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Doom의 그래픽: 복셀 mod

Doom은 고전 FPS 게임의 교과서적인 명작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래서 소스가 공개된 이래로(1997) 전세계 양덕후 해커, 너드, 구루들에 의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그래픽 강화 마개조 리마스터링이 행해졌다.

  • 256색 컬러 제약 없애고
  • 스프라이트를 확대할 때 선형보간법 기반의 안티앨리어싱 적용은 기본. 더 나아가..
  • 각종 텍스처와 스프라이트를 수작업으로 HD급 고화질로 업글..;; (☞ 보기)
  • 무기와 게임 진행 방식을 엄청 고도화한 모드 제작.. (대표적으로 Brutal Doom.. 듀크 nukem 3D와 비슷하게? ☞ 보기)
  • 그래픽 엔진을 더 고도화해서 요즘 게임처럼 ray tracing까지 적용 (☞ 보기)
  • 심지어 각종 오브젝트들을 3D 폴리곤화 (☞ 보기)

별의별 게 다 만들어져서 플레이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제일이요 끝판왕.. "튜닝의 끝이 순정"임을 보여주는 건..
딴 게 아니라 복셀 mod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 보기1 / 보기2)

겉으로는 그래픽이 원판 이래로 하나도 안 바뀐 것 같고 이질감이 전혀 없는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시체의 모양과 각도를 보시라~!! ㄷㄷㄷㄷ)

고개를 돌리고 이리저리 둘러보면.. 그때서야 "오오!! 장난이 아니군!!" 소리가 나온다.
와, Doom에서 몬스터 시체의 모양을 모든 각도에서 둘러볼 수 있다니~!! 이런 게 정말 수준 높은 리마스터링이 아니겠는가?
소실점의 위치만 옮기는 엉성한 상하 시점이 아니라, 실제로 삼각함수 회전 변환을 수행하는 정확한 상하 시점까지 지원되는 건 물론이다.

1980년대 TRON처럼 CG 티가 대놓고 나는 어설픈 CG가 아니라.. 영락없는 쑤제 재래식 셀 애니메이션 같은데 3D 구현이 완벽하고 알고 보니 사람 손맛을 그대로 재현한 CG여서 놀라운 것.. 이런 느낌이다. 아니면..

  • 비트맵 형태로만 존재하는 폰트를 그대로~~ 교묘하게 윤곽선 폰트로도 옮겨서 글자를 확대해도 깨지지 않고 인쇄용으로도 쓸 수 있게 함
  • Windows의 굴림이나 궁서 폰트에 드디어 한자 글립이 들어감 (바탕, 돋움에 의존하지 않고)
  • 화면이 해상도나 색상은 그대로인데, 주사율이 확 올라가서 애니메이션이나 마우스 포인터 이동이 아주 부드러움..

핵심은.. 원래 있던 질감과 UX를 전혀 바꾸지 않으면서 정보량만 아무 단절감 없이 늘리고 확장하는 것이다.
복셀.. 이건 도트 노가다의 3D 버전이니 작업량이 장난이 아닐 텐데.. 이걸 근성으로 해낸 덕후들이 존경스럽기 그지없다. 게다가 죽는 모습과 시체는 스프라이트가 한 방향 것밖에 없으니 상상과 창작도 많이 해야 했을 텐데 말이다. ㄷㄷㄷㄷ

2. Quake의 음악

Doom까지만 해도 게임 배경 음악은 그냥 미디 기반이었다. 그러나 퀘이크부터는 저장 매체가 CD로 바뀌고 용량이 커진 덕분에(디스켓에 비해서야..ㄲㄲㄲㄲ) 쌩음원이 그대로 수록됐다.

특히 퀘이크 1은 1990년대 중반에 잠깐 유행했던 "오디오 CD 겸 데이터 CD-ROM"이라는 굉장히 참신한 과도기적 형태로 만들어졌었다.
프로그램의 용량은 50~60MB (이것도 15~20MB가량이던 Doom 2에 비해 3배 이상 커진 용량)밖에 안 하니 CD-ROM 전체 용량의 10%밖에 되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는 다 오디오 CD로 편성해도 곡을 40분 이상은 넣을 수 있는 거다. 그 정도면 게임 BGM을 다 집어넣기에도 충분하고..

