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한컴 오피스 2010이 출시됐다. 2006년 한글날에 2007이 나온 지 3년 반 가까이 지나서이다. 하양+파란 컨셉이던 2007과는 달리 빨간 컨셉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2010 버전은 개발 중엔 코드네임이 '보난자'였다. bonanza.. 어원이 영어인 것 같지 않으나 영어이며, '노다지, 수지 맞는 일'이라는 뜻이다.
2007까지만 해도 국내 관공서 환경을 고려하여 윈도우 9x를 지원하고 비주얼 C++ 2003으로 빌드했는데 이제는 VC++ 2008로 완전히 탈바꿈했고 지원 플랫폼도 상향 조정되었다.
그리고 MS 오피스 2007의 리본에다가 기존 메뉴 인터페이스를 혼합한 나름 상당히 독창적인 인터페이스를 도입한 것을, 베타 시절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MS 오피스에서는 2007 SP2때부터 도입된, OpenDocument 스펙 지원도 아래아한글 차기 버전에서 약속된 사항 중 하나이기도 했다.
(2009년 여름 그때가 넥셀의 이름을 바꾸려고 막 고민하던 시절이었다. 베타테스터 신청만 해 놓고 활동은 거의 안 한 것에 대해서는 좀 송구스럽지만. -_-)
아래아한글 그쪽 제품은 지금까지 가정용으로는 상당히 비싼 가격 때문에 원성이 많았다.
물론 주 고객이 어차피 정부, 관공서이다 보니 그쪽으로는 비싼 가격으로 납품이 가능했겠지만, 아예 모든 개인 사용자를 잠재적인 불법 사용자로 간주하고 고객에서 배제하는 정책 때문에 한컴에 그나마 호의를 갖고 있던 사용자마저 잃은 것도 사실이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한컴 오피스 2010의 가격은 가정용과 기업용이 서로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난다.
이번 한컴 오피스 2010에서는, 아래아한글의 한글 입출력 체계가 워디안 이래로 거의 10년만에 크게 바뀌었다. 그 중심에는 새로 추가된 함초롬체가 있다. 한글 입력기의 개발자이며 글꼴 쪽으로 관심이 많은 본인은 이것도 당장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글꼴의 제작사는 윤디자인.
글자 모양이야 딱 맑은 고딕이나 네이버 나눔명조, 서울남산 같은 요즘 트렌드를 반영한 깔끔한 모양이다. 그러나 더 놀라운 점은 그 뒤에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아래아한글도 10년 가까이 고수해 온 한양PUA 대신 유니코드 5.2 표준으로 돌아왔다. 즉, <날개셋> 한글 입력기 5.x와 옛한글을 그대로 주고받을 수 있다. 받침 ㅃ이나 ㅗㅑ 같은 모음까지 다 포함해서 말이다. 이제 아래아한글까지 이 대열에 합류한 이상 한양PUA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될 것이다.
오픈소스 쪽의 작품은 잘 모르겠지만, 유니코드 5.2 자모가 모두 들어있는 최초의 상업용--비록 일반 개인 PC 사용자에게는 무료 배포이지만-- 한글 글꼴이 바로 함초롬이 아닌가 한다.
과거 MS에서 도입한 한양 시스템 글꼴은 6*2*4벌로 옛한글을 매우 제한적으로 조합 가능했던 반면, 함초롬체는 옛한글 자모도 초성의 경우 15벌 가까이 디자인된 것도 있고 일반 현대 한글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매우 정교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이 어마어마한 옛한글 자형들을 그것도 볼드까지 모두 만들어 낸 서체 제작자에게 경의를 표한다. 함초롬은 옛한글 자모의 품질까지 크게 향상시켰다.
다만, 함초롬체는 매우 큰 약점이 있다.
옛한글의 조합은 아래아한글 내부에서만 된다!! ㅜ.ㅜ
옛한글 조합을 과거 MS의 서체처럼 GSUB, GPOS 같은 표준 오픈타입 기술로 구현한 게 아니며, 그 세부적인 조합 메카니즘은 여전히 아래아한글이라는 프로그램 내부에만 숨겨져 있다. 쉽게 말해 웹으로 치면, RIA 표준 기술 대신 액티브X를 썼다는 소리.
사실 그걸로 한글 특유의 정교한 3차원 조합 테이블을 오픈타입 스펙만으로 기술하기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면도 있을 것이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옛한글 자모가 그냥 빨랫줄/직결식 글꼴처럼 모아쓰기 형태로 알아볼 수나 있는 최소한의 모양으로만 찍힌다.
뭐 그것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긴 하나, 옛한글 표현에 관한 한 포맷만 TTF이지 거의 아래아한글 전용 서체처럼 된 건 분명 아쉬운 점이다. 간단하게라도 오픈타입 테이블도 내장해 주면 참 좋았으련만.
그래도 이런 서체가 생긴 것만으로도 날개셋 도움말이라도 업데이트 할 사유가 생겼다.
Posted by 사무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