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넓고 고수 괴수 덕후는 많다. 그 중엔 이 종원 씨라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내 최고의 버스 전문가가 있다. 본인보다 띠동갑 이상으로 어린.. 아직 나이 30도 안 된 친구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여러 번 매스컴도 타고 명성이 자자하더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버덕이라 하면 흔히 버스 노선이나 여행에 관심이 많아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시내버스들만 갈아타면서 24시간 안에 가기 인증" 같은 걸 즐기는 집단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본인도 처음엔 그런 걸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별개의 다른 덕질 분야이며, 저 사람은 순수하게 차량 분야 전문이다.

그렇다고 그가 무슨 기계· 전자를 전공한 공돌이 내지 자동차 정비 명장인 것도 아니다. 그의 주 관심사는 그냥 버스의 역사와 차량 계보 그 자체이다. '버스 백과사전'을 출간하고 '한국 버스 박물관'을 설립하고 싶어한댄다. 컴퓨터 박물관이 아니라 비디오 게임 박물관이 필요하듯, 자동차 박물관만으로는 여전히 너무 범위가 넓으니 버스만의 고유한 박물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사적 가치가 높은 버스들이 내구연한이 경과했다고 칼같이 퇴역하고 얄짤없이 폐차되는 게 너무 안타깝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런데 일반 소형 승용차와는 달리 버스는 자가용이 아니라 거의 다 영업용으로 쓰인다. 그러니 특정 개인이 애착을 가질 만한 요소가 별로 없다.

게다가 버스는 승용차보다 훨씬 더 크고 비싸고 보존하기도 어려운데, 어째 그런 버스를 이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날 수 있는지 궁금하다. 버스에서 Looking for you 같은 음악을 들었을 리는 없을 텐데..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최근 인터뷰 자료에 따르면, 그는 어릴적부터 비범했다.

  • 4살 때 부모님 손을 잡고 버스를 타고 다니며 버스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 한글도 제대로 떼기 전에 버스 노선을 외우고 차종을 구분짓기 시작했다.
  • 즐겨 그리는 그림은 버스였고 모형도 버스만 만들었다.
  • 초등학교 2학년 때 인터넷 버스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버스를 깊게 파고 들었다.

초딩 1~2학년 무렵엔 나도 좀 차덕이긴 했다. (☞ 관련 링크) 남자 꼬마애들이 그 나이 때 공룡이나 로봇을 좋아하듯이 큼직한 버스를 좋아하는 것 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저 코흘리개 나이 때부터 버스 동호회를 가입하고 저렇게까지 몰두하다니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 보인다.;;

그는 2015년에는 TV에 출연해서 특색 있는 전동차 구동음도 아니고 그냥 털털거리는 내연기관일 뿐인 디젤 엔진 소리만 듣고서 해당되는 버스 차종을 모두 알아맞혔다. 심지어는 자기가 버스 엔진 소리 성대 모사까지 해서 주변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우와 +_+
하긴, 똑같은 디젤 엔진이어도 옛날이랑, EGR에 CRDi에 SCR 등 온갖 배기가스 정화 기술이 갖춰진 요즘 차는 엔진 소리가 서로 뭐가 달라도 다른 구석이 있을 것이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고 러시아, 미얀마, 라오스 같은 외국도 다녀왔다. 다른 관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퇴역 후 외국으로 수출된 옛날 버스들을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희귀 아이템은 뜻을 함께하는 동지들과 함께 돈을 모아서 구매해서 역수입을 해 오기도 했다!

tvN에서 내 블로그를 보고 보고 연락했다. 1994년 배경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다. 94년식 버스는 멸종해서 비슷한 느낌의 버스를 수소문했다. 알고보니 그 드라마가 ‘응답하라 1994’였다. 이후 요청이 종종 들어왔다. 영화 ‘더킹’, ‘마약왕’, 드라마 ‘라이프온마스’에 나온 버스도 섭외했다.
몇 년도에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만 알면 떠오른다. 직접 정리한 자료도 있다.


그러니 이분은 최고의 버스 고증 전문가가 되었다. <말죽거리 잔혹사>에 대해서도 저 인터뷰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아마 할 말이 왕창 많을 것 같다.
<말죽거리...>의 경우, 중문이 달려 있는 1970년대 버스를 구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후대의 앞문· 뒷문 중고 버스를 구한 뒤, 앞문은 틀어막고 뒷문을 뜯어고쳐서 중문처럼 보이게 했다고 한다.

옛날 버스에 대해서 본인이 아는 것은 엔진이 전방에 달린 대형 버스, 그리고 뒷문도 앞문 같은 폴딩 도어이던 시내버스 정도이다. 1990년대 초, 초등학교 전반부 정도까지는 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철도님의 영향으로 자동차와 비행기에 대해서도 부전공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주워 들은 것도 있다. 한반도 역사상 시내버스가 최초로 운행된 곳은 서울· 부산이 아니라 대구라는 것 등..

현대에서 에어로시티 계열 버스를 내놓기 전에 생산했던 RB는 모든 게 동글동글 유선형이었다. 각이라고는 없었다. 그 시절에 바다 건너 일본 버스들이 디자인 트렌드가 그러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버스를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길거리에서 다시는 찾아볼 수 없게 된 지가 오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반면, 대우의 BS계열 버스들은 헤드라이트 모양이 정사각형 셀이었다. 이거 정도는 기억하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이 헤드라이트도 정말 순식간에 사라지고 멸종했다. 길거리에서 현역으로 멀쩡히 많이 잘 뛰던 물건이 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첨부는 생략하지만 아시아 자동차 버스들도 있었는데, 얘들 외형은 대우보다는 현대차에 더 가까웠다.
훗날 아시아는 기아에 흡수됐고, 기아는 현대로 흡수됐으니 지금은 결국 다들 한 지붕 아래에서 생산되는 차량이 됐다.

그랬는데.. 이 종원 씨는 저런 것들조차도 당대에 직접 탔을 리도 전무할 텐데.. ㅠ.ㅠ
심지어 그는 지금으로부터 딱 1년 남짓 전엔 현대 자동차 남양 연구소로 초청을 받아 가서 현대차 "직원"들에게 선배들이 수십 년 전에 만들었던 버스들의 계보에 대해서 강연도 했다고 한다..;;

이분이 운영하시는 블로그의 최근 글을 봤다.
1980년대를 풍미했던 현대 FB485와 새한-대우 BF101 실차를 미얀마에서 구입해서 역수입해 왔다.;;
난 그 시절엔 경쟁사의 새한-대우 BF101만이 짱인 줄 알았는데, 글을 보니 경쟁사인 현대의 제품도 디자인과 편의 시설에서는 메리트가 컸었다. 그리고 사실 두 차량은 엔진은 동일했다.

지금은 현대 버스들이 바퀴 펜더가 동그란 반원이고 대우 버스가 좀 각진 편이다.
하지만 옛날에는 그 반대.. 현대에서 펜더를 각진 사다리꼴 모양으로 만들고, 새한-대우 버스가 둥글었던 모양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리고 글을 계속 보니, 옛날에는 에어 브레이크가 초대형 트럭이나 고속버스에는 적용되었지만 시내버스는 그렇게 무겁거나 고속 주행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아직 열외되어 있었던 듯하다. 현대 FB485에서 도입한 게 최초라고 한다.

또한, 벽면에 리벳이 박혀 있지 않은 깔끔한 형태로 버스 차체를 만드는 것도 그 당시로서는 고급 기술이었나 보다. 의류로 치면 말 그대로 솔기 없는(seamless) 매끄러운 옷에 해당한다.
글을 보면 볼수록 흥미롭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서 역사적 사연이 있어서 따로 보존된 특수한 버스는 두 대 정도가 있다. 하나는 박 정희 대통령 장례용으로 급히 개조· 제작되었던 영구차이다.
18년에 가까운 독재 권력을 휘두른 대통령이 그렇게 허무하게 비명에 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최 규하 권한대행이 급히 영구차 제작 입찰을 했는데, 여기서는 현대 대신 새한-대우가 선정되어서 BF101을 급조한 영구차가 만들어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즉, 이 차가 저 때의 저 차였다는 얘기다. 물론 꽃으로 온통 뒤덮혔으니 사전 정보 없이 외형만 봐서는 저게 BF101의 파생형이라는 걸 알 길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멀리서도 고인의 관을 볼 수 있도록 측면 창문을 아주 크게 만들었다.
이 영구차는 지금도 서울 현충원 안에 보존되어 있으며, 본인 역시 직접 본 적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에 사마란치 IOC 위원장을 비롯해 각종 스포츠 연맹 총재 같은 높으신 귀빈들을 태웠던 전용 버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차종은 아시아 자동차의 '콤비'이며.. 25인승 마이크로버스 차급이지만 내부가 6인승용 응접실 형태로 개조되었다.
대회가 끝난 뒤에 민수용 개조 부활(?) 같은 거 없이 영구 보존되긴 했지만 그 뒤로 그리 좋지 못한 관리 상태로 방치되어서 버덕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본인도 버스 하면 이 정도는 글 읽으면서 떠올리고 있었는데.. 저분 역시 곧장 언급을 하니 반가웠다. 실미도 사건 때 북파공작원들이 뺏어서 몰았던 그 버스까지는 나도 미처 생각을 못 했는데..
저런 분이야말로 나중엔 아예 버스에서 살림을 꾸리고 살지 않을까 싶다!!

류 준열과 혜리가 만원버스에 탄 장면을 보면 에어컨이 달려 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냉방 시설이 있는 버스는 없었다.


하긴, 버스와 열차에서 에어컨이 나오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부터이다. 에어컨 설비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옛날에는 버스의 엔진 출력 자체가 그 넓은 공간에 냉방을 빵빵하게 돌릴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못했다.

이렇게 이 종원 씨의 블로그를 읽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버스에 대한 그의 열정은 철덕을 자처하는 본인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본인은 남자라면 무조건 대형 면허 따서 왕창 크거나 왕창 빠른 차를 몰아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저런 버스 전문가를 부러워하고 존경한다. 나도 한 분야에 저 정도의 외길 전문가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런 괴수에 비해 나의 철덕질은..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인 거 같다.. ㅜㅜ 나는 아직 철도를 저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랑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후회되고 자괴감이 든다. 더 분발해야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8/11/11 08:27 2018/11/11 08:27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53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1553

Leave a comment

지난 2004년엔 철도에서는 KTX가 최초로 개통했으며(4월 1일), 서울 시내에서는 버스 전면 개편(7월 1일)이 시행되어서 우리나라 대중교통에 굉장히 큰 변화가 생겼다.