20~30년 전만 해도 게임 하나의 용량이 이렇게 작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CPU의 성능이 펜티엄이니 펜티엄 프로니 어쩌구 하던 시절에는 그 빡센 3D 그래픽 게임을 돌리면서 쌩음원까지 같이 하는 건 몹시 버거웠다.
내 기억으로 그 정도 컴에서 winamp로 128kbps짜리 mp3 하나만 틀어도 CPU 사용률이 10% 가까이 올랐다. 요즘 같으면 무식한 whlie(true); 돌려서 코어 하나를 다 잡아먹어야 나올 만한 사용률이겠지만.. 그렇다고 압축하지 않은 쌩 wav는 I/O 대역폭 소모가 너무 크고..

그때는 오디오 CD 플레이어가 컴터하고는 사실상 따로 놀았기 때문에 오디오 CD 재생은 CPU를 잡아먹지도 않았었다.
그러니 게임을 위한 CD 오디오 트랙 활용은 게임의 용량, 음악의 분량, 미디어의 용량 배분, CPU 부하 절약이 모두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덕분에 가능한.. 지금 생각하면 정말 뽀록에 가까운 꼼수였다.

이런 이유로 인해 퀘이크 1은 원본 CD 없는 불법복제 립버전으로는 배경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참고로 스타크래프트도 초창기 불법복제 립버전은 음악이 안 나오긴 했다. 하지만 이건 그냥 용량을 줄이기 위해 BGM 음원 파일을 mpq 패키지에서 빼 버렸기 때문이다. BGM이 오디오 CD 트랙에 있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렇듯, 퀘이크 1은 그래픽만 full 폴리곤 3D를 시도한 게 아니라 컴파일러도 왓콤 대신 무려 djgpp로 바꾸고, VGA mode X라든가 초창기 그래픽 가속 카드를 지원하고, 저장 매체에서도 저런 시도를 하는 등..
정말 신기술 실험으로 가득했던 명작이었다. 플랫폼만 구닥다리 도스일 뿐,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시도는 몽땅 다 했다. 그러니 전작 Doom의 아성도 뛰어넘는 또 다른 명작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1990년대엔 팝송 가사로 영어 공부하는..;; 컨텐츠가 잠시 유행이었는데, 오 성식뿐만 아니라 "곽 영일 Pops academy"라는 씨디 타이틀도 저렇게 데이터+오디오 짬뽕으로 만들어졌었다.

3. Quake 3 Arena 음악

Doom까지만 해도 게임 음악이 블루스도 있고 뭐랄까 평범했는데.. 미디 대신 쌩음원으로 바뀐 Quake에서는 BGM의 장르가 메탈? 락? 쪽으로 확 기울었다.
퀘이크 3 Arena 게임에서 나오던 BGM들 중 개인적으로 제일 흥겹고(!!) 마음에 드는 곡은 이거다. (☞ 듣기)

쿵 따라라라라라 쿵땅~ 땅~~ (특히 41초 이후부터)
리듬이 뭔가 민요가 떠오를 정도로 흥겹지 않은가? 일렉 기타와 드럼 대신에 꽹과리와 장구 사물놀이 세션으로도 비슷한 리듬을 구현할 수 있을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

요 BGM이 흘러나오던 투기장 중 하나는 tier 6에 속하는 Bouncy map이었다.
이런 부류의 BGM과 함께 게임 투기장에서는 푱~~ 푱~~ 레일건 광선이 번쩍거리고 로켓 탄두가 쉴 새 없이 날아다니고, 누구는 거기에 쳐맞아서 작살이 나고 "You fragged 홍 길동" 어쩌구저쩌구 방송이 나가곤 했다. -_-;;;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 그러고 보니 비슷하다면 비슷한 예가 있다.
영화 '악녀'(2017)에서 말이다.. 좁은 건물 복도에서 주인공 악녀(숙희)가 혼자서 수십 명의 건달들을 칼빵 놓으며 학살하고 화면이 무려 1인칭 시점으로 마치 게임 하듯이 흘러나올 때..
이때 BGM이 쿵 따라라라라라 하면서 실제로 꽹과리 소리가 나온다. (☞ 보기, 1분 40초 이후부터)
이것도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 나름 게임 BGM으로 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지어 이 꽹과리 BGM이 이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에서도 또 흘러나오더라~~ ㄲㄲㄲ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퀘이크 3 음악은 100% Sonic meyhem이라는 뮤지션 그룹에서 만든 건줄 알았는데.. 아니네.
얘를 포함해 몇 곡은 "Front Line Assembly"라는 다른 그룹에서 만들었다.
쌍팔년도 시절에 Xenon 2 megablast라는 종형 스크롤 슈팅게임이 있었는데 그거 개발사는 영국의 the "Assembly Line"이라는 곳.. 같은 단어인데 배열 순서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게다가 저 게임도 main OST가 묘하게 경쾌하고 락인지 메탈스러운 장르이다!! (☞ 듣기)

