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억의 복원

(1) 옛날에.. A장조에 가사가 아무 내용 없고 애들이 '아에이오우'만 반복하는 좀 이상한??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다. 모음 삼각도에 입각한 발음 연습용 동요인지? 저건 공교롭게도 라틴 알파벳의 모음 5개에 순서대로 대응하는 소리이기도 하다.

이 정도쯤이야 검색만 하면 출처가 곧바로 나온다. 예민(김 태업)이라는 싱어송라이터의 첫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더라. 발표 시기도 1990년으로 생각보다 오래됐다. 뭔가 '파란 나라'나 '어른들은 몰라요' 같은 느낌의 동요 같다. 들어 보면 알겠지만 주선율에 온통 당김음· 엇박자가 이어지는 게 특징이다.

저렇게.. 사람이 부르는 가사가 있긴 하나 언어적인 의미가 없는 글자 나열에 불과한 노래가 드물게나마 있다. 과거에 MBC 베스트극장 주제가인 "바라밥 바라밥 빠라 바라바라밥.."처럼 말이다.

아카펠라야 든든든 두두두 팝팝 팅팅~ 유후 같은 말소리로 악기 비트를 흉내 내는 게 일종의 테크닉인데.. 악기 반주가 따로 있으면서 가사도 의성어인 건? 바라바라밥 말고 나나나 라라라도 있고.. 이것도 몇 가지 패턴이 있는 것 같다. 아~ '담다디 담다디 담다디 담'도 있었다! ㅋㅋㅋ 사람들이 이런 데서도 참신함을 느끼기 때문에 옛날에 뚫훍쏭 같은 외국곡도 인기를 끌었던 것이지 싶다..

예민 저분은 아에이오우 이후에도 자연이 어떻고 하면서 성인용 동요 풍의 노래를 계속해서 작곡하며 지내 온 듯하다.

(2) 그리고 또 옛날에.. C장조 3박자 계열이고 어떤 남자가 꽤 느끼한 목소리로 "oh my love... for/fall" 이런 가사 정도를 부른 영화 주제가 같은 노래가 있었다.
오디오 CD라든가 비디오 테이프에서 깔끔한 음질을 홍보할 때 샘플로 이 노래가 꼭 나왔던 것 같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가사가 매우 소수여서 찾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되었으나.. 우리의 구글신은 그것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읽어냈다. 무슨 '우아한 형제들'도 아니고 '의로운 형제들' Righteous brothers라는 그룹에서 부른 Unchained melody였다..;; 이건 1965년작으로 내 생각보다도 굉장히 오래됐다..

(3) Dolly Parton의 Nine to Five.
나 초딩 시절 진~~짜 왕창 옛날에 '모나리자'라고 웬 화장지 상표가 있었다.
티슈형 화장지 CF에서 배경음악으로 들었던 게 기억으로 남고 나서 그 뒤로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접할 일이 없었는데... 최근에 우연히 곡의 정확한 출처를 알게 됐다.

1980년대 어느 미드의 주제곡이었던 듯??
"빰빰빰빰 빰빰빰빰" 이렇게 시작하는 리듬이 강렬해서 장기 기억에 금방 각인된 것 같다.

리스닝이 전혀 안 되다 보니 가사 내용은 알 길이 없었는데..
그냥 전형적인 커리어우먼 직딩의 일상을 노래한 가사이구나.
Gb (또는 F#) 장조에 속하는 곡이 하나 더 추가됐다.

옛날에 "곰을 잡으러 갑시다 좋아 좋아서 / 땡큐" 이건 모나리자 상표의 두루마리 화장지 CF였다.;;
"찾아보자 스모프, 숲 속으로 들판으로, 날아보자 스모프, 맛있는 양념통닭"이랑 비슷한 타이밍이 아니었나 싶다.

2. 노래로 듣는 아프리카 언어

라이온 킹 맨 처음 시작할 때 나오는.. "나~주평야! 발발이 치와와..."라고 무슨 판소리 같은 도입부 말이다.
이건 무의미한 음향효과 성대모사가 아니라, 인간의 언어였구나.. 2019년에 "처음"으로 알게 됐다. 아이고~~ ㅋㅋㅋㅋㅋㅋ

아프리카어의 양대 산맥인 스와힐리어 다음으로.. '줄루' 어라고 한다.
저 노래에서는 "잉오야마 ..." 어쩌구 저쩌구가 굉장히 자주 반복되는데.. '잉오야마' 이게.. 사자라는 뜻이랜다.
주인공의 이름인 '심바'는 스와힐리어로 '사자'이니.. 라이온 킹은 두 언어를 골고루 사용한 셈이다.

Nants ingonyama bagithi Baba
"아빠, 여기 사자가 와요~" Here comes a lion, Father
Sithi uhm ingonyama
"ㅇㅇ 그래 사자 맞네" Oh yes, it's a lion


아빠라고 말하는 부분 부근이 '치와와'처럼 들렸구나. -_-;;
진짜.. 별것 아닌 내용이고 "새가 날아든다, 왠갖 잡새가 날아든다" 새타령 대신 아프리카 버전으로 사자타령이나 마찬가지인데
모르고 들을 때와 25년 만에 알고 들을 때의 느낌 차이가 장난이 아니다...!! ㅋㅋㅋ

(1) 옛날에 최 덕신의 CCM 앨범 <갈망>(1998)의 1번 트랙 "오 놀라워라"가... 라이온 킹 같은 시도를 했는지.. 시작과 끝에 "니아자부 사나~~ 뭄부 무움바~~" 하이튼 뜻은 기억 안 나는 스와힐리어 챈트를 넣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느낌이 좀 어설펐다.

(2) 1997년,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열렸던 국제 정보 올림피아드에서는 첫째 날 3번 문제가.. 독충 '이숑고로로'의 움직임을 소재로 집어넣은 내용이었는데.. 저것도 줄루 어로 노래기 벌레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자나 독충이나 다 i 모음으로 시작한다는 공통점이 있네.. 진짜 그런 뜻인지는 모르겠다.

(3) 한편, 이집트의 왕자 When you believe 중간에 나오던 어린애들 코러스는.. 히브리어였다. "아쉬라 알 아도나이 어쩌구" (주께 노래하리라) 이런다. 이집트에서 이제 막 해방되어 빠져나가는 장면이지만 가사 모티브는 홍해까지 건넌 뒤에 부른 노래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얘들이 사자음어를 눈으로만 보고, 읽기는 다 그냥 '주'라고 읽었다는 걸 알 수 있다.

3. 큰 악기

집도 큰 거, 차도 큰 거, 총도 큰 것... 같은 논리로 악기도 큰 것에 갑자기 마음이 끌린다.
채로 켜는 현악기 중에서 제일 큰놈은 더블베이스 또는 콘트라베이스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바이올린처럼 들고 목에 얹을 수 없으며 그냥 아래에다 받쳐 놓고 켜야 한다. 그 크기와 이름에 걸맞게 음역은 매우 낮다.

한편, 금관악기 중에서 제일 큰놈은 튜바의 파생형인 '수자폰'이다. 관이 무슨 나팔꽃처럼 연주자의 몸통을 둥글게 감싸 올라가며 나팔 부위가 머리 위로 커다랗게 돌출돼 있다. 간지가 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수자폰은 선 채로, 심지어 실외에서 걸으면서도 불기 편한 형태로 고안되었기 때문에 아주 군대 친화적이다. 이 악기를 발명한 존 필립 수자는 미군에서 오늘날까지 불리는 행진곡들의 상당수를 태반을 작곡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자폰은 군악대에서 엄청 많이 볼 수 있으며, 반대로 연주자에게 의자가 다 구비돼 있는 실내 오케스트라에서는 볼 일이 없다.

공교롭게도 이렇게 큼직한 두 악기만 갖고 공연을 하는 2인조 악사가 외국에 있다. 검색을 통해 우연히 알게 됐다. 위의 사진도 거기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 링크)

4. 찬양곡 중에 비슷한 곡들

"하나님 아버지 주신 책은"과 "달고 오묘한 그 말씀"은 가사의 주제(성경)와 멜로디 구성(6/8박자 G장조), 분위기가 굉장히 비슷하다. 이어서 부르기 좋기 때문에 우리 교회에서 청년부 특송 때 말씀 찬송 메들리로 써먹기도 했다.
아니나다를까 이 두 곡은 Philip P. Bliss이라는 동일 인물이 1870년대의 비슷한 시기에 작사· 작곡한 찬송가이다.

"그를 향하여 우리의 가진 바"와 "사람을 보며 세상을 볼 땐 만족함이 없었네"는 왠지 좀 비슷하게 흥겨운 느낌이 나고 동일 한국인의 곡 같은 생각이 들었는데.. 그 감이 맞다.
작곡자는 지금도 김천에 개원해 있는 정신과 의사 겸 교회 장로이다(최 영택).

최근에는 "하나님이시여 나의 모든 죄를"(시 51)이라는 곡을 접해서 처음으로 들어 봤는데..
한 박 쉬고 시작하는 것, 전반적인 박자라든가 뒷부분에 조옮김이 일어나는 구성이 "나의 영혼이 잠잠히"와 비슷하게 들렸다.
둘 다 이 유정 작곡이다. 좋은 씨앗이라는 CCM 밴드를 만들어서 음반을 냈고 지금은 목사까지 된 분이다.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 그 찬양을 작곡하기도 했다.

한 사람이 여러 곡을 작곡하다 보면 결국은 비슷한 스타일이 묻어 나기는 하는 것 같다. 난 그 정도로 작곡을 한 경험도, 그럴 능력도 없어서 잘 모르겠다만..

Posted by 사무엘

2019/10/12 08:35 2019/10/1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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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악기 공부하는 걸 외국어에다 비유한다면, 피아노는 기본 중의 기본이요 만국 공용어인 영어에 대응할 듯하고, 그 다음에 일본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의 2군에 대응하는 건 학교 음악 시간에도 접하는 작고 간편한 악기(리코더, 멜로디온, 실로폰, 하모니카...) 내지 바이올린· 기타· 플루트처럼 교육과정엔 없지만 일반인에게 비교적 친숙한 악기가 될 듯하다.

3군으로 가면 2군과 비슷하지만 살짝 더 마이너한 악기들까지 포함된다. 가령, 현악기라면 바이올린 대신 첼로, 비올라, 콘트라베이스 말이다. 본인은 색소폰도 2군보다는 3군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Looking for you 때문에 색소폰을 잠시 배워 봤지, 그게 아니었으면 교회 음악으로 더 적절한 2군 악기를 골랐지 싶다.

2.
건반악기가 여러 종류가 있지만 피아노는 망치로 내부의 줄을 때려서 소리를 낸다. 오르간과 멜로디온은 페달질이나 입을 통해 공기를 따로 공급해 줘야 소리가 나며, 소리도 피아노 소리와는 다르다. 보급형 오르간은 옛날에 시골 학교나 교회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싹 사라졌다.
피아노의 페달은 음향 바리에이션 필터 역할만 한다. 3개 중 가운데의 것은 소리를 줄이는 소음기(silence), 오른쪽 것은 크게 울림(vibration??)인데 왼쪽 페달의 역할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피아노라는 건 외형이 전통적으로 두 계열로 나뉜다. (1) 윗뚜껑이 마치 자동차의 엔진 후드처럼 열려 있으며 표면이 직사각형도 아닌 곡선 모양인.. 일명 '그랜드 피아노', 아니면 (2) 그냥 높고 밋밋한 직사각형 상자처럼 생긴 'upright 피아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집이나 학교에서는 (2)를 훨씬 더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공연장에서는 무조건 닥치고 (1)이 필수이다. 이건 마치 학교의 보급형 풍금과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의 차이와도 비슷하다.

