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연초 근황

지난달 말쯤부터는 캠핑, 호박, 코로나19 얘기와 함께 개인 근황을 전하는 게 패턴이 된 듯하다. 이번에도 같은 패턴으로 최신 소식을 알리고자 한다.
그런데 쓰다 보니 글이 많이 길어졌다. 그래서 호박 얘기는 다음으로 미루고, 여기서는 다른 소식들부터 먼저 전하도록 하겠다.

1. 건강

바야흐로 2022년, 본인도 나이가 벌써 4학년이 임박했다.;;
4학년 진입을 앞두고 20년 전과 지금의 건강 상태를 비교해 보면 대략 이런 것 같다.

  • 구내염(입술), 편도선염(목), 몸살감기 같은 자잘한 잔병치레가 없어졌다. 환절기 감기?? 마지막으로 걸린 때가 몇 년 전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실수로 입 안을 깨물어 버리면 옛날 같았으면 상처가 곧장 구내염으로 도져서 한두 주 고생했을 텐데.. 요즘은 그 정도 실수를 한 뒤에도 양치 하고 한숨 자고 나면 의외로 그대로 낫기도 한다.
  • 체열은 확실히 후끈후끈하다. 침낭과 담요 덮고 -10도인 밖에서 아주 따스하게 잘 자고 있다. 잠뿐만 아니라 식욕도 아직까지는 아주 왕성하다.

다만..

  • 예전에 비해 몸이 무겁다는 게 느껴지고 유연성이 더 떨어졌다. 절대적으로 체중이 더 늘기도 했지만, 뭔가 똑같이 엉덩방아 찧거나 삐끗 하더라도 대미지를 예전보다 더 크게 입겠다는 게 본능적으로 느껴진다.
  • 특별히 수분이 부족한 상태가 아니어도 동일한 컨디션 때 소변 색깔이 더 진해져 있다.
  • 다쳤을 때 상처가 아무는 속도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딱지 하나 뜯어서 피 약간 났다 하면 휴지 한 조각을 시뻘겋게 다 적실 정도로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출혈이 겨우 멎는다.
  • 머리를 감으면 빠지는 머리카락이 예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 난 평생 내 사전에 불면과 탈모는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설마...?
  • 글쎄, 계단을 후다닥 뛰어 내려가거나 스틱 없이 산 내려가는 게 아직까지는 아무 불편 없고 가능하다. 근데 지금 이러면 늙어서 관절이 다 나간다는 말이 있어서 좀 자제하는 중. 사실인가염?
  • 이제 학창 시절처럼 밤새워 가며 무슨 공부나 작업은 절대 못 한다. 자는 시간을 줄일 수 없다.

이래서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개발 속도도 느려진다. 시간과 체력은 부족한데 작업해야 하는 것도 점점 어려운 부분밖에 안 남으니까..;;
2년마다 버전이 1.0씩 올라가는 것도 이젠 나가리다~~ 건강 관리 해야겠다..

2. 캠핑

-10도짜리 새벽 한파는 신이 인간에게 내려주신 매우 고맙고 귀중한 선물이다. 이걸 헛되이 낭비하여 날려 버리는 건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2월이면 이제 이런 추위를 즐길 수 있는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본인은 어김없이 텐트 들고 바깥 아지트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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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이 겨우 -5도밖에 안 되면 귀찮아서 안 나가고 그냥 집에서 잘 생각이었는데, -10 부근까지 내려간대서 일부러 나갔다. ^^

텐트를 친 직후에는 주변이 너무 따뜻해서 정말로 -10도가 맞는지 의구심과 자괴감이 들 정도인데.. 누워서 가만히 있으니까 슬금슬금 추워진다.
마치 침몰하는 배에 바닷물이 스며들듯이 냉기가 곳곳에서 새어 들어온다. 손은 완전 따뜻한 상태인데 전화기나 컴퓨터를 만져 보면 어째 이렇게 차가운지 놀란다.

결국은 준비해 간 담요 두 장, 여름 침낭과 겨울 침낭을 총동원해서 얼굴까지 덮고, 늙은 호박도 다 덮어 준다. 이제야 열평형이 이뤄져서 덥지도 춥지도 않은 채로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잠들 수 있다. 아무리 오래 있어도 냉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햐~ 요 맛에 밖에서 잔다니까.?? 이거 정말 중독성 있다.