Posted by 사무엘

2022/11/25 19:35 2022/11/2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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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m 게임의 몬스터 내분 외

예전에는 고전 게임들 중에 페르시아의 왕자 얘기를 종종 늘어놓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둠/퀘이크로 관심사가 바뀌어 있다. 그 시절엔 PC급에서 실시간 3D 렌더링를 구현한 최첨단 게임이었는데 그것도 벌써 20년도 넘은 게임이 돼 버렸구나.

Doom 계열 게임은 몬스터들끼리의 내분(infighting)이 존재하는 걸로 유명하다. 여타 액션· 아케이드 게임에서는 거의 찾을 수 없는 특징이다.
사실은 몬스터가 주인공과 동일하게 게임상의 트랩에 걸릴 수 있고 몬스터끼리 팀킬이 존재하는 게임도 흔치 않다. Doom에서도 몬스터는 용암· 독극물 같은 바닥 트랩에는 면역이며, 주인공과 달리 체력을 잃지 않는다. 이건 몬스터가 총알이 무한대(!)이고 스타 1의 AI에서 컴퓨터는 플레이어 위치를 내부적으로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밸런스 차원에서 사람과 컴퓨터 사이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차이점이다.

단, Doom 몬스터도 위에서 짓누르는 crushing ceiling 트랩에 의한 압사는 동일하게 가능하다. 플레이어의 무기 공격 이외의 방법으로 몬스터가 죽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인데, 그런 것처럼 Doom은 몬스터끼리 팀킬이 가능한 걸 넘어, 자기들끼리 적극적으로 싸움박질까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해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는 킹왕짱 주인공 한 명이 적들이 우글거리는 본거지나 던전 같은 데에 들어가서 깽판을 치고 다니는 일이 도저히 있을 수 없다. 현실에서는 주인공 보정 같은 게 전혀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군들도 절대로 혼자 놀지 않는다. 침입자가 감지되면 던전 전체에 경보가 걸리고 모든 적들이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힘을 합쳐서 침입자의 퇴로를 차단하고 화력을 집중해서 잡아낸다.

그러니 협력은 고사하고 몬스터 자기들끼리 싸운다니.. 이건 솔직히 말해 매우 비현실적인 설정이다.
하지만 현실을 곧이곧대로 반영했다가는 FPS는 너무 어렵고 재미가 없어지고, 심지어 잠입 액션 게임 같은 장르는 존재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쾌감과 카타르시스를 얻으려고 게임을 하는데 게임이 쓸데없는 데에 너무 고증에 충실할 필요도 없다.

Doom의 몬스터는 처음에는 주인공을 향해서 공격하지만 다른 몬스터로부터 공격을 당할 수도 있고, 또 누구든지 자기를 공격한 놈을 무조건 공격한다. 각각의 몬스터들이 그야말로 자기밖에 모르는 아주 이기적인 놈이라는 설정이 붙어 있어서 그런데, 이건 역으로 플레이어 주인공에게는 유리한 면모가 된다. 듀크 뉴켐 3D 같은 유사 3D FPS에는 이런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

몬스터간 내분은 단순한 꼼수 테크닉 차원을 넘어서 Doom의 제작사에서 정식으로 홍보를 했으며, 레벨들 자체도 저걸 반드시 활용하는 걸 가정하고 설계하기도 했다.
Doom 2의 경우 오리지널 버전에서 최종 보스였던 스파이더 마스터마인드(이하 스마마)와 사이버데몬이 이제는 에피소드가 바뀔 무렵에 종종 등장하는 중간 보스로 위상이 바뀌었는데, 사이버데몬이 있는 곳엔 어지간하면 무적 아이템이라든가 다른 몬스터도 있다. 그래서 걔네들끼리 싸움을 붙이면 편하게 격파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level 20 Gotcha!의 도입부이다.