먼 옛날에 서울 시내버스가 분홍색 도색이었던 것은 본인의 기억에도 남아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실시간 위치 안내가 있나, 한눈에 보이는 노선도가 있나, 앱이 있나, 환승 할인이 되나, 도대체 뭐가 뭔질 모르겠으니, 서울에서 살지 않는 초행자에게 지하철 말고 버스는 도저히 쉽게 범접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던 와중에 버스 개편은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여러 마리의 토끼들을 한번에 잡으면서 가히 혁명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1) 운임 결제 수단

  • 선· 후불 교통카드(티머니!)가 도입되어 기존의 현금, 토큰(버스), 마분지(지하철) 승차권을 모두 대체했다.
  • 이 통합 결제 수단을 기반으로, 교통수단간 최대 5회까지 무료 환승과 거리 비례 요금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 지하철은 종전의 권역별 요금제에서 탈피하여, 최단거리 추정 원칙 하의 거리 비례 요금제로 바뀌었다. 그리고 마분지 승차권 기반의 정액권이 없어진 대신, 카드 기반의 지하철 전용 정기권이 등장했다.

(2) 버스의 용도 세분화와 경쟁력 강화

  • 버스들은 부도심 구간 순환, 지선, 간선, 광역이라는 성격별로 선명한 빨노초파 4색으로 바뀌었다. 흰 바탕에 색깔 줄무늬 그런 거 없고 차체 전체가 같은 색으로 칠해졌다.
  • 그리고 버스들의 노선 번호도 서울을 7등분한 권역 번호를 기반으로 예전보다 훨씬 더 일관성 있게 바뀌었다.
  • 큰 간선 도로에는 중앙 버스 전용 차로가 생겨서 간선 및 광역 버스들의 주행 속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법적으로 고속버스가 전체 구간의 몇 % 이상을 고속도로로 다니는 버스이듯, 간선 버스는 노선 중 몇 % 이상을 반드시 여기로 다니는 버스로 정의시켰다.
  • 버스 회사들이 장사 잘 되는 노선에만 편중되어 양극화+치킨 게임 공멸로 치닫는 것을 막기 위해 준공영제가 시행되었으며, 기존 여러 회사들을 통합한 컨소시엄 업체도 등장했다. 사기업 일색인 버스 업계에 '한국 BRT, 서울 교통 네트웍'처럼 뭔가 공기업 같은 이름의 회사가 이때 생겼다.

2004년 버스 개편 이전에도 대도시에는 초록색 차선으로 구분된 버스 전용 차로라는 게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중앙의 1차로가 아니라 제일 마지막 n차로에 있었다. 정차나 우회전 하는 차들 때문에 차로를 온전히 버스만을 위해 분리할 수가 없었으며, 24시간 내내 시행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에 비해서 중앙 버스 전용 차로는 굉장히 큰 변화였다.

그리고 덤으로..
마침 버스· 지하철의 요금도 올릴 때가 됐던지라-_-;; 버스 개편과 함께 그 당시 700원이던 기본 요금이 800으로 올랐다. 더구나 현금을 사용하면 100원이 또 추가되니 사실상 200원이 오른 셈이었다. 하지만 카드로는 환승 할인이 되니 체감 대미지가 많이 상쇄됐다.

1. 요금 관련

버스는 원래 한 번만 돈을 내면 끝인 교통수단이었다. 그러나 환승 할인이란 게 도입되면서 내릴 때도 뭔가를 대고 찍는 형태로 바뀌었다. 찍고 내린 뒤에 후속 교통수단을 30분 이내에만 탑승하면 된다. 그것도 심야와 러시 아워에는 1시간으로 term이 더욱 관대해진다.

단, 지하철은 원래 자기 내부에서 환승 통로가 제공되고 있으니, 소프트 환승 예외가 인정되는 극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찍고 나갔다가 다시 들어올 때 환승 할인이 인정되지 않는다. 옛날에 노량진 역이 1-9호선간 환승 통로가 없던 시절에는 소프트 환승이 됐지만 지금은 없어지고 오로지 경의선 서울 역만이 남아 있다.

심지어 공항 철도 서울 역도 과거에는 소프트 환승이 됐다가 환승 통로가 개통한 뒤부터는 규정이 폐지됐다. 지하철 사이의 소프트 환승은 정말 불가피한 경우에만 인정한다는 것이 일관된 정책인 듯하다. 그러니 용산-신용산 같은 경우도 인정되지 않고 있다.
버스도 같은 번호의 버스를 내렸다가 다시 타는 것은 환승으로 인정되지 않고 재승차(= 기본요금 재부과)로 처리된다. 같은 번호의 반대편 방향이더라도 말이다.

버스는 지하철과 달리 한 카드로 여러 명이 함께 타는 '다인승'이 가능하다. 그리고 처음에 탈 때 한 번만 찍고 끝이던 과거 관행을 존중(?)하여, 비환승 1회만 탑승일 때는 종점에서 종점까지 가도 언제나 기본 요금이다. 그리고 내릴 때 카드를 찍지 않아도 된다. 찍고 내렸다 하더라도 버스 1회 탑승은 기본 요금 거리를 초과해서 탔다 하더라도 거리 비례 요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교통수단을 2개 이상 이용하여 일단 환승 할인을 받았다면, 더 이용하는 교통수단 없이 버스에서 최종 하차를 앞두고 있을 때 카드를 반드시 찍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번 교통수단 이용은 끝을 알 수 없으니 최장거리를 뛴 것으로 간주되며, 기본요금의 두 배가량의 페널티를 받는다. 이게 거리 비례 요금제의 1회 탑승에서 이론적으로 산정하는 최대 액수이다.
그리고 경기도 시내버스들은 서울 버스 같은 유도리를 제공하지 않는다. 비환승 1회 탑승이더라도 내릴 때 카드를 반드시 찍어야 한다.

초기에는 빨간 광역 버스들은 환승 할인 대상조차 아니었던 것 기억하시는가? 2010년대가 돼서야 환승 할인이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더 나아가 인천· 경기 소속의 광역 버스들도 여기에 동참했다.
철도계에서는 공항 철도와 각종 경전철(의정부, 용인)들도 처음에는 환승 할인을 해 주지 않고 버텼다. 하지만 이 바닥에서 독불장군은 소탐대실을 초래한다는 것을 운영사들도 인정하였으며, 차라리 기본 요금을 추가로 걷을지언정 환승 연계는 다 되도록 시스템이 바뀌었다.

한편, 버스가 그렇게 바뀌는 동안 지하철에서는 지난 2009년, 지하철 9호선의 개통과 함께 서울· 수도권 지하철 전체에서 마분지 1회용 승차권이 완전히 폐지되어 사라졌다. 9호선은 처음부터 마분지 승차권 투입구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1회용 승차권도 반영구적으로 재활용 가능한 카드 형태로 바뀌었는데, 이건 하차 과정에서 집표를 동시에 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집표를 유도하기 위해 승차권 구입 시에 부득이하게 보증금 500원을 추가로 걷게 되었다. 그래도 보증금이 카드의 제조 원가보다는 여전히 저렴하다.

모든 지하철역에서 돈거래를 하는(= 교통 카드 충전과 승차권 판매) 유인 창구가 사라진 것도 이와 비슷한 시기이지 싶다. 지금이야 최저임금 상승 때문에 주유소와 패스트푸드점들이 온통 무인으로 바뀌는 추세이나, 지하철역은 훨씬 더 전부터 단순한 업무는 모두 무인화되었다. 서울 지하철이 처음 개통했을 때는 지하철을 탈 때도 역무원이 승차권에 동그란 구멍을 뚫어서 개찰을 했는데 그와 비교하면 참 드라마틱한 변화이다.

2. 그때와 지금의 비교

버스 개편이 시행됐던 첫날에는.. 그냥 바뀐 것 자체 때문에 혼란스러워한 사람, 정치 성향 때문에 이 명박 서울 시장을 괜히 싫어했던 사람들까지 몽땅 난리를 쳤다. 쓸데없이 크게 적은 알파벳 기호 때문에 'X랄염병 버스', 그리고 버스들을 몽땅 중앙 버스 전용 차로에 집어넣었다가 생겨난 '버스철' 등 욕도 많이 먹었다.
하지만 미흡했던 점은 차차 개선되었으며, 버스 개편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외국에서도 이 버스 개편 사례를 배우러 올 지경이 됐다.

지금은 버스 개편 초기 내지 당시 노선 설계자들이 의도했던 것만치 색깔별로 버스들의 성격과 용도가 분명하게 나뉘지는 못한 듯하다.
일단 노란 버스들은 전멸하다시피해서 남산 인근에 극소수 노선밖에 없으며, 탑승은커녕 구경조차 한 번도 못 해 본 사람들이 많다. 강남이나 여의도에 있었다고 하는데 난 직접 본 적이 없다. 이젠 차라리 마을 버스들에 노란색을 부여하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이다. 단, 노란 버스는 의외로 기본 요금이 초록· 파랑 버스와 같고 마을 버스보다 비싸다.

그리고 초록과 파랑 버스들의 구분도 굉장히 모호해졌다.
초록 버스 중에도 어정쩡한 장거리 노선이 있고, 파랑 버스 중에도 간선 도로를 막 많이 달리지 않는 게 있다. 원래 파랑 버스는 같은 구간 안에서도 정류장을 덜 서고 기본 요금도 더 비싸게 책정할 생각이었지만.. 거기까지는 맹렬한 반대 민원 앞에서 버로우를 탔다. 초록 버스와의 차별화를 포기하는 쪽으로 갔다.

버스 개편이 처음 시행됐을 때는 간선 버스에 굴절(일명 아코디언) 버스도 잠시 등장했다. 하지만 외제차는 아무래도 유지 보수가 불편하다 보니 곧 없어졌다. 서울 지하철에서는 반대로 국산 인버터를 장착한 차량을 도입했다가 잔고장이 너무 잦아서 도로 없앴는데 흥미로운 점이다.

2010년대에 와서는 굴절 대신 2층 버스가 서울시는 아니고 경기도 광역/급행/좌석버스 위주로 등장해 있다. x축을 늘리려다 말고 그 대신 y축을 선택한 모양이다. 하지만 얘도 외제차이고 잔고장에 취약해서 버스 회사들이 애로사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한번 수리를 맡기면 부품 구하는 동안 그냥 세월아 네월아여서..