(2)가 가격이 더 저렴하고 공간도 덜 차지하기 때문에 훨씬 더 서민 지향적이다. 하지만 (2)는 (1)에 비해서 소리가 별로 좋지 않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난 잘 모르겠다. 일단 자동차의 V형 엔진과 L형 엔진이 실린더의 배치가 차이가 있듯이, 내부의 망치와 발성 장치를 배치한 방식이 어떤 형태로든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실, (1)이 우리가 생각하는 피아노의 원형에 더 충실한 모습이며, 처음에 발명된 피아노도 원래는 (1)과 같은 모양이었다고 한다.

3.
대부분의 악기들은 사람이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악기는 사람이 혼자서 들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무겁다. 피아노가 대표적으로 이런 급이기 때문에 악기를 들고 오는 게 아니라(세례??) 연주자가 악기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침례??).

하프는 그 경계에 속하는 것 같다. 악기의 인지도 자체는 굉장히 높은 반면, 현실에서의 존재감은 본인이 느끼기에 최소한 4군 이하.. 언어로 치면 한국인에게 무슨 알바니아· 불가리아어, 헝가리어 같은 매우 마이너한 악기이다. 일단 크기부터가 대형 하프는 높이는 거의 사람 키 만하고 무게는 40kg이 넘는다고 한다. 프로 전공자가 사용하는 최고급 물건은 단가가 거의 제네시스 이상 고급 승용차의 가격에 맞먹는다(수천만~억).

그런데 이건 개인용 악기를 매번 들고 다녀야 한다. (피아니스트가 자기 전용 피아노를 들고 다니지는 않을 텐데!) 여느 가구 옮기듯이 옮기다가 어디 잘못 건드리고 흠집이라도 났다간??
그렇기 때문에 하프는 운반만 전문으로 담당하는 업자가 있다고 한다. 페이지 터너(넘돌이 넘순이)만큼이나 음악에서 보이지 않는 조연 역할이다. 악기도 무슨 보험이라도 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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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음으로.. 악기 중에서 입으로 불어서 본체에다 바람을 주입하여 소리를 내는 물건을 관악기라고 한다.
관악기는 더 세부적으로 목관악기와 금관악기로 나뉘는데, 말은 그렇게 써 놨어도 오늘날 '목'이냐 '금'이냐 하는 실질적인 분류 기준은 악기의 재질이 아니라 악기의 메커니즘 내지 발성 방식이다.

목관악기는 숭숭 뚫린 구멍을 막는 방식을 달리해서 음높이를 표현하는 일명 '피리'형 악기의 총칭이다. 그 반면, 금관악기는 구멍이 아니라 입술 상태 내지 밸브로 음높이를 표현하는 '나팔'형 악기의 총칭이다.
그렇기 때문에 플루트나 색소폰은 각각 니켈이나 황동 같은 금속 재질이며, 특히 색소폰은 한쪽 끝이 크게 튀어나와서 나팔을 좀 닮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목관악기로 분류된다. 둘 다 리코더처럼 구멍을 막아서 음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뭐, 플루트는 과거에는 실제로 재질도 목재인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색소폰도 입이 닿는 reed는 엄연히 목재이긴 하다. 도대체 이 자그마한 나무 조각이 무슨 역할을 하길래 이게 없으면 소리가 나질 않는다니, 악기의 물리학은 신기하기 그지없다.

5.
그런데 피리형 악기는 입술과 수평으로 평행하게 배치해서 부느냐, 아니면 수직으로 배치해서 부느냐로 나뉘는 것 같다. 플루트는 수평형이지만 나머지 리코더, 단소, 색소폰, 오보에, 클라리넷 등 대부분의 목관악기들은 수직형이다.
플루트 말고 다른 수평형 악기가 존재하는지? "울지 말고 일어나 피리를 불어라, 삘릴리 개굴개굴 삘릴릴리"라고 개구리 왕눈이에서 주인공이 부는 피리는 그래도 플루트에서 모티브를 땄는지 수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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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는 일단은 수평형이긴 하지만 이걸 목관이라고 봐야 할지 금관이라고 봐야 할지는 모르겠다. 구멍 같은 건 없고, 악기에서 마우스피스에 해당하는 부위가 점이 아니라 선분인 셈인데.. 그리고 하모니카는 부는(미는) 것뿐만 아니라 빨아들이는(당기는) 동작도 있는 거의 유일한 악기이다. 반음을 표현할 수 없어서 불편하지만 크기가 아주 작아서 휴대하기엔 좋다.

6.
오보에와 클라리넷은 길이, 두께 같은 외형(...)이 서로 비슷하게 생긴 것 같다. 단지 꼭대기 부분이 외관상 명백하게 차이가 난다(아래 사진에서 꼭대기가 은색으로 뾰족한 게 오보에). 그리고 클라리넷이 좀 더 색소폰에 가까운 웅웅~은은한 소리가 나고, 오보에는 코맹맹이 같으면서도(나쁘다는 뜻은 아님) 더 고유한 음색을 갖춘 소리가 난다.

본인은 오보에의 소리가 더 마음에 들고 음반 같은 데서 확실하게 들은 기억도 난다. 그래서 둘 중 하나만 배울 기회가 있다면 오보에를 불어 보고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7.
소를 진짜로 잡지 않아도 저렴하게 쇠고기 국물 맛을 내 주는 화학 조미료가 식품계에 존재하듯.. 음악계에도 소리 파형을 조작하여 실존 악기의 소리를 흉내 내 주는 신시사이저가 존재한다.
옛날에 주파수 변조만으로 수십 수백 가지의 악기를 구현했던 그 특유의 애드립 FM 음악(standard.bnk), 그리고 어지간한 PC용 운영체제에 내장돼 있는 미디 신시사이저들을 살펴보면 나름 바이올린, 피아노, 색소폰 등 기성 악기들을 구현했다고 그런다. 하지만 실물 악기의 소리와 비교해 보면 그냥 육개장 사발면과 실제 육개장의 차이와 비슷한 차이가 느껴진다.

최소한 큐베이스, 로직 같은 전문적인 오디오/음악 편집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비싸고 계산량도 많은 가상 악기를 동원해야 실물 악기와 비슷해진다. 마치 페인터의 브러시 엔진이 실물 종이와 물감을 일일이 시뮬레이션 하듯.. 악기의 물리적인 구조와 공기 진동을 일일이 다 시뮬레이션 해야 실물 악기의 모든 특성을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다양한 악기는 외국어뿐만 아니라 글꼴에다가도 비교할 수 있는데, 실제로 '사운드 폰트'라는 명칭이 존재한다고 한다.

8.
그러고 보니 악보와 음표· 음자리표 따위에 대해서도 취향별로 다양한 font family라는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옛날 찬송가와 21세기 새찬송가만 해도 악보· 음표의 스타일이 미묘하게 달라져서 같은 공간 안에서도 새찬송가의 음표가 약간 더 큼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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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악보들 중 우측 하단은 가사를 적은 한글만 밋밋한 굴림체인 게 아니라, 그야말로 음표와 조표들도 너무 밋밋하고 베이직한 스타일이다.
음악과 타이포그래피의 만남인가? ㅎㅎ

9.
독일어는 가히 음악인의 언어인 것 같다. 전공자들이 독일 유학을 워낙 많이 가니까 말이다. 정작 나타냄말 내지 셈여림 언어는 다 이탈리아어인데, 얘는 어쩌다가 주류에서 밀려났는지 모르겠다.

10.
끝으로.. 서양은 수학· 과학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도 어쩜 저렇게 눈부시게 발달했나 모를 노릇이다. "우리의 것" 발굴하는 분들에게 섭섭하게 들릴 수도 있고 어차피 지극히 주관적인 개인 생각일 뿐이긴 하지만, 본인은 국악은 막 듣기 좋거나 예술성이 크게 뛰어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맨날 천날 암울하게 한이 서리네 어쩌네 하고, 주류 민요라는 게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10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이딴 식으로 찌질하게 한풀이나 하고 있다. 서양 음계처럼 음이 다양한 것도 아니고 앵앵앵 소리도(해금??)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에 비하면 그다지 듣기 좋은 소리라고 볼 수 없다.

국악 스타일의 찬양도 말이다. "예수님이 좋은 걸 어떡합니까" 부류는 뭐, 흥겨운 건 인정하지만.. "나 같은 죄인 살리신", "갈보리 산 위에 십자가 섰으니"처럼 막 심금을 울리고 감동적이고 깊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반도에서 그나마 정말로 자랑스럽고 선한 게 나온 건 한글 정도가 전부가 아닐까 싶다.

Posted by 사무엘

2019/03/05 08:33 2019/03/05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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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음악 관련 에피소드

1. 로베르트 슈만

로베르트 슈만(1810-1856)이라고 19세기를 살았던 독일의 음악가가 있다.
이공계 석박사급 전문가 중에도 취미로 하는 음악이 연주건 작곡이건 (준)프로급인 괴수가 일부 있긴 하다만.. 슈만은 그렇지 않고 순수 문과.. 즉, 문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감성파 쪽 천재였다.

그는 20대 초반 나이 때 피아노에 완전 미쳐 있었는데.. 욕심을 내서 연습을 너무 무리해서 하다가 손가락을 다치는 바람에 원래 지망했던 피아니스트의 길을 갈 수 없게 됐다. 결국 작곡, 지휘, 교육에다 문학 기질을 살린 음악 평론 분야로 전업했다.

나 초등학교 시절에 봤던 피아노 교본 앞부분에 슈만의 초상화와 함께 일대기 소개가 있었다. 다른 부분은 다 잊어버렸지만 “지나친 연습으로 손가락을 다쳐..”라는 문구는 지금까지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지나치다’라는 국어 용언의 형용사 용법을 이때 거의 처음으로 접했기 때문이다. (excessive.. 동사는 그냥 pass by일 테고)

이게 단순히 손과 손가락이 쥐가 나거나 삐거나 피 좀 흘린 정도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부러지거나 영구적으로 마비되기라도 한 듯한 모양이다. 맨손으로 피아노를 죽어라고 치기만 했다고 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피아노가 자체가 손을 으스러뜨릴 수 있는 무슨 공작 기계이기라도 하지 않은 이상 말이다.

아, 생각해 보니 피아노 뚜껑을 덮다가 손가락이 끼이고 깔려서 다칠 수는 있겠다. ㅡ,.ㅡ;; 하지만 슈만이 그런 사고를 당한 건 물론 아니었다. 원하는 손가락 움직임을 강제로 구현하려고 손가락에 특이한 기구를 끼우고 평범하지 않은 상태로 연습하다가 탈이 난 것이었다. 1832년의 일이다.