다만, 개나 소나 다 서로 싸우게 만들 수 있지는 않다.
일단 총알은 눈이 안 달렸다 보니 우리 주인공, 좀비맨, shotgun guy, chaingunner, 심지어 스마마까지 동족· 이족을 불문하고 다 싸움을 시킬 수 있다.
그러나 괴물이 발사한 뭔가 초월적인 형태의 파이어볼들끼리는 서로 내성이 있다. 가령, 임프나 카코데몬, hell knight, baron of hell, mancubus 같은 놈들은 동족이 발사한 파이어볼에 맞아도 체력이 깎이지 않으며 서로 싸우지도 않는다.

물론 서로 다른 종족끼리는 얄짤없다. 임프 vs 카코데몬, 레버넌트 vs hell night 이런 식으로는 싸움을 얼마든지 붙일 수 있다.
그럼 동족끼리는 싸움을 붙이는 게 절대 전혀 불가능한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이게 또 Doom 엔진의 아주 오묘한 면모이다. 바로, 폭발하는 드럼통의 스플래시 대미지를 이용한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가능하다.

드럼통은 내부적으로 소량의 hit point를 갖고 있으며, 얘가 공격을 받아서 HP가 0 이하가 되면 터진다. 그런데 동족 몬스터 A, B가 있고 B가 A의 공격을 받아 터진 드럼통의 근처에서 대미지를 입으면 B는 A가 자신을 공격했다고 간주하게 된다.

이건 아무데서나 가능한 게 아니고 컨트롤도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Doom 엔진 하에서 파이어볼 쏘는 괴물끼리 서로 싸우는 게 이론적으로 가능은 하다는 뜻이다. 이를 시연하는 동영상들도 유튜브에 많이 있다.
동영상을 보면, 드럼통이 맨 먼저 A의 공격을 받고 당장 터지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B가 그 드럼통의 근처에 왔을 때 플레이어가 최종적으로 터뜨려서 B에게 대미지를 입혀도 되는 듯하다. 이게 사실 더 쉽긴 하다.

이 일이 벌어지면 B는 A에게 파이어볼을 쏘면서 다가간다. 그래도 파이어볼은 대미지나 공격으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에 A는 B의 원거리 공격을 무시하고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B가 A를 직접 할퀴고 때리는 식으로 근접 공격을 시작하면 그건 비로소 대미지로 인식되기 때문에 A와 B는 동족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싸우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그러다 둘 중 하나가 죽는다..;;

몬스터들 중에 demon은 물어뜯는 근접 공격밖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몬스터에게 먼저 피해를 주는 건 불가능하다. 언제나 자기가 먼저 얻어맞고 시작하게 된다.
pain elemental도 먼저 피해를 줄 능력이 없는 놈이다. 그런데 반격을 하는 방법이 자기가 무슨 파이어볼을 발사하는 게 아니라 가해자를 공격하는 lost soul을 소환하는 것이다. 참고로 lost soul은 돌격하다가 자기들끼리 부딪치면 내분을 잘 일으킨다.

스마마는 인간이 아닌 괴물이고 게다가 보스급임에도 불구하고 괴물 특유의 파이어볼을 발사하는 게 아니라 평범한 기관총 탄환을 발사한다.
Doom 2의 level 28 Spirit world에서는 전레벨을 통틀어 유일하게 한 레벨에서 스마마가 두 마리나 나오는데, 스마마끼리 내분을 붙일 수 있다. 아까 level 20에서는 사이버데몬 vs 스마마였는데 이제는 동족끼리 팀킬인 것이다.