버스의 노선 번호들은 자릿수도 서로 제각각 다르도록 굉장히 기발하게 정해져 있다.

  • 노랑 순환은 한 권역을 벗어날 일이 없고(한 자리) 종류도 다양하지 않으니(한 자리) 번호가 총 두 자리..
  • 초록 지선은 한두 권역을 다닐 수 있고(두 자리) 종류가 다양한 편이기 때문에(두 자리) 총 네 자리..
  • 파랑 간선은 서로 다른 권역을 누빌 수 있고(두 자리) 종류가 지선만치 많지는 않기 때문에(한 자리) 총 세 자리.
  • 빨강 광역은 총 네 자리이지만 첫 자리가 9로 시작..

서울 권역 번호는 1~7까지 있으며 0은 도심이다. 9는 광역 버스를 나타내는 접두사로 예약돼 있으니 결국 8이 하나 남는데.. 8xxx로 시작하는 번호들은 각종 맞춤형 지선 버스들을 가리키는 특수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N으로 시작하는 심야 전용 간선 버스는 2004년 버스 개편 당시에는 없다가 나중에 등장했는데, 심야에 귀가하는 직장인들의 교통비 절감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반응이 좋다. 그러고 보니 지하철이 자정에서 새벽 1시로 운행 시간이 연장된 것도 2000년대 중반 비슷한 시기였지 싶다.

20세기에는 시내버스가 디젤 대신 천연가스 기반으로 바뀌고, 엔진이 차체의 앞이 아닌 뒤로 옮겨지고, 그것도 모자라서 저상 차량까지 등장한 것이 변화였다. 더 옛날에는 안내양이 없어지고 하차벨이 생긴 것, 시내버스에서 감히 에어컨 바람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큰 변화였다.

그랬는데 21세기에는 저런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겼고 버스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조회하면서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도 없어졌다. 버스 정류장에서 "xx번 버스 yy분 후 도착 예정, 현재 이 차의 내부 혼잡도는 zz" 이거..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디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나?

단순히 저 버스가 현재 어느 정거장에 있고 여기까지 몇 정거장 남았는지가 나오는 게 아니다. 그건 신경 쓸 필요 없고 아마 지금으로부터 몇 분 뒤에 도착 예정이라고 더 직관적인 정보가 제공되는데, 버스는 지하철보다 정시성이 훨씬 더 떨어지는 교통수단임에도 불구하고 이 예상 시각이 생각보다는 꽤 정확하다. 이건 그 버스의 이 구간 이 시간대에서의 평소 운행 통계 데이터를 토대로 아주 정교하게 산출된 값이기 때문이다.

또한, 운전석 주변이 온통 투명 플라스틱 차단막으로 둘러진 것도 내 기억이 맞다면 2010년대부터.. 버스 기사 폭행 사건이 몇 건 터진 뒤에 관련법이 강화됨과 동시에 시행되었지 싶다. 그 이전에는 그런 게 없었던 것 기억 나시려나 모르겠다.

버스 요금은 1970년대와 비교했을 때 평균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많이 오른 요금에 속한다. 물론 처음에 워낙 저렴하게 시작하기도 했고, 또 그때에 비해 지금은 승용차와 지하철 때문에 버스의 수송 분담 비율 자체도 많이 내려가서 1인당 단가가 올랐으며, 지금은 비싼 대신에 과거에 누릴 수 없었던 여러 편리한 인프라를 이용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버스 도착 예정 시각 안내만 해도 우리 생각보다 굉장히 대단한 기술을 동원하여 돌아가는 물건이다. 승객이 마냥 바가지만 쓰고 있는 건 아닌 셈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통했던 KTX도 초기에는 욕을 많이 먹었다. 그래도 교통수단 시스템이 선진적으로 바뀌면서 공통적으로 '환승'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대중교통이 적절히 갈아타면서 spoke-to-spoke (거점 중심)가 아니라 일일이 point-to-point (문에서 문까지..)를 추구하다가는 속도와 접근성 어느 것 하나도 못 잡으면서 경쟁력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고속철이야 1990년대부터 대놓고 벌어졌던 국책사업이다만, 서울 버스 개편이라는 엄청난 과업을 처음에 생각해 내고 추진한 관료와 학자와 엔지니어들의 노고를 치하해 주고 싶다. 참 큰일을 해냈다.

Posted by 사무엘

2018/06/22 08:33 2018/06/22 08:33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503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1503

Comments List

  1. 경헌 2018/06/22 18:26 # M/D Reply Permalink

    대중교통 시스템 개편을 LG CNS 에서 했는데, 런칭 전날에 전직원이 밤새 서울시내를 돌아다시면서 테스트를 했다는 도시전설이 있더군요. 믿거나말거나..

    이런 정도 규모의 거대한 시스템 개편은 어떻게 진행될지 상상이 안갈 정도로 대단한 일이긴 합니다 ㅎㅎ 어디 회고나 백서 같은게 있으면 읽어보고 싶네요.

    1. 사무엘 2018/06/22 19:31 # M/D Permalink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_^
      거기에서 유래된 '한국스마트카드'가...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긴 했죠!

      저 역시 버스 개편과 관련해서 관계자가 나중에라도 회고록 같은 거 출간했으면 싶은 생각이 듭니다. ^^
      버스 개편 이전에 서울 올림픽 대회 진행 통합 전산망 설계, 금융· 행정 전산화, 열차 승차권 발매 전산화 같은 것도 다 우여곡절이 있을 거예요.

Leave a comment

자동차의 덩치를 소형· 중형· 대형으로 분류할 때 이 등급은 탈 수 있는 인원수에 따른 절대적인 기준일 수도 있고, 승용차나 버스 같은 동일한 형태의 차량 중에서 상대적인 기준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똑같이 5명이 타는 "소형" 승용차이더라도 모닝이나 레이 같은 경차는 소형차요, 아반떼는 준중형, 쏘나타는 중형이다. 그리고 그랜저 정도 되면 준대형이고 제네시스는 소형차 중에서는 대형이다. 하지만 제네시스라고 해서 같은 거리를 가는데 고속도로 통행료가 아반떼보다 더 비싸지는 않다. (경차는 별도의 혜택이 있는 차급이니 논외로 하고.)

승용차는 '스마트 포투' 같은 극단적으로 작은 차를 제외하면 경차라도 일단 4~5인승이다. 왜건· 해치백형 SUV 내지 밴 차량은 맨 뒤의 공간에다 좌석을 추가로 달면 9명 정도가 탈 수 있다. 뒷문은 여닫이가 아닌 미닫이(슬라이딩 도어)가 장착되기도 하며, 승용인지 승합인지 솔직히 좀 알쏭달쏭해진다. 아래의 차는 기아 카니발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다음으로 일명 봉고차라고 불리는 승합차는 일단은 좌석이 네 줄 있어서 최대 12명이 타는 게 표준이다. 하지만 세 줄만 있어서 9명이 타는 물건도 있고, 또 과거에 아시아 자동차에서 만들었던 '토픽'이라는 승합차는 이례적으로 줄이 하나 더 있어서 15명이 탈 수 있었다. 참고로 15인승이 1종 보통 면허로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의 인원수 한계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5인승 승용차보다 사람이 약간 더 많이 탈 수 있는 차량은 자그마한 학원이나 교회에서 수송용으로 운용하기 좋은 물건이다. 그리고 9인승 이상의 차에 6명 이상이 탑승했다면 경부 고속도로에서 버스 전용 차선을 이용할 수 있다.
남산 터널은 승용차라도 3인 이상만 타면 혼잡 통행료가 면제되고, 서울 시내의 중앙 버스 전용 차선은 일단은 오로지 정규 노선 버스 같은 영업용 차량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정이 서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승합차보다 더 큰 차가 필요하다면 이제 미니버스 또는 마이크로버스라고 불리는 물건을 살펴볼 차례이다. 버스 중에서는 소형이지만 차량 전체의 덩치 랭크에서는 중형차 급에 속한다.
얘는 이제 한 줄에 좌석이 3개에서 4개로 늘어나며, 차에서 키 170~180급인 성인이 일어서서 차내 복도를 돌아다닐 수 있다. 작고 좁은 좌석에 25명 정도가 탈 수 있으며, 객실 아래의 별도의 짐칸과, 운전석에서 스위치로 곧장 개폐 가능한 자동문도 이 차급에서 최초로 등장한다.

요런 버스는 대중교통에서는 주로 마을버스 형태로 다닌다. 현대 자동차의 브랜드명은 '카운티'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지만 얘는 오늘날의 대형 버스와 비교하면 여전히 전방엔진이며, 승객이 타는 문은 중문 하나만 존재한다는 차이가 있다. 옛날 버스의 구조와 더 비슷하다.
승합차와는 달리 미니버스부터는 뒷바퀴의 한 축에 타이어가 하나가 아니라 트럭처럼 두 개씩 연결되어 있다. (사실, 기아 자동차 봉고는 승합차 차급인데 1톤 트럭처럼 뒷바퀴가 둘씩으로 구성되어 있었음)

마이크로버스보다 한 단계 더 커진 버스는 35인승 중형 버스이다. 얘는 바퀴의 크기, 차량의 길이와 폭이 대형 버스보다 미묘하게 작다. 사실 마이크로버스와도 구분이 쉽지 않아 보일 정도다. 그래도 얘는 덩치만 살짝 작을 뿐 앞바퀴의 앞에 드디어 폴딩 도어가 달렸으며, 외형이 더 각이 졌고 후방엔진이기까지 하니, 버스로서 갖출 건 다 갖추고 있다. 전체 차급의 관점에서는 준대형 정도 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것과 다른 중형 버스도 있다. 시내버스 중에 폭과 타이어 크기는 대형 버스와 동일한데 길이만 오리지널 대형보다 약간 짧은 놈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긴, 연세 대학교 셔틀버스도 요런 차종이 다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반적인 '45인승'(4*10+5) 대형 버스는 이제 8톤 트럭과 얼추 비슷한 덩치가 되며, 한 줄에 좌석이 5개까지 배치 가능하다. 구체적인 스펙을 접하지는 못했지만 대형 고속버스· 관광버스는 대형 시내버스보다 크기나 엔진 출력이 좀 더 크다고 한다. 아래의 에어로시티를 보면, 위의 중형 버스인 그린시티와 길이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알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좌석을 일반이 아닌 우등 형태로 배치하면 '28인승'(3*8+4)이 되는데, 일부 시외버스는 좌석의 폭은 우등과 동일하지만 간격은 약간 조밀하게 해서 31인승을 구현하기도 했다.

