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 블로그에서 몇 차례 글을 썼던 바와 같이, 킹 제임스 성경은 로마 교황에 정치적으로든 교리적으로든 반대한 종교 개혁 내지 개신교 진영의 산물이다. 성공회건 청교도건, 세부 신앙 노선은 다를지언정, 반가톨릭이라는 이념은 동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칼빈이니 루터니 개혁주의를 그렇게도 떠받들면서 킹 제임스 성경의 가치를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칼빈이 활동했던 제네바를 알면서 KJV의 전신인 제네바 성경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 고백이 이미 성경이 필사본 번역본이라도 완벽하게 보존 가능하다고 명시한다"
이런 식으로 장로교인을 상대로, 특히 목회자에게 킹 제임스 성경을 소개하고 변증하는 분도 있다.

다만, KJV 유일주의를 믿는 바이블 빌리버 진영 자체는 개신교보다는 침례교, 특히 재침례회에 가까운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이건 말보회 한킹 진영이건, 후대에 추가로 등장한 흠정역 진영이건 공통 동일이다.

세례가 아니라 반드시 물 침례를 고집하고,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는다.
행위 구원이나 구원 상실을 주장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단 구원받기까지는 자기 자유의지에 따른 믿음 고백을 매우 중요하게 본다. 개인의 구원 여부가 몽땅 다 답정너 예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사람들은 저 문제에 대해서는 칼빈주의도 알미니안주의도 아닌 중간 제3의 견해를 가지며, 이 때문에 두 진영으로부터 모두 배척당하기도 한다. =_=;;

문제는 그 당시 걸출한 종교 개혁자들의 통찰이 저런 것에까지 미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개신교는 이신칭의 교리를 재확립하고 교황을 대적하고 가톨릭을 반대했다는 점에서는 옳았다.
그러나 온전한 정교분리라든가, 믿음 고백자에게만 물침례.. 이런 것까지 정립한 건 "아니었고", 오히려 이렇게 믿는 사람들을 여전히 박해하곤 했다.

그 이름도 유명한 KJV의 번역을 지시한 잉글랜드의 제임스 1세 왕에게도 이런 한계가 있었다.
http://baptistnews.co.kr/mobile/article.html?no=13605

  • “왕은 백성들에게 세속적인 모든 사항은 명령할 수 있으나, 개인의 신앙과 영혼에 관한 것은 그렇게 할 수 없사옵니다.
  • “폐하께서는 하나님이 아니라 인간이시오이다~!” (석총 - 궁예의 700여 년 뒤 잉글랜드 버전.. ㄲㄲㄲㄲㄲ)

이 당연한 말을 한 게 그 시절엔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었나 보다.
저 주장을 한 ‘토머스 헬위스’는 체포되어서 1616년경에 옥사했고, 또 다른 침례교 지도자인 ‘에드워드 와이트먼’이라는 사람도 이단으로 몰려서 1612년에 화형 당했다.
좀 과장 보태면 태조 왕 건에서 궁예가 석총을 죽인 것과 정말 비슷하다..;; =_=

제임스 1세는 전반적으로는 당연히 선한 군주였다. 세계에서 거의 최초로 금연 운동을 추진한 걸로도 유명하고..
(뭐, 그런 식으로 따지자면 개신교도들 수백 명을 박해하고 죽인 전임인 메리 여왕조차도 종교 말고 세상 정치 쪽은 그닥 암군 폭군 악녀가 아니었다.)

단지, 제임스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었지만, 강력한 왕권신수설 신봉자에 국교회주의자였다. 국왕이 곧 성공회 수장.. 왕이 곧 제사장..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다스리는 왕이 돼서는 온갖 삐딱서니 타는 귀족과 신하들을 견제하고 왕권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킹 제임스 성경이 막 번역되고 출간됐던 1610년대에.. 토머스 헬위스 같은 자국의 침례교 지도자가 반역자로 몰려서 순교한 것은.. 좀 애석한 일이라 하겠다.
단순히 반가톨릭 정도를 넘어 정교 분리까지 대놓고 주장하다 보니, 왕권신수설을 밀어붙이던 절대군주한테 찍혔던 것 같다. 성공회도 청교도도 아닌 침례교인들은 세속 세계사에서는 그냥 듣보잡 취급일 뿐이고..

