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에 대해서 글을 쓰는 건 요거 이후로 무려 5년 만이다. =_=;;

1. 건반악기

세상에 피아노 말고도 여러 건반악기들이 있지만, 피아노처럼 언제 어디서든 건반만 누르면 소리가 탱~ 나는 악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페달을 밟거나 손으로 뭘 주무르거나 입으로 뭘 불어서 바람을 넣으면서 건반을 눌러야 한다. 전자 악기라면 하다못해 전원이라도 켜야 된다.;;
피아노는 방아쇠만 당기면 총알이 나아가는 반자동 이상 등급의 화기인 것 같다. 다른 악기들은 장전을 매번 새로 해야 하는 수동식이거나 아니면 심지어 머스킷 같은 전장식 화기와 비슷하다;;

지금이야 건반의 배색이 주 음계는 흰색, 반음계는 검정으로 정착해 있다. 하지만 옛날에는 이 색깔 배치가 반대였었다고 한다. 수가 더 많은 검정색이 제조 원가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었다나 어쨌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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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실로폰은...? 건반악기이긴 한데 건반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게 아니라 채로 치는 형태라는 것.. 그리고 음별로 건반의 길이가 균일하지 않다는 게 특이하다. 하긴, 피아노는 그렇게 길이의 차이로 음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부위가 건반이 아니라 피아노 몸체 내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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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악기

일명 북, 드럼이라고 불리는 타악기에 대해서 내가 아는 건 초등학교 음악 교과 용어인 큰북과 작은북이 전부이다. =_=;; 전자는 세워 놓고 옆을 치고, 후자는 눕혀 놓고 윗면을 친다.
이 두 드럼은 전문 용어로는 각각 베이스드럼, 스네어드럼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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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런 물건 말고 '팀파니'라는 악기가 클래식에서 큰북 역할을 하는가 보다. 평범한 둥둥 단음이 아니라 나름 음역(음정) 구분도 되는가 보다. 윗면을 치는 형태인 듯?
작년 봄엔 KBS 교향악단에서 실황 공연 중에 팀파니가 찢어지는 돌발상황이 벌어졌는데.. 연주자가 임기응변으로 대처해서 팀파니 3개만으로 4개 같은 연주를 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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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말고 현대/실용 음악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바닥에서는 이렇게 생긴 드럼 키트? 세트가 있다.
저런 세트에는 드럼뿐만 아니라 심벌즈처럼 생긴 금속판도 달려 있어서 양손이 아니라 채로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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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드럼 세트에서 스네어드럼 말고 툭툭 치게 되어 있는 작은북들을 '톰톰'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얘는 드르르륵 칠 때 나는 소리도 클래식이나 군악에서 나오는 진짜 작은북의 소리와는 다르다. 그러니 확실히 별개의 악기이긴 하다.

한때 '킥 드럼 베이스' 테크노(?) 댄스가 유행이고 유튜브에도 많이 올라오던데 말이다..;; '드럼' 때 나오는 동작이 톰톰을 드르르륵 치는 동작일 것이다.

타악기는 그냥 두들기기만 하면 되니, 피아노나 바이올린, 플루트 같은 통상적인 멜로디 악기들 정도로 오랫동안 전공하고 어렵게 숙달할 만한 요소가 있는지 모르겠다. =_=;; 글쎄, 실제로 드럼을 전공한 분한테 이런 얘기를 하면 무식한 소리 말라고 비웃음 당할지 모르겠지만.. 비전공자는 그쪽 세계를 전혀 알지 못하니 말이다.

'캐스터네츠, 트라이앵글, 탬버린'...;;;은? 드럼 계열이 아닌 초딩 타악기 3관왕인 것 같다. 시소 그네 미끄럼틀 3S가 초딩 놀이터의 3대 구성요소인 것처럼 말이다. 얘들 정도면 악기를 제조하거나 구매하는 것도 엄청 저렴하고, 다루는 것도 워낙 가볍고 쉬우니.. 만년 유치원· 초딩용인 듯하다.
그나마 리코더는 초딩 음악 중에서는 약간 상위급이랄까? 나름 플루트처럼 전문가 괴수 연주자도 있다고 한다. ㄲㄲㄲ

3. 군악

오늘날이야 군대에서 악기를 다루는 건 열병식 퍼레이드 내지 각종 전통 행사에서나 볼 수 있다. 그러나 옛날에는 실전에서도 제한적이나마 악기가 동원되곤 했다.
북 같은 타악기는 (1) 으쌰으쌰 흥분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한편으로, 다같이 합을 맞춰야 하는 (2) 단체 행동에서 박자 맞추기 용도였다. 그리고 나팔 같은 관악기는 (3) 지시를 전달하는 신호기 용도였다.

