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을이 무르익어 간다. 날씨가 워낙 좋으니 밖에서 독서를 하기에도 좋고, 무엇보다 캠핑이건 비바크건 노숙이건.. 어쨌든 밖에서 자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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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잠이란 건 이렇게 자야 인간답게 아늑하고 포근하게 푹 잘 수 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
어디든지 으슥한 곳에서 돗자리 깔고 텐트 치고.. 아니면 텐트 없이 바로 침낭을 뒤집어쓰기만 하면 그곳이 곧 나의 숙소이다.

건물은 그냥 전기와 상하수도, 와이파이를 위해서 필요한 존재일 뿐이다.
밤에도 섭씨 두 자리수 기온은 추운 게 아니다. 침낭에 담요만 두르면 바로 따뜻해진다.
텐트 없이 잘 때도 긴팔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모기 때문에 필요했다.

그래도 날씨가 추워지면서 올해의 호박 농사도 끝나 간다.ㅠㅠ 호박 얘기는 나중에 추가로 할 것이고, 이 글에서는 본인이 지난 한글날 연휴 때 온라인 지인분과 가평에 다녀온 얘기를 좀 하고자 한다.

나 혼자 밖에서 잘 때야 저렇게 적당히 으슥한 곳 아무 데나 가서 노숙 수준으로 대충 자고 온다. 첨언하자면, 이렇게 텐트 치고 들어가서 혼자서 무슨 강력 범죄, 미제 살인/실종 사건, 대형 교통사고, 자연재해 같은 기사들을 읽고 있으면 등골이 오싹해지고 짜릿하고 제일 재미있다. ㅋㅋㅋㅋ

하지만 여러 사람이서 고기도 구워 먹고 놀려면 장소를 대충 잡아서는 곤란하다. 제대로 된 캠핑장이나 숙박업소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여름이 휴가 시즌이라면 가을은 캠핑 시즌인 듯? 서울 근교나 교외의 적당히 가까운 캠핑장들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서 난리였다.

주말은 그야말로 1~2개월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못 쓰며, 그것도 날짜가 뜨자마자 바로 예약이 마감되는가 보다. 서울 사람들은 캠핑 못 가서 안달 나기라도 한 것 같았다. ㅠㅠㅠ
서울 하늘공원 근처의 노을 캠핑장이라든가 강동 그린웨이 캠핑장 같은 곳은 어림도 없다.

그래서 캠핑장 대신 평범한 민박, 펜션으로 타겟을 바꿔서 서울 북쪽 교외선 쪽의 장흥· 일영 유원지 일대도 알아봤다. 하지만 여기도 어지간한 곳은 주말에 찜하려면 2~3주 전 예약이 필수였다.
마치 평일에 에버랜드에 가는 것처럼 평일에 한적한 모텔이나 펜션, 캠핑장 잡고 놀아 보면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_-;;

그러니 자리가 있는 곳을 찾아서 서울에서 점점 더 멀리 떨어진 오지까지 찾아보게 됐다.
낙찰된 곳은 남양주를 넘어서 가평.. 남이섬과 자라섬보다도 더 먼 곳에 있는 펜션이었다.
그 당시에는 그냥 숙소를 잡는 것에만 급급해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를 충분히 살펴보지 못했었다. 바로 앞에 맑은 시냇물(승안천)이 있네? 정도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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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함께 놀고 나서 이분들은 방에서 자고, 본인은 혼자 밖에서 잤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기는 용추 계곡이라는 긴 시냇물과 함께 ‘연인산 도립공원’ 산책로가 근처에 있었다.
그래서 이튿날 아침엔 용추 계곡을 왕복 9km에 가깝게 걸었다. 주변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고 대박이었다. 어쩔 수 없이 가평까지 가게 됐는데 근처에 이런 보물이 있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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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길게 뻗어나가는 시냇물이 가히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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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넓은 풀밭 공터도 눈에 띄었다. 이건 정황상 이건 옛날에 난립하던 불법 평상 같은 게 있던 공간이지 싶다.
이런 데서 돗자리 깔고 눕고 싶었다. 여기는 텐트는 당연히 금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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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이렇게 물이 깊고 많아지는 곳도 종종 나왔다.
날씨가 맑을 때였으면 경치가 더 아름다웠을 것이고, 이때보다 두세 주만 늦게 여길 찾아갔으면 나뭇잎들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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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는 길이 이런 좁은 흙길로 바뀌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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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치에 감동하여 본인은 10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물에 첨벙 뛰어들기도 했다. 운동화 대신 크록스 쓰레빠 신고 산책한 덕분에 입수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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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흔들바위가 있는 곳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저쪽으로 쭉 더 가면 연인산 정상까지도 도달하지만, 여전히 7~8km는 더 가야 하며 그건 지금 우리 여건으로 가능하지 않았다.
뭔가 의성 빙계 계곡 같은 분위기인데, 맑은 물이 졸졸 흐르는 계곡이 이렇게 길게 이어지니 너무 좋았다. 이거 나름 가평군에서 비교적 최근에 발굴하고 관광지로 개발한 거라고 한다. 빙계 계곡은 군립공원인 반면, 여기는 도립공원이라는 차이도 있다.