장애가 생긴 부위는 오른손 약지였다. 참고로 안 중근 의사는 맹세를 할 때 왼손 약지의 첫 마디를 끊었다.
넷째 손가락이 손가락들 중에 그나마 가장 덜 중요한 부위라고는 하지만, 악기를 연주할 때는 안 쓰이는 손가락 부위가 없을 것이고, 아무 손가락이라도 그렇게 결손이 있으면 군대도 현역으로 안/못 간다.

그래도 얼마나 피아노에 미쳤으면 연습을 저런 식으로까지.. 하는 생각이 들고 그 열정 하나는 존경스럽다.
하농 교본만 봐도.. 끝에 보면 “피아니스트로서 손의 감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이 60곡 전곡을 치라는 주문은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닐 것입니다” 이런 문구와 함께 끝났었다. 물론 프로 전공자 한정이겠지만 말이다.;;

이 슈만은 피아노뿐만 아니라 연애에도 불같이 미쳤었다. 인생 한번 참 정열적이다.
자기에게 피아노를 가르친 스승의 어린 딸.. 정확히는 자기보다 9살 어린 10대 아가씨(클라라)에게 완전 꽂혀 버렸으며, 그쪽의 마음도 얻었다! 그래서 없으면 서로 못 사는 사이가 됐다.

그 스승이라는 양반은 당연히 노발대발했다. 아무리 자기 제자라지만, 가난하고 미래 불투명하고 손도 다친 9살 연상의 작곡가 아저씨한테 내 딸 절대 못 준다고 맞섰고 치열하게 민사 소송까지 갔다. 허나, 결국 스승이 졌다.

둘은 1840년에 결혼해서 그래도 금슬 좋게 자녀도 여섯 명이나 낳고 잘 살았다. 부인은 남편이 못 이룬 피아니스트의 길을 계속 갔고 말이다. 이 정도면 뭐 승리한 인생 아니겠나.; (스승과도 나중에 화해했다고 함)
뭐, 빌 게이츠도 9살 연하의 자사 여직원과 결혼했다지만, 슈만은 빌 같은 처지가 아니었지...ㄲㄲ

전해지는 일화에 따르면, 철덕 작곡가로 유명했던 안톤 드보르작(1841-1904)도 슬하에 딸을 뒀으며, 자신의 어느 제자(요제프 수크)로부터 “스승님의 딸을 제게 주십시오!”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유럽 그 시절의 음악계엔 저런 관행이 드물지 않았던가 보다.

그 제자는 자신의 스승 겸 미래의 장인의 취향을 잘 알았기 때문에, 자기가 여기 올 때 무슨무슨 번호의 열차를 탔고 열차의 움직임이 이랬다고 의기양양하게 보고를 했는데.. 드보르작은 표정이 썩으면서 그 시간대에 그 열차가 다닐 수 없다고 거짓말을 알아챘던가, 아니면 네가 차량 번호와 운행 스케줄 번호를 헷갈렸다고 쿠사리-_-를 먹였다고 한다. 그래도 결혼을 허락은 해 줬다.;;

2. 괴음악 "검은/우울한 일요일"

본인은 먼 옛날 중딩 시절에, 표지부터가 악마의 얼굴 모양으로 뭉게뭉게 치솟고 있는 화재 현장 연기 사진인..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도시전설 괴담 모음집 책을 본 적이 있었다.
"링컨 대통령과 케네디 대통령의 공통점"부터 시작해, 요런 얘기가 그 책에 있었다.

"검은 일요일"이라고.. 프랑스의 루란스 차르스라는 사람이 1932년에 작곡한 음악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얼마나 암울하고 구슬픈 곡이었는지, 이걸 듣고서 유럽과 미국에서 100여 명이 넘는 사람이 극도의 멘탈붕괴를 체험하고 연달아 자살했다고 한다. 유서에다간 문제의 곡을 당당히 언급하면서 말이다.

"이 곡을 들으니 삶의 의욕이 송두리째 사라지네요. 찢어지는 슬픔을 주체할 수 없어서 저는 이 생을 마감하렵니다. ㅠㅠㅠ 이게 다 검은 일요일 때문입니다. 제 장례식 때 이 곡을 연주해 주세요~" (헐, 조문객들까지 자살하게 만들려고?? =_=;;)
세계의 날고 기는 음악가와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들이 이 곡에 무슨 마가 끼였는지를 학문적으로 분석하려 시도했지만 별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곡과 작곡자의 정체에 대해서 오늘날 검증 가능한 건 물론 하나도 없다. 결정적으로 그 곡은 세계 각국의 방송국에서 연주 금지 처분을 받고, 1945년경에 전세계에서 악보가 회수되고 폐기· 소실됨으로써 이제 더 전해지지 않는다고 한다. ㅡ,.ㅡ;;

그나마 저 이야기에 근접한 진실, 팩트는 이렇다.
1933년에 헝가리의 '셰레시 레죄'라는 사람이 우울한 단조풍으로 가사 없는 피아노 연주곡을 하나 작곡했다. 그 뒤 1935년에 다른 사람이 멜로디에 걸맞은 우울한 다른 가사와 제목을 붙여서 Gloomy Sunday라는 노래가 완성됐다.

지금은 저 곡을 유튜브에서 곧장 검색해서 들을 수 있다. (☞ 링크 46초 이후부터 곡이 시작됨) 주선율이 도도도~ b미미미 솔솔솔 도도도~ 로 시작하며, 다시 말하지만 장송곡 같은 우울하고 구슬픈 느낌이긴 하다. "봄봄봄봄(도 미 솔 도) 봄이 왔어요"(이 정선, 봄)와는 정반대 심상이다.
하지만 이 정도 곡을 멀쩡한 일반인이 듣는 것만으로 멘탈이 붕괴해서 머리를 쥐어뜯고 무슨 마 8:32의 돼지처럼 뛰쳐나가 자살을 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프랑스 사람이 작곡한 검은 일요일(??)은 헝가리 사람이 작곡한 우울한 일요일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저 실존하는 곡조차도 대외적으로는 "Hungarian Suicide Song"이라는 섬뜩한 별명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저 곡이 발표되었던 당시에 헝가리 내부에서, 저 곡 듣고서 자살한 게 아닌가 의심되는 사람이 10여 명 정도 있기는 했다고 한다. 그래서 헝가리에서 이 곡이 금지곡으로 찍히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 곡이 멀쩡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갔는지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되고 검증된 바가 물론 없다. 안 그래도 극심한 가난과 질병, 인생 실패 등을 비관해서 자살할까 말까 고민 중이던 몇몇 소수의 사람이 왕창 우울한 곡을 듣고는 이판사판 옥상에서 뛰어내리거나 권총 헤드샷을 날렸을 수는 있겠다. 루머도 아무 근거 없이 생기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별 상관 없는 얘기이다만.. 1932(33)~45년 사이이면 공교롭게도 전쟁광으로 흑화하던 일본, 나치 독일, 루스벨트 대통령의 집권과 거의 일치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사람을 100수십 명씩이나 연쇄자살로 내몬 악마의 음악이 존재했는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지만, 단 한 명이라도 사람을 골수 중증 철덕으로 개조시킨 마법 마성의 음악은 지구상에 분명 존재하며, 그 증인 당사자가 시퍼렇게 살아 있다. 음악이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에는 음악 자체뿐만 아니라 음악이 연주되던 당시의 분위기와 맥락, 청취자의 심리도 기여하는 게 매우 크다.

Posted by 사무엘

2019/02/07 19:29 2019/02/07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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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마지막 블로그 글은 몇 년 동안 새 글이 없이 먼지만 쌓여 가던 '철도-관련 미디어' 카테고리 소속이 되겠다. 만세~!

내가 맨날 Looking for you 타령만 죽어라고 늘어놓고 있어서 존재감이 많이 묻히긴 했지만.. 옛날(200x년대) 새마을호 열차에서는 Looking for you 음악만 흘러나온 건 아니었다.
열차가 시발역에서 운행을 시작했을 때, 그리고 종착역 도착을 앞두고는 황홀하고 모던하고 미래지향적이고 하이테크스러운 분위기의 다른 BGM이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 즐거운 여행 되셨습니까?" 요런 안내방송이 나왔다. (☞ 동영상 링크) 본인은 이 BGM을 일명 로고송이라고 불러 왔다. 보통명사 또는 고유명사로 말이다.

초창기에는 출발 때에 한해서 새마을호의 로고송 자체가 Looking for you이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즉, Looking for you를 배경으로 하고 "손님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랬다는 거다. 이건 각 역별 도착 시각을 일일이 그것도 4개 국어로 다 안내해 주던 시절의 추억인데, 본인은 직접 들어 보지는 못했다. 지금은 KTX에서도 그러지는 않는걸..

그러던 것이 Looking for you 이후에 별도 로고송+안내방송으로 바뀌었다. 종착 Looking for you는 그래도 06년 말 정도까지 유지됐지만 출발 Looking for you는 KTX의 개통 이후에 얼마 못 가 스티브 바라캇 Dreamers로 바뀌었기 때문에 2002년 이래로 길게 잡아도 2년 남짓밖에 유지되지 못했다.

그건 그런데.. 문제는 곡명이 다 알려져서 철덕들의 찬송가로 등극한 Looking for you 말고, 그 고유 로고송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그 시절에 무궁화호에서 연주되었던 로고송은 CAGNET의 What will I do(원곡은 아닌 듯하고 C장조로 조가 올라간 리메이크)라고 출처가 곧 알려졌다. 얘도 나쁘지 않은 곡이지만 새마을호 로고송 같은 황홀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새마을호 로고송의 정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다. D장조와 D단조를 오르내리는 그 황홀한 멜로디는 출처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그렇게 철덕들의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 로고송은 2008년 무렵부터 다른 곡으로 대체되었다.

본인은 지난 2009년 1월 6일 아침, 서울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정확히 같은 음색은 아니지만 로고송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 것을 우연히 목격..은 아니고 청격했었다. (☞ 옛날 글 링크) 그걸 블로그에 공개했으며 다른 철도 동호인께서 호응하는 댓글까지 올려 주셨다. 하지만 일은 그걸로 끝나고 여전히 정확한 출처를 알아내지 못했다.

오죽했으면 이 사실이 나무위키에도 등재돼 있을 정도였다. (코모넷 항목.. 코모넷은 그 당시 새마을호에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던 협력업체. 현재는 폐업함)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랬는데 그로부터 거의 1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2018년 12월 17일,
디씨 철갤에서 어느 갤러에 의해.. 이 음악의 출처를 근성으로 "단서를 쫓아 여러 음반 뒤져가며 듣고 또 듣고 생노가다 해가며" 찾아냈다는 소식이 타전되었다!

출처는 바로 Headline News라고, 방송국 BGM용 컴필레이션 음반.. 그것도 엄청 옛날인 1992년 5월에 발매된 음반의 6번 트랙인 Outlook이었다. 이건 우리나라 철덕 역사에 길이 남을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라디오나 TV 방송에서 광고나 섹션 전환, 아니면 심지어 방송사고 등 여러가지 상황에서 들려줄 만한 짤막한 BGM들 모음집이다. 이 분야의 음악만 전문적으로 작곡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심각하게 마이너한 분야의 음악인 관계로 전곡이 유튜브 같은 데에 공개돼 있지는 않으며, 인터넷 상으로는 맛보기로 중간 30초 분량밖에 못 듣는다. 하지만 곡 자체도 1분 30초 남짓으로 짧은 편이다.