디즈니 포카혼타스(1995) Savages 노래에 Now we sound the drums of war 가사는 절대로 비유적인 표현만이 아니었다. 1600년대에 인디언이고 유럽인이고 전투 때 실제로 북을 둥둥 쳤으며 그게 화면에서도 묘사됐다.
패트리어트(2000)에서도 독립전쟁 때 식민지 측이던가 and/or 영국 측이던가 “진격~!!” 명령과 함께 옆에서 누가 드럼을 드르르륵~ 치는 장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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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 시절을 풍미했던 고전 게임 남북전쟁에서도 교전 때.. 대포나 소총수를 움직일 때는 별 소리가 없는데, 기마병을 움직일 때는 나팔 소리를 흉내낸 듯한 빰빠빰빠~ 멜로디가 나왔다. 이거 나름 고증 반영이지 싶다.
그 뒤 비교적 근현대에 속하는 러일 전쟁.. 203 고지 영화도 보니까 일본군이 러시아 진지로 돌격할 때 옆에서 누가 저 남북전쟁 같은 나팔을 삐리리리 불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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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이 나팔은 나중에 호루라기로 바뀌었고.. 각개전투 전술이 고도화되고 무전 같은 다른 통신 수단이 발달하면서 야전에서 아날로그 음향 장비는 완전히 사라졌다. 통신이라는 병과가 군악이라는 병과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한 셈이다.
승마라든가, 빨강 파랑 원색 전투복, 총검술, 제식 등 군대의 여러 요소들이 야전 실전에서 퇴출되고 그냥 스포츠로 바뀌거나 사관생도들 가오만 내는 레거시로 바뀌었다. 허나, 군악이라는 요소는 저런 것들보다는 비교적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이솝 우화던가.. 전쟁터에서 어느 군악병이 적군에 의해 전사하거나 포로로 잡히게 생기자 "살려주시오~ 나는 당신들에게 일체의 총질을 한 적 없고, 오로지 나팔밖에 불지 않다구!!" 라고 항변했는데.. 적군 왈, "허나, 당신의 나팔 소리에 당신네 병사들이 사기가 오르고 고취되고, 더 신이 나서 우리에게 총질을 해댔지" 이렇게 대꾸하고는 그 군악병을 사살 내지 사로잡았다고 한다.
군악이 전쟁터에서 쓸데없는 무용지물 병과가 절대로 아니며, 다 이유가 있어서 군대에서 저런 걸 배치했다는 것이다.;; 군종· 정훈이나 심지어 의무 병과처럼 말이다.

4. 군대 나팔

군대에서는 휴대하기 야외에서 불기 좋은 악기를 선호한다. 하모니카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전장에서 큰 인기였다. 이건 각 군인들의 심신 안정용이다.
수자폰은.. 그 큰 덩치와 무게에도 불구하고 행군용으로 워낙 최적화돼 있으니 천상 군대 악기인 것 같다. 악기가 사람 몸을 감싸고 덩굴을 튼 형태이다.

이런 것 말고 뭔가 군대에서 지휘와 권위를 상징하는 악기는 트럼펫 부류의 금관악기 나팔이라 하겠다.
오죽했으면 성경에서 신약 성도들의 부활 내지 휴거를 알리는 시그널도 나팔 소리일 거라고 말한다. (고전 15:52, 살전 4:16 등) "하나님의 나팔 소리 천지 진동할 때에"라는 찬송가를 생각해 보자.