그런데.. 이 겨울에 상도덕을 모르는 몰지각한 캠핑족이 여전히 있는가 보다. (☞ 뉴스 링크)
강변의 널찍한 공원에서 캠핑카도 아니고 텐트를 쳐서 아예 살림살이를 차렸다. -_-;; LPG 까스통에다 애완견 집까지..

이런 사람들 때문에 본인처럼 밤에만 잠깐 텐트 치고 자고 아침에 사라지는 텐트족도 같이 욕 먹는다.
공공장소에 장기간 무단 방치된 자동차나 텐트에 대해서는 더 강력하게 행정 조치를 취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3. 우한 폐렴 시국

코로나19가 퍼지는 속도가 참 가관이다. 매일 전국에서 수백~수천을 찍더니 기어이 만 단위가 돼 버렸고, 이제는 10만으로 넘어가네 마네 한다. 이제는 본인의 주변에도 SNS 지인, 직장 동료 중에 확진자가 나오는 지경이 됐다.
예전에 나랏님이 했던 우려대로라면.. 기존 방역 체계는 진작에 다 붕괴된 거다. 어설픈 방역이나 거리두기 따위로 예방하고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여기서 미묘한 점은.. 저 수만 명에 달하는 확진자들이 다 무슨 좀비 바이러스 에볼라 에이즈 같은 죽을병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미크론은 병세가 예전보다 '가늘고 길게' 가는 형태로 바뀐 변이이다. 거의 계절 인플루엔자처럼 되긴 했는데.. 그렇다고 단순 감기 수준의 만만한 병인 건 아니어 보인다. 직접 걸려 보거나-_- 걸린 사람을 곁에서 구경해 본 적도 없으면서 과소평가를 하지는 말아야겠지만.. 경증과 중증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본인은 도 넘는 수준의 백신 음모론자가 아니다. 이렇게 높은 접종률 덕분에 바이러스의 위력이 좀 너프되긴 했을 가능성은 일단 인정한다.
하지만 유의미한 확률· 빈도로 부작용도 발생한 것은 별개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이 지경까지 간 이상, 이제는 말이다..

어디서 확진자 좀 나왔다고 해서 2년 전 버르장머리처럼 동선 추적하면서 역학조사네 뭐네, "교회 발, 학원 발, 어디어디 발 코로나" 이 X랄 마녀사냥하고,
백신 미접종/불완전 접종자를 무슨 잠재적 보균자, 페스트 보균자나 나병 환자 취급하는 짓거리는 제발 좀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건 이제 정말 아닌 것 같다.

정상적인 나라라면 이제는..
"마스크만 잘 쓰고 다니십쇼~ 백신은 고령자 위중증자 위주로만 맞으시고 더 강요 안 합니다.
그러다 증상 있으면 걸리신 분만 그냥 혼자 집에서 푹 쉬십쇼.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과도한 차별과 불이익은 그만~~ (혐오범죄-_-)"
이런 홍보 캠페인이나 하는 게 순리이지 않을까?

사실은 이제 무슨 운동경기 스코어 중계하듯이 확진자 수 보도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
결핵이나 독감 감염자 수를 일일이 중계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4.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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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지난 2월 4일에 송 현 선생님(1947-2022)께서 별세하셨다는 것이 장례가 다 끝난 뒤에야 유족을 통해서 차츰 알려졌다.
본인은 공교롭게도 선생님을 지난 설 연휴를 앞두고 1월 중순쯤에 인사차 뵈었다. 그러고 저녁도 같이 먹은 뒤에 헤어졌었는데.. 그게 선생님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본인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이 쟁쟁해 보이셨고, 책을 쓸 것이 한 트럭인 상태이셨다.
자신이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니 1분 1초가 아깝게 일생을 책과 기록으로 남기는 중이라고 하셨는데, 아아 이렇게 가 버리시다니..