Doom의 몬스터들은 대체로 요리조리 갈짓자걸음으로 얼쩡거리다가 일정 주기로 공격을 하는 편인데, 스마마의 경우 플레이어를 발견하면 그냥 자신이 경직되거나 플레이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닥치고 다발총을 갈겨댄다. 이런 공격을 하는 몬스터가 오리지널 Doom에서는 최종 보스이던 스마마밖에 없었지만, 둠 2에서는 잡몹급에서도 더 늘었다. chaingunner (heavy weapon dude), 아라크노트론(둠 2에서 추가된 거미 축소 양산판)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Doom 2의 시크릿 레벨에 존재하는 나치 SS 군인도 이런 식으로 공격한다. 그런데 얘들은 인간이지만 동료의 총알에 맞아서 대미지를 입더라도 자기들끼리 싸우지 않고 오로지 플레이어만 공격한다. 즉, 팀킬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몬스터 내분에서 예외이다. (.... 라고 처음에 썼는데, 그건 아니고.. 스프라이트의 출처가 옛날 울펜슈타인이다 보니, 공격하는 모습은 언제나 플레이어를 향한 정면 각도 것밖에 없어서 겉보기로만 그렇게 보이는 거라고 한다. ㄲㄲㄲ)

참고로 보스급 몬스터는 (1) 로켓 런처의 스플래시 대미지를 맞지 않고 오직 직타 대미지만 입으며, (2) 죽더라도 아크바일이 소생시키지 못하고, (3) 얘들이 플레이어를 발견하는 소리와 죽는 소리가 플레이어가 어디에 있던 맵 전체에서 들린다는 특징이 있다. (4)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삐걱삐걱 소리가 들리는 건 보스가 아닌 아라크노트론도 가진 특징이므로 유니크함이 덜하고.

Doom 2에서 이런 보스를 오마주한 듯한 작은 양산형(?) 스케일 몬스터가 추가됐다. 사이버데몬은 mancubus (노란색 계열, 3콤보 공격)이고, 스마마는 아라크노트론이다.
mancubus는 근접 공격이 없고 원거리만 있기 때문에 그럼 동족끼리 싸움이 붙으면 싸움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또한, 오로지 총알만 종족 불문 통용인지, 사이버데몬의 로켓과 아라크노트론의 플라즈마건은 플레이어도 동일하게 소유한 무기임에도 불구하고 동족간 몬스터 내분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모르겠다. 하긴, 사이버데몬은 일반적인 Doom 맵에서는 두 마리 이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몬스터 내분을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기도 하다.

Doom은 안 그래도 몬스터 개떼들이 몰려드는 물량전이 많은데 플레이어가 지형 장애물에만 가려지지 않고 있으면 다들 닥치고 공격부터 한다. 그래서 몬스터 내분이 굉장히 잘 일어나는 편이었다.
그러던 것이 후속작인 Quake에서는 AI가 수정되었다. 앞에 지형 장애물뿐만 아니라 동· 이족을 불문하고 자신과 플레이어 사이의 직선 경로에 다른 몬스터가 있으면 공격을 하지 않게 되었다. 둠을 하다가 퀘이크를 해 보면 곧장 차이를 알 수 있다.

그래서 퀘이크는 둠만치 몬스터 내분이 금방 곧장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플레이어를 조금만 컨트롤하면 여전히 내분을 어렵지 않게 일으킬 수 있다. 멍청해서 수류탄을 맵의 온 곳에다 뿌리는 Ogre 아저씨가 몬스터 내분의 가해자가 되기 제일 만만하고 쉽다.

Ogre는 같은 Ogre의 수류탄에 맞아도 동족을 공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의외로 대미지를 전혀 안 입는 건 아니고 아주 조금씩은 입는다. 내 경험상 동족 내지 심지어 자기 자신이 발사한 수류탄을 수십~백여 번 가까이 맞으면 죽긴 하더라.

Doom에서는 몬스터끼리 싸우다가도 죽을 때는 언제나 플레이어를 보는 방향으로 쓰러지는 게 다소 어색한데(죽는 스프라이트는 플레이어를 보는 시점 하나뿐이므로) 퀘이크는 폴리곤 기반 풀 3D이기 때문에 죽는 모션의 시점도 자연스럽게 개선되어 좋다. 몬스터 내분을 구경할 맛이 난다.

