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특성
대형 버스나 트럭은 일반인들이 면허 따서 흔히 운전하는 자가용 승용차에는 없는 특성이 여럿 존재한다.
(1) 엔진과 파워트레인
- 이 바닥은 휘발유 엔진 같은 건 없고 닥치고 디젤 엔진이다. 글쎄, 시내버스 정도에나 천연가스· 전기가 있고 아주 극소수 수소 연료전지도 연구 중이긴 하지만.. 고속버스라든가 40톤짜리 트레일러에 디젤 말고 다른 동력원이 존재한다는 얘기는 난 들은 적 없다.
- 그래도 자동차용 디젤 엔진은 어지간하면 다들 6기통으로 때우는 듯하다. 휘발유는 실린더 하나로 감당 가능한 최대 배기량에 한계가 크기 때문에 10리터가 넘는 배기량을 6기통만으로 구현하는 건 어림도 없다.
- 엔진룸이 운전석의 앞에 있지 않다. (트럭은 바로 아래, 버스는 차체 맨 뒤) 핸들이 승용차보다 아주 평평하게 놓여 있고, 같은 각도를 회전하려 해도 핸들을 여러 바퀴 많이 돌려야 된다.
- 이 바닥은 승용차의 세계와 달리, 수동 변속기가 주류이다. 그리고 평지에서 가벼운 상태로 출발할 때 한정으로 2단에서 바로 출발 가능한 경우가 있다.
(2) 제동
- 브레이크의 제동력을 전하는 매체가 브레이크액이 아니라 압축 공기이다. 대형차가 승용차와 달리 걸핏하면 축 축 취익 방귀/트림 소리를 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이 브레이크는 제동력이 강하기는 하지만 압축 공기가 소모되면 브레이크를 못 쓰게 된다는 걸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계기판에도 공기압 게이지라는 게 있다.
- 차체가 매우 무겁기 때문에 승용차 같은 간편한 형태로 주차 브레이크를 구현하지 못한다. 그리고 드물게 있는 자동 변속기 차량이라도 P가 없다. 그리고 엔진 브레이크를 구현하는 방식도 승용차와는 좀 다르다.
(3) 운전의 관점에서
- 운전하기 위해서 면허부터가 '보통'보다 더 까다로운 '대형'이 필요하다. 처음에 취득하는 것도 보통부터 따고 나서 1년이 경과해야 응시 가능하다. 그리고 대형은 갱신하는 절차(운전자의 건강 상태 증명)가 보통보다 더 빡세다.
여객은 15인승을 초과하는 중형 버스부터, 화물은 11.5톤 초과분부터. 유조차는 아마 3킬로리터 이상부터 대형 면허가 필요하다. 이 말인즉슨, 사람이 아니라 단순 화물을 나르는 거면 어지간한 크기는 다 보통 면허만으로 커버 가능하다.
- 승용차를 몰 때보다 사각지대에 훨씬 더 유의해야 한다. 그래서 백미러에도 볼록거울이 존재한다.
- 이런 차량은 최대 속도 리미터가 걸려 있다. 승합차/버스는 110, 그리고 4.5톤 이상 트럭은 90밖에 못 낸다. 즉, 고속도로에서 승용차 몰던 것처럼 마음껏 추월 차로를 넘나들면서 밟지 못한다. 그리고 그건 엔진 출력이 부족해서 못 하는 게 아니다.
뭐 이렇다. =_=;;
(1) 차가 완전히 서지 않은 상태에서 D/R 전· 후진을 급격하게 변환하지 말기. (2) 주차 브레이크 없이 P에만 의존해서 차 고정을 절대 하지 말기... 이건 승용차라도 변속기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수칙이다. 대형 차량은 자동 변속기라도 P가 아예 없다.
그나저나 자동차에 디젤과 수동 변속,공기압 브레이크가 대형차의 특성이라면, 우리나라 철도에서는 교류와 좌측통행(일반열차, 광역철도), 가공전차선이 직류와 우측통행(도시철도, 경전철), 제3궤조 대비 대형차의 특성처럼 정착한 듯하다.