고인은 대한민국이 1960년대 말, 한글 기계식 타자기의 표준 글쇠배열이 네벌식으로 졸속으로 제정됐던 시절에 공 병우 박사와 함께 온몸으로 반대하고 투쟁했다.
더 나은 세벌식이 민간에 이미 보급돼 있는데, 글자 모양이 좀 덜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소탐대실인 방식을 굳이 또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세벌식은 타자 행동이 매우 효율적이며 타자기와 컴퓨터가 동일한 방식으로 치는 것도 가능하다. 나머지 다른 방식들은 그렇지 않았다.
결국 첫단추를 잘못 끼우니 5공 시절에는 컴퓨터용 두벌식 자판이 또 만들어져야 하게 됐다. 컴퓨터에서 굳이 복잡한 네벌식 배열을 쓸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타자기는 컴퓨터용 두벌식의 변종으로, 받침은 매번 shift를 눌러 놓고 쳐야 하는 이상한 괴작으로 바뀌어 버렸다.
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삽질 때문에 세금이 낭비되고 후손들은 컴퓨터에서도 한글을 입력할 때 shift를 매번 누르지 않는 대신, 도깨비불 현상을 당연한 듯 일상적으로 보고 지내게 된 것이다.

물론 모바일에서는 세벌식이 컴퓨터/타자기에서만치 우위를 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저기는 애초에 타자를 오래 길게 하지 않는 환경이며, 도깨비불 현상 존재 여부라는 본질적인 차이는 어느 기기에서나 어차피 변하지 않는다.
송 선생님은 공 병우 박사님을 제일 가까이에서 모셨던 역사 증인이고, 들어 볼 옛날 이야기와 회고들이 무궁무진한 분이셨는데.. 더 자주 뵙고 이것들을 전수받지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고인께 삼가 조의를 표한다.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다음 버전(아마 올해 상반기 중? 버전 10.5 정도?)은..
도움말의 ‘감사의 글’란에 공 병우 박사에 이어 송 현 선생님에 대한 추모 문구도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본인의 신앙과 관련이 있다면 있는 인물..
말씀 보존 학회의 설립자인 이 송오 목사도 비슷한 시기인 1월 28일에 소천했다.
단, 본인은 KJV 유일주의나 세대적 진리 같은 신학 노선이 약간 비슷하지, 이분과 개인적인 인연은 전무하다. 진영도 한킹이 아닌 흠정역 쪽을 선택했었고 말이다.

우리나라의 KJV 진영의 수장들도 앞으로 이런 식으로 한 분씩 역사 속으로 사라지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 송오 목사는 이 바닥에서 공과 과가 명확하게 갈리는 분이었다. 성경 번역하고 교회 세우고 성경적인 교리를 세우는 등의 기여를 분명 했다. 그러나 초창기 1990년대에 기성 교계를 상대로 조금만 더 처신을 잘했으면.. 국내의 KJV 진영이 지금보다 훨씬 더 단합하고 커졌을 것이며, 타 교계로부터 이단 소리도 훨씬 덜 듣고 자기들 뜻을 더 널리 펼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점이 개인적으로 못내 아쉽다.

Posted by 사무엘

2022/02/21 08:35 2022/02/2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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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캠핑 자랑

늘 느끼지만 겨울은 사계절 중에서 밖에서 자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다.
본인은 평소에는 대부분 그냥 집 건물 옥상이나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공원 으슥한 아지트를 캠핑 외박 장소로 이용한다. 다음날 출근도 해야 하는 평일엔.. 걷거나 자전거만 타도 도달할 수 있는 곳에서 묵었다가 신속히 복귀한다.

그러나 눈· 비가 많이 내린다거나 기온이 -10도 아래로 내려가는 등, 날씨가 아주 좋을 때는 특별히 더 멀리 떨어져 있는 명당에 차까지 몰고 가기도 한다.

1. 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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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기온이 이번 겨울 이래로 최초로 -10도 부근까지 내려갔던 때를 기념해서 갔던 곳이다.
매서운 칼바람도 씽씽 불고 있었기 때문에 텐트 안에 쏙 들어가서 바람을 차폐한 것만으로도 그 직후엔 아주 따뜻했다. 텐트 안에서도 입김을 후 불면 허연 김이 나오는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물론, 텐트 안에서 몇 시간째 드러누워서 정신줄을 놓기 시작하면 다시 추위가 느껴졌다. 두꺼운 무장 없이는 버틸 수 없었다.