텐데일이나 세르베투스뿐만 아니라 저런 사람도 순교한 것이다. 제각기 완전히 다른 사유로 인해서.
틴데일이야 킹 제임스 진영에서 워낙 띄워 주는 인물이기 때문에 0순위로 접했고, 세르베투스는 칼빈의 흑역사 얘기하는 데서 접했다. 그 반면, 이런 얘기는 우리 진영에서 전혀 접한 적 없었다.
역시 각 진영에서는 자기에게 유리한 것 위주로만 가르치는 것 같다. 우리 진영에서.. 무슨 예수회 선교사가 일본에서 순교한 걸 가르칠 리는 만무할 테니 말이다.. =_=

본인은 킹 제임스 성경 유일주의와 침례교 신앙을 모두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건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로 느껴진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진영이 특정 번역자 자체를 우상화하고 떠받드는 게 아니니 “아 그렇구나~ 저 사람도 자기 신념 때문에 저랬었구나”하고 넘길 뿐.. 킹제임스 성경의 권위는 이런 제임스 왕이나 성경 번역자들의 인품, 개인사 등에 좌지우지되는 게 아님을 알 필요가 있다.

물론, 제임스 1세 왕도 명색이 크리스천인데, 설마 무슨 북괴 김 부자라든가 느부갓네살/네로 같은 정신나간 개인 우상화 개인 숭배를 조장한 건 아니었다. 일단 황국 신민들이 먼저 형식적으로라도 "교회의 머리이신 우리 개인의 신앙의 수호자이신 위대하신 국왕 폐하 만만세" 이러면.. 왕도 "허허~ 과인도 일개 인간일 뿐이니라~ 교황놈은 적그리스도일 뿐이고 진짜 교회의 머리는 예수님이겠지" 이렇게 겸손하게(?) 화답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침례교인들은 좀 더 시대를 앞서 간 요구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세상 역사에서는 가톨릭에서 이탈한 개신교.. 이런 식으로만 다루는 경향이 크지만, 침례교는 종교 개혁 이전부터 이미 개신교의 신앙을 갖고 있었던 다른 그 무언가로 여겨진다.
개신교 측에서는 미국 건국에도 청교도가 큰 기여를 했고, 청교도의 근면 성실 청부 개척 정신이 오늘날의 미국을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편이다.

그러나 침례교 측에서는 자기들이 청교도들로부터도 박해를 받았고, 자기들이 노력한 덕분에 미국이 국교 없이 진짜 신앙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참고로 침례교라는 말은 교리/교파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은 용어이다. 침례에 대한 교리 하나만 지지한 뒤에 구원관이나 하나님의 경륜 쪽은 완벽한 칼빈주의인 사람도 있고, 반대편인 사람도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침례교는 대외적으로는 알미니안/웨슬리안에 더 가깝다고 여겨진다. 개신교와 척졌다는 역사 내력이 있고, 칼빈주의 예정을 대놓고 지지하지 않기 때문에 저런 식의 편견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단지, 킹 제임스 유일주의를 표방하는 '독립 침례교회'(독침;;)들은 개신교 종교 개혁자들을 추앙하기보다는 그쪽 동네에서 평이 좋지 않은 세대주의를 지지하는 편이다.

이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한킹 진영이건 흠정역 진영이건, KJV 독침들은 칼빈주의를 거의 진화론 반박하듯이 맹렬히 반대하고 비난하곤 했다.
어디 그 뿐이랴? 그쪽에서는 기성 개신교들은 성경을 제대로 해석할 줄 모르고 다 타락하고 종교 통합 은사주의에 물들고 어쩌구 하면서 비판하고 척지고, 반대로 거기서는 킹진영을 향해 성경 역본을 우상시하는 이단에 세대주의 시한부 종말론자니까 상종을 말라고 욕하고..;;;
이게 바로 말보회의 창립 이래로 2~30여 년째 이어져 온 갈등과 대립과 반목이었다. 상대방에 대해 정확하게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뭐, 나도 교리 노선이야 KJV 유일주의에 세대적 진리보다 더 나은 패러다임을 지금까지 결코 보지 못했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뜻과 허락하시는 뜻"을 분간하지 않는 말장난 역할극 예정론은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 어떤 경우든, 내 교리적 정체성을 타협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서로 비방만 해 갖고는 득/덕이 될 게 없지 않겠는가? 개신교에서 유래되지 않은 기독교 교파의 내력에 대해 더 체계적으로 고찰하면서 타 교파 사람들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 보고 소통하고는 싶다.
침례교 중에서는 심지어 속세를 떠나 자연인처럼 살고 심지어 세상 정부와 문명의 이기를 거부하는 곳도 있다는 식의 인식이 있는데.. 적어도 KJV 독침은 그런 곳은 결코 아니다. ㅡ,.ㅡ;;

