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라는 건 정말 유용하고 편리한 발명품인 한편으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야기하는 위험한 흉기가 될 수도 하다. 아울러 자동차는 몹시 크고 비싸고, 운행으로 인해 사회나 환경에 끼치는 여파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는 처음에 개발하고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소비자가 구매· 소유하고 본격적으로 운전을 하는 것까지 온갖 까다로운 법과 규제들이 걸려 있다.

1. 번호판

누구든지 공도에서 차를 운행하려면 반드시 그 차량을 국가 기관에 등록해서 번호판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차체에다 그 번호판을 부착해서 전· 후방에서 번호를 식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차적 조회를 통해 어떤 차량으로부터 그 차량의 운전자 내지 차주를 추적할 수 있게 말이다.

이런 번호판이 없는 차량은 공항 활주로(램프 버스, 토잉카)나 자동차 학원(장내 기능검정), 영화 촬영 세트, 혹은 자동차 연구소 주행 시험장이나 카레이싱 서킷처럼 외부와 단절된 자기 시설 내부만 돌아다닐 수 있다. 공도를 주행할 수 없다. 통신에다 비유하면 인터넷 대신 인트라넷에만 접근 가능한 것과 비슷한 격?? ㄲㄲㄲ
그리고 공도를 다니는 차량이 번호판을 갖고 장난을 치는 건 우리 생각보다 아주 심각하고 무거운 범죄로 여겨진다. 번호판을 달지 않는다거나, 위· 변조하거나, 고의이든 실수이든 번호판의 일부 부위를 가리는 것 따위. 이건 신분증 위조, 공문서 위조나 마찬가지이다.

왜 그렇냐 하면.. 차주가 추적되지 않는 자동차, 운행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자동차로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무법천지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 교통사고 뺑소니는 애교이고, (2) 운전 자체는 모범적으로 하더라도 차로 장물· 시체를 운반하거나 범죄 용의자가 도주할 수도 있다. 그리고 (3) 그 차와 관련된 세금이나 보험료의 징수에도 애로사항이 꽃핀다.

물론, 번호판이 외형상 멀쩡히 달려 있어도 그 번호판으로 실제 차주의 추적이 안 되는 차가 있다. 우리는 그런 차를 대포차라고 부른다. 대포통장(금융)이나 대포폰(통신)과 마찬가지로 대포차는 사회적인 해악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가 공권력에서 엄하게 단속하고 처벌한다.

오토바이는 번호판을 뒤에만 달아도 되는 반면, 자동차는 앞뒤에 다 있어야 한다.
자가용 승용차는 지역 표기가 없는 반면, 택시· 버스 등의 영업용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번호판은 여전히 지역이 표기돼 있다.
오토바이는 번호판을 받으러 지역 관공서를 자가운전으로 갈 때에 한해서는 번호판 없이 운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동차는 공도를 다니려면 임시 번호판이든 뭐든 없어서는 안 된다.

새 차를 구입한 뒤엔 정식 등록하기 전, 임시 번호판 상태일 때 최대한 오래 많이 시운전을 해 봐야 한다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때 차량에 문제가 발견돼서 차주가 인수를 거부하면 차주에게 그 어떤 손해나 책임도 가지 않기 때문이다.

2. 세금

이렇듯, 자동차는 운전자-차주의 추적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무나 돈만 내고 구입해서 바로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신분증 까고 뭔가 등록을 하고 개통을 해야만 소유와 운전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자동차의 유지비는 기름값이나 기계적인 정비 비용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만히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 고정으로 깨지는 비용도 있다. 공간을 차지하는 비용인 주차비 같은 건 너무 당연한 거고, 그것 말고 자동차세와 보험료라는 행정 비용이 있다.