이튿날 아침에 기계들을 살펴보니, 놋붉 컴터는 역시 못 버티고 배터리가 퍼져 버려서 야외에서 작동 불가.
차 스마트키도 얼어서 일시적으로 인식이 안 됐다. 손으로 좀 비벼 주니 다행히 다시 작동.
그래도 폰은 따뜻한 품속에서 온도 관리를 한 덕분에 밤새도록 전혀 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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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엔 그렇게도 강추위와 칼바람이 몰아쳤건만, 아쉽게도 얼음이 이 정도밖에 안 생겼다.
돌로 둘러싸여 유속이 느리던 일부 구간은 밟아도 될 정도로 얼긴 했지만, 여기만으로 돗자리 텐트를 치고 등까지 대기에는 역부족..
그러니 강물에 들어가지는 못하고 그냥 코앞에다가 텐트를 치는 걸로 대신 만족하고 돌아왔다.

늙은 호박은 집 내지 차 안에만 고이 모셔 놨다. 날씨가 적당히 추우면 내가 얘들도 같이 가져가서 이불 덮고 같이 자곤 하는데.. 이 날씨에 그랬다가는 속이 얼어 버리고 큰일 났을 것이다.

2. 산기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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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 이래로 최초로 서울에 함박눈이 펑펑 내렸을 때 갔던 곳이다.
이때는 하나도 춥지 않고 바람도 안 불어서 캠핑 난이도는 뭐.. 애들 장난 수준으로 시시해져 버렸다.
겹겹이 덮고 껴입지 않아도, 침낭 속 에어포켓 기동 따위 하나도 안 해도 춥지 않았다.
흥미롭게도 그 당시에 여기까지 올라오는 등산로엔 발자국은 단 하나도 찍혀 있지 않았다.

3.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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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남짓 전까지만 해도 옷 벗고 들어가서 물놀이를 했던 곳에서 이젠 텐트 치고 드러누웠다.
정자나 평범한 풀발, 바위가 아니라 꽁꽁 언 물 위에서 잔다니.. 어찌 감격스럽지 않은가?
겨울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얼음 텐트라는 게 본인의 생각이다. 얼음 캠핑 1회가 일반 캠핑의 10배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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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도인 채로 하룻밤을 지나고 나니 물이 많이 얼긴 했지만.. 아래에 여전히 물이 흐르고 있었다. 사람이 두 발로 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한쪽 발로 약간만 체중을 실어 봐도 뿌지직~~~
그랬는데, 하루 뒤.. 낮 기온이 -10이고 밤에 또 -16도로 떨어졌던 타이밍에 다시 와 보니, 아아~ 고맙게도 이제 물이 바닥까지 완전히 꽁꽁 잘 얼었다. 이제는 텐트 안에 이불 침낭까지 펴고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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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간 호박죽 간식은 얼어서 반쯤 샤베트? 슬러시처럼 바뀌었다.

얼음 위에서 잘 때는 덮는 것뿐만 아니라 바닥에 까는 것도 중요하다. 바닥이 차갑기 때문이 아니라.. 바닥으로 내 체온이 전해지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난 이 상태로 컴퓨터와 핸드폰까지 있는 상태로 한숨 잘 잤다. 몸을 뒤척이니 밑에서 딱 한 번 뿌직~ 소리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별 문제 없었다.
사람은 모름지기 1년에 한두 번은 간접적으로라도 야생에서 얼음판에 등을 부비고 한숨 자야지 원기가 회복되고 피로가 가시고 얼굴 화색이 바뀐다는 걸 이번에도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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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텐트를 쳤던 얼음 바닥의 모습이다.ㅋㅋㅋㅋㅋ

※ 여담

아아~ 본인은 텐트 안에 있을 때는 너무 따스하고 포근하고 아늑하고 행복하다.
잠깐의 번거로움을 참고 세벌식을 쓰면 기존 두벌식보다 한글 타자가 훨씬 더 빨라지고 편해지고 경쾌해지듯, 잠깐의 번거로움을 참고 밖에 뛰쳐나가면 갑갑한 콘크리트 구조물과는 차원이 다른 잠자리를 경험할 수 있다. 내게 맞는 잠자리는 생각보다 가까운 자연 속에 있다.