다 좋은데 여전히 아쉬운 건 돌아올 때의 교통이었다.
60번 서울-양양 고속도로.. 상행 방면에서 설악-서종-화도 사이의 미친 교통체증은 어찌할 길이 도저히 없는 건지 모르겠다. 지난 여름에도 제대로 고생했었는데..
화도 IC 내지 졸음 쉼터만 지나면 거짓말처럼 정체가 풀리는 걸 보니, 이건 사고 때문도 아니고 단순 교통량 증가 때문도 아니다. 유령 정체를 포함해 도로에 구조적인 문제가 좀 있는 것 같다.

이래저래 서울은 동쪽이 양평이나 남양주 방면으로 놀러 나가는 방향이다. 주말에 동쪽으로 빠져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은 참 고생길인 것 같다. =_=;;

Posted by 사무엘

2023/10/17 19:35 2023/10/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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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니 호박이니 하면서 한창 자연 얘기 시리즈를 진행하다가 프로그래밍 얘기가 중간에 부득이하게 끼어들었는데.. 마지막 아이템을 소개하면서 기존 시리즈를 완결하도록 하겠다.

올해 추석이 정말 좋았던 건.. 연휴의 시작 직전, 그리고 추석 당일에 비가 콸콸 내렸다는 것이다. 전자는 무슨 태풍이고 후자는 그냥 가을비인 듯.. 그래서 서울부터 경주까지 어딜 가든 계곡에 물이 졸졸 흐르고 있어서 물놀이를 원없이 할 수 있었다. 이게 정말 대박이었다.

(1) 먼저, 고향 경주에서는 무장산에 들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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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갈밭 아래로 맑은 물이 흐르는 걸 보니 나까지 마음이 흥분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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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는 별로 티가 안 나지만 물에 온몸을 담궜다. 물에 들어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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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물가 모습을 좀 더 카메라에 담았다.

(2) 다음으로, 귀경 중에는 의성 빙계 계곡을 들렀다.
이때는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난 전혀 개의치 않고 여기서도 물놀이를 하면서 땀을 깨끗이 씻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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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 계곡은 계곡 내지 개천을 따라 좁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지나는 형태로 조성된 유원지이다. 주변의 자연 경치가 정말 아름다우며, 그에 걸맞게 국립이나 도립까지는 아니어도 보기 드물게 ‘군립 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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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서 놀아도 되고 풀밭과 정자, 언덕 산책로도 듬뿍 있다. 그리고 계곡의 내부에는 ‘빙계 서원’이라는 옛날 건물도 있다.

이런 멋진 곳이 입장료나 주차료 따위 없고 전면 무료 개방이라니.. 역시 시골 오지의 인심은 후한 것 같다. 하지만 여기도 소문을 타서 유명해져서 피서객이 몰리면 그런 인심이 언젠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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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계 계곡이 특별히 유명한 이유는 신비로운 냉기가 뿜어져 나오는 자연 동굴(빙혈, 풍혈)이 있기 때문이다. 계곡의 중간에 빙혈로 가는 길이 안내되어 있다.
본인이 방문했던 당시에는 빙혈 내부의 온도계가 7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얼음이 얼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굉장히 신기한 현상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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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혈로 가는 길목에는 역시 넓은 풀밭과 함께 정자가 세워져 있었다. 마침 비도 오는데 여기서 더 오래 머물면서 정자 안에서 신선놀음을 하고 싶은 생각이 몹시 들었다. 하지만 다음 스케줄 때문에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다.

(3) 끝으로, 서울에 돌아와서는 아차산 기슭의 긴고랑 계곡을 오랜만에 들러 봤다. 이때도 멀리서 들려오는 물 흐르는 소리부터가 심상찮더니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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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광경을 보기만 해도 속이 다 후련해질 지경이었다. 물이 끊겼던 시절의 모습과 비교해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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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평소에는 움푹 패인 일부 경로로만 물이 흐르지, 이렇게 넓은 면적이 몽땅 침수되고 물이 흐르는 일은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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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셀프 물침례와 목욕재계를 실시했다. 웃통 벗고 코와 귀를 막은 뒤, 머리까지 싹 물에 쳐박아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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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는 이런 신선놀음까지 했다. 너무 행복하고 좋았다.!!! 이렇게 5분 정도 있으니 추위가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계곡물을 볼 때도 푸른 초장을 볼 때와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이 맑은 물을 하수 처리장으로 헛되이 흘러가 버리게 방치하는 건 자연에 대한 죄악이라고 말이다.;; 그래서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물을 뒤집어쓰러 들어갔다.

이상이다.
이번 시리즈는 시간 순이 아니라 호박, 풀밭 텐트, 멧돼지, 계곡 이렇게 4개의 키워드/테마 순.. 즉, 누가복음이나 마가복음이 아니라 마태복음, 요한계시록 같은 구성이 됐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 여가와 취미 생활은 딱 저렇게 정리되는 것 같다.

난 나중에 은퇴하면 산 좋고 물 맑고 밤하늘에 별이 보이는 곳에서 취미로 코딩 열심히 하고, 멧돼지 한 마리 키우면서 타고 다니는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래머로 살고 싶다. ^__^

Posted by 사무엘

2021/10/09 08:34 2021/10/09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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