45인승보다 더 큰 버스는 차축이 더 늘어나고 굴절 또는 2층 형태가 된다. 우리나라는 요 얼마 전부터 일부 경기도 광역버스에 2층 버스가 도입된 정도이지 차내에 화장실이 있거나, 운전사가 두 명 타서 정기적으로 교대 근무를 하거나(짐칸 옆에 교대 운전자용 간이침실이..), 엔진룸이 차체 앞에 달린 경우는 없다. 제일 큰 이유는 물론 국토가 그 정도로 장거리 운행 최적화 디자인이 필요할 정도로 크고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 고속도로가 처음으로 생겼던 1970년대에는 미국의 유명한 버스 회사인 그레이하운드 사가 국내에도 진출했으며, 그때는 미국 스타일의 차축 3개 + 일부 2층에 화장실까지 달린 버스가 잠시 다니긴 했다. 비행기로 치면 팬암 사가 한국에 진출해서 광고를 내던 시절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다가 그 회사가 한국에서 철수하고, 버스 안에 굳이 화장실을 설치하느니 그냥 휴게소에 정차하면 되고, 도로의 상태와 차량의 성능도 향상되면서 흑역사가 된 것이다. 철도에서 야간 열차가 갈수록 없어지고, 침대차가 정규 운행 노선에서 퇴출된 것과 동일한 이치이다.

단, 에버랜드에서 정문과 주차장 사이를 오가는 셔틀버스는 참 인상적이다. 차축이 3개이며 전문 중문 후문이 다 존재하여 거의 굴절 버스에 맞먹는 덩치이지만, 그렇다고 중간에 굴절이 있지는 않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에버랜드 셔틀버스는 덩치가 너무 커서 우리나라 현행법상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없는 차량이라고 한다. 차량으로 등록할 수가 없어서 법적으로는 '놀이기구'로 등록했으며, 번호판 자리에는 '구내운송용'이라는 팻말이 달려 있다. 이 버스들은 주차장과 정문 사이의 셔틀버스 전용 도로만 오가며, 일반 도로에서는 일체 주행하지 않는다.

역시 삼성빨로 이런 특이한 차량도 들여올 수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공항 활주로에서 비행기와 여객 터미널 사이를 오가는 단거리 셔틀버스도 저렇게 성격과 용도가 특이한 차량이며, 인천 공항은 장기 주차장과 여객 터미널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가 다니기도 한다. 주차장과 본 건물 사이에 버스가 다닐 정도로 거대한 시설은 인천 공항과 에버랜드 말고 국내에 또 있는지 궁금하다.

한편, 버스와는 달리 트럭은 대형 버스보다 작은 차종에도 추가적인 차축이 달린 게 많다. 특히 4~5톤급 중형 트럭에서 들었다 놓았다 하는 가변 차축의 형태로 말이다. 이렇게 차축이 더 달리면 4.5톤 덩치의 트럭에다가도 한 8톤 정도는 그냥 실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짐을 왕창 실으면 축중 하중이 여러 개로 분담되는 덕분에 도로 파손이라는 관점에서의 과적 단속에는 안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엔진 출력과 브레이크는 여전히 4.5톤 기준이기 때문에 차량이 무리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다.

* 추가 설명: 자동문

버스에 존재하는 자동문은 시내버스에서 안내양을 퇴출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 물건이다. 얘는 사람의 힘으로 여닫는 승용차 문들과는 달리, 뭔가 철컥 걸린 채로 꼭 닫아야 한다는 단서가 없다. 차를 타면 일반적으로 "문이 완전히 안 닫혀서 도어 경고등이 여전히 켜져 있으니 다시 똑바로 닫으세요" 이걸 신경 써야 하지만, 자동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문과 차체의 부품이 기계적으로 연결되고 걸린 것에 의존하지 않고, 공기압 같은 외력에 의해 문이 닫힌 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걸림' 구조(충분히 세게 꽝 닫아야 하는 것)랑 '자동문' 메커니즘이 꼭 일대일 동치 관계인 것은 아니다. 자동문이야 자체적인 동력으로 문을 붙잡고 있는 게 '걸림' 구조와 연동하는 것보다 더 쉬우니까 일반적으로 걸림 구조를 채택하지 않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쿠스 내지 오늘날의 EQ900 같은 호화 고급차는 트렁크 정도에는 자동 개폐 장치가 달려 있다. 롤스로이스는 승용차이지만 아예 출입문도 자동 개폐 가능하다.

그리고 소형 승합차는 원래는 자동문이 없지만 3rd-party 업체에서 만든 자동문 시스템이 추가 장착되기도 한다. 옛날에, 대략 10년쯤 전에 1시간 간격으로 대전 지하철 월평 역에서 출발하던 KAIST 행 셔틀버스가 그랬다.
봉고차 크기이지만 좌석은 마치 우등 고속 좌석처럼 1인석 위주로 띄엄띄엄 리모델링하고, 운전사가 일괄적으로 문을 개폐할 수 있게 자동문 장치를 달아 놓은 형태였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25인승 미니버스로 차의 크기가 업그레이드 된 모양이다.)

* 잡설: 버스와 지하철의 차이

대중교통으로서 지하철에는 없고 버스에만 있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라디오 방송이지 싶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굉장히 큰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잠깐만~! 우리 이제 한번 해 봐요 사랑을 나눠요.." 이런 CM송으로 끝나는 무슨 공익광고? 미담 사례 방송은 25년쯤 전에 나 초딩 때도 들었던 것인데 지금도 똑같이 흘러나오는 걸 우연히 들었다. 옛날에는 "기아자동차 협찬" 이러던데.. 물론 그건 IMF 이전의 정말 옛날 얘기이다.

한편, 지하철에는 버스에는 없는 잡상인이 종종 등장한다. 그리고 문 곁에 서 있는 사람 때문에 승하차 무질서가 야기되는 편이다.
이건 자동차로 치면 횡단보도나 교차로 근처에 불법주차된 차들 때문에 차량 통행이 불편해지고 사고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과 같다. 이들 때문에 하차 승객이 나가기 어려우며, 심지어 동일한 문에서 승차와 하차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문의 양쪽에 서 있던 승객이 공평하게 승차하지 못하게 된다. 이 말인즉슨, 둘 중 한쪽은 좌석에 앉을 가능성을 공평하게 얻지 못한다.

이런 지하철과 달리, 버스는 예측 가능한 정해진 위치에 정차하지 않는 게 문제이다(대로변에 버스 여러 대가 동시에 많이 들어오는 정류장 기준). 이 때문에 미리 줄을 서서 기다리기가 어려우며 더 큰 무질서가 야기된다.

Posted by 사무엘

2017/11/17 08:26 2017/11/17 08:26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428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1428

Leave a comment

버스의 역사

우리나라에서 시내버스라는 게 역사상 최초로 운행된 건 1920년 7월 1일, 대구에서이다. 서울이나 부산이 아니다. 거기는 노면전차와 철도가 국내 최초였고 길거리에 택시는 다녔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시내버스 같은 건 없었다. 서울에서 시내버스가 등장한 건 그로부터 8년 가까이 지난 1928년 4월의 일이다.

그때는 시내버스만 해도 아무나 탈 수 없었으며, 버스 운전사는 지금의 철도 기관사나 여객기 조종사에 준하는 완전 뽀대 나는 유니폼 착용 전문직이었다. 한 마디로 지금보다 지위가 훨씬 더 높았다.

예전에 버스에 대해서 한번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래도 버스의 외형과 시설의 변천사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정리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마 가장 큰 이유로는 검색해 보니 이 주제를 워낙 잘 정리해 놓은 사이트가 이미 있어서 내가 따로 글을 쓸 생각을 안 했기 때문이지 싶다. 그러니 이 블로그에서는 그냥 변화의 큰 추세를 요약만 좀 해 보겠다.

1. 1950년대: 원박스화

먼 옛날, 20세기 초중반에 자동차들의 디자인 트렌드는 소형차건 대형차건 엔진룸은 전면부 중앙에 튀어나오고 앞바퀴 펜더가 돌출된 형태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러다 1950년대쯤부터는 엔진룸이 별도로 튀어나오지 않고 차체 바닥 밑으로 간 원박스형(혹은 R캡이라고도 불림) 버스가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때는 버스의 디자인이 지금과 비슷해지기 시작한 일종의 과도기라 볼 수 있다. 50년대 말에 등장한 시발디젤 버스도 그런 형태이며, 관련 사진은 이 블로그를 검색해 보면 나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52년의 부산 정치 파동 때 국회의원들이 탔던 버스도 사진을 보니 정확한 차종과 제조사는 알 수 없지만 원박스형 버스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1960년대: 디젤, 안내양

이때부터 시내버스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어서 시민의 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1960년대 후반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노면전차가 폐지되었다.
버스의 차체가 더 커지기 시작했고, 엔진이 휘발유에서 디젤 기반으로 바뀌었다. 시발 버스도 이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그냥 버스가 아니라 '디젤 버스'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리고 시내버스에는 공식적으로 '여차장'이라 불리던 안내양이 등장했다. 모든 승객이 타거나 내린 뒤, 안내양이 차를 툭툭 치며 "오라이!"라고 운전사에게 외치는 게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도 나온다.

지하철 업계에는 승객을 강제로 밀어넣는 푸시맨이 있었던 것과 비슷하게, 옛날에 시내버스는 문을 닫을 수 없을 정도로 승객이 너무 많이 탔을 때의 대처법이 있었다. 일단 출발 후 운전사가 직선 도로에서도 오른쪽으로 살짝 급핸들 조작을 해서 사람들을 원심력 때문에 왼쪽으로 강제로 쏠리게 했다. 그 사이에 안내양이 문을 닫았다. 그런 기동이 벌어지기도 했댄다.

옛날엔 시골에서 무작정 올라와서 가진 것 배운 것 없이 맨몸만으로 돈을 벌기 위해 버스 안내양 직업을 선택한 여성들이 많았다. 이들의 애환과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전해진다.