안내방송 멘트에 가려져서 제대로 듣기 어렵던 구간을 이렇게 음악만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게다가 본인이 라디오에서 들었던 곡은 저 앨범의 4번 트랙(Young Blood 젊은 피??)이라는 것도 덤으로 알 수 있었다! 같은 작곡자가 같은 멜로디를 다른 악기와 다른 분위기로 리메이크 해서 연주했던 듯하다.

이 곡의 작곡자(Nicolo Bardoni & Stephen Warr)에 대해서는 새마을호 Looking for you의 작곡자인 MALTA보다도 안 알려져 있고, 하물며 음반은 Obsession보다도 더 구하기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출처를 알게 된 것만 해도 어디냐.. 이런 듣보잡 마이너 음반까지 뒤져서 로고송의 출처를 알아낸 그 철갤러 분께 진심으로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철덕의 오랜 의문이 이렇게 풀리니 기분 좋게 올해를 마무리할 수 있겠다.

※ 그리고 이미 국내의 어느 용자께서 이 곡의 음원을 구해서 유튜브에 이미 올리셨다.

Posted by 사무엘

2018/12/29 19:33 2018/12/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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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음악 연주와 자동차 운전의 관계

페르마타(늘임표)는 자동차 주행 중에 만나는 과속방지턱과 비슷한 느낌이다. 사실, 자동차 주행을 음악 연주에다 비유하는 건 심상 면에서 의외로 그럴싸하다. 그래서 음악 연주에다 빗댄 자동차 CF가 있고, 우리나라엔 아예 '쏘나타'라는 이름의 자동차도 있다.

2. 작곡과 편곡의 관계

작곡과 편곡의 관계는 군용기에서 공중전과 폭격의 차이와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음악에서 새로운 주선율을 만들어 내는 건 가장 화려하고 창의적인 활동이며, 이는 비행기로 치면 기동력이 가장 뛰어나고 제일 뽀대 나며, 공중전을 벌여서 적군의 군용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전투기와도 같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전과를 가장 많이 세운 비행기는 우월한 기동성으로 육군과 해군을 지원하여 지상의 목표물을 없애 주는 폭격기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주선율을 실제로 풍성한 반주가 곁들어진 음악으로 만들어 주는 작업은 뼈대에다 살을 붙이는 편곡이다.
오늘날은 공중전과 폭격이 모두 가능한 전폭기가 대세이듯, 음악계에도 혼자 작곡· 편곡에 심지어 가사까지 직접 쓰는 만능 싱어송라이터도 있긴 하다.

3. 화음과 합창 파트

본인은 음악에서 박자보다 화음· 화성에 더 끌리는 편이다. 높이가 다른 음들에 대해서 마치 서로 다른 색깔을 보듯이 일종의 공감각적인 심상을 느낀다. 단선 악보 노래만 부르다가 화음을 넣어서 합창을 부르면.. 마치 흑백 영화를 보다가 컬러 영화로 바뀐 듯한 느낌이다. 사실, 각 파트별로 연습을 하는 게 사진 촬영으로 치면 R, G, B 각 색깔축을 제각기 현상하는 것과 비슷하기도 하다.

교회에서 성가대 찬양 같은 거 연습할 때 파트 연습은 힘들고 어렵고 시간도 더 많이 걸린다. 하지만 제대로 부르면 훨씬 더 아름다운 노래가 나오기 때문에 힘들게 연습한 보람이 있다. 또한, 합창뿐만 아니라 돌림노래 같은 부류도 좋다.

합창은 보통 여자+고/저, 남자+고/저 이렇게 네 파트로 나뉘는데, 그 중 '남자+고'에 해당하는 테너 파트가 내 경험상 제일 어렵다.
소프라노는 그 노래의 주선율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쉽고 친숙하다. 알토는 조금 연습이 필요하지만 음역이 낮아서 부담 없으며, 소프라노의 협화음이기 때문에 그럭저럭 음을 내기 쉽다. 베이스는 음역이 제일 낮으며, 그 멜로디도 굉장히 단순한 경우가 많다.

그 반면, 테너는 보통 여성 파트와 관계 없는 생소한 멜로디 위주인 데다 음역도 아주 높다. 조심해서 부르지 않으면 삑사리가 난다. 교회에서 합창 연습을 하면서 평소에 테너만 부르다가 다른 파트를 도와주기 위해서 파트를 옮겨 봤더니 거기는 부르기가 이렇게 쉬운 줄 몰랐다.

테너로도 모자라서 카운터테너는.. 뭐 높은솔 이상으로 올라가고 남자 성대로 거의 여자 음역을 내는 파트이니.. 타고난 성대나 특수한 테크닉을 구비하지 않으면 감당 불가능일 것이다. 접두사 'counter-'는 거의 'anti-, against'와 비슷한 뜻인데 테너의 반대가 아닌 테너의 강화를 나타내는 음역 이름에 붙었는지 모르겠다.

4. 음고 (또는 음정)

본인은 앞서 언급한 저런 취향과 배경으로 인해, 어떤 곡이나 노래를 배웠으면(특히 교회 찬송가) 들었던 그대로 기계적으로 완전히 똑같은 음높이로 부르는 걸 좋아한다. 악기 없이도 첫음이 정확하게 기억돼 있기 때문에 반주가 있건 없건 쌩목으로도 동일한 음고가 나온다. 이런 데에 좀 쓸데없는 집착 같은 게 있다.
화가로 치면 무슨 고전파처럼 걸어다니는 사진기를 추구하고, 음악으로 치면 걸어다니는 녹음기를 추구한다.

그런데 음반의 곡은 음역이 전문 가수에게 맞춰져서 그런지 일반인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편이다.
예를 들어 <나>(송 명희 작사, 최 덕신 작곡) 같은 경우 음반의 오리지널 C장조로 그대로 부르면 결말부에서 음이 무려 높은솔까지 올라간다. 그래서 찬양집 악보를 보면 조를 A장조 정도로 낮춰 놓곤 한다.

비록 회중의 편의를 위해서 조를 옮긴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마음에 안 든다. 비록 같은 곡이긴 하지만 조가 바뀌면 느낌이 싹 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흥, 감동, 여운이 C장조를 기준으로 다 형성되고 머리에 박혔는데, 곡을 다른 조로 부르면 그게 느껴지지 않는다.

조가 달라지면 같은 곡도 느낌이 확 달라지기 때문에 내가 Looking for you를 들을 때도 mp3 음원을 구한 뒤부터는 사운드 에디터를 돌려서 얘를 단2도부터 장7도에 이르기까지 반음계의 모든 음역으로 조를 달리하면서 다 들어 봤다. Looking for you를 3천 번 들으면서 조를 바꾸고, 템포를 바꾸고 가장 비슷한 악기를 찾아보고 멜로디를 채보하고..

이 음악으로부터 경험할 수 있는 모든 느낌을 그냥 뼛속까지 다, 금이빨만 빼고 모조리 씹어먹고 소화하고 싶었다. 그러면서 나는 모가 형 증기 기관차부터 KTX, 경인선에서부터 경부고속선에 이르기까지 철도 덕후로 머리 구조가 개조되어 갔다..
철도청이 사람을 완전히 버려 놨다. Looking for you라는 곡은 어설프게 내보내는 철도청 CF 10편, 이미지 광고 100편도 배출하지 못한 평생 매니아 고객, 철도교 신자를 만들었다.

5. 이조악기

본인은 오로지 Looking for you 때문에 팔자에도 없던 색소폰을 악기를 직접 구입해서 배워 보기까지 했다. 새마을호 음악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내가 피아노 다음으로 접하는 제2군 악기는 플룻이나 기타 같은 게 됐을 가능성이 높다.
기타는 주선율 연주가 아니라 코드 반주용으로 워낙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기 때문이요, 플룻은 소리가 예쁘고 교회에서 찬송가 특송 보조용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2군을 넘어 3군으로 가면 클라리넷, 오보에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다. 철도가 아니었으면 색소폰도 3군에 속했을 것이다. 그것도 알토보다는 소프라노 색소폰 말이다.
이거 무슨 외국어 같다. 피아노는 영어 같은 악기이고, 2군 3군은 중국어나 스페인어, 일본어 같은 제2 제3 외국어에 해당되겠다. 바이올린은 좀 여성형 악기인 것 같아서 제낀다.

모든 악기들이 그렇겠지만 색소폰은 도대체 어떤 유체역학적인 원리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걸까? 황동으로 된 커다란 몸체뿐만 아니라 마우스피스, 그리고 나무로 된 reed가 어떤 상호작용을 해서 소리가 나는지.. 어찌 보면 금속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만큼이나 신기하게 느껴진다. 옛날에는 이런 악기나 열쇠· 자물쇠를 만드는 장인의 기술이 요즘의 자동차 반도체 기술 같은 최첨단 하이 테크놀러지였을 것이다.

소리가 멋있긴 하지만 알토 색소폰 정도 되면 악기가 꽤 크고 무겁다. 그리고 불었을 때 소리가 피아노 이상으로 꽤 큰지라, 아파트에서 연습하기가 좀 부담되기도 한다.
저음을 제대로 내기가 어려운 건 초· 중딩 때 학교에서 배웠던 리코더와도 비슷하다. side effect 없이 옥타브를 위 아래로 오르내리는 것도 좀 어려운 축에 든다.

이 외에도, 본인은 색소폰을 처음 배우던 시절에, 얘는(알토 기준) 기준조가 C가 아니라는 걸 알고서 굉장히 놀랐었다. "아니 사람 헷갈리게 왜! 도대체 왜 악기를 그딴 식으로 만들지? 무슨 역사적인 이유 때문에?"
헐.. 색소폰이 이조악기라는 걸 처음부터 알았으면 내가 덥석 색소폰을 사고 배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내는 음과 실제로 악기에서 들리는 음이 서로 다르니, 굉장한 연상거부와 불편함이 야기된다. 그래서 색소폰으로는 아무 악보나 덥석 내가 원하는 조로 연주하지 못하며, 미리 전조를 머릿속이나 종이에다 해 놔야 된다. 가령, Looking for you를 들은 대로 그대로 불려면 오리지널 F조가 아니라 D조로 전조해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은 이조악기가 색소폰만 있는 건 아니다. 트럼펫은 기준조가 Bb(플랫)이라고 한다.
국기에 대한 경례, 장성 경례곡, 그리고 결정적으로 군대 기상 멜로디가 왜 전부 Bb조인지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6. 아리랑 멜로디가 붙은 영어 찬송가

한국인 중에 '아리랑'이라는 민요를 모르는 분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어느 장로교 교단에서 1990년대에 '아리랑' 멜로디에다가 가사를 써서 Christ, you are the fullness (of God)라는 찬송가를 만들어 수록했다.