이를 더 확장해서 보면, Doom 게임을 몬스터의 시점에서 본다거나, 주인공의 움직임을 다른 곳에서 3인칭 시점에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이를 가정한 유튜브 동영상도 있다. 몬스터가 보기에 플레이어는 크기는 생쥐처럼 작은 게 무엇보다도 이동이 겁나게 빨라 보이겠다. alert sound도 없고 pain chance(공격 당해서 일정 확률로 움찔하는 것) 같은 것도 없다. 몬스터가 물량에서 유리한 반면 플레이어는 압도적인 민첩성이 유리하겠다.

FPS의 유행이 퀘이크 3 아레나를 거쳐서 밀리터리 + 온라인 팀플 스타일로 바뀌는가 싶더니 요즘은 오버워치와 LOL처럼 다시 옛날 같은 초현실적인 스타일이 뜨는 듯하다. 이런 트렌드의 차이가 둠 3과 둠 4의 성향 차이를 만들기도 했다. 이건 2010년대 이후에 병맛이 전세계적으로 재조명 받은 둠 코믹스의 영향을 받기도 했을 것이다.

군대에서 실제로 총을 쏴 보면 알 수 있듯, 현실의 총질과 하이퍼/고전 FPS의 총질은 느낌이 영 다를 수밖에 없다. 현실의 총기는 반동과 재장전이라는 게 존재하고 총소리도 서로 다르다. 현대의 군인이 쓰는 돌격소총은 둠의 권총, 샷건, 체인건 중 어느 부류에도 정확하게 딱 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총을 100% 현실처럼 반영해 버리면 치명상 내지 즉사가 너무 쉬워져서 게임의 재미가 크게 줄어든다. 그러니 현실적인 군사 FPS는 그런 걸 일부러 추구하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장르로 가야 한다.

이 와중에도 Doom은 C언어 소스 코드가 공개된 이후로 엔진이 양덕후들에 의해 그야말로 뼈와 골수 속까지 몽땅 다 분석됐다. 온갖 변태적인 포팅판, 개조· 변형판, 맵이 나와서 플레이 동영상들이 돌아다닌다. 페르시아의 왕자의 경우 소스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더 오래 된 단순한 게임인 덕분에 오로지 역공학 분석을 통해 맵 에디터가 나돌긴 하는데.. 둠의 경우는 더 재미있고 소스까지 공개되지 않았던가? 활용의 스케일이 더하다.
(뭐, 엄밀히 말하면 페르시아 왕자도 조던 메크너가 초 구닥다리 애플 2 어셈블리어로 짰던 원판 소스가 수 년 전 공개되긴 했지만 그건 과연 분석과 포팅이 가능할지? ㅡ,.ㅡ;;)

그 중 초월이식 마개조의 끝판왕으로 뜨고 있는 건, 이미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2013년경부터 개발된 Brutal Doom(브루탈 둠)이다. 오리지널 둠의 무기가 더 밀리터리 FPS스럽게 바뀌고 듀크 뉴켐과 모탈 컴뱃스러운 마초이즘이 가미되었다. 그리고 그래픽이 온통 피가 튀는 형태로 잔혹해졌다.

1990년대 중반에 둠/퀘이크의 경쟁작이던 듀크 뉴켐 3D는 high resolution pack이라고 해서 몬스터들을 완전히 폴리곤으로 개조까지 한 리메이크작이 있는데 둠은 모르겠다. 브루탈 둠도 스프라이트 자체를 3D화한 건 아니니 말이다.

추신 1. 찰진 무기들

이상, Doom의 몬스터 내분부터 시작해서 굉장히 많은 얘기가 나왔다. 둠 2는 단순 따발총이나 로켓 런처 같은 평범한(?) 무기 말고도, (1) 버서크(berserk) 파워업이 가능한 주먹, (2) 그야말로 범용성 가성비가 최강인 슈퍼샷건, (3) 이후의 그 어떤 FPS에서도 찾을 수 없는 캐사기 BFG.
이렇게 무기들도 분야별로 개성 넘치며, "찢고 죽이는"(rip and tear) 카타르시스가 느껴지게 정말 잘 만든 것 같다. 울펜슈타인 바로 다음으로 어떻게 저런 것들을 생각해 낼 수 있었을까?

