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숫자를 표현하는 방식

20세기 중반에 컴퓨터가 아직 진공관 기반으로 만들어지던 시절에는 전기식이 아닌 전자식으로 바뀐 것뿐만 아니라 10진법 대신 순수 2진법을 사용하기 시작한 게 큰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그게 더 기계 지향적이고 직관적인 설계이기 때문이다.

이건 사람으로 치면 별도의 교육을 통해 암산 때 머릿속에서 아라비아 숫자 대신 주판알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아라비아 숫자는 문자로서 실용적인 기능도 겸하려다 보니, 숫자의 본질과 연산에 직관적으로 대응하는 체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주판법에는 선주법과 후주법이 모두 존재한다. 이건 컴퓨터에서 big/little endianness와 거의 동일한 개념인 것 같다.

2. 색공간과 실제 공간

우리가 사는 현실의 공간은 길이· 너비· 높이라는 xyz 세 축, 즉 3차원이라고 여겨진다.
그런데 우리에게 시각을 인지시켜 주는 색이라는 것도 어떤 형태로 축을 나누든.. RGB건 HSL이건 CMY건 결국 3개의 축으로 이뤄진다는 게 시사하는 바가 커 보인다.
가령, 색에서 hue라고 불리는 빨주노초~파남보 요소는 가시광선 파장의 차이라는 1차원 축으로 변별된다. 하지만 채도(S)와 명도(L)는 또 다른 차원의 변수라는 것이다.

컴퓨터의 그래픽 카드에서는 RGB 각 축에 대해 8비트의 정보량을 부여해서 총 2^24, 1600여 만 가지 색상을 제공하곤 하는데, 정작 1픽셀의 크기는 3바이트 24비트가 아니다. 컴퓨터가 처리하기 편한 단위인 4바이트 32비트 단위를 사용하며, 나머지 남는 8비트에다가는 픽셀의 알파 채널 정보를 넣곤 한다. 이건 여러 이미지를 부드럽게 합칠 때 활용된다.

알파 채널은 색깔을 나타내는 축 자체는 아니지만 색의 표현과 관계 있는 정보이다. 이걸 포함한 pixel format을 RGBA 구조라고 한다. 하지만 Windows의 GDI API는 1980년대에 개발되었으며, 픽셀에서 상위 8비트를 팔레트 등 독자적인 다른 용도로 이미 사용하다 보니 훗날 알파 채널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 역할은 GDI+ 등 후대의 API가 계승하게 됐다.

RGBA라는 개념은 물리학에서 XYZ 공간 세 축에다가 시간을 더한 XYZT 4차원과 뭔가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것도 기하학적 의미에서 정확한 4차원을 말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하긴, 생각해 보니 3차원 컴퓨터그래픽에서는 픽셀마다 알파 채널이 아니라 Z buffer 값이 부가 정보로 들어가기도 한다.

3. 구 그리기

중고교 미술 시간에는 4B 연필 한 자루 들고 스케치북에다가 구를 그리는 데생(?) 실습을 해 보고.. 이과 나와서 컴공 전산을 전공한다면, 구 렌더링 정도는 C 코딩으로 저수준부터 뚝딱뚝딱 짜 봤으면 싶다.
둘이 매우 훌륭한 대조가 되리라 생각된다~! 후자의 경우, 구를 렌더링 하라고 openGL 셰이더 명령 한 줄 던져주고 끗~~이 아니라, 저 모든 픽셀의 RGB 값을 직접 계산해서 구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인이 직접 그리거나 생성한 그림이 아니니 오해하지 말 것! ㄲㄲㄲ)

이 픽셀이 구의 영역에 포함돼 있는지, 있다면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구의 방정식으로부터 구하고, 광원으로부터는 거리가 얼마나 되고 빛과 면이 접하는 각도가 어찌 되는지.. 최종적으로 밝기가 얼마가 돼야 하는지를 직접 공식 집어넣어서 계산으로 구한다는 뜻이다.

그림자까지 생각하면 일이 너무 어려워질지 모르니 필수가 아닌 옵션으로 남긴다만, 구 자체만이라도..;;
그럼 이 엄청난 계산을 실시간 애니메이션 수준으로 해내는 오늘날 PC와 폰의 그래픽 카드들이 얼마나 대단한 물건인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론 공부 잉여질 체험을 회사 취업한 뒤에 직장에서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취업 목적 코딩 학원에서 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아직 학생일 때 학교에서 해야지...!!