이 사실이 내 기억이 맞다면 2000년대 이후에 어느 SBS 다큐멘터리의 소개를 통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백인 코쟁이들이 "오 아리랑이 멜로디가 너무 아름다워요(찬송가용으로)! 원더풀!" 이러는 인터뷰가 실렸다. 심지어 그 영어 가사가 한국어로 역번역되어 일명 아리랑 찬송가로 수입되기까지 했다.

뭐, 한국 민요가 외국의 찬송가에 실렸다니 좋은 일이다. 막 "한민족은 우수한 민족이라는!" 국뽕에 취할 필요도 없고, "그게 뭐 대수라고" 식으로 너무 시니컬하게만 볼 필요도 없다.
사실, 특정 민족의 민요 멜로디가 찬송가 가사에 붙는 건 흔한 일이다. 또한 극단적인 예로, "마귀들과 싸울지라 (죄악 벗은 형제여)"는 군가 정도가 아니라 "존 브라운의 시체"라고 찬송가와는 1도 관계 없는 노래의 멜로디에서 유래되었으며, 우리말 가사조차도 출처 불명의 창작이지 정확한 번역을 통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미국 본토에서 저 찬송 부르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있으면 링크를 소개하려 했는데, 전부 국내에서 "미국에 아리랑 찬송가가 있대!"라고 소개하거나 가사를 역번역해서 부른 것밖에 안 뜬다. 그래서 링크 소개는 생략하도록 하겠다.
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찬송가에다가 국악 스타일을 접목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서양식 7음계가 좋다. =_=;;

7. 옛날 자동차 소개 테이프에 수록되었던 BGM들

1991년쯤이던가.. 본인 초딩 시절에 집의 첫 차가 현대 엑셀이었다.
차를 사니 취급설명서와 보증서 같은 책자가 따라오는데, 책자뿐만 아니라 제조사에서 차량의 전반적인 관리 요령을 BGM과 함께 남녀 나레이터가 낭송해 놓은 테이프도 같이 줬었다.
아마 이건 차종마다 다르지는 않고 모든 승용차 공통, 모든 트럭 공통.. 이런 식이 아니었을까 싶다.

너무 오래 전 일이지만, 난 그 테이프를 즐겨 들었다.
"반드시 무연 휘발유를 사용하셔야 하며, 납 성분이 포함된 유연 휘발유를 사용하시면 뭐 어쩌구(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팬 벨트, 휠 베어링, 디스크 드럼의 마모 상태 점검.." 뭐 이런 단어가 나왔던 것만 기억에 남아 있다.

그리고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던 BGM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선곡을 한 담당자가 단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1) A면

El Bimbo (Paul Mauriat) -- 맨 처음 "안녕하십니까? 저희 현대 자동차의 고객이 되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렇게 인트로와 함께 나오던 음악이다. 제목을 한참 뒤에야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C단조)
첫 곡이 끝난 다음에는.. 뭔가 월광 소나타 스러운.. Thexder 게임에서 주인공이 죽었을 때 나오는 게임오버 음악과 비슷한 곡이 나왔다. (F단조)
(정체불명. 기억 소실)

Love is Blue (Paul Mauriat) -- 난 이 곡을 현대자동차 테이프에서 난생 처음으로 들었다. (A단조)
그 뒤로도 두 곡 정도가 더 있었는데, 제목은 모르지만 주요 구간 멜로디는 지금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 모두 C단조이다.

(2) B면

뒷면 첫곡도 꽤 유명한 음악인 걸로 기억하는데, 멜로디를 기억하지만 제목 모름. (C단조)
(중간은 정체불명. 기억 소실)

Plaisir D'amour -- 끝에서 셋째. 테입 전체를 통틀어서 거의 유일하게 장조곡으로 기억한다. 여느 연주와는 달리 주선율이 팬 플룻이고, 템포가 좀 빠른 편이었다. (F장조)

저 곡은 제목을 번역하자면 "사랑의 기쁨"이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프리츠 크라이슬러가 같은 제목의 바이올린곡을 작곡한 게 있는데, 그것과는 다른 곡이다. "도~미솔 파미 레(도#)레파라~".. 아마 들으면 다들 기억하실 것이다. 그건 원제도 독일어인 Liebesfreud이다. 자매품으로 "사랑의 슬픔"도 있다는 게 흥미로운데..
그 반면, 저 Plaisir D'amour는 출신이 프랑스 계열이다.

The Lonely Shepherd (James Last) -- 끝에서 둘째. 영화 <킬 빌>에서도 오마주 되어 흘러나온 유명한 곡이다. (D단조)
운행 중 비상 상황 발생시 대처 요령 섹션과 함께 흘러나왔다. 팬 플룻 연주곡이 두 곡 연속으로 나오는 셈이다.

그리고 맨 마지막 결말부에서 덕담과 함께 빠이빠이 하며 흘러나온 곡 역시 C단조의 유명한 곡이며 멜로디가 기억 나고 주선율을 악보로 정확하게 쓸 수 있지만.. 무슨 곡인지 제목은 모르겠다.
30대 이상 나이의 방문자 분들 중에 혹시 이런 추억 있으신 분 안 계신가 궁금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8/05/23 08:31 2018/05/2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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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좀 덜해진 감이 있지만 한때 마소에서는 자사의 운영체제인 Windows에 단순히 기술과 기능뿐만 아니라 감성을 담으려고 애쓰곤 했다. 애플 진영만 감성 마케팅을 한 게 아니라는 얘기이다.
이쪽으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던 때는 크게 세 시즌으로 나뉜다. (1) 95, (2) XP, 그리고 그 다음 (3) Vista 정도 되겠다.

Windows 95는 그야말로 마소의 Windows 개발 역사상 가장 큰 격변을 이룬 작품이었다.
그러니 3.1 시절의 너무 식상했던 tada.wav를 대신하여, 참신하고 세련되고 오픈되고 모던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게, Windows 95 부팅이 마치 미래로 가는 창문을 열어젖히기라도 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그런 시작음을 외주를 줘서 개발하게 되었다.

그 유명한 "또르릉~ 띵~ 띵.." 95의 시작음을 작곡한 사람은 Brian Eno이다. 파일 이름부터가 참 거창하게 The Microsoft Sound였다.
다만, 정작 그 작곡자는 DOS고 Windows고 전혀 사용하지 않는 골수 Mac 유저였다는 것이 훗날 당사자의 회고 인터뷰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Windows 95는 누구나 듣는 시작음뿐만 아니라, 소수의 매니아만이 열어 보는 이스터 에그 화면에다가도 고유한 음악을 집어넣었다. 여기에 들어간 음악이 바로 그 유명한 Clouds이다. 이거 작곡자는 Brian Orr이니 또 다른 Brian이다. 단, 이건 길이와 용량 관계상 wav가 아니라 mid 포맷이다.

저 작곡자가 회고하기를, 작곡을 의뢰받을 때 컨셉으로 받은 키워드가 clouds, floating, peaceful이었다고 한다. Windows 95는 부팅 스플래시 화면부터가 파란 창공과 구름이었으니까..;; 그래서 그 컨셉에 맞게 멜로디를 써 넣은 결과물이 저 음악이라고 한다.
여느 음악 예제들과 마찬가지로 Windows\media 디렉터리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본인은 얘는 Windows 95가 실제로 사용되던 시절에 PC에서 찾아서 들어 보지 못했다.

저거 이후로 마소의 제품에서 이스터 에그 재생 중에 그럴싸한 음악이 나온 경우는 Visual Basic 5~6의 이스터 에그가 유일했던 듯하다. 공교롭게도 저 이스터 에그도 파란 창공을 배경으로 정육면체 상자 4개가 뱅글뱅글 돌아가고 그 배경 위로 개발자 명단이 스크롤 되어 올라간다.

물론 이스터 에그라는 것도 2002년 이후로는 마소의 제품에서는 싹 자취를 감춰서 볼 수 없게 됐지만 말이다.
우리나라 지하철에다 비유하자면, 처음에 인테리어가 좀 독특하게 꾸며졌던 역들이 모두 안전을 이유로 스크린도어로 뒤덮이고 불연재 재질로 교체되어 미관이 예전보다 안 좋게 바뀐 것과 비슷해 보인다. 뭐 아무튼..

Windows NT 4라든가 98~ME 사이에서는 전자 악기 기반의 시작음들이 많이 쓰였으며 특히 chimes, chord, ding 같은 메시지 비프음도 다시 만들어졌다. 이것들은 다른 아티스트들의 작품이다.

그러다가 Windows XP는 프로그램의 시청각 요소가 완전히 쇄신했다. 이제 PC의 속도와 메모리가 충분해진 덕분에 9x 계열 커널이 수명을 다할 때가 됐고, 그리고 64비트와 멀티코어 CPU도 등장하다 보니 하드웨어가 큰 변화를 겪을 시기였다. 이 시기에 맞춰 마소에서는 OOBE (out-of-box experience)라는 말까지 만들어 내면서 새 운영체제로 '사용자에게 새롭고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자'에 목숨을 걸었다. 굳이 Windows 2002 대신 XP라는 브랜드명까지 만들면서 말이다.

일단 피아노 소리 위주인 시작음, 비프음들은 다 Bill Brown이라는 작곡가가 작곡하고 오케스트라를 동원해서 연주했다. 그리고 (1) Tour를 실행했을 때 나오는 고퀄의 배경 음악들도 이 사람의 작품이다. 시퍼런 Luna 테마와 풀밭 사진뿐만 아니라 음악도 Windows XP를 뭔가 종합 예술 작품 같은 인상을 심어 주는 요인이다.

사실, Windows XP는 애초에 설치를 하다가 작업이 마무리되고 비디오/사운드 카드가 자동으로 잡히고 나면 간단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2) 몽환적인 분위기의 intro 음악이 나온다. 길이도 무려 5분 24초나 된다. 이걸 듣고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 유명한 음악의 작곡자는 의외로 Bill Brown이 아니며,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인터넷 상으로는 Brian Eno가 작곡했다는 말이 많지만 저 사람은 공식적으로는 Windows 95 로고송 이후로 딱히 마소와 다시 작곡과 관련된 계약을 맺은 내역이 없다.

Susan Ciani라는 미국의 여성 작곡자를 지목하는 곳도 있으나, 이 역시 정확한 출처나 근거가 부족하다. 이 곡은 Windows XP의 정체성 그 자체로서 Tour 음악과 쌍벽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작곡자가 공식적으로 미상인 것이 무척 미심쩍게 여겨진다.

그 뒤, Windows Vista부터 도입된 "따단 따단" 그 4개 음표짜리 전자음 멜로디는 Robert Fripp이라는 사람이 작곡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이후로 마소에서는 운영체제의 음악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옛날에는 사용자가 선택한 테마에 따라 GUI의 색상과 글꼴, 각종 사운드가 싹 달라지게 하는 게 유행이었고 애초에 Windows와 Office, Visual Studio 제품들도 버전이 바뀔 때마다 프로그램 외형과 색상도 같이 바뀌던 시절이 있었거늘, 그마저도 2010년대 이후로는 약발이 다한 모양이다.