무장을 잘 해 가서 모든 담요와 침낭이 부족하거나 지나치지도 않게 잘 쓰일 때.
아침에 아주 따뜻하게 잘 잤는데 침낭을 걷자마자 싸늘한 바깥 냉기가 느껴질 때가 제일 짜릿하고 보람 있다.
반대로 고생해서 가져간 무장이 무게만 차지한 채 새벽에 쓰이지 않았을 때.. 혹은 무장이 부족해서 새벽에 추워서 떨고 고생한다면 그건 실패한 캠핑이다.

뭐.. 잠을 잘 잔 것과는 별개로, 혼자서 텐트를 걷고 이 많은 장비들을 들고 철수할 때는 솔직히 춥고 힘들긴 하다. 그러니 한번 캠핑을 간 것의 뽕을 최대한 뽑으려면 아무래도 한번 텐트를 쳤을 때 텐트 안에서 오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부위는 몰라도 발가락이 시려운 건.. 내 경험상 답이 없더라. 외부 열원·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발을 따뜻하게 만드는 방법은.. 일어나서 걷고 활동하는 것밖에 없었다.

앞으로 계속 또 강추위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입이 돌아갈 수 있는지 개인적으로 굉장히 궁금하다. ^^
"너 화성인이니 자연인이니, 세상에 이런 일이 부류의 프로에 출연해도 되겠다, 출연해 보라"라는 제의를 종종 받는다. 그에 대한 본인의 답변은 늘 동일하다. "겨우 이거 갖고 출연 아이템이 성립된다면 땡큐~ 환영" ㄲㄲㄲㄲㄲ

Posted by 사무엘

2022/02/01 08:35 2022/02/0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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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근황과 잡설

1. 올해 결산

올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우한 폐렴의 창궐 때문에 교회 예배가 중단· 축소되고 올림픽이 연기됐으며, 미세먼지가 없는데도 전국민이 무조건 마스크를 쓰고 다니게 됐다. 오죽했으면 거리 설교를 하고 전도지를 뿌릴 때도 마스크를 같이 나눠줄 정도였다. 한편으로 백 선엽 장군과 이 건희 회장의 부고가 전해지기도 했다.

대면 예배가 없는 동안 본인은 올해는 여행을 좀 더 많이 다닐 수 있었다. 블로그에 대대적으로 사진을 올리며 소개한 바와 같이 총 세 번 다녀왔다.

  • 춘계: 동부 남양주 지역 답사. 운길산 등산
  • 하계: 무려 3박 4일 동안 중부와 영남 지방 종합 답사.
  • 추계: 수인선, 서해선, 항동 철길을 두루 살펴본 경기도 서부 철도 종합 답사

2. 텐트 야영

본인은 저렇게 작정하고 여행을 떠나지 않을 때도, 심지어 직장 출근을 하는 평일에도 밤에는 대부분 집 있고 차 있고 노트북 있는 노숙자로 지낸다. ㅎㅎ
좋은 날씨에 야영을 하지 않는 건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아무 야외 오지라도 이 작은 텐트만 펼치면 포근하고 따뜻하고 아늑한 개인 공간 밀실이 만들어진다는 게 내게는 소확행으로 느껴진다.
남들은 캠핑을 가서 또 노는 활동을 하지만, 본인은 캠핑을 간 것 자체가 유흥이다.

내가 밖에서 못 자는 조건은 딱 둘: (1) 열대야 무더위, 그리고 (2) 나쁨 이상 수준의 미세먼지이다. 폭설 폭우 혹한은 정반대 완전 땡큐 조건이다.
침낭을 두 겹으로 걸치니 바닥의 냉기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발도 안 시렵고 정말 따뜻했다.
핵심은 따로 난방을 전혀 가동하지 않고 밖에서 쾌적하게 지내는 것이다.

그 반면, 내게 집 건물이란..