4. AI

요즘 아시다시피 AI니 머신러닝이니 하는 분야가 아주 각광받고 있다. 현실에서의 문제의 목표와 input/output을 머신러닝 라이브러리가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고,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결과물을 얻는 건 확실히 학교에서 맛보기로나마 가르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연어 처리라든가 영상에서 뭔가를 인식하기, ‘관련 추천 아이템 제시’ 같은 분야에서 요즘 AI들은 정말 눈부시게 똑똑해지고 기술이 발달해 있다.
개인적으로 좀 개발됐으면 하는 AI는 “문자열을 보고 폰트 종류 판별하기”, 그리고 “넓은 군중 사진을 보고는 여기에 사람이 몇 명이나 있나 추산하기”이다.

요즘은 AI를 통해 없는 정보를 유추해 내서 흑백 사진도 컬러로 얼추 복원하고, 흐릿한 영상을 선명하게 바꾸기도 한다. 그런 계산 능력이면 폰트 종류 유추는 말할 것도 없고, 이런 획이 요런 모양이었으니 다른 글자는 요런 모양이어야 하겠다는 것까지 유추를 못 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한글이나 한자 같은 폰트를 만드는 일이 노가다가 줄어들고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군중 사진에서 머릿수 카운트도.. 쉬울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어려울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절대 아닐 것이다. 이를 응용하면 사진에 찍힌 쌀알이나 콩알 개수를 세게 할 수도 있다.

지금 Google 검색은 영어는 정말 사람 말을 알아듣고 인간의 두뇌 활동을 어느 정도 흉내 내는 경지에 도달해 있다. 경악스럽게 그지없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영어 자막을 자동 생성하는 걸 보면.. 어지간한 음성은 다 정확하게 알아듣는다.

여주인공이 격투를 벌이는 어느 첩보 영화의 제목을 까맣게 잊어버려서 “2017 female spy movie”라고만 쳤는데.. 우와, 저것만 토대로 Atomic Blonde라는 영화를 딱 정확하게 알아 맞히려면 도대체 저 영화의 특성을 어디까지 다 파악하고 있어야 되는 걸까..?
정말 외계인을 고문하는 기업이 아닐 수 없다.

꼭 인텔처럼 컴퓨터의 하드웨어 근간인 반도체의 본좌가 아니어도, 마소처럼 소프트웨어의 근간인 운영체제를 꽉 독점하고 있지 않아도 된다. 그 위에서 돌아가는 소프트웨어 내지 웹 서비스 중에서도 억 소리 나는 기술을 개발할 것들이 저렇게 넘쳐난다.;;

5. 암호 해독과 번역

난해한 수수께끼 암호를 풀기 위해 과거에는 언어학자가 동원되었다. 뭐, 보이니치 문서라든가 롱고롱고 문자, 로제타석처럼 인간이 만든 난해 정보를 해독할 때야 당연히 해당 지역의 고대 언어를 아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군사 내지 보안 암호는 인간이 아닌 기계가 생성하다 보니 언어적인 요소가 전혀 동원되지 않으며, 오로지 수학자의 직관만이 필요하다. 2차 세계 대전 때 앨런 튜링이 독일군 에니그마 암호를 풀 때 딱히 독일어 지식이 쓰이지는 않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기계번역도 이와 비슷한 맥락의 변화를 겪고 있다. 기계번역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입력 언어나 출력 언어의 전문가 내지 언어학자가 동원되지 않는다. 그냥 전산학자, 데이터 과학자, 머신 러닝 전문가가 동원된다.
취급하는 언어의 고유한 특성은 기계번역 시스템의 동작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굉장히 섬뜩한 점이다. 기계가 자연어든 암호문이든 언어 데이터를 취급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다.

6. 다중 상속

객체지향 패러다임에서 다중 상속이라는 걸 생각해 보자. 클래스가 기반 클래스를 하나만 두는 게 평범하고 일반적이고 권장되는 반면, 얘는 좀 특수한 상황에서 "논란과 무리수를 감수하고라도 둘 이상 갖는 것"이라는 특성이 있다.

이걸 인생에다가 투영해 보면 좀 뜬금없는 얘기지만 일부다처...;; 내지 복수 국적과 비슷한 것 같다.
C++에서 다중 상속을 지원해 봤는데.. 이건 좀 아니다 싶었는지 후대의 객체지향 언어들은 생짜 다중 상속은 금지하고, 데이터 멤버가 없는 인터페이스에 대해서만 복수 구현을 허용했다. class A extends B implements C,D,E처럼 말인데.. 이건 일부일처다첩-_-;;;처럼 들린다.