자동차세는 주민세의 자동차 버전 같으면서 한편으로 재산세의 일종이다. 연초에 한 번 완납하거나 아니면 1년에 두 번에 걸쳐 낼 수 있다.
자가용 승용차는 배기량에 비례해서 비싸지는데, 그 임률 자체가 1000cc, 1500cc, 2000cc 이렇게 등급별로 달라진다. 2000cc 이상부터는 동일.
즉, 우리나라의 자동차세는 배기량의 정비례를 넘어서 얼추 제곱에 비례하는 구석이 있다. 5명밖에 안 타는 자가용이 배기량이 지나치게 높은 걸 잉여· 사치스럽다고 보는 듯하다.

그렇지 않고 택시 같은 영업용 자동차라든가, 혹은 자가용이라도 트럭이나 승합차 같은 건 배기량과 무관하게 경차 급의 아주 저렴한 액수로 퉁쳐진다고 한다. 그 대신 승합차는 시속 110km 리미트가 걸렸고, 4.5톤 이상 대형 트럭은 시속 90 리미트가 강제로 부과된다.

자동차세를 오랫동안 체납하면 공무원들이 찾아와서 그 차의 번호판을 떼 가서 운행을 할 수 없게 만든다(번호판 영치). 불법주차 차량의 바퀴에다가 차꼬를 채우는 것보다 수위가 쎄다. 그러고도 체납이 악의적으로 계속되면 결국 차 자체를 압류 당하게 된다. ㄲㄲㄲㄲㄲㄲㄲ

뭐, 운전자가 현실적으로 세금을 제일 많이 내는 통로는 저런 자동차세 직접세보다도 기름값에 포함된 간접세의 비중이 클 것이다. 여러 변동 요인이 있지만, 기름값에서 얼추 절반이나 과반은 세금이다.
전국의 그 많은 도로들을 유지 보수하는 비용, 그리고 무수히 많은 교차로 신호등들의 운영 비용과 전기료..를 생각해 보시라. 빼박 소모품인 기름에다가 세금을 매겨서 충당하는 게 제일 간단하다.

3. 보험료

다음으로 자동차 보험..
얘는 사고를 냈을 때 대인은 1억 5천까지, 대물은 2천만 원까지 정말 최소한으로만 보장하는 법적 의무 마지노 선인 '책임보험'부터 시작한다. 오토바이 라이딩기어에다가 비유하자면 그냥 헬멧 하나 달랑 쓴 것과 같다.

이것만으로는 현실에서의 사고 보상 위력이 정말 턱도 없다. 대물만 해도.. 자기가 꼬라박아서 부순 차량의 수리 비용뿐만 아니라, 수리 기간 동안 피해자가 동급의 중고차를 렌트하는 비용까지 가해자가 다 물어줘야 한다~! 대물에는 기회비용까지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종합보험이 필수이다. 종합은 대인과 대물의 보상 한도를 크게 끌어올려 주며, 옵션으로 자기 자신이나 자기 차가 부서진 것에 대한 보상도 넣을 수 있다. 이제 좀 부츠나 장갑, 두터운 슈트까지 포함된다.

대물은 요즘 세상에 못 해도 1억이나 2억은 잡아야 하고 대인은 무한.. 이렇게 종합보험을 들면 사망· 중상해나 악질(무면허· 음주· 뺑소니)이 아닌 교통사고는 무조건 합의가 되고 형사 처벌을 안 받을 수 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의 실드를 받는다.

대물 한도를 늘린다고 해서 보험료가 그에 비례해서 폭발적으로 느는 건 아니다. 그 대신 보험사들도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대물을 10억 이상 무한대로 해 주지는 않는다. 무한은 대인에만 존재한다.
사고가 너무 잦거나, 자기 과실로 고급 신차가 가득 실려 있는 카캐리어를 뒤집어엎는 사고를 한번 냈다거나 하면.. 이듬해부터 보험료가 급등할 것이며, 나중엔 종합보험의 가입이 거절되는 뒤끝이 올 것이다. (책임보험만..) 자동차 보험업계에서의 신용이 작살나 버리기 때문이다. 보험료 할인율이 이 바닥의 신용 등급이나 마찬가지다.