  • 전기, 가스, 수돗물, 와이파이의 보급처
  • 용변, 샤워, 빨래 공간
  • 주민 등록을 위한 법적 주소 제공지

정도의 의미만을 지니는 듯하다. 딱히 몸 누이고 쉬는 공간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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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울에서 기슭까지 주차 걱정 없이 차로 접근 가능하고, 적당히 으슥하고 각종 법에 대놓고 저촉되지 않는 좋은 산은 매우 드물다.
언제 산에서 멧돼지라도 좀 만났으면 좋겠다. 그럼 반갑게 인사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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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왕숙천 강변이다. 여기도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이 당시엔 아침에 일어나 보니 텐트에 이슬뿐만 아니라 서리까지 내려 있었다. 그리고 근처에 나 같은 텐트족이 한 명 더 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밤새도록 낚시를 하다가 잠드신 듯하다. ㅎㅎ

개인적인 로망은.. 강변이 아니라 강 하중도에서 숙박해 보는 것이다.
내가 어촌에서 살았으면 어선 한 척 장만해서 배에서 자거나, 아니면 남해안이면 매일 무인도에 가서 텐트 치고 자고 오지 싶다.
아니면 북한산이나 북악산 중턱에서 김 신조 코스프레를 해 봤으면 싶다. 텐트 다음으로는 비트를 파고 자는 것도 흥미진진할 것이다.

3. 북악산 개방

북악산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훑을 때 대략 "일반 구역 - 북악스카이웨이와 팔각정(자동차 지향) - 철조망 - 한양도성 구간과 정상(보행자) - 철조망 - 청와대"의 형태로 구간이 나뉜다.
그래서 남쪽의 청와대는 철조망에 사실상 이중으로 둘러져 있으며, 한양도성 구간은 남북 양쪽으로부터 격리돼 있다. 여기에 들어가려면 해가 떠 있는 동안 안내소 세 곳(창의문/말바위/숙정문) 중 하나를 반드시 거쳐서 이름과 연락처 까고 명찰 목걸이를 받아야 했다.

1968년 1· 21 김 신조 사태의 트라우마 때문에 청와대 주변 산들은 오랫동안 몽땅 락이 걸렸었다.
그러다가 1993년 김 영삼 대통령 취임과 함께 무궁화 동산과 인왕산이 개방됐다. 단, 월요일은 입산 금지이고, 주요 포토 라인엔 군경 감시요원이 배치되어 등산객이 청와대 방향으로 사진을 찍는 걸 막았다.

2000년대(07~09)에 와서는 인왕산에 이어 북악산도 북악스카이웨이뿐만 아니라 청와대에 가까이 있는 한양도성 구간이 해금되고 일반 구역에 있는 “김 신조 루트”와  우이령길까지 개방됐다. 비슷한 타이밍에 전국의 국립공원들이 무료화되기도 했다.
단, 북악산의 한양도성 구간은 아침과 낮 시간대에만 명찰 목걸이를 받아서 드나들 수 있다는 제약이 걸렸다. 인근의 북한산은 국립공원이기 때문에 등산로를 벗어나서는 안 되고 아무데서나 야영을 하면 안 된다는 제약이 있지만, 북악산은 그런 것과 무관하게 그냥 보안 때문에 저런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그러다가 지금 대령통의 집권기인 2018~19년쯤엔 인왕산에 있던 감시요원들이 없어졌다. 그리고 북악산의 목걸이는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개인 정보까지 수집하지는 않고 그냥 드나드는 인원 집계만 하는 출입 태그로 바뀌었다.

이런 단계를 거쳐 지난 2020년 11월부터는.. 산중턱의 북악스카이웨이에서 한양도성 청운대 - 곡장 사이를 오가는 등산로가 추가로 개방됐다. 그래서 지금까지 사실상 단절돼 있던 두 영역에 대한 이질감이 크게 줄었을 뿐만 아니라 한양도성 쪽의 등산로도 성 안쪽과 바깥쪽(북쪽) 양쪽으로 뚫리게 되었다. 등산과 캠핑을 좋아하는 본인 같은 사람에게는 이건 분명 호재이다.