국기에 대한 맹세, 장성 행진곡 등 각종 국민의례 BGM들과 심지어 군대의 악명 높은 기상 멜로디까지 모조리 B플랫 장조인 이유는.. 트럼펫의 기본조가 B플랫이기 때문이다.
흠.. 하나님의 나팔 소리가 군대 기상 멜로디라면...??? 군대 트라우마가 있는 크리스천 형제라면 처음에 좀 섬뜩하긴 할 것 같다. =_=;;;;

강원도 전방 산골짜기 어딘가에 박혀 있는 모 부대는 우리나라에서 최후까지 기상 나팔을 녹음된 음원이 아니라 손으로 직접 불었다고 한다. 이건 마치 강원도 정선에서 최후까지 통표 폐색 방식을 썼던 옛날 철도역에 대해 듣는 느낌이다.
철길 건널목도 옛날에는 진짜로 금속종을 때려서 땡땡 경보음을 냈고 옛날 초인종도 마찬가지였는데.. 지금은 전부 다 녹음된 멜로디로 바뀐 지 오래다. 기상 BGM도 이와 비슷한 변화를 겪은 셈이다.

군대가 아닌 싸제 학교나 경찰에서는 호루라기가 쓰이는데, 이건 엄연히 악기이다. 쓰임새는 타악기와 비슷하지만 소리 내는 원리는 명백히 관악기이다. 학교 체육 시간에 달리기 경기를 시작할 때 먼 거리에서는 신호총을, 가까운 데서는 호루라기를 쓰는 듯하다.
그에 비해 휘파람은.. 성악도 아니고 기악도 아니고 뭘까? 군대보다는 애완동물에게 신호를 할 때 종종 쓰인다.

5. 나머지 잡생각들

(1) 음악 용어에서는 코드가 code가 아니라 chord를 가리키며.. 베이스는 base가 아니라 bass를 의미한다. 흥미로운 차이점인 듯하다. -_- (화학에서는 base가 근간, 바탕, 기지, 밑 등의 뜻이 아니라 약간 뜬금없게 acid '산'의 반의어인 '염기'를 뜻하기도 하지..)

(2) 음악의 조도 key라고 하고 건반도 key라고 하다니 좀 이상한데..? 뭐 우리말은 원래 두 음고(시각)의 차가 음정(시간)인데, 음고 내지 조까지 다 음정이라고 부정확하게 싸잡아 말하는 편이다. '암호'(password / crpyto-, cypher)와 비슷한 유형의 모호한 다의어인 셈이다.

(3) 멜로디를 읽으면서 반주 코드를 쭉 넣는 거 말이다. 어느 정도는 답이 정해져 있고 컴퓨터로 자동화도 가능할 것이다. AI로 새로운 곡을 아예 작곡도 하는 세상인데 코드 넣는 걸 컴퓨터가 못 할 리는 만무하다.
다만, 멜로디에 대한 코드가 유일하게 하나만 존재하는 건 아니다. 이것 자체도 일종의 편곡이며, 멜로디를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일종의 창작이긴 하다. 악보라는 텍스트 본문의 주석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4) 산 꼭대기에서 "야호!" 소리가 최대한 멀리까지 들리게 하려면 소리를 어떻게 질러야 할까? 물론 음량은 최대로 잡지만 음고는 한없이 높이지 않는다. 가장 큰 소리가 나올 수 있는 적정 음고가 따로 있다.
이건 마치 자동차 엔진에서 최대 토크 내지 최대 출력이 나오는 엔진 회전수와 비슷한 개념인 것 같다.

(5) 여러 악기가 동원되는 오케스트라를 피아노 양손연주로 멋지게 편곡한 걸 보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더 열악한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포팅을 잘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왼손 빰빰빰으로 타악기 비트를 구현했다거나, 옥타브를 달리한 선율로 특이한 악기 소리를 표현했다거나.. 그런 것 말이다.

(6) 노래에서 숨소리는 철도에서 레일 이음매의 덜컹거림과 같은 개념이 아닐까 싶다. 사진만 보정 뽀샵질을 하는 게 아니라 음원도 뽀샵질(?)을 한다. 이런 쓸데없는 소리를 없애기 위해서.. 근데 현실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숨을 잠깐이라도 안 쉴 수는 없으니 립싱크와 라이브가 이런 데서도 차이가 나게 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4/19 08:35 2024/04/1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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