킹 제임스 성경은 명백한 개신교 배경의 성경이었으니 이 점을 이용하고 어필을 해야 하는데.. 개신교를 마냥 적대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접근 방식이기 때문이다. 말보회는 초창기에 조금만 더 젠틀했으면 이단 소리 훨씬 덜 듣고 오해를 훨씬 덜 사고 적을 덜 만들면서 킹 제임스 성경을 훨씬 더 널리 전할 수 있었을 텐데.. 좋은 기회를 놓쳤던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23/04/05 19:33 2023/04/05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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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침례교

기독교의 여러 교파 중 침례교는..

  • 딱히 종교 개혁에서 유래되지 않았고, 더 옛날부터 있었다고 여겨진다. 천주교는 물론이고 일부 개신교 교파로부터도 박해를 받았다.
  • 이름이 말하는 바와 같이 세례가 아니라 침례가 성경적으로 옳다고 본다. 온몸이 물에 잠겼다가 나와야 된다.
  • 침례는 이미 구원받은 후의 신앙고백 인증일 뿐이지, 그 자체가 구원의 조건이거나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다.
  • 특히 유아세례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건 할례나 안수 따위와 아무 상관 없는 관행이고, 대상과 방법이 모두 잘못됐다. 적어도 10대 정도의 나이가 됐고 스스로 선과 악을 분별하고 내 믿음을 자기 말로 고백할 능력이 돼야만 침례를 준다.

* 개인의 혼의 자유의지를 매우 존중하며 단호한 정교분리를 주장한다. 미국이 민간에서의 강한 기독교 배경에도 불구하고 독일처럼 국교가 있고 목사가 공무원인 나라가 되지 않은 것에는 침례교인들이 매우 큰 기여를 했다!
미국의 건국 모델은 후대에 세워진 세계 다른 나라들과 정부에도 선한 모범 참고 사례가 되었다.

* 침례를 받을 자격이 안 되는 너무 어린 아이, 스스로 선과 악을 분별할 능력이 없는 아기 등은 죽으면 그냥 바로 천국으로 간다. 유아세례를 받았건 말건 그것과는 전혀 무관하다! 내가 이 개념에다가 개인적으로 붙인 명칭은 ‘특례 구원’이다. 이런 애들은 죄에 대한 책임이 부과되지 않는다.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은 자기 죄 가운데 죽었다면 지옥에 갈 수 있다. 하지만 낙태돼서 죽은 애들, 영 유아 때 병에 걸리거나 굶어 죽은 애들, 그리고 특별히 올해 초에 전국민에게 큰 슬픔과 분노를 안겼던 학대 피해자인 정인이 같은 애는 절대로 지옥에 가지 않는다.

사실, 천국에 가 보면 예수 믿어서 구원받은 사람보다, 저런 특례구원으로 온 사람이 인류 역사상 더 많을 거라는 게 내 추측이다.
(예수님 탄생 당시에 헤롯 왕에게 학살당한 2살 이하 동갑내기 아기들이 지옥에 가 있을 거라고는 전혀 여겨지지 않는다. 만약 그런 거라면 개독안티들이 이것 갖고 하나님의 성품에 대해 온갖 신성모독적인 조롱을 늘어놔도 실드를 칠 수 없을 것이며, 사실 나조차 기독교 안 믿었을 것이다. 아니면 믿더라도 민망해서 혼자만 조용히 믿고 말지, 이렇게 당당하게 교리를 설파하고 불신자와 논쟁할 엄두는 못 냈을 것이다.)

그 대신 이렇게 어리고, 특례 구원 실드가 있는 애들에 대해서는 부모가 반드시 의로 양육해서 특례 실드가 끝난 이후의 일생에 대한 대비를 시켜 줘야 한다. 의로 양육한다는 건 필요한 경우 체벌도 불사한다는 뜻이다. 어머니의 회초리를 무서워할 줄 알아야 나중에 지옥 형벌도 무서워할 줄 알게 된다.