시작음처럼 운영체제나 프로그램의 구동과 함께 연주되는 음악 말고.. Windows\media 디렉터리에 예제로 제공되는 음악들도 버전별로 바뀌어 왔다.
Windows 3.1 시절에는 canyon과 passport라는 이름의 mid 파일이 있었다. 95와 그 이후까지 존속했는지는 기억이 확실치 않다.

98/2000쯤에는 '엘리제를 위하여'를 포함해 뜬금없이 클래식 음악의 미디 파일이 갑자기 쭈욱 추가되었던 걸로 본인은 기억하는데, 후대 버전에서는 몽땅 다시 사라졌다.
그 대신 ME와 XP에서는 그 당시의 최신 외국 가요 음반에서 발취한 샘플 wma 한두 곡이 잠시 들어갔다. 미디로는 town, flourish, onestop이 들어가서 오늘날 Windows 10에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특히 onestop의 경우 마치 음악계의 the quick brown fox jumps over the lazy dog처럼.. 미디에 정의되어 있는 모든 악기들을 일부러 모두 동원하는 형태로 만들어졌으며, 구간별로 분위기가 오락가락 하면서 굉장히 괴랄한 흐름과 중독성을 자랑한다.
뭔가 RPG 게임의 BGM 같기도 하고.. "이 음악 들으니 문득 집 앞 편의점까지 희망찬 모험을 떠나고 싶어졌어!" 뭐 이런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8/03/31 08:34 2018/03/3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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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교숙 (1924-): 우리나라의 상징 BGM들

이런 엄청난 분이 계신다는 것을 최근에야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요즘 인터넷은 정말 대단하긴 하다. 지금 존재하는 모든 유· 무형의 사물들에 대해 그 창조주(?)와 기원과 내력에 대해 알 수 있다.
에디슨 같은 질문덕후가 21세기를 살았으면 무슨 짓을 하며 살다가 뭐가 됐을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저분은 우리나라 국민의례 BGM을 있게 한 분이다. 해군 군악대장 출신으로, 국기에 대한 맹세/경례 BGM을 작곡했으며 “빰빠라 빰빠라 밤~”으로 시작하는 그 장성 경례곡도 작곡했다. 그게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 2007년에 국기에 대한 맹세 본문이 약간 수정된 바 있지만 BGM은 여전히 그대로이다. 고칠 필요가 없으니까.

확인은 못 해 봤지만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BGM도 정황상 저분 작품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 본다. 이 묵념은 국민의례를 완전 진지하게 full scale로 할 때만 실시하기 때문에 BGM 역시 자주 들을 수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 근현대 수난기의 양대 비극이 각각 일제 강점기와 북괴(특히 6· 25)이니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은 각각 전자와 후자를 대표하는 셈이다.

아무튼. 저분이 아직 살아 계신다면 90이 넘은 고령인데, 최근 근황은 잘 모르겠다. 다만, 먼 옛날에 저분에게서 직접 음악을 배운 적이 있는 분의 회고록이 전해진다.

곁다리: 짤막한 멜로디

2~3분 이상 길이에 기승전결(?) 형식을 갖춘 노래나 악곡이 아니라 ‘딩동댕!’ 같은 짤막한 멜로디 말이다. “만나면 좋은 친구” 방송국 시그널송이나 초인종 벨소리.
글에다 비유하면 산문이나 운문도 아니고 짤막한 포스터 표어와 비슷한 위상일 것이다. 그림에다 비유하면 커다란 그림이 아니라 16*16, 32*32 크기의 아이콘 정도.

이렇게 극도로 제한된 시공간에다가 최대한 임팩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게 곡을 쓰는 건 보통일이 아닐 것 같다.
장성 경례곡을 좀 만들어 달라/보라는 의뢰를 받았거나 학교 수업 과제를 받았다면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하시겠는가? 길어야 30초 남짓한 시간 동안 무슨 심상을 표현하도록 콩나물을 오선지에다 그려 넣을까?

더 나아가 초인종 BGM은 어쩌다가 하필 “엘리제를 위하여”로 온통 물갈이가 됐을까? 그 곡이 초인종 BGM으로서 도대체 무엇이 좋아서? 장성 경례곡을 듣다 보니 이런 의문도 강하게 든다.

단, 저것들 말고 군대 기상 나팔 BGM은 딱히 작곡자가 전해지지 않는 것 같다. 외국 군대에서도 오래 전부터 나돌던 멜로디가 적당히 변형되었다.

2. 김 희조 (1920-2001): 국민체조

이분은 육군 군악대장 출신이다. MBC 기자 출신인 여자분과는 당연히 동명이인.
지금은 학교에서 자취를 감췄다지만 "국민체조" BGM과 “잘 살아 보세”가 바로 이분의 작품이다. 그렇다면 자매품인 “국군 도수체조” BGM도 같은 출처이지 싶다.

본인은 먼 옛날에 잉여짓 차원에서 국민체조 BGM의 주선율을 오선지에 받아써 본 적이 있다. 진작부터 머릿속 장기 기억에 영구보존된 곡이니 검색해서 다시 안 들어도 얼마든지 채보 가능하다.
기본에 충실한 박자이면서도 최소한의 기교는 다 동원된 것 같았다. 음표는 2분에서 16분음표까지 다 나오고 점 4, 8분음표도 쓰인다. 임시 조표도 나오고 당김음(등배 운동), 스타카토(당연히 뜀뛰기에서), 셋잇단음표(전주에서)도 한 번씩 나온다.

템포 변화가 잦은 편이다. 가령, 전주에서는 ♩=108가량이지만, 체조가 시작되고부터는 ♩=88 정도로 느려진다. 뜀뛰기에서는 ♩=112~120 정도로 평소보다 25% 이상 템포가 빨라지다가, 마지막 숨쉬기에서는 ♩=60~70대까지 떨어진다.
모든 체조를 한 번씩만 했을 때(뜀뛰기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팔다리 운동으로 진입) 전주에서부터 숨쉬기 끝까지 음악의 러닝 타임은 우연의 일치인지 딱 2분 30초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이런 것도 다 계산해서 작곡한 건지? 처음으로 한번 되돌아가서 풀 세트로 하면 4분 50초 정도 걸린다.

참고로, 국민체조의 BGM 말고 체조 동작 자체를 고안하고 구령을 녹음한 사람은 당연히 음악인이 아닌 체육인이다. 전 경희대 교수인 유 근림 씨로 알려져 있다.

3. MBC 창작 동요제

이제 분위기를 바꿔서 오랜만에 동요 얘기를 좀 꺼내 보겠다.
<새싹들이다>. 1983년 제1회 MBC 창작 동요제 대상 수상작인 것, 작사 작곡자가 '좌'씨인 건 알고 있었는데, 제주도민의 작품인 건 처음 알았다. 전문적인 음악가가 아니라 현직 교사의 작품이다.
저 애도 참 목소리 예쁘고 노래 잘 부른다. 1972년생 정도일 텐데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개인적으로 저거랑 제일 비슷한 풍의 다른 곡은 <어린이 노래>(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 같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그거보다 더 나중에 작곡된 <새싹들이다>가 더 훨씬 더 밝고 명랑한 분위기이다.
미디, 신시사이저, 컴퓨터 반주 같은 일체의 디지털스러운 흔적 없이, 완전 클래식으로 오케스트라 꾸며서 반주하는 것도 지금 보니 굉~장히 인상적이다. 영상에다 비유하면 CG 없는 아날로그 특수효과만으로 구성됐다는 뜻이다.

이거 다음 1984년도 대상 수상작인 <노을>은... 나 초딩 시절, 컴퓨터 학원에서 GWBASIC 배우던 시절에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매주 금요일은 학원에서 다른 수업이 없고 그냥 원장님이 만든 음악 재생 프로그램을 있는 그대로 쳐서 실행되는 거 검사만 받고 나면 오락(게임)을 할 수 있었다.
그때 입력해서 들었던 곡 두 개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게 하나는 MBC 드라마 <질투> 오프닝이랑, 알고 보니 노을이었다.
다시 말해 난 저 두 곡은 텔레비전에서 처음 들은 게 아니라 PLAY문 코드를 통해서 PC 스피커로 난생 처음으로 들었다.

MBC 창작 동요제는 의외로 오래, 2010년 20몇 회차까지 계속되긴 했다. 그러나 얘는 그 성격상 순수성이 오래 유지되기가 도저히 어려웠다.
21세기부터는 출품되는 곡이 점점 더 동요답지 않게 기교가 심해지고 가요풍으로 바뀌고, 출연하는 애들의 의상만 쓸데없이 고퀄로 올라가고, 후원 협찬 줄어드는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2010년대에 들어와서는 폐지됐다. 어찌 보면 미스코리아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위상이 추락했다.

Posted by 사무엘

2017/10/01 08:32 2017/10/0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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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창 피아노 CF

"온 세상에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 영창 피아노)
영창 피아노는 어째 군대의 징계 시설과 이름이 같은 바람에 이상한 개드립에 동원되기도 하는 브랜드이지만, 한 30년쯤 전부터 CM송 하나를 기막히게 만들어 퍼뜨린 덕분에 경쟁사인 삼익 피아노에는 없는 독자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1989~90년대 그 옛날에 소리와 영상으로 온몸으로 '자연의 소리' 컨셉을 CF에다 담으려고 참 애 많이 썼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영창 피아노는 한때는 무려 빈 소년 합창단을 초빙해서 CF를 찍기도 했다.
미국 NASA가 상업 우주 여행을 주선하지 않은 것만큼이나(러시아와는 달리. 하지만 앞으로는 NASA도 조만간 할 예정이라 함) 빈 소년 합창단도 원래는 상업 광고 따위에는 협조를 안 하는 고매한 단체이다. 하지만 그 당시 영창에서 피아노를 기증해 주기도 하고 어째 거래가 잘 성사되어서 자국도 아닌 동아시아 메이커 피아노의 CF에 출연하게 됐다.

원조 CF에서 피아노를 치는 소녀는 본인과 비슷한 또래의 '염 선희'라는 아이인데, 프로필과 스펙이 꽤 엄청난 사람이다. 저 나이 때 피아노 콩쿠르에서 입상해서 CF 모델로 뽑혔다. 그리고 아마 집도 꽤 잘사는 듯.
원래 음대에 가서 피아노까지 전공하고 싶었지만 손목 건강 문제 때문에 꿈을 접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는.. 웬 뜬금없는 컴퓨터공학과를 선택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고 타지에서 부모 간섭에서 벗어난 지 몇 달이 채 되지 않아 스타크래프트에 파묻혀서 온게임넷 게임 자키를 하더니 숫제 한국으로 돌아와 여성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다. 한때는 같은 여자이고 특별히 미녀 게이머라고 이름을 날리던 서 지수와도 대결을 했을 정도였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처음엔 음대를 지망했다가 미국으로 대학 학부 유학(대학원 유학도 아니고)을 가고, 그 뒤에도 진로를 저렇게 뜬금없이 마구 바꾸는 건 집안이 경제적으로 받쳐 주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손목 부상 때문에 피아노를 접었으면서 왜 피아노 이상으로 손목을 혹사시키는 직업인 프로게어머를 선택했는지는 궁금한 점이다. 외국어도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다 구사하는 엄친딸이라는데 어문 쪽 진로를 선택해도 됐을걸.
그녀는 프로게이머를 오래 하지는 못하고 2년 남짓 있다가 2005년경에 역시 손목 건강 문제 때문에 은퇴했다. 그 뒤로 이 "영창 피아노 CF 출신의 프로게이머"는 온라인 상으로 근황이 전해지는 게 없다. 아무튼 특이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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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영창 CF 얘기로 돌아온다.
우리가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저 CF에서 염 선희는 피아노를 치는 컨셉 연기만 했다는 점이다. 노래까지 저 애 목소리인 건 물론 아니며,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은 립싱크라는 걸 화면을 조금만 보면 알 수 있다. 좀 앳된 느낌이 있지만 저 목소리는 진짜 아동이 아니라 성우나 전문 가수의 목소리이다.