자동차 보험은 여타 생명 보험 따위와는 달리, 1년 단위로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고, 1년이 차면 가입을 통째로 다시 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예전에 계약했던 보험사를 계속 이용하건, 보험사를 바꾸건 그건 차주의 재량이다.
영업용 자동차는 대물은 몰라도 대인은 무조건 무한으로 잡아서 종합보험에 준하는 보장이 돼 있어야만 운행 가능하다.
보험이 나름 피해자에게 많이 유리하게 짜여 있는데 중상해 교통사고 피해자들이 병원비 때문에 고통 받는다는 얘기가 왜 여전히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자동차 보험은 가입돼 있지 않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그 상태로 운행을 하다가 걸리면 사고를 내지 않았더라도 형사 처벌이 기다린다. 그러니 강제성으로 치면 자동차세와 사실상 동급이다.
허나, 운전자 보험은 운전자 개인의 손해, 법률 비용을 보상하는 보험으로, 자동차 보험과 무관한 시스템이다. 법적 의무가 전혀 아니며 뭔가 자동차계의 애플케어 같은 옵션 상품이다. 혼자서 직업적으로 자동차 여러 대를 많이 운전하는 사람이 아니면 딱히 들 필요 없다.

4. 정기 검사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의 소유주는 자기 차를 몇 년에 한 번씩은 반드시 국가 공인 검사센터로 몰고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런 법적 의무가 있는 이유는 당연히..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자동차가 공도를 돌아다니면 그 차주뿐만 아니라 남의 안전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엔진오일 교환 한번 안 하는 무관심 차알못들한테는 이렇게라도 해서 차를 강제로 최소한의 관리를 받게 해야 한다.

이 검사에서는 엔진오일이나 타이어 공기뿐만 아니라 자동차관리법에 저촉될 정도로 불법 튜닝한 거, 헤드라이트 전구가 나갔거나 너무 어두워진 것, 그리고 밤에 번호판을 비춰 주는 램프가 나간 것을 찾아낸다. 이런 건 당장 차의 주행에는 영향이 없지만 주변 운전자에게 위험을 끼치며, 이 차의 신원 파악과 통제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게 걸리면 즉시 시정 조치 후에 검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그리고 배기가스 정화 계통에 문제가 생긴 것도 검사 및 시정 대상이다. 지방에서는 '자동차 검사'라고 하며, 수도권 등 일부 대도시로 등록된 차량은 상위 호환인 '종합 검사'라고 해서 이렇게 배기가스 검사를 추가로 더 하는 걸로 난 알고 있다. 물론 비용도 약간 더 비싸다.

검사 주기는 자가용 차량의 경우 첫 차 구입 후에 4년 뒤, 그 다음부터는 2년마다 한 번이다.
그 반면, 영업용 차량은 영리를 목적으로 빡세게 엄청 많이 굴리니 구입 직후부터 매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얘들은 자동차세가 저렴한 대신, 이런 조건이 더 빡센 셈이다.

그러니 전국의 자동차 검사소들은 1년 365일 내내 일감이 끊이지 않는다.
얘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차량이 법에 대놓고 걸리는 사항이 없는지,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요소가 없는지 같은 최소한의 검사만 빨랑빨랑 해 준다.
배터리를 포함해 차량의 모든 소모품들의 교환 주기를 꼼꼼하게 체크해 주는 건 아니니 그런 건 단골 카센터나 차량 제조사 공인 정비소에서 점검하고 해결해야 한다.