난 침례의 대상과 방법에 대한 의미, 개인의 자유의지와 정교 분리, 아기의 구원 여부에 대해 침례교에서 말하는 것만치 논리적이고 합리적이고 원칙과 체계가 있는 교리를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다.
난 그래서 이 교리를 믿고 지지한다. 이 정도 완성도는 되니까 주위에 복음도 전할 수 있고 기독교 관련 글을 쓰고 논쟁도 할 수 있게 됐다.

이 주제에 대해서 본인과 생각이 다른 분들은 하나님의 공의와 사랑 성품과 예정 vs 자유의지에 대해 저것보다도 논리적으로 더 잘 분간하는 교리를 믿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물론 킹 제임스 성경 유일주의, 삼분법(영 혼 몸 구분), 하나님 왕국과 하늘의 왕국 구분(하나님 ≠ 하느님이듯이!), 창 1:1-2 간극, 문자적인 천년왕국과 세대주의 같은 건 침례교 내부에서도 똑같이 가르치지는 않는 교리들이다.

2. 종교 개혁의 유산

옛 종교개혁자들이 후세의 크리스천들에게 남겨준 것,
혹은 원래 있었다가 모종의 이유로 봉인됐던 것을 성경을 통해 재발굴 재조명해 준 것은..

(1) 이신칭의

  • a. 마음의 회개 없는 거짓 구원, 그저 "울 교회 오세요, 그럼 님하에게 이득입니다, 예수 믿으면 복 받고 잘 삽니다" 거의 종교 영업사원 수준의 easy believism
  • b. 혹은 반대로 아예 행실의 회개와 변화가 없는 건 구원받은 것도 아님. 예수님을 단순 구원자뿐만 아니라 니 행실의 '주권자'로도 반드시 받아들여야 된다 lordship salvation

둘 다 매우 잘못된 극단이다.
내가 여러 번 강조하지만, b가 자주 저지르는 오류가 뭐냐 하면 꼭 나쁜 행실만 죄인 줄 안다는 것이다. 예수 안 믿은 거 자체부터가 엄청난 죄였고 거기서 돌이키는 게 진짜 구원을 가져다주는 회개인 걸 좀 헷갈린다.

"저는 앞으로 술 담배 끊고 모든 악한 행실을 끊고 예수님처럼 경건하게 살기로 결단했습니다. 그러니 저를 구원해 주십시오" 영접 기도를 이딴 식으로 해서는 절대로 구원 못 받는다! 절대로~!! 알겠는가?
a야 너무 수준 낮고 더 논할 가치도 없으니 제낀다.

(2) 만인 제사장

  • a. 목사님은 거~룩한 주의 종님임. 목사의 축도를 안 받으면 예배가 끝난 게 아님. 차 살 때, 가게 개업 했을 때는 영험한 목사님 초빙해서 안수 기도라도 좀 받아야 됨.
  • b. 아예 목사 직분 자체가 니골라 당의 잘못된 교리이다. 예배와 친교의 구분이 없다.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설교한다.;; (헐~)

이 역시 둘 다 잘못된 극단이다.
직분과 역할의 차이를 전부 우열 계급 투쟁으로 프레임 씌우고 체제를 전복시키는 거.. 보통 빨갱이들의 수법이다.

(3) 변개되지 않은 올바른 성경 본문 그 자체
내가 보는 성경은..

  • 헤롯 왕이 지목한 베드로 처형 시점이 유월절이 아니라 이스터라고 돼 있고(행 12:4),
  • 루시퍼와 갈보리라는 명칭이 있으며,
  • 계시록에 증인이 아니라 순교자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피', '지옥' 이런 단어가 여타 성경보다 더 자주 등장한다.
  • '이사야+말라기 = 대언자들'이지.. 이거 무슨 1+1=1도 아니고, 말라기의 예언까지 이사야라고 몽땅 퉁치는 오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막 1:1-3)

뭐 등등..
에라스무스로부터 시작해서 루터는 바른 본문에서 독일어 성경을 번역했고, 칼빈은 제네바에서 KJV의 전신인 제네바 성경이 나올 수 있게 해 줬다.

(4) 그 밖에 루터는 너무 엄근진스럽거나 몽환적이기만 하던 교회 음악도 진입장벽을 낮추려 애썼다. "내 주는 강한 성이요"를 직접 작사 작곡하기도 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1/02/19 08:36 2021/02/19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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