버스 요금을 차내에서 현금으로만 거래하던 시절에는 돈 관리도 안내양이 했는데, 정확한 승차자의 집계가 안 되니 승객으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를 안내양이 슬쩍 '삥땅', 횡령하는 경우도 있었다.

회사 역시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안내양들이 근무 중일 때는 개인 돈을 절대로 지참하지 못하게 하고, 지금의 관점에서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인권유린일 정도로 가혹한 방식으로 불시 몸수색을 했다고도 한다. 그래도 그때는 약한 을인 안내양들이 이의 제기를 할 수 있지 않았다.
(참고로 조폐공사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지금도 작업장에 드나들 때 개인 돈은 절대 지참하지 못한다. 개인 사물함에다 몽땅 보관해야 한다.)

3. 1970년대: 두짝 문, 고속버스

과거의 버스들은 앞바퀴가 차체의 굉장히 앞에 있었으며, 출입문은 가운데에 한 군데에만 있었다. 지금은 마이크로버스만이 이런 형태인데 말이다. 안내양은 바로 그 문의 문지기 역할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게 레알 말죽거리 잔혹사 시절 시내버스의 모습이다.)

그러다 70년대 후반쯤부터 대형 시내버스들은 요즘 버스처럼 앞문과 뒷문 구분이 생겼으며 앞문은 앞바퀴보다 더 앞에 놓이게 되었다. 단, 문은 수동 개폐식이었으며 뒷문도 앞문처럼 폴더(?) 형태로 접혔다. 이런 버스 보신 분 계신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렇게 타는 문과 내리는 문을 분리하고 나니 승객의 승하차가 더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아울러, 시내버스 얘기는 아니지만 1970년에는 경부 고속도로의 개통 덕분에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고속버스라는 게 등장했다.
그 시절에도 경부선 열차를 타면 서울-부산을 5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긴 했지만 그건 관광호 내지 새마을호처럼 서민이 범접하기 어려운 매우 비싸고 빠르고 정차역 적은 최고 등급 열차를 탔을 때에나 가능했다.

그런데 고속버스라는 '자동차'를 이용해서도 열차 만만찮은 빠른 장거리 여행이 가능해졌으니 이때 고속버스의 인기는 대단했다.
고속버스 운전사는 지금의 KTX 기장 같은 대우를 받았으며, 고속버스에도 안내양이 탑승했다.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안전벨트를 챙겨 주고 짐 나르는 걸 돕는 등, 지금 비행기 스튜어디스가 하는 일을 차내에서 했다. 가고 서기를 반복하는 시내버스 안내양과는 하는 일이 사뭇 달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4. 1980년대: 리어 엔진, 토큰, 하차벨, 자동문

그 뒤 1980년대에는 후방 엔진 버스가 등장해서 대형 버스들은 다 이런 형태로 바뀌었다. 전방 엔진은 앞부분에 타는 곳이 굉장히 높으며, 운전석 옆에 따끈한 물건 거치대가 있었다. 그 대신 맨 뒷좌석은 봉긋 솟아 있지 않고 높이가 다른 좌석들과 동일했다.

그 밖에 이 시기에는 시내버스에서 안내양이 퇴출되는 기술적인 기반이 차근차근 마련됐다. 먼저 현금 대신 버스 토큰이 등장하여 차내에서 번거로운 잔돈 거래를 하는 여지가 줄었다. (서울 시내버스에서의 첫 도입 시기는 1977년)
그리고 차내에 하차벨이 생겼으며, 사람이 일일이 뭘 돌리지 않고 버튼만 누르면 별도의 동력으로 개폐되는 자동문이 등장해서 이쪽으로도 동작이 수월해졌다. 뒷문은 폴더가 아니라 미닫이 형태로 바뀌었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1인 승무 시내버스의 원형은 이때쯤 대부분 완성되었다.

5. 1990년대: 에어컨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1989년 12월 말을 끝으로 안내양은 전국의 시내버스에서 법적으로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여차장을 둬야 한다는 법 조항 자체가 개정과 함께 삭제됐다.
그리고 나라가 좀 살 만해지고 자동차 기술의 발달 덕분에 엔진 출력도 넉넉해지면서 버스에 냉방기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90년대에는 전철도 아직 천장에 선풍기가 달려 있고, 지하철역 승강장은 여름에 너무 덥다고 뉴스에서도 난리를 칠 정도였다.

시내버스에 자동 변속기가 도입된 것도 이 무렵에 도입된 현대 애어로시티가 최초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대형 상용차에 자동 변속기는 비싼 추가 옵션 가격과 연비· 효율 문제로 인해 2010년대인 지금까지도 보급이 더딘 편이다.

6. 2000년대와 이후: 저상버스, 천연가스 버스, 환승 할인, 정거장 안내방송, 위치 안내

21세기에 시내버스는 생각보다 굉장한 발전을 거듭했다.
먼저 타고 내리기 쉬운 저상버스가 등장했으며 버스들이 동력원도 천연가스로 바뀌어서 대도시의 공기 질 개선에 굉장히 큰 기여를 했다.

그 밖에 IT 기술과 접목하여 환승 할인, 정류장 위치 안내 시스템도 20세기에는 사람들이 경험할 수 없던 것들이었다.
요 근래에는 그냥 도착 안내만 하는 게 아니라, 오는 버스들의 내부 혼잡도를 같이 표시해 주는 기능도 추가되어 매우 유용하다.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시내버스 요금은 먼 옛날과 비교했을 때 평균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더 가파르게 많이 오른 요금에 속한다.
버스 요금은 처음에 단가 자체가 절대적으로 굉장히 저렴했으며, 지금은 버스의 수송 분담률이 옛날보다 매우 낮아져서 개인당 단가가 크게 오르기도 했다. 거기에다 우리는 각종 IT 인프라 덕분에 옛날 사람들보다 훨씬 더 편리하게 버스를 이용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비싼 요금이 마냥 바가지인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7/05/31 08:26 2017/05/31 08:26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365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1365

Leave a comment

1. 바퀴, 엔진, 문 등의 내부 배치가 특이한 놈

요즘 자동차들은 대형 고급 승용차가 아니면 트럭 정도만이 FR(앞쪽 엔진, 뒷바퀴 구동)이다. 중형 이하의 작은 승용차들은 다 연비와 공간에 더 유리한 FF(앞쪽 엔진, 앞바퀴 구동)로 물갈이됐고, 버스들은 1종 보통(대형이 아닌) 면허로도 운전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10몇 명짜리 '봉고차'급이 아닌 이상, 공간 확보와 조향에 더 유리한 RR(뒤쪽 엔진, 뒷바퀴 구동)로 바뀌었다.

승용차는 대형이 FR인데 버스는 소형이 FR인 게 흥미롭다. 이를 종합하면 트럭이 아닌 승용· 승합차는 차량의 크기에 따라 FF-FR-RR의 형태로 엔진과 구동 형태가 바뀌기라도 하는가 보다. (뭐 외국엔 승용차도 경차 위주로 RR이 일부 있기도 하니, 이게 절대적인 경향은 아니지만..)
아무튼 이런 이유로 인해 대형 버스는 다른 차들과는 달리 엔진 소리가 뒤쪽에서 들리며, 엔진과 연결된 팬벨트가 돌아가는 것도 뒤쪽에 보인다. 대부분의 차량들의 앞면에 으레 붙어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버스의 앞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1980년대까지는 국내의 대형 버스에도 전방 엔진 모델이 있었다. 본인도 초딩 시절에 시골에서 그런 버스를 탄 기억이 남아 있다.
전방 엔진 버스는 운전석이 있는 앞부분의 바닥이 유난히 높았고, 운전석의 오른쪽 중앙이 보다시피 뭔가로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대신 맨 뒷좌석이 위로 봉긋 솟아 있지 않고 높이가 앞의 다른 좌석들과 동일했다.
요즘 버스들은 맨 뒷좌석은 위로 한두 계단 높이 솟아 있는 게 당연시되고 있는데, 이 버스는 전혀 그렇지 않은 게 어릴 때도 굉장히 신기하게 느껴졌다.
비행기로 치면 보잉 사가 개발한 전무후무 유일한 삼발기인 727을 보는 느낌이다. 날개 밑에 엔진이 달려 있지 않은 게 신기함.

후방 엔진 버스에서는 맨 뒷자리가 폭도 좁은 데다 시끄럽기까지 한 최악의 폭탄 자리인 반면, 전방 엔진에서는 맨 뒷자리에 그 정도까지 페널티는 없을 듯하다.
반대로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이런 버스는 무거운 엔진이 전방에 달려 있는 데다 옛날엔 파워 스티어링마저 없었을 테니 정지 상태에서 조향하기가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하물며 주차는 완전 고역이었겠다. 지금처럼 후방 카메라나 경보 장치가 있지도 않았을 테니까.

현대 FB(전방 엔진) 버스와 RB(후방 엔진) 버스는 외형으로는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맨 뒷좌석의 높이를 보면 구분 가능하다. 대우 자동차도 BF105 같은 초기 모델은 전방 엔진 FR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자일대우(대우 자동차에서 버스 생산 부분만 계승한 후신)에서는 현대 자동차와는 달리 지금까지도 유일하게 전방 엔진 버스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판매하지 않고 전량 수출만 한다. 외국에 무슨 특별한 수요가 있어서 어째 수출 전용으로라도 생산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뭐, 이 글에서는 주로 전방 엔진 얘기만 했지만 잠깐 버스의 외형 얘기를 조금만 더 하고 넘어가겠다. 미국의 스쿨버스처럼 앞에 보닛이 달린 버스, 그리고 무슨 10~20톤 이상급 초대형 트럭처럼 뒷바퀴에 바퀴가 앞뒤로 두 줄이 달린 버스도 국내에서는 볼 수 없다.
화장실이 달린 버스가 달리기엔 우리나라는 국토가 너무 좁다. 철도계에서 열차의 주행 속도가 올라가면서 침대차가 사라졌듯이, 버스도 고속도로와 휴게소 인프라가 발달하면서 자체적으로 화장실을 내장할 필요는 없어졌다.