5. 면허

(1) 잘 알다시피 사람이 자차의 소유 여부와 관계 없이 차를 몰려면 운전 면허를 따야 한다.
미국처럼 경제력 있으면서 땅 넓고 대중교통 없고 자동차가 신발이나 다름없는 필수품인 나라는 중학교만 졸업한 10대 중반 애들이 바로 면허를 딴다. 햄버거 가게 알바 출퇴근을 위해서라도 허름한 중고차라도 없으면 안 되기 때문.. 저기는 대학교에 그 많은 학부생들도 차를 굴린다.

우리나라는 그 정도는 아니어서 고등학교 정도는 졸업한 뒤에야 면허를 딴다. 실제로 차를 굴리는 건 못해도 대학 졸업하고 취업한 뒤.. 그것도 지방에 살 때나 그렇고 서울· 수도권에서는 차 없이 사는 비중도 높다. 결혼하고 애 정도 생긴 뒤에나 자가용을 생각하게 된다.

하긴, 일본은 국력 경제력은 세계 톱급이지만 서민들의 자동차는 미치도록 작은 경차 위주이다. 뭐, 선진국이니까 아예 이륜차 삼륜차 툭툭이가 아니라 네 바퀴 달린 경차가 주류인 셈이다. 베트남은 가 보니까 오토바이 하나에 온 식구가 낑겨 타고 다니는 것도 눈에 띄더라만..

(2) 운전 면허는 운전하는 차량의 크기(대형, 보통), 그리고 차량의 운행 성격(자가용, 영업용)에 따라 난이도가 나뉜다.
그리고 사람이 많이 타는 차에 가중치가 훨씬 더 크게 부여된다. 트럭은 축이 하나 더 달렸고 대형 버스와 대등한 덩치를 자랑하는 11.5톤까지도 1종 보통으로 몰 수 있는 반면.. 승합차는 봉고 15인승이 한계이다. 트럭은 커 봤자 사람은 최대 3명밖에 안 타기 때문이다.;;

다른 차량을 견인하는 트레일러나 렉카 같은 차량은 조금 다른 운전 감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크기 이상부터는 특수 면허가 필요하다. 대형과 특수는 보통 면허부터 따고 나서 1년 뒤에 도전 가능하다.

(3) 장내 기능 검정을 넘어 도로 주행을 연습하거나 시험 응시하는 건 엄연한 공도 주행이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연습 면허'가 필요하다. 자동차 학원에서 이런 거 처리를 알아서 하기 때문에 수강생이 느끼지 않을 뿐..
이 면허는 유효 기간이 있으며 경력 n년 이상의 조교가 반드시 동승해야 하는 등의 여러 제약이 붙는다. 이 상태로 대물 사고를 넘어서 인사 사고를 내면 바로 면허가 취소되며 아마 1년 동안 연습 면허를 못 딴다.

또한, 정식 운전 면허를 갓 딴 운전자는 향후 2년 동안은 자기가 운전하는 차의 뒤에다가 "초보운전"이라는 표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옛날에는 그 표식의 위치와 글자 크기까지 법으로 꼼꼼하게 규정돼 있었는데 그 규정이 폐지됐다. 그 법이 폐지되면서 '아이가 타고 있어요, 나도 내가 무서워요' 등의 다양한 문구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글쎄, 재치 있다기보다는 좀 개념 없어 보이는 문구도 있지만 말이다.

(4) 운전 면허는 한 번 땄다고 영원히 지속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갱신을 해 줘야 한다. 요즘은 주기가 10년이니 여권 유효기간과 비슷해 보인다.
2종은 그냥 신청만 하면 바로 갱신되는 반면, 1종 보통은 형식적이나마 적성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1종 대형은 그게 더 까다로워서 신체검사 내지 건강 검진 결과 제출이 필요하다고 한다.

요즘은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많이 느는 추세여서 앞으로 노인들은 적성검사가 더 엄격해지고 주기도 더 짧아지지 않을까 싶다.