내 총은 반동이 없지만 총을 맞은 적은 팍팍 과장되게 뒤로 밀려나는 것도 쾌감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그리고 BFG의 경우 단일 파이어볼의 위력이 넘사벽이고 주변의 잡몹들을 싹 정리하는 용도로도 최강이지만, 한편으로 파이어볼이 터질 때 나 자신 역시 적에게 노출하고 적들을 똑바로 보고 있어야만 위력이 제대로 발휘된다는 함정도 있다.

다시 말해 BFG는 다 좋은 대신, 쏘고 튀거나 엄폐물에 숨는 식으로 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혀 현실적이지 않고 소스 코드가 공개될 때까지는 정확한 동작 방식을 짐작조차 하기 어려웠던 설정이나, 이런 창의적인 무기를 게임용으로 생각해 내고 구현했다는 것 자체가 심히 경이롭지 않을 수 없다.

추신 2. 스타크래프트와의 접목

엉뚱한 잡생각이긴 하다만,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에서 Doom 2 몬스터를 유닛으로 뽑을 수 있으면 어떨까 상상을 해 봤다. 종족은 인간형, 사이보그형, 외계인형(프로토스?), 그냥 괴물형(저그?) 같은 식으로 나뉠 거고..

좀비맨, 샷건가이 같은 인간형 몬스터는 테란 바락(배럭스)에서 생산될 것이고 헤비 웨펀 듀드는 공격력이 탁월한 상위 유닛이니 아카데미 같은 건물이 추가로 필요하다. 뭐, 그래도 인간형은 전반적으로 너무 약하니 밸런스 보정이 좀 필요하다.
임프나 데몬도 괴물형 중에서는 당연히 저가형 기본 유닛에 속한다. 기획을 어찌 하느냐에 따라 데몬에다가 클록킹을 개발해서 스펙터로 일시적으로 변하거나, 아니면 영구 클록킹 형태로 스펙터를 따로 넣을 수 있다.

아크 바일은 정규 공격이 아니라 프로토스로 치면 다크 아칸 급의 고급 마법형 유닛이 될 것이다. 화염 공격이나 죽은 유닛 소생 둘 중 하나는 건물에서 리서치를 해야 가능하며, 스킬 사용 시에 마나가 필요하다. 카코데몬은 당연히 공중 유닛이고, 페인 엘리멘탈은 캐리어가 인터셉터 생산하고 리버가 스캐럽 날리듯이 내부적으로 로스트 쏘울을 생산해서 날리는 공중 유닛이 될 것이다~! (응???)
사이버데몬이나 스파이더 마스터마인드는 테크트리 최종 단계의 유닛이 될 것이다.

2D 스프라이트가 3D 폴리곤보다 좋은 점은.. 아무래도 컴터에서 처리하기 가볍고 처리 속도가 월등하다 보니 수백, 심지어 수천 마리 물량 개떼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둠과 스타 모두 '마린 vs 질럿, 캐리어 vs 배틀'처럼 '사이버데몬 vs 스마마, 아라크트론 vs 맨큐버스' 이렇게 개떼 대결이 많이 나돌기도 한다.

"노업 레버넌트 한 부대 뽑아서 사거리 업한 카코데몬 한 부대 잡기"...;;; 비록 FPS와 RTS라고 장르는 다르지만 발상을 바꿔서 이런 교배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Doom 몬스터들을 그저 슈퍼 샷건이나 BFG, 버서크 주먹으로 내가 학살하거나, 몬스터 내분 붙여서 구경만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생산해서 부대 지정해서 다른 몬스터들을 공격하라고 어택 땅 시켜 보고 싶기도 해서 말이다.

추신 3. 언어 이슈

mancubus 몬스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언어 관련 얘기만 추가하고서 글을 맺겠다.
외국 동영상을 보니 mancubus의 복수형을 mancubi라고 부르더라. 신기했다.
대학 시절에 강의 계획서라고 많이 들어 봤을 syllabus도 복수형은 원래는 syllabi라고 한다. 라틴어 어원의 단어가 복수형이 좀 기괴한 경우가 있는데 저 단어도 저런 듯..

matrix, index, vertex처럼 -(e)x로 끝나는 단어의 복수형이 -(i)cies로 바뀌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다만, 자동차 bus는 omnibus에서 끝부분만 떼어 온 라틴어 어원의 단어이지 싶은데 그냥 buses라고 잘 정착해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7/10/06 08:30 2017/10/0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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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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