옛날 버스 중에는 앞쪽 출입문이 요즘 버스처럼 앞바퀴의 앞에 있는 게 아니라 앞바퀴의 뒤에 달린 버스도 있었다.
물론 현대 카운티처럼(예전의 코러스/콤비.. 그러고 보니 전부 'ㅋ' 돌림 이름이네.) 중형 버스까지는 오늘날까지도 그런 형태의 차들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더 커 보이는 차가 그런 형태인 건 참 이색적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961년에 선보인 시발 자동차의 자매품 버스..;; '씨X 뒈X' 같은 욕설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이리라. -_-;;

2. 동력원이 특이한 놈

바로 앞의 사진에서 버스의 앞면에 걸린 현수막 문구를 제대로 읽어 보면.. '국산 시발 디젤 버스'이다.
버스 같은 대형차는 만약 기름으로 달린다면 디젤 엔진 기반인 게 너무 당연한 얘기인데, 그때는 디젤 차량을 국내에서 만들어 낸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라서 저렇게 써 붙인 것이었다.

그러다가 천연가스로 달리는 버스들이 1990년대 이후부터 야금야금 등장하기 시작했고, 다른 버스는 몰라도 최소한 대도시의 시내버스들은 거의 다 물갈이가 됐다. 천연가스 버스는 이제 특이한 놈이라고 볼 수도 없을 정도로 주류이다. 석유 내연기관은 소형차용 휘발유와 대형차용 디젤로 나뉘는데, 어째 천연가스 엔진은 소형차(택시)와 대형차(버스)에 모두 쓰인다는 게 신기하다.

서울 시내의 공기가 시골에 비해 썩 좋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천연가스 버스의 도입은 공기 질의 개설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잘 알다시피 디젤 차량은 선진국들에서 정말 찍어 누른다 싶은 수준으로 배기가스 규제를 걸고 있다.
과거의 디젤 버스들은 엔진이 달린 후면부에 매연 그을음도 시커멓게 잔뜩 묻어 있어서 몹시 더러웠다. 이건 단순히 흙먼지가 묻은 게 아니었다.

경상용차인 다마스와 라보는 알고 보니 휘발유도 디젤도 아니고 진작부터 가스 전용이다. 그런데 웬 배기가스 규제를 받고 그것 때문에 차를 단종하네 마네 말이 있었나 모르겠다.

한편, 2010년대부터는 서울에서 남산 투어용으로 하이브리드도 아닌 순수 전기 버스가 다니고 있다. 요렇게 생긴 모양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을 오르는데 환경 보전을 위해 전기를 선택한 건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안 그래도 전기차는 배터리 문제 때문에 지금도 소형차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대형 버스가 그것도 배터리 집전 방식만으로 승객을 가득 싣고 에어컨 틀고 산길을 오를 수 있는지가 우려되기도 한다.
실제로 운행 개시 후 얼마 못 가 이런 애로사항이 잔뜩 제기되었다. 하지만 예전에 남산에 갔을 때도 버스가 다니고 있는 걸 보니, 문제점을 수정해서 운용은 계속하고 있는가 보다.

고질적인 배터리 충전+항속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 자동차에서는 몇 년 전에 수소 연료전지 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연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양산과 실용화 단계까지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배기구가 있긴 하지만 그냥 수증기+물만 나온다고 한다.

외국에는 더 엽기적인 발상을 해서 버스 차체에다 배터리 대신 가공전차선을 장착한 '트롤리버스'라는 게 있다. 비록 바퀴는 궤도 위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에서 노면 전차와 다르지만, 공중에 있는 전차선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궤도 교통수단이나 마찬가지이다. '무궤도 전차'라고 불리기도 한다.
뭐 그럴 거면 "조향을 아예 할 필요가 없는 노면전차나 경전철을 만들고 말지, 저딴 걸 왜 만들어?"라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위치가 좀 콩라인스러운 면모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버스의 입장에서는 정교한 레일을 만들 필요 없고 버스도 안에 간단한 집전 장치와 모터만 있으면 되고 배터리 충전 필요 없이 풍부한 전기를 팡팡 끌어다 쓸 수 있으니 나름 괜찮다. 얘도 아까 말한 전방 엔진 버스와 마찬가지로 맨 뒷좌석이 위로 툭 튀어나와 있지 않다.
외국에는 차선이나 하나 떼 낸 버스 전용 차선이 아니라 아예 버스 전용 고가 도로도 있다고 한다. 이것과 트롤리버스가 연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교통 평론가 한 우진 님의 블로그에 소개돼 있다.

전기 모터는 열과 폭발 뒷감당을 하는 내연기관보다 작고 조용하다. 냉각수나 엔진오일, 배기가스 촉매 변환 계통 따윈 없어도 되고 정비성과 유지보수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이 때문에 차량 내구연한을 기름 차량보다 훨씬 더 길게 잡아도 된다.

당장 이북의 평양에도 트롤리버스가 있으며, 영화 <태양 아래>에서는 하필 퍼진 버스를 시민들이 밀고 가는 장면이 잠깐 나온다. 그리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버스가 가파른 비탈길을 매연 안 내뿜고 깨끗하게 오르기 위해서 재래식 케이블 전차와 더불어 트롤리버스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트롤리버스라 하면 노면전차만큼이나 좀 낡고 꼬질꼬질하고, 못사는 나라에서 노인학대급 차량을 굴리는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편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3. 외형이 특이한 놈

버스와 트럭을 정확한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시내버스 중에서 덩치가 가장 큰 슈퍼 에어로시티는 길이가 거의 11미터에 달하며 엔진 배기량은 10리터, 엔진 최대 출력은 300대 초반 마력이다. 이 덩치에 얼추 대응하는 트럭은 8톤 초장축 정도 된다.
(1종 보통 면허로 사람이 많이 타는 버스는 15인승까지밖에 운전할 수 없지만, 트럭은 이 8톤보다도 더 큰 12톤 미만까지도 운전할 수 있다. 그러니 운전 면허라는 건 단순히 기술 수준보다는 법적 책임감을 두고 제정되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그런데 버스 한 대의 덩치를 더 키우고 대당 수송력을 더 키우기 위해 두 가지 시도가 있었다. (1) 위로 층수를 더 늘리거나 (2) 버스의 앞뒤 길이를 더 늘이는 것이다. 그리고 선뜻 믿어지지 않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이 두 종류의 버스를 생각보다 옛날에 서울에 도입하려 한 적이 있었다.

높이를 키우거나 길이를 키우면 대당 수송력은 일반 버스보다 확실히 1.몇 배가량 더 증가한다. 입석까지 감안하면 차 한 대에 100명 이상은 너끈히 탈 수 있다. 하지만 외제차를 소량 수입하는 것이다 보니, 수송력 대비 차량 단가는 일반 버스의 2배 이상으로 훨씬 더 증가하고 정비도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어서 가성비 문제 때문에 도입이 무산되곤 했다.

먼저, 2층 버스 얘기부터 하자면.. 얘 원조는 역시 빨간 2층 버스를 굴리던 영국이다. 유명한 런던 명물이니 사진 첨부는 귀찮아서 생략한다.
2층 버스는 여행객을(특히 외국인) 대상으로 굴리는 도시 관광버스 계열이 있는가 하면, 본격 노선 버스(일반 시내버스) 계열이 있다. 전자는 2층은 천장이 없이 뚫려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일반 시내버스용으로는 국내에서 1991년 10월부터 2개월간 서울 시청 - 사당 - 과천 노선을 시범 운행한 적이 있다. 차종으로는 독일 '네오플란'이라는 메이커 수입차를 3대 도입했다. 본인은 그 당시 자동차생활 같은 잡지에서 이에 대해 흥미롭게 다뤘던 걸 본 기억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층 버스는 딱히 회전반경이 걸리는 건 없겠지만 아무래도 무게중심이 높다 보니 커브를 돌 때는 특별히 조심해야겠다. 승용차보다 약~간만 차체가 높은 SUV만 해도 고속 회전 중에 전복 위험이 더 커지니 말이다.
또한 2층 버스는 당연한 말이지만 노선을 짤 때 중간에 높이가 4~5미터 남짓한 육교, 교량, 신호등 따위와 부딪치지 않는지를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다.

2층으로 인해 같은 면적에 걸리는 하중이 증가하는 건 바퀴를 더 달면 해결 가능하다. 하지만 승하차 시간이 길어지는 건 감안해야 할 문제 되겠다. 2층 버스의 구조에 맞는 복층 승강장과 출입문이라도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열차로 치면 승강장 길이보다 더 긴 열차가 들어와서 앞의 일부 출입문만 열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당시에 저 2층 버스를 베타테스트 해 봤다. 도로 주행에 딱히 문제는 없었지만, 총체적으로 볼 때 시내 대중교통으로는 수지가 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으며, 차량을 놀이공원 셔틀버스 부류로 용도변경 처분했다. 그 동안 오히려 철도에서 ITX-청춘이라는 국내 최초의 2층 열차가 등장했으나 얘는 아직 경춘선에서만 볼 수 있다.

2층 다음으로, 일명 아코디언 버스라고 불리는 굴절 버스 차례다. 철도 차량이나 트레일러 트럭처럼 중간에 꺾이는 부분을 만들어서 차체의 길이를 늘렸다(11미터 → 거의 18미터). 얘도 의외로 역사가 오래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여름경에 서울 시내에서 스웨덴제인 스카니아-볼보 차량을 도입해서 테스트한 적이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별 문제가 없었지만 역시 유지· 정비 비용 같은 가성비 문제 때문에 흐지부지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렇게 묻혔던 굴절 버스는 그로부터 20여 년 뒤, 2004 서울 버스 대개편 때 다시 등장했다. 이때는 이탈리아 이베코 차량이 살짝 로컬라이즈와 원가 절감 디버프를 거쳐서 들어온 뒤, 470 같은 일부 파란 간선 버스에 투입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이야 4자리 번호인 초록 버스와 3자리 번호인 파랑 버스가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버스 개편 당시의 원래 의도는 둘을 훨씬 더 차별화하는 것이었다. 파랑 버스는 진짜 '대로'급의 간선에서 버스 전용 차선 위주로만 달리고 정거장도 적고 심지어 빨강 버스처럼 요금까지 더 비싸게 받으려 했다. 그리고 그런 파란 버스에 굴절처럼 수송력이 큰 차량을 집어넣는다는 게 계획이었다.