영창 CF 노래를 부른 사람은 '신 해옥' 씨라고 수백, 수천 곡에 달하는 CM송과 만화 주제가를 부른 경력이 있는 '얼굴 없는’ 가수이다.
얼굴 없는 가수라 하니까 딱 그 직업을 배경으로 다루는 <미녀는 괴로워> 영화라든가 풀빵닷컴 박분자도 생각나네.
이분의 대표작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는 건 1990년대 MBC <그림 명작동화> (꿈길에 들었던 꿈길에 놀았던..)의 주제가이다. 영창 피아노 노래와는 달리 저건 꽤 가요풍으로 불렀다.

2. 사이버 가수

아담, 류시아, 사이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8~20년 가까이 전, 본인이 중딩~고딩이던 시절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던 '사이버 아이돌' 가수 캐릭터이다. (☞ 링크 1, 링크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본에서 세계 최초의 사이버 가수라는 '다테 쿄코'를 데뷔시킨 것에 착안해서, 그리고 또 그 당시에 <툼 레이더> 게임과 함께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가 전세계에서 초대박을 친 것에 영향을 받아서 국내에서도 사이버 캐릭터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엔 그게 트렌드였다.

<세상엔 없는 사람> 노래와 뮤직비디오를 내가 어째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나 옛날 기억을 더 추적해 보니..
아, 그 시절에 정품을 구입했던 거원 제트오디오 CD에 아담의 탄생, 주제곡 등 주요 뮤비 동영상 파일들이 들어있었다. 난 그걸 여러 번 감상했었다.

'아담'을 개발한 '아담소프트'는 3차원 CG 분야에서는 나름 잔뼈 굵고 기술 있는 IT기업이었다. 창업자가 카이스트 출신이었던가..?
당시에는 <마이크로소프트웨어>와 더불어 <프로그램세계>라는 프로그래밍 관련 잡지가 발간되고 있었는데, 본인은 거기서 아담소프트 소속의 엔지니어가 칼럼을 기고한 것을 본 적도 있다. 글쓴이의 이메일이 도메인이 adamsoft.com이었다.

아담 말고 여성인 류시아와 사이다는 제각기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모델이다. 류시아는 루시퍼+메시야의 합성어를 의도하기도 했다니 거 참..;;
왜 한 회사에서 여러 명을 만든 게 아니냐 하면, 일개 벤처/스타트업 기업으로서 모델 하나만 감당하기에도 자본과 기술이 벅찼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사이버 가수는 처음 등장했을 때는 워낙 신기하니까 언론으로부터 주목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이게 오래 흥행하지는 못했다.
일단 CG 기술이 실사를 따라가기에 한계가 있었다. 그리고 캐릭터가 그렇게 충분히 잘생기거나 예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실존 인물이 아닌 가상 캐릭터가 무슨 영화나 게임 캐릭터처럼 액션도 없이 예능만으로 팬심을 사는 건 한계가 있었다.

오늘날까지 살아 있는 그나마 성공한 사이버 캐릭터인 라라 크로프트의 경우도, 말총머리 + 핫팬츠 + 쌍권총 같은 외형 특징을 본따서 홍보대사(?)를 모델 겸 체조 선수 출신의 실존 인물로 몇 기째 뽑아 왔을 정도이다. 영화도 당연히 안젤리나 졸리 같은 걸출한 실존 인물이 연기했고. (그나마도 리부트작이 나온 뒤부터는 기존 컨셉을 싹 갈아엎었다.) 어쨌든 오늘날까지도 어떤 형태로든 실존 인물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게다가, 1990년대 말 그 시절엔 CG를 만드는 것도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었다고 한다. 시간과 비용이 억소리나게, 그냥 유명 실존 가수를 부르는 것 만만찮게 많이 들었다. 그냥 모션 캡처만 간단히 하면 장땡이 아니었던 듯하다.
어디 쇼 프로에 가상으로 출연시키려 해도 로봇 같은 엉성하고 경직된 모션을 보일 수는 없으니 1시간 분량의 동작과 입술 움직임을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가히 억대의 돈이 깨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이버 연예인이 음반 판매나 CF 촬영을 통해 그 이상으로 끊임없이 돈을 벌어 줄 능력이 있었느냐? 물론 그렇지 못했다.

아담소프트는 현란한 3D 그래픽 기술로 차라리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게 나았을지도 몰랐다. 리니지야말로 그 시절에 만들어진 게임인데 아직까지도 '린저씨'가 있을 정도이며, 개발사인 NC소프트 역시 건재하니까 말이다.

이 사이버 가수의 노래를 실제로 불러 주는 사람은.. 설마 보이스웨어-_-를 쓰는 건 아니고 역시나 얼굴 없는 가수를 고용한다. 사이버 가수의 신비주의를 책임지는 중요한 사람인 만큼 계약 기간 동안 자기 정체를 절~~~~~대로 대외적으로 까발려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약속을 한다.
하지만 사이버 가수의 개발사들이 이미 10몇 년 전에 망하고 다~ 지나간 일이 되니, 이제는 그 가수가 당당히 정체를 드러내는 지경까지 됐다. 다 지나고 보니 허무하기도 하다.

어디에서 유래되었는지 출처는 모르겠다만, "Video killed the radio star"라는 문구가 있다. 물론 자동차 운전사 같은 업종도 있으니 라디오가 싹 망하고 비디오에 몽땅 흡수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어지간한 매체에서 비주얼을 이길 장사는 별로 없으며, 영화/드라마 배우와는 달리 성우나 연극 배우는 대우가 한 등급 낮은 게 현실이다. (재연 배우는 얼굴도 있고 엑스트라 단역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처지가 좀 안습하다만..)

가수 업계에서는 CM 송, 만화 주제가 같은 걸 부르는 '얼굴 없는 가수'가 바로 그런 2류 등급에 속하는 것 같다. 그 사람들이 사회에 기여하는 바로 결코 작지 않지만 아무래도 대우가 인기 걸그룹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그나저나 요즘은 걸그룹 트렌드에 밀려서 옛날과는 달리 여성 솔로조차도 찾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그 와중에 웬 트로트 <백세인생>(못 간다고 전해라...)의 갑작스러운 히트와 대박은 <참아 주세요>(뱀이다~ 개구리다~)에 이어 참 신선하고 이색적으로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중· 노년이 돼서야 인생에 리즈 시절이 뒤늦게 시작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04/06 08:33 2016/04/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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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BC 뉴스데스크

나무위키를 돌아다니다가 거의 성지순례 급의 진귀한 동영상을 발견했다. 바로, 역대 MBC 뉴스데스크 오프닝 화면의 역사이다.

본인은 1981년에 제정되어서 87년까지 쓰였다고 하는 BGM을 기억한다.
현란한 신시사이저 소리를 배경으로 굵직한 "시~솔 ... !@#!!@# .. (옥타브 up) 솔 솔라 시~솔~" 쿠우우웅~~ 멜로디가 깔리는 게 아주 인상적이었다. 30년 전 그 옛날에는 고전과 현대 음악을 두루 섭렵한 방송 기획자가 심혈을 기울여 선곡한, 아주 참신한 음향 효과였지 싶다. 곡명은 구스타브 홀스트의 Jupiter, the Bringer of Jollity의 도입부를 또 일본에서 리메이크한 곡이라고 한다.

물론, 본인이 TV에서 저걸 직접 본 건 거의 유치원을 갈까말까 하던 꼬마 시절이었으며, 선사시대(내가 직접 남긴 기록이나 기억이 없는)에서 역사시대로 옮겨간 직후였다. 1988년부터 음악이 딴 걸로 바뀌었다고 하니 올림픽을 하기도 전에 교체됐다. 난 그렇게 일찍 바뀐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만.. 그래도 1987년 7월에 새마을호 전후동력 디젤 동차가 투입됐던 시절엔 아직 이 시그널송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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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바뀐 지 10년이 넘었지만, 저 MBC 영문 서체는 아직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영문 서체는 Banco라는 기성 서체이지만 '뉴스데스크'라는 한글은 영문 서체의 느낌을 보고 손으로 획을 그려 만든 일종의 캘리그래피?로고타입?에 가까워 보인다. 한글까지 포함된 완전한 문화방송체 서체는 90년대에 가서야 나중에 개발된다.

그리고 옛날에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뉴스의 시그널송이 끝난 뒤에 광고 리스트가 뜨는 동안은.. 웬일인지 무슨 기계가 탈탈탈탈~ 돌아가는 소리가 나왔다. 윤전기를 돌리는 소리라고 하는데 그땐 왜 그런 소리를 넣었을까? 1990년대가 넘어서야 탈탈탈 소리 대신에 그때도 BGM이 나오게 바뀌었다. 그리고 광고 리스트도 세로쓰기가 아닌 가로쓰기 형태로 바뀌었다.

1980년대 아니랄까봐, 그때는 반드시 대머리 대통령의 근황부터 먼저 전하는 땡전뉴스 관행이 KBS와 MBC에 공히 있었던 듯하다. 그것도 모자라서 하도 '한편 이 순자 여사께서는...'이 관용구로 많이 등장하다 보니, 대통령 영부인의 호가 '한편'이라는 개드립도 나돌았다.

그때는 강 성구 앵커도 종종 보이는데... 맞다. 1988년 8월에 "귓속에 도청장치가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는 희대의 엽기적인 방송 사고를 경험한 그 앵커이다. 그 사람은 훗날 MBC 사장에 국회의원까지 역임하면서 굉장히 승승장구하고 성공했으나.. 2013년엔 음주운전과 식당 주인 폭행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2. 만화영화 주제가들

다음으로 만화 주제가도 빼놓을 수 없다. 옛날에는 성우에 대해서 글을 썼었는데 내용을 더 보강하겠다. 먼저, 요술 공주 밍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버지가 작곡하고 딸이 불렀구나(당시 10~11살).;;; 과연 음악 가문이다.
하긴, 아버지는 억만장자 수학 교재 저자이고 딸은 서울대 수학과 교수인 집안도 있고,
아들은 로토스코핑으로 아케이드 게임을 만들고 아버지는 거기 들어갈 음악을 만든 집안도 있지. =_=;;

저건 내가 태어나기 거의 직전에 방영된 만화영화인지라, 본방을 직접 보는 건 불가능-_-했고 다른 경로로 주제가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듣자하니 엔딩이 굉장히 충격적이었다는데.. (제작사에서 주인공인 밍키를 어이없게 죽여 버렸다고..)
주제가는 가수의 목소리가 참 곱고 노래 잘 부른다고 오래 전부터 생각을 했다. 곡도 동요스럽게 잘 만들었고.
그리고 밍키 주제가 같은 경우, 화음이 최하 3부 정도 있다. 가장 높은 화음은 원래 파트하고 같은 목소리가 아닌데 누가 같이 불렀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랜다이저 역시 본방을 보지는 못한 엄청 옛날 작품이긴 하다만.. 이거 주제가도 남자 목소리에 같이 곁들어져 있는 여자아이 목소리는 역시 동일한 정 여진이다.
명랑하고 경쾌하고.. 가사를 좀 바꾸면 거의 군가로 불러도 될 것 같다.
가사가 "빠~ 빠빠빠. ... 태양을 향해라 용기를 마셔라" 이렇게 시작하는데.. '용기'(courage) 다음에 '마시다'(drink)라니, 참 독특 희한한 연어 관계이다. 저게 뭔 말인지 궁금해진다.