(5) 글쎄, 세계 각국의 '군주'(왕, 황제)는 통상적으로 외국 나갈 때 여권이 없어도 예우 차원에서 입국이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그냥 자기 얼굴이 여권이나 마찬가지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영국 왕의 경우, 자국 내에서 운전면허를 정식으로 따지 않아도 운전이 허용된다고 한다. 불체포 특권 같은 건지? 왕은 여권이나 면허증의 발급 주체보다 더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무려 왕이나 되는 사람이면 당연히 운전사가 몰아 주는 차를 타지, 자기가 직접 운전을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애초에 면허 따위 없어도 생활이 아무 지장이 없다.
롤스로이스 팬텀 같은 차에 무슨 쪼잔하게 자율주행 기능이 들어갈 것 같지는 않다. -_-;;

그럼 자동차와 교통법규 이야기를 앞으로 좀 더 이어 나가도록 하겠다.

Posted by 사무엘

2024/05/03 08:35 2024/05/03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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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운전 면허의 종류

자동차를 포함해 모든 교통수단들은 잘 알다시피 관련 면허를 취득한 사람만이 운전하고 운행할 수 있는 물건이다.
특수한 유형의 자동차를 몰기 위해 추가로 따야 하는 자격증이 있긴 하다. (버스 운전 자격, 위험물 차량 취급 자격..) 하지만 아무 특성 없고 제일 몰기 쉬운 자그마한 경차라도, 아니 오토바이라도 몰기 위해서는 면허를 따야 한다.
자격증은 보유자가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긍정 관점이지만, 면허는 반대로 이를 보유하지 않은 사람은 관련 행위를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부정 관점이 더 강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면허가 다 같은 면허는 아니다. 몰 수 있는 차체의 크기 내지 승차 인원수에 따라 종류가 갈리며, 다음으로 운전의 성격에 따라서 종류가 갈린다. 자동차 운전 면허의 경우, 보통/대형은 차체의 종류를 구분하며, 1종/2종은 운전 성격을 구분한다. 2종 면허에 같이 붙는 편인 '자동'은 면허 조건을 명시하는 부가적인 옵션 중 하나이다.

운전 성격은 무엇이냐 하면 비영리 자가용 운전이냐, 아니면 금전적인 이득이 걸린 영업용 운전이냐 하는 것이다. 영어에서 명사가 셀 수 있는 개념인지 여부를 매우 중요하게 따진다면(가산· 불가산), 교통수단의 면허에서 매우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자가용/영업용 종류이다.

자동차 면허에서 1종은 원래 비행기로 치면 사업용 내지 운송용에 대응하는 전용 면허였다. 그랬는데 자동차가 워낙 흔해지면서 그런 구분이 많이 옅어졌기 때문에 1종은 그냥 대형+수동 연계 면허인 것처럼 굳어졌다. 그러니 요즘은 대형 면허 없이 보통만으로 긴급자동차 승합차를 몰 수 있고, 2종 면허만으로도 '바사아자' 번호판의 택시 기사가 될 수 있게 조건이 완화되고 있다.

잘 알다시피 1종 보통으로도 트럭은 대형 버스 뺨치는 크기인 무려 11톤급까지 몰 수 있다. 2종은 4.5톤이지만 이것만으로도 이미 중형 버스를 능가하는 크기이다. 그런 트럭은 차가 아무리 커 봤자 사람이 3명밖에 안 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1종 보통으로 승합차는 아담한 15인승 봉고차급까지만 몰 수 있고, 중형 버스를 운전하려면 1종 대형 먼허가 필요하다. 차량 크기와 승차 인원에 이런 관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은 영업용 자동차 중에 제일 몰고 싶은 차가 무엇인가? 택시는 제일 잽싸고 날렵한 난폭운전 총알 기동이 가능=_=하고.. 대형 버스는 왕창 크고 사람을 많이 태운 상태에서 '버스 전용 차로'라는 메리트를 이용해서 꽤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대형 트럭은 차종에 따라서는 버스보다도 더 거대하며, 운전대가 압도적으로 제일 높고 뒷좌석 내지 천장의 아늑한 개인 공간(침대 또는 다락방)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속도와 통행 우선순위는 제일 낮고 둔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무슨 차량을 몰든 운전은 재미있다. 하지만 쉬고 싶을 때 못 쉬고 운행 스케줄을 맞춰서 불철주야 강제로 운전해야 한다면 그것만 한 고문도 별로 없지 싶다.