1. 자력 주행 가능한 특수한 차량들
세상에는 바퀴가 달렸고 엔진도 달려서 자력 주행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주행이 주 용도는 아닌 기계류가 있다.
건설기계(불도저, 굴착기), 농기계(경운기, 트랙터), 군용 무기(장갑차, 탱크, 자주포..) 따위 말이다.
이런 물건들은 어디 멀리 수송할 일이 있으면 그냥 트럭에 실어서 보내는 게 낫다.
쟤들은 자력 이동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몹시 느리고 연비에도 안 좋기 때문이다. 바퀴가 아니라 무한궤도가 깔린 차량은 오프라인 험지 주행에만 너무 최적화돼 있기 때문에 일반 아스팔트 도로는 파손시킬 우려도 있다.
이는 스타에서 프로토스 리버나 하이템플러를 적진까지 직접 이동시키는 게 아니라 셔틀에다 실어서 보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여객기들이 엔진의 추진 방향을 바꿔서 후진을 하라면 할 수는 있지만, 공항 계류장에서는 그리하지 않고 그냥 토잉카의 견인을 받는 것과도 비슷한 이치라 할 수 있다.
글쎄, 지게차라든가 믹서 트럭이나 덤프 트럭은 공사 현장에서 진지하게 작업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뭔가를 수송한다는 성격도 강한 차량이다.
그렇기 때문에 얘들은 건설기계와 일반 차량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다. 얘들은 일정 규모 이상부터는 차량으로 등록할 수도 있고 건설기계로 등록할 수도 있다고 한다. 취사선택 가능하다.
저런 특수한 농기계나 건설기계나 군용차· 무기는 번호판이 장착되지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경운기나 트랙터가 시골 농로를 번호판 없이 주행하는 것 정도는 그냥 묵인되는 것 같고..
가끔 탱크와 장갑차 무리가 훈련이나 작전을 위해서 공도에서 길게 대열 운행을 하는 건.. 미리 관할 관청에 신고해서 허가를 받은 뒤에 하는 것이다. 엄청 크고 무거운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도로 점용 허가를 받는 것과 비슷하다.
2. 엔진룸이 앞에 튀어나온 트럭· 버스
승용차 말고 트럭이나 버스는 엔진이 차량의 아래에 있다. 승용차처럼 엔진룸(보닛/본네트)이 앞에 툭 돌출되어 있지 않다.
엔진이 하부에 있으면 정비하기가 어려우며, 탑승자의 승차감에도 그닥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버스의 맨 뒷자리를 생각해 보자. 그게 높이로나 승차감으로나 트럭의 좌석과 비슷한 곳이다.
그리고 엔진을 저렇게 배치하면 전방 충돌 사고가 났을 때 엔진이 먼저 몸빵 역할을 못 한다. 운전자를 포함한 앞좌석 탑승자가 위험에 더 노출된다. 크고 무거운 차는 튼튼하고 안전할 것 같지만, 그래도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트럭은 운전사가 사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잦다.
장점은 운전자가 더 앞쪽에 있으니까 시야 확보에 더 유리하다는 것 정도? 그래도 차체가 워낙 크고, 트럭의 경우 높기까지 하기 때문에 우회전 같은 걸 할 때 사각지대 사고는 여전히 잊을 법하면 꼭 난다.
사각지대를 비추는 볼록 거울들이 있기는 하지만, 운전자가 그걸 언제나 꼼꼼히 살펴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늘 시간에 쫓겨 똥줄 타며 운행하다 보면 오로지 전방의 신호등만 뚫어지게 쳐다보게 된다. 그게 파란불이 되면 그냥 악셀 밟고 출발해 버린다.;; 뭐 그건 그렇고.
버스나 트럭이 저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엔진룸을 아래에다 집어넣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한된 차체 크기 내에서 짐을 싣거나 승객을 태울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 우리나라는 엄청 옛날에 새한 8톤 덤프 트럭이 엔진룸이 튀어나온 형태였었다. 하지만 이 차량은 1983년, 대우 자동차의 출범 거의 직후에 단종됐으며, 이런 형태의 차량은 그 뒤로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 현대 리베로가 이례적으로 엔진룸이 앞에 튀어나온 1톤 트럭이었지만 얼마 못 가 단종됐다. 얘는 통상적인 화물 운송 트럭이 아니라 견인차로는 그나마 인기를 끌었다.