다만, 한양도성과 이들 등산로는 출입증 명찰이 필요한 구역인 건 변함없기 때문에, 청운대와 곡장이라는 안내소가 추가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작은 북악산에 존재하는 안내소는 무려 5개로 늘었다. 이게 국립공원 산으로 치면 출입구에 존재하는 탐방 지원 센터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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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안내소는 북악스카이웨이 쪽에 마련돼 있고, 주변에 주차 공간도 좀 있다. 바로 옆에는 군부대가 있으며 원래는 이 안내소가 있던 곳도 군부대 부지였다. 그래서 옛날 로드뷰에서는 이 지점이 온통 흐리게 표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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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곡장 안내소는 한양도성 쪽에 가까이 있으며, 북악스카이웨이 쪽에서는 아주 자그마한 철제 출입문하고만 연계된다. 곡장 안내소로 가는 출입문에서 북악 팔각정까지의 거리는 5~600m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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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안내소에서 한양도성까지는 굉장히 가까워서 거의 10분 남짓 계단을 오르면 도달한다. 그렇잖아도 여기는 한양도성과 북악 스카이웨이가 굉장히 가까이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중간에 과거의 군견 훈련장이었다는 부지도 지나게 되는데, 이는 마치 우이령길에서 과거의 유격장 부지를 지나던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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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서울 시장의 자살 사건 이후로 몇 달 만에 북악산이 또 언론에 오르내리게 됐다.
이번 등산로 개방 덕분에 차로 북악산의 백운대 정상까지 가는 게 아주 수월해졌다. 창의문 안내소에서부터 근성으로 한양도성 계단을 오르던 시절과 비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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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 안내소에서 출발해서 한양도성 - 곡장 - 곡장 안내소를 찍고 다시 청운대 안내소로 돌아오는 데 3~40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말 무난한 산책이었다. 산 속 나뭇잎들은 단풍이 들어서 울긋불긋하고 경치가 좋았다.
이 정도면 별도의 여행/등산 카테고리의 글로 올릴 분량도 아닌 것 같아서 그냥 근황/잡설 글에다가 같이 소개하고자 한다. 관심 있으신 분은 여기 등산 및 산책하러 가 보시기 바란다.

4. 병맛 개그

본인은 개그만화 보기 좋은 날이라든가 쿵 퓨리(..;;)같은 B급 병맛 개그를 꽤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은 국내 유튜버들도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패러디와 오마주로 병맛 똘끼 개그물을 많이 만들고 있어서 볼거리들이 넘쳐난다. 정말 천재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을 정도이다.

그 중에 본인이 주목하는 유튜버는 ‘장삐쭈’와 ‘총몇명’이다.
장삐쭈는 원전에서 소리를 날려 버리고 더빙을 웃기게 하는 반면, 총몇명은 원전에서 영상을 자체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만들고 소리는 남겨 놓는다는 차이가 있다. 접근 방식이 서로 정반대라는 것이 흥미롭지 않은가?

총몇명은.. “아버지 뭐 하시노? / 콘덴싱 만들어요! 국가 대표 보일러 경동.. / 나비야 나비야 이리 날아 / 오나라 오나라 아주 오나” 이게 정말 인간의 의식의 흐름이라는 게 어느 약 빤 지경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걸작이었다. ㅠㅠㅠ

장삐쭈는.. 여러 주옥 같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일본의 60년대 흑백 애니메이션인 에이트맨을 마개조한 봉팔맨 시리즈를 보고는 그 병맛스러움에 두 손 두 발 다 들어 버렸다..;;
“나를 이길 자 그 무엇인가, 자동차보다 빠르고 기차보다 더 빠른 우리의 친구 봉팔맨”은 머릿속에서 자꾸 자동 재생될 지경이다.

제작자 양반은 나이도 나보다 한참 어려 보이던데 도대체 어디서 이런 덕력을 갖췄길래 무슨 1963년작 애니까지 찾아 갖고 이딴 더빙을 만드냔 말이다.. ㅡ,.ㅡ;; (에이트맨)
이 정도의 천재성이라면 전업 유튜브질만으로도 먹고 살 자격이 있어 보인다.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0/12/11 08:32 2020/12/11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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