2. 차들의 크기와 폭

난 대형 시내버스와 고속· 시외· 관광버스는 동일한 반경의 타이어를 사용하는 대형 버스이고 크기가 거의 같지 않은가 생각해 왔다.
하지만 제원표를 보니 시내버스는 대형이라 해도 길이가 11m급인 반면, 고속버스 중에는 12m가 넘는 놈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높기도 후자가 좀 더 높다.

"도로의 구조ㆍ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제5조, 도로법 시행령 제79조,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4조"에 따르면, 국내에서 도로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의 최대 크기 한계는 길이 13m, 폭 2.5m, 높이 4m이다. 굴절 버스나 트레일러처럼 중간에 꺾임이 있는 놈은 좀 더 길어도 되지만, 꺾임이 없는 단일 차체의 한계는 저렇다.
그리고 무게는 축당 10톤, 전체 40톤이 한계인데, 이건 사람을 태우는 버스는 무게 따위 걱정할 필요 없고 트럭이 조심해야 할 사항이다.

현대 유니버스, 기아 그랜버드 같은 버스의 최고 사양을 보면 길이는 거의 12.1 ~ 12.5m에 달하고 폭은 2.49m, 높이는 3.3 ~ 3.5m여서 법적 한계에 거의 근접해 있다. 이게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제일 큰 버스이다. 엔진은 1미터당 1000cc씩 잡기라도 했는지 역시 12000cc를 넘는 배기량에 400마력 이상이다.
화물차 역시 트레일러 말고 25톤 트럭(현대 엑시언트), 또는 그보다 작은 트럭이라도 초장축 모델을 보면 이 한계에 근접해 있다.

이 크기와 무게를 초월하는 차량은 일반 차량들처럼 등록해서 평범한 번호판을 받고 일반 도로를 주행할 수 없다. 공항 활주로, 탄광 내부, 놀이공원 내부 같은 자기 영역에서만 주행 가능하며, 이에 대해서는 이전 글에서도 다룬 적이 있다.
또한 군용차 중에서도 승용차나 트럭을 넘어 아예 탱크나 자주포처럼 무기에 더 가까운 건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는 물건이 아니다. 그거 조종 특기는 군에서든 사회에서든 자동차 운전 면허와 동급으로 인정되지도 않으며 별개로 취급된다.

남자라면 왕창 빠른 차 아니면, 이렇게 엄청나게 큰 차를 몰아야 간지가 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운동 에너지 1/2 mv^2 중에서 m과 v 둘 중 적어도 하나는 왕창 큰 거 말이다.
참고로 국내 기준으로 경차는 길이 3.6m, 폭 1.6m, 높이 2m, 엔진 배기량 1000cc 이내이니 얼마나 작은지가 비교된다..;;

한편, 자동차가 폭의 한계가 저렇게 2m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철도 차량은 표준궤 기준으로 3m대에서 논다.
"철도차량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과 관련 별첨 자료를 보면 집전 장치를 제외한 높이의 한계는 4.5m이고, 폭은 3.4m가 한계이다. 다만, 차량의 상부와 하부는 폭의 한계가 3.2m대로 약간 줄어든다.
그 좁은 궤도 위에 자동차보다 훨씬 더 뚱뚱한 차량이 올라가서 달린다는 걸 생각하면, 철도가 공간을 굉장히 효율적으로 쓴다는 걸 알 수 있다.

Posted by 사무엘

2019/12/20 08:32 2019/12/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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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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