- 그래서 국내에서 엔진룸 있는 트럭의 최후의 보루는 바로.. 군용차였다. (5톤 및 2.5톤 트럭) 그러나 이마저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차세대 군용 트럭은 민간 싸제 트럭과 형태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형 트레일러 천국인 미국은 다들 엔진룸이 있는 형태이다. 왜 그럴까?
트레일러의 길이 한계는 견인되는 그 짐받이 차량의 길이에만 적용되게 했기 때문이다. 20세기 중반에 법이 바뀌었다.
그렇기 때문에 트레일러를 끄는 트랙터는 좀 길어져도 된다. 길이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엔진룸 돌출 형태가 주류가 된 것이다.
물론 법이 저렇게 관대하게 바뀐 이유는, 차에서 먹고 자고 살다시피하면서 엄청난 장거리 장시간 운행을 하는 운전사의 편의를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땅이 엄청 좁아서 자동차 산업이 통째로 왜곡될 정도로 경차만 너무 우대하고 있는 일본과는 상황이 반대라 하겠다. 너무 작은 일본 내수 승용차나, 너무 크고 연비 안 좋은 미국 내수 승용차는 둘 다 한국이나 유럽 같은 시장에 그대로 내놓으면 경쟁력이 부족할 것이다.
3. 사고 유형
대형 화물차는 과속이나 음주운전 사고는 잘 없다. 그런 사고는 철딱서니 없는 양아치 운전자가 쓸데없이 고급 승용차를 몰다가 내는 편이다.
그 대신, 대형 화물차가 일반적인 승용차보다 더 잘 내는 사고는 이런 부류인 것 같다.
- 내리막에서 브레이크 파열(fade 현상) 때문에 신호 대기 차량들 추돌
- 격무에 시달리다가 졸아서 앞차 추돌
- 시야 불량 때문에 우회전 중 보행자와 충돌
- 적재 불량 때문에 주행 중에 화물들이 우수수.. (유리 소주병들 잔뜩, 또는 돌이나 쇳덩어리 같은 무거운 화물은.. ㄷㄷㄷㄷ)
- 정비 불량 때문에 차량 자체의 부품이 우수수.. (타이어, 서스펜션..)
- 정비 불량 때문에 달리다가 타이어 파열
이런 사고가 빈번하니 화물차를 저격하여 적재 불량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중과실 중 하나로 제일 최근에 추가되었을 정도이다. 11대 중과실이던 게 12대 중과실로.. 버스가 사람을 태울 때 '개문발차'와 더불어 트럭에서는 적재불량이 나란히 등재된 셈이다.
그리고 화물이 아니라 차량 자체의 부품도 말이다.
옛날에는 서스펜션 부품이 빠져서 도로에 떨어지고, 그걸 뒷차가 밟아서 공중에 퍽 떠 버리고.. 그게 더 뒷차나 심지어 맞은편 방향 차량의 유리창으로 날아가서 테러를 일으키는 사고가 종종 벌어졌다.
쇳덩어리는 말할 것도 없고, 타이어만 해도 대형차의 것은 한 짝 무게가 수십~100수십 kg에 달한다. 그게 통통 튀다가 다른 차량의 앞유리를 찍으면.. 그냥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다.
뭐, 타이어는 술술 빠질 때도 있고, 아니면 펑 터지기도 한다.
펑 터지면서 주변 차량을 파손시키도 하고, 그거 때문에 트럭도 제동력이나 조향력을 상실해서 다른 사고를 내게 된다.
저렴한 재생 타이어가 주행 중에 말썽을 일으킨 사고가 트럭뿐만 아니라 시내버스에서도 가끔 발생해서 뉴스를 타곤 했는데.. 아마 요즘은 재생 타이어의 사용이 아예 금지됐지 싶다.
안전에는 추가적인 비용과 오버헤드가 뒤따르지만, 그게 소탐대실을 예방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