로 급격히 떨어진다. 비행기가 괜히 힘들게 수 km 이상 위로 상승하는 건 단순히 승객들에게 멋진 구름 경치를 제공하기 위해서인 게 아니다. 자동차에 경제 속도가 있듯이 비행기에도 경제 고도가 있는 셈이다.

10km 고도에서 마하 1~2를 찍는 전투기라도 겨우 수백 m 고도에서는 그 속도로 날지 못한다. 엔진에 과부하가 걸리는 걸 넘어 기체가 공기 저항을 못 버티고 부서진다고 한다.;;
이걸 생각하면 사막에서 제트 엔진 얹어서 시속 1600km대로 주행한다는 초음속 자동차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옛날에는 rocket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대중화되지 않아서 진짜로 로켓을 연구하는 NASA의 연구소마저 이름이 '제트 추진 연구소'였었다. 그런데 훨씬 더 옛날에 영국에서 증기 기관차의 이름이 그 당시로서는 초고속이었다고 '로켓 호'라고 지어졌다니.. 이것도 참 의미심장하다.

Posted by 사무엘

2024/03/10 08:35 2024/03/1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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