얘는 탈 때 계단을 덜 올라도 되는 저상(1번. 내부 배치 특이)에다 엔진도 기름이 아닌 천연가스 기반이어서(2번. 동력원) 버스의 여러 분야에서 신기원을 개척했다.
운용하는 데 2층 버스만치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위험한 요소는 없지만, 주차나 회차는 좀 아슬아슬할 듯하다. 그리고 중간문이나 후문에서 운전사의 시선을 교묘하게 피한 불법 무임승차를 주의해야 할 것이다. 뭐 CCTV로 잡아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울 시민들이면 잘 알다시피 저상 버스는 2000년대의 시즌 2에서도 오래 버티지 못했으며, 몇 년 못 가 시내 도로에서 사라졌다. 고장이 나면 국내 기술자들이 뒷감당을 할 수 없었으며, 디버프가 너무 심하게 됐는지 엔진 출력이나 냉방 조절도 기사 재량으로 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기획예산처에서는 굴절 버스의 도입을 세금 낭비 돈지랄로 끝났다고 깠었는데, 이에 대해 한 우진 님은 그렇지 않다는 반박글을 썼었다.
이때의 분위기에 편승하여 현대 자동차에서 국산 굴절 버스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베코 외제차가 보였던 냉방 같은 문제까지 해결해서 말이다. 하지만, 양산은 더 되지 않았다. 뭔가 포니 쿠페처럼 묻혀 버린 것 같다.

지하철에서는 6호선의 609편성 국산 인버터 지하철이 고장이 너무 잦아서 퇴출되고 다시 외제 인버터로 돌아갔는데.. 버스는 반대로 외제가 정비가 힘들어서 퇴출되고 다시 국산차로 돌아간 것이 특이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6/08/10 08:32 2016/08/10 08:32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259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1259

Comments List

  1. 허국현 2016/08/15 09:41 # M/D Reply Permalink

    모 심고 달리는 버스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그냥 모판만 위에다 올린 거였던가요? 그것도 역대급 희귀한 버스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1. 사무엘 2016/08/15 19:21 # M/D Permalink

      으음.. 2층 버스 천장에 말인가요? ㄷㄷㄷㄷ 아마 그건 차량 자체를 개조했다기보다는 그냥 모판만 위에 올린 거였지 싶습니다. 저도 딱히 기억이 남아 있지는 않네요. ^^

Leave a comment

회송 차량 이야기 외

지하철을 타면서 이따금씩 '회송 행(?) 열차'라고 하여 불이 꺼진 채 승객을 태우지 않고 휙 지나가는 열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영어로는 forwarding이라고 쓰는 이 단어는 반송, 환송과 거의 같은 뜻이며, '차량 기지로 되돌아가는' 정도의 의미가 된다. 회송 사유로는 그 날 운행 스케줄을 모두 마쳐서, 혹은 고장이 나서, 아니면 굳이 고장이 안 났더라도 정기적인 점검을 받기 위해 등 몇 가지가 존재한다.

'회송'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치면 일종의 reserved word와 같은 존재이다. 그렇기 때문에 역 명칭(identifier)으로 쓰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신형 전동차를 들여 와서 정규 노선대로 테스트를 할 때는 전동차가 아예 '시운전'이라는 표시를 하고 다니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 승강장의 전광판에는 여전히 '회송 행'. 이런 광경을 승객이 볼 일은 대단히 드물기는 하다.

지금이야 분당선 열차들이 죽전 아니면 보정 행으로 나뉘어 다니지만, 죽전 역이 개통하고도 한동안은 열차가 오리 아니면 보정 행으로 나뉘어 다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죽전 역 이용객들은, 보정에서 출발한 멀쩡한 빈 전동차가 '회송'이라는 명목으로 죽전 역을 생까고(?) 오리 역 쪽으로 가는 걸 그저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이 때문에 민원이 빗발치자 2009년부터 오리 행 열차들은 모두 죽전으로 행선지가 연장되었다.

아주 짤막한 광역전철 구간만 쓱 다니고는 운행을 마치는 이상한 열차가 있다. 오이도-안산이라든가 대화-삼송도 있고, 심지어 용산-구로. 특히 용산-구로는 급행 선로를 다니면서 전혀 급행이 아니기 때문에, '구로 급행'이 아닌 '구라 급행'이라고도 불린다. ㅋㅋㅋ

얘네들은 정비를 목적으로 그 시간대에 이 기지에서 저 기지로 이동하는 것만이 목적인 차량이다. 이것 자체도 정규 운행 스케줄이다. 그냥 회송으로 때려박아도 이상할 게 없지만, 그 짧은 구간만이라도 승객을 수송하는 게 나을 테니까 배려 차원에서 그렇게 운행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열차가 걸리더라도 운행 구간이 짧다고 너무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는 마시길.
청량리까지 가야 하는데 하필 동묘앞까지만 가는 열차가 왔을 때의 허탈감에 대해서도 본인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말이다. ^^;;

회송 내지 out of service 차량이라는 개념은 열차뿐만이 아니라 시내버스, 그리고 심지어 택시에도 존재한다.
택시는 승차 거부가 사회적으로 많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긴 하나, 승차 거부가 가능한 몇 가지 정당한 사유가 규정되어 있다. 병자 및 만취자의 단독 탑승, 신변이 심하게 불결한 자처럼 여느 운송 약관에서도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사항도 있거니와, 택시에만 고유하게 적용되는 사항도 존재한다. “경기도 택시는 이런 여건하에서는 서울 행 승객을 거부할 수 있다” 같은 것.

그리고 또 뭐가 있냐 하면, 차고로 돌아가는 시간대에 차고와 다른 방향으로 가는 목적지를 요구하는 승객의 승차 거부가 가능하다.

자유롭게 운행 가능한 개인 택시 말고, 회사 소속 택시는 영업을 마치고 운행 교대 및 차량 정비를 위해 차고로 돌아가는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새벽 몇 시부터 몇 시 사이이다. 이때 택시는 애초에 '빈 차'가 아니라 '회송' 비슷한 상태로 status를 표시해야 한다. 승객을 모두 생까고 차고로 돌아갈 수도 있고, 차고와 방향이 비슷한 승객은 잠깐 태우고 갈 수도 있다. 이것은 기사 재량이다. 마치 오이도-안산, 용산-구로 열차와 비슷한 맥락인 것이다.

승차 거부를 근절하려면, 승객부터가, 창문으로 행선지를 먼저 말하고 '허락'을 받고 택시를 타는 노예 근성을 버리고, 일단 탑승부터 하고 행선지를 말해야 된다고 그러더라.
물론 단거리 승객은 애초에 장시간 대기 중인 택시를 피하고, 돌아다니는 빈 택시를 세워서 타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심야에는 할증되는 것도 있고 할인되는 것도 있다. 전기라든가 각종 하드웨어적인 인프라 시설을 이용하는 건 대체로 심야에 할인되지만, 교통수단처럼 인간의 서비스가 필요한 건 응당 할증이다. 택시도 그렇고 고속버스도 그렇고.

덧붙이자면, 밤에 여자 혼자 택시를 탈 때는 카드 결제가 되는 택시를 타서 탑승 순간에 애초에 카드를 찍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한다. 자신의 탑승 기록이 카드 회사에 기록으로 고스란히 남으니까 말이다.
커플이 택시를 탔는데 기사 왈, “차에 좀 문제가 생겨서요. 남자분은 차 좀 밀어 주시겠어요?” 했다. 남자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택시는 전속력으로 떠나 버리고, 그 후 여친 되는 사람은 변사체로 발견...;; 버스 괴담만큼이나 이런 택시 괴담도 전해진다. -_-;;;

이상, 회송 얘기 끗. ㅋㅋ

Posted by 사무엘

2011/02/22 08:37 2011/02/22 08:37
, , ,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469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469

Comments List

  1. 김기윤 2011/02/22 13:20 # M/D Reply Permalink

    처음에 천안역에서 들어오는 열차에 "회송" 이라고 써있어서, "회송역이 어디야..." 라고 삽질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ㄱ-.. 물론 다음 순간에는 "용산 급행" 으로 글자가 바뀌었음 (..)

  2. 주의사신 2011/02/22 15:32 # M/D Reply Permalink

    1. "뭐야, 저 열차 불은 다 꺼 놓고는... 무섭게 생겼어" 했던 기억이 납니다.

    2. 호스팅 서비스가 문을 닫아서 블로그 또 이전했습니다. 주소는 이름 누르시면 나옵니다. 그 덕택에 글 몇 개는 다시 적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역시 백업은 중요합니다...ㅜㅜ

  3. 사무엘 2011/02/23 09:51 # M/D Reply Permalink

    김기윤: '회송'은 좀 역명처럼 들리는 단어이긴 하죠. ㅎㅎ

    주의사신: 멈춰서 선 에스컬레이터 위로 걸어 올라가다 보면, 다른 일반 계단을 오를 때와는 달리 계단이 와르르 밑으로 미끄러져내릴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늘 움직이던 게 안 움직이니까 불안하지요. 전동차도 맨날 영업을 하던 놈만 보다가 안 그런 걸 보면, 그런 맥락의 어색함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네이버 블로그로 이사 가셨군요^^)

Leave a comment

납량특집 -- 버스 괴담

※ 버스에서 안 내려서 살아난 경우

-- 여고생 봉고차 납치 괴담 (출처: 한국어 위키백과)

어느 여고생이 버스에 타고 있었다. 도중에 탄 어떤 할머니가 그 여고생이 앉은 자리 앞에 와서 서 있었다. 친절한 여고생이 할머니 앉으시라고 자리를 양보하려 하자, 할머니는 몇 번이나 괜찮다면서 사양한다. 거듭된 권유에도 괜찮다는 반응에 여고생은 머쓱해 하다가 자리에 그냥 앉아 있었다.

몇 정거장이 지나고 한참 있다가 갑자기 그 할머니가 여고생에게 노인이 바로 앞에 있는데,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이 앉아 있다는 둥, 버르장머리 없는 년이라는 둥, 돌연 막말을 퍼부어 대며, 여고생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주위 승객들이 모두 쳐다보기 시작하고 여고생이 어찌할바를 모르다가, "할머니 제가 아까 앉으시라고 말씀드렸잖아요"라고 해도 막무가내로 욕을 한다. 그 할머니가 버스에서 내리면서 "너 따라와 이년아" 라고 말하면서 여고생에게 버스에서 내릴 것을 종용했다. 억울함을 느낀 여고생이 시비를 가리려 버스에서 내리려고 하자, 잠자코 있던 버스 기사가 조용히 뒷문을 닫으면서 "학생, 가지 말고 그냥 있어"라고 말한다.