다음으로, 세월이 흘러 본인이 직접 본방을 본 적이 있는 만화영화를 몇 개 소개하겠다. 말괄량이 뱁스은비 까비의 옛날 옛적에는 가수가 모두 조 갑경이다.
전자는 동영상의 화질은 좀 개판이다만, 별로 신경쓸 것 없고 노래만 들으면 된다. 어차피 그 당시의 영상 자체를 보고 싶으면 유튜브에서 tiny toon adventures라고 영어 원판을 시청하는 게 훨씬 나을 테니까. 노래는 정말 귀엽고 깜찍하고, 동심을 마음껏 자극하는 창법으로 부른 게 느껴진다.
후자의 경우, 당시 KBS2 텔레비전에서 금요일 저녁에만 방영한 국산 애니 시리즈였는데, 덕분에 본인의 불금 엔터테인먼트를 책임지곤 했다. 노래 자체는 남녀 듀엣이기 때문에 남자 가수도 포함돼 있다.

미국 만화영화 중에는 미키마우스에다가 슈퍼맨을 합친 컨셉인 듯한 마이티마우스도 있었는데.. 국내에서는 MBC에서 1992년에 수입· 번역해서 방영을 했었다. 단선 선로에서 마주 보며 달려오는 열차를 마이티마우스가 양팔로 충돌을 막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 열차의 속도와 무게를 생각한다면.. 정말 불가능 중의 불가능임. 미국 애니 특유의 극도의 과장 연출이 아니고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저건 주제가를 익명의 어린이 제창으로 불렀다.

그리고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까지만 얘기를 하고 글을 맺겠다. 나디아는 일본 문화 개방도 하기 전에 이례적으로 세계관이 좀 심오하고 스케일이 크고 매니악한 일본 애니가 방영된 경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이거 주제가를 부른 가수는 윤 익희이다.

텔레비전에 UHF와 VHF 채널 다이얼 두 개가 있고, 화면과 소리로 white noise를 볼 수 있던 아날로그 시절, 광고 리스트가 무려 세로쓰기로 뜨던 시절이 갑자기 그리워진 다. ^^ 옛날에는 컴퓨터까지 갈 것도 없이 텔레비전만으로도 정말 최첨단 전자 기술이긴 했겠다.
아아~ 그리고 나도 작곡 스킬 좀!!! ㅜ.ㅜ 이런 음악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이 참 대단하고 부럽다. 이미 있는 곡을 편곡만 하는 건 자동차로 치면 그냥 정비나 튜닝에 불과하지만, 작곡은 예전에 없던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개발하는 것과 같은 급일 테니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12/07 19:35 2015/12/0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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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디가 홀수 개만 있는 3박자 계열 곡

대표적인 예가 무엇이냐 하면 <예수 따라가며>(Trust and obey)에서 "..." 부분,
그리고 <구주를 생각만 해도>(Jesus, the very thought of thee)에서 "..." 부분,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에서 "..." 부분이다. 생각보다 예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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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적절한 용어를 몰라서 묶음 단위를 편의상 그냥 '단'이라고만 부르겠다.
대부분의 찬송가들은 못갖춘마디를 감안하더라도 한 절이 보통 기승전결 4개의 단으로 구성되고 각 단은 4개의 마디로 이뤄져서 총 16마디로 돼 있다.

그러나 위의 곡들은 무슨 이유인지 둘째 단은 마디가 4개가 아니라 3개만 있다.
그래서 마지막 마디를 한 마디만 부르고 곧장 다음 단으로 넘어가는 게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하고 어색하다. 반주자도, 찬양 인도자도, 회중들도 여기서는 좀 멈칫 한다. 마디를 하나 더 추가하고 싶어진다.
실제로 <나 같은 죄인 살리신>의 경우, 21세기 새찬송가에서는 마디를 하나 더 추가해 버리기도 했다. 찬송가 편찬자들이 보기에도 홀수 마디는 너무 어색했는가 보다. 아래 두 악보를 대조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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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의 작곡자는 무엇을 의도하고 둘째 단에는 마디를 홀수 개만 넣었는지 모르겠다.
이건 6박자 계열도 아니고(6/4 또는 6/8) 엄연히 3박자인데 굳이 마디 수를 반드시 짝수 개로 맞춰야만 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반론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래도 홀수 마디는 영 아닌 것 같다.

2. 못갖춘마디의 박자 구획

<날 위하여 십자가의>(How can I keep from singing)는 보다시피 '어찌 찬양 안 할까'라고 번역된 맨 마지막 단 가사가 원제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찬송가들이 고유 제목 대신, 닥치고 가사 첫 줄을 곧 곡을 식별하는 제목으로 취급하는 게 관행이 돼 있다. 어차피 대부분의 찬송가들이 외국곡 번역이다 보니 원제목이 무엇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나, 국내 창작곡에 대해서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당신을 향한 노래>를 <아주 먼 옛날 하늘에서는>으로 바꿔서 적는다는 얘기니까 말이다.

뭐, 제목은 그렇고.. 내가 이 곡에 굉장히 불만인 것은, 박자가 굉장히 이상해지는 형태로 못갖춘마디의 구분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찬송가 책들을 보면 얘는 다음 그림에서 A 형태로 기보되어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실제로 부르면서 강약약 박자를 느끼는 건 B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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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이 곡은 <사랑하는 주님 앞에 형제 자매 한 자리에>의 전반부 3/2박자 부분하고 리듬과 박자가 완전히 동일하다는 뜻이다. 못갖춘마디를 저렇게 적어야 할 이유는 하등 존재하지 않는다.
억지로 끼워 맞춰 보면 악보대로 박자를 맞추는 게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으며, 한국어 번역 기준으로 기능어가 아닌 내용어에 강박이 더 걸리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멜로디의 흐름은 그 박자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애국가의 앞부분처럼 박자가 어색하고 연상거부가 심하다.

저렇게 우리나라 애국가 스타일로 박자가 아주 이상한 예가 하나 더 떠오른다. 바로 <예수가 거느리시니>(He leadeth me; O blessed thought)의 후렴 "주 날 항상 돌보시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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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약박이고 '날 항상 돌'이 '강 약 중강 약'이 들어가야 하지만, 실제 멜로디는 홀수 박자가 아니라 짝수 박자가 음높이가 높고 영락없이 강박이다. 그래서 쓰기는 A처럼 써졌지만 부르기는 B처럼 불러지며, 이 때문에 뒷부분에 박자는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게 된다. 교회 다니는 분이라면 정말 그런지 한번 직접 불러 보시라.

찬송가도 가끔은 이렇게 비판적인 안목으로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굳이 찬송가에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외국곡의 가사를 번역할 때는 가능한 한 내용어는 강박에, 기능어는 약박에 배치해서 부르기 자연스럽고 쉽게 했으면 좋겠다.

* 잡설

1.
악보에서 스타카토 같은 꾸밈음 기호는 C/C++로 치면 매크로와 같은 구석이 있다고 본인은 옛날에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음악 시간에 '적기' / '내기'라고 기보법을 배우는 건 영락없이
#define STACCATO(pitch, interval)  play(pitch, interval/2); pause(interval/2) 이런 꼴이니까 말이다.
그럼 페르마타(늘임표)는 C/C++로 치면 register나 inline와 비슷해 보인다. 늘이는 것이 권장 사항이지만 그래도 연주자의 재량껏 무시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2.
군대에서 유격 훈련을 정신없이 받다 보면 <어머니의 마음>을 부르다가 후렴은 <스승의 은혜>로 넘어가기 쉽다고 한다. 둘은 동일한 3/4박자에 조와 분위기도 비슷한 편이다.
그런 것처럼 찬송가에도 분위기가 비슷하고 메들리로 엮기 좋은 pair가 몇 쌍 있다.

  • 내 죄 사함 받고서 → 내가 매일 기쁘게 순례의 길 행함은: 구원 + 성령 동행. 둘 다 경쾌하고 명랑하다.
  • 내 모든 시험 무거운 짐을 → 내 모든 소원 기도의 제목: 위로와 평안, 간구 쪽으로 좋은 조합이다.
  • 하나님 아버지 주신 책은 → 달고 오묘한 그 말씀: 성경 카테고리. 내가 교회 청년부 찬양 때 실제로 메들리를 시도하기도 했다. 작사· 작곡자가 동일하고 굉장히 좋은 조합임. (단, 전자곡은 극초반만 빼면 나머지 가사는 성경이라기보다는 구원 카테고리에 더 가까운 내용이다.)
  • 내 주의 보혈은 → 이 세상 험하고: 서로 다른 작곡자의 곡이지만 리듬과 멜로디가 아주 비슷하며, 구원에서 신뢰와 확신 카테고리로 주제가 잘 넘어간다.

3.
끝으로, 이건 멜로디가 아닌 가사 얘기이며, 번역도 아니라 영어 원가사 얘기이다.
찬송가 가사 중에는 영어로는 "예수님은 내 꺼"라는 표현이 있다. 그것도 옛날 클래식 찬송가에 말이다.

  • My Jesus, I love Thee, I know Thou art mine (내 주 되신 주를 참 사랑하고)
  • Blessed assurance, Jesus is mine! (예수로 나의 구주 삼고)

무슨 말인지는 충분히 이해하겠지만, 높임법이 존재하고 소유에 대한 개념이 보수적인 한국 및 한국어 문화로는 직역하기가 영 곤란한 대목이다. 사실, 성경적인 용례를 봐도 A is mine은 하나님이 "모든 혼은 내 것이다"(겔 18:4), "금과 은도 내 것이다"(학 2:8), "보복은 내 것이다"(롬 12:19), "첫 열매는 모두 내 것이다"(출 13:2)처럼 '갑'의 소유를 명시하는 게 전부이지.. 을이 갑을 보고 내 것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권에서 찬송가 가사를 Jesus is mine이라고 가끔 쓴 것은 다른 서정적인 의미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my Lord, my God, my savior, 심지어 my love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인지 본인으로 하여금 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긴, 아 6:3가 있으니(나는 내 애인 것이고, 내 애인도 내 것이다) 이런 용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Posted by 사무엘

2015/11/25 08:36 2015/11/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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