버스 기사의 백밀러에는 아까부터 따라오던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고, 그 할머니는 버스에서 내려서 그 봉고차 안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ㅎㄷㄷㄷㄷ;;

※ 버스에서 내려서 살아난 경우

-- 본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재구성. 설정이 앞의 괴담보다는 좀 현실성이 떨어진다. 치안이 불안정하고 사람들도 이기적-_-인 중국 대륙 같은 곳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이다.

첩첩산중 오지를 운행하는 시골 버스를 한 젊은 여성 기사가 운전하고 있었다(위험하게도). 시간도 밤이었던 듯? 그런데 치한들이 탑승하여 운전사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다른 승객도 적은 편은 아니었으나, 못 본 척 아무도 운전사 아가씨를 도와주지 않았다. 이 광경을 보다못한 어느 중년 신사가 혼자 나서서 치한들을 저지하려 나섰지만 주변에 거드는 사람이 없었고, 그는 한주먹에 나가떨어졌다.
그러니 승객들은 더욱 겁을 먹었으며, 치한들은 더욱 대담해져서 아예 차를 세우고 운전사를 끌고 나가 밖에서 그녀를 욕보이고 말았다. 흠좀무..;; 도대체 그 동안 다른 승객들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잠시 후 치한과 운전사는 다시 차에 올라탔는데.. 운전사는 갑자기 다른 승객도 아니고 아까 그 중년 신사를 가리키며 차에서 내리라고 말했다. 당신 같은 무능한 남자는 버스에 탈 자격이 없다고 모욕까지 주면서 말이다. 영문을 모르는 중년 신사는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주변 승객들은 그저 ㅋㄷㅋㄷ거릴 뿐이었고, 아예 신사의 짐까지 창밖으로 던지면서 그를 차에서 강제로 쫓아내 버렸다. 버스는 다시 출발.

그 뒤의 스토리는 뻔하다.
그 여성 운전사는 자기를 구해 주려 한 중년 신사를 내려 보낸 후, 이를 악물고 악셀을 밟아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버스채로 절벽으로 추락해 버렸다. 나쁜 치한과 더 나쁜 승객들을 포함한 전원 사망.
중년 신사는 이 사고 소식을 며칠 후 신문으로 접하고는 슬피 울었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0/07/20 08:50 2010/07/20 08:50
,
Response
No Trackback , 3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325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325

Comments List

  1. 김 기윤 2010/07/20 17:56 # M/D Reply Permalink

    소름 끼치는 이야기네요 ;;

    1. 사무엘 2010/07/22 00:19 # M/D Permalink

      동일한 소재로 소름 끼치게 만드는 방법이 두 이야기가 서로 정반대라는 게 흥미롭죠. ㅎㅎ

  2. 사무엘 2014/08/18 09:52 # M/D Reply Permalink

    '버스에서 내려서 살아난 경우'는 이미 2001년에 '버스 44'라는 10분 남짓한 단편영화가 홍콩에서 만들어진 적이 있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에서는 강도는 운전사를 성폭행한 후 다시 차로 돌아온 게 아니라 그냥 도주해 버렸고, 운전사는 그냥 방관하던 승객들하고만 자폭해 버립니다.

Leave a comment

버스나 자가용 같은 자동차를 제외한 다른 모든 교통수단에는 객실 내부에 화장실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버스만이 생리 현상을 실시간으로 주행 중에 해결할 수 없다. 물론 외국에는 우리나라보다 더 큰 50인승이 넘는 규모에 화장실까지 갖춘 차가 있다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나라의 일반열차들은 소변기만 있는 남자 전용 화장실 + 남녀 공용 좌변기 화장실 이렇게 객차 하나당 화장실을 둘 갖추고 있다. 붙박이 건축물의 화장실에 존재하는 변기는 도기로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교통수단 내부의 화장실 변기는 플라스틱이나 금속재도 많이 보는 것 같다.

공간이 제일 아쉬운 비행기는 남녀 공용 좌변기 화장실 하나만이 존재한다. 화장실을 하나 만들려면 일단 오물 보관 탱크에 세척용 물탱크까지.. 교통수단의 입장에서는 오버헤드가 꽤 생기는 셈이니 말이다(수분은 몸을 무겁게 한다!).
배는 글쎄? 어지간한 규모가 있는 여객선이라면, 그래도 교통수단들 중 가장 여유가 있으니 남녀가 구분된 화장실이 있으려나?

기차를 마지막으로 탄 경험이 한참 옛날인 분들은 아직도, 열차가 정차 중일 때는 화장실 이용이 허용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로, 통일호 직각 좌석 열차가 다니고 천장에 에어컨도 아닌 선풍기가 달려 있던 시절의 얘기이다. 출입문을 손으로 열 수 있어서 주행 중에 선로로 추락하는 게 가능하던 시절의 얘기이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때 화장실 이용이 금지되었던 이유는 오물을 곧장 바깥 선로로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니 역 승강장 주변 선로로 오물이 투척되면? 충격과 공포. 그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은 열차가 고가 위로 달릴 때 그 아래로 지나가지 않았다. 철도청에서는 선로 주변 오물을 수거하는 전담 부서마저 뒀다는 믿지 못할 얘기가 전해진다.
물론 1980년대 이후부터 도입된 객차는 오물을 자체적으로 모아 두는 시설이 있으므로 아무 때나 화장실을 이용해도 주변 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아무 걱정 말 것.

비행기는 이착륙 중일 때 정도에나 화장실 사용이 금지된다. 물론 이건 화장실 자체의 문제 때문이 아니라, 안전하게 좌석에서 안전벨트 매고 기다려야 하는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오물을 바로 지상으로 투척할 리는 없을 테고.. -_-;; (그랬다간 철도보다 더욱 충격과 공포)

그런데 비상 착륙을 해야 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 아까운 연료를 버리는(fuel dumping) 상황이라면, 분위기 잘 봐 가면서 바다 위로 오물 투척도 못 할 짓은 아니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 둘 다 환경오염-_-이긴 마찬가지이고... 그런데 생각해 보니 연료를 못 써서 덤핑할 정도이면 어차피 그렇게 오래 날지도 못한 상황이고 오물이 그렇게 많이 쌓이지도 않았을 것 같긴 하다. ^^;;;

그리고 어차피 화장실과 바깥이 완전히 격리된 건 아닌 모양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Catch Me If You Can을 보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비행기 화장실을 통해 경찰을 피해 바깥으로 탈출하는 장면도 나왔다. 엥?

화장실 설치와 오물 처리에 관한 한 다른 어떤 교통수단보다도 제일 수월하고 만만한 녀석은 단연 선박일 것이며, 그 이유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정화조 정도는 거치고 배출해야 할 것이다. 전세계의 모든 폐기물 찌꺼기는 결국 바다로 몰려들게 돼 있는데, 강물이 아닌 바닷물은 소금기가 포함되어 있어 쉽게 얼거나 부패하지 않는 구조가 된 것은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화장실 내부에서의 몰래 흡연 집중 단속은 공통적인 추세.
특히 비행기 같은 경우 화장실 내부에 연기 감지기까지 설치되며, 사실은 기내에 라이터 하나 갖고 들어갈 수도 없다. 심지어 향수나 스프레이까지, 액체 반입 자체가 전면 금지는 아니더라도 반입량이 제한이 걸려 있다.

하지만 옛날엔? 스튜어디스가 간접흡연 때문에 폐암 걸렸다고 소송을 걸 정도였으며 심지어 불꽃 하나만 잘못 튀어도 팀킬 ‘캐발살’인 비행선에도 흡연실이 따로 있었다! 역시 보안 관련 규정은 한번 거하게 사고를 당한 뒤에 허겁지겁 생기는 법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0/04/07 09:25 2010/04/07 09:25
, , , ,
Response
No Trackback , 6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236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236

Comments List

  1. 땅콩맨 2010/04/07 11:16 # M/D Reply Permalink

    배의 경우에는 남여화장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주도에서 마라도로 취항하는 여객선의 경우 남여화장실 4개가 마련되었다고 하네요. ^^

    비행기,기차,배에 화장실이 잘 구비가 되어있음에도
    사람들은 잘 이용안하는 것 같아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ㅎㅎ

    1. 사무엘 2010/04/07 22:06 # M/D Permalink

      생리 현상을 억지로 언제까지나 참을 수는 없겠지만, 아무래도 건물의 화장실만치 편하게 이용하지는 못하겠죠.
      저는 재작년(08)에 미국 LA 갔다 올 때, 그 긴 비행 시간 동안 가는 길엔 화장실을 단 한 번, 그리고 올 때는 딱 두 번 이용했더랬습니다. (오는 길이 가는 길보다 두 시간 정도 더 걸림)
      여객선은.. 성별 구분까지 된 화장실을 두고도 남을 여유가 있겠고요.

  2. 박상빈 2010/04/07 15:31 # M/D Reply Permalink

    비행기에서 비상시에 연료를 버릴때는 버리는 즉시 공중에서 연료가 완전 증발된다고 들었습니다. 소변 투척이라면 비행 고도에서 땅에 닿기 전에 증발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

    1. 사무엘 2010/04/07 22:08 # M/D Permalink

      아, 맞습니다. 항공유는 공중 증발하죠.
      그 반면, 오줌 증기라.... ㅠ.ㅠ
      순항 고도에서 투척한다면 증기는커녕 영하 수십 도의 기온 때문에 나오는 즉시 얼겠습니다.

  3. 김 기윤 2010/04/07 20:36 # M/D Reply Permalink

    일반적으로 잠깐 타고 마는 전철에는 화장실이 없죠 (..)

    다만, 천안에서 서울로 가능 등, 2시간 넘게 걸리는 경우에는 화장실 문제가 (.....)

    1. 사무엘 2010/04/07 22:10 # M/D Permalink

      그래서 누리로처럼 화장실도 있는 좌석형 전동차가 등장했는데..
      문제는 운임이 수도권 전철 레벨이 아니라 무궁화호 레벨과 동일하다는 것이죠.
      1호선 기준 금정이나 남영, 동묘앞 역처럼 승강장에 바로 화장실이 갖춰진 역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철도의 휴게소뻘 역할을 하겠군요.

Leave a comment

블로그 이미지

철도를 명절 때에나 떠오르는 4대 교통수단 중 하나로만 아는 것은, 예수님을 사대성인· 성인군자 중 하나로만 아는 것과 같다.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18/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1074572
Today:
180
Yesterday:
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