우리나라는 조선은 말할 것도 없고 일제 시대와 대한민국 초기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일부다처체는 아니지만 첩이라는 게 관행적으로 있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 박 정희 때 사회 구조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면서 공무원들부터 첩을 두는 게 금지되었고(있으면 직장에서 징계=_=), 완전한 일부일처제가 자리잡았다.

이게 대놓고 불륜을 조장한다기보다는.. 전근대 시절엔 지금처럼 미혼 여성이 혼자 돈 벌고 사회 생활을 하는 게 도저히 가능하거나 용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로 필요하기 때문에 작은 마누라라는 게 존재했었다.

이런 결혼 말고 복수 국적도.. 나라마다 허용되는 정도가 케바케이고 우리나라는 징병제 병역 때문에 더 민감한 측면이 있다. 자기 원래 국적을 유지한 채로 외국의 영주권을 취득할 수는 있지만 완전히 시민권, 국적을 취득하는 건 또 별개의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대한민국 땅에 있을 때만은 한국 국적만 행사해야 한다는 각서를 쓴 뒤에 외국인의 복수 국적 취득을 허용한다.

국적 말고 이중학적, 이중인격 이런 건 명백하게 비정상일 것이다. =_=;;

Posted by 사무엘

2022/04/18 08:33 2022/04/18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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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dows 운영체제에서 제공하는 GUI용 컨트롤 중에는 애니메이션 컨트롤이라는 게 있다. 이것은 명령 버튼이나 에디트 컨트롤, 리스트 및 콤보 박스처럼 Windows 1.x 시절부터 있었던 완전 native가 아니고, 1990년대 중반에 운영체제가 32비트로 갈아 타던 95/NT 3.5 시기에 도입된 '공용 컨트롤'에 속한다. 즉, 도구모음줄, 리스트뷰 컨트롤, 트리 컨트롤, 진행 상황(progress) 표시 컨트롤, 슬라이더와 같은 급이다.

애니메이션 컨트롤은 컴퓨터가 무슨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작업 중임을 간단한 '움짤'을 통해 사용자에게 시각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역할을 한다. 즉, progress 컨트롤과 같이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그 작업의 소요 시간이 굉장히 길거나 언제 끝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애니메이션이 더욱 유용해진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눈요기 이상으로 컴퓨터가 지금 내부적으로 하는 작업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를 사용자에게 상징적으로 일깨워 주는 효과도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탐색기에서 파일을 복사 중일 때 종이가 이쪽 서류가방에서 저쪽 서류가방으로 날아가는 모습
  • 삭제 중일 때 종이가 날아가면서 인수분해-_-되는 모습
  • 다운로드 중일 때 지구본에서 사용자의 컴퓨터로 종이가 날아가는 모습
  • 디스크 조각 모음을 실행할 때, 흩어졌던 건물 블록들이 짠~ 다시 한데 조립되는 모습

등이 좋은 예이다.
Windows 8 이후로 등장한 그 뱅글뱅글 돌아가는 동그라미들, 슉~ 중앙에 나타났다가 다시 슉~ 사라지는 동그라미들도 당연히 애니메이션에 속한다. 단, 얘들은 내부 작업의 의미를 시각화하는 건 없고 그냥 기하학적인 눈요기가 전부라 하겠다.

그럼 이 애니메이션 컨트롤은 어떤 형식의 파일을 사용할까?
컴퓨터 GUI에는 복잡한 코덱으로 디코딩해야 하는 전문적인 멀티미디어 동영상 말고, 그보다 가벼운 '움짤' 애니메이션 데이터라는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자동차에다 비유하면 버스보다 작은 승합차 정도에 대응할 것 같다.

  • 전문 동영상에 비해 파일 구조가 훨씬 더 단순하고, 프레임 크기는 작은 편이다.
  • 16/256색 같은 저색상도 지원한다. 저색상은 각 프레임을 무손실 압축으로 저장한다.
  • 오디오는 지원하지 않는다. 그 대신 투명색· 알파 채널을 지원한다. 영화 같은 전문 동영상에서는 이런 개념이 반대로 전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의 애니메이션이라든가 심지어 마우스 포인터의 애니메이션도 딱 이런 범주에 든다.
한때는 이런 움짤 저장용으로는 플래시(swf) 아니면 애니메이션 GIF가 널리 쓰였다. 그러나 플래시는 기능이 너무 많이 추가되면서 플레이어 런타임도 너무 무거워졌고.. 또 결정적으로 2010년대 중반부터는 완전히 퇴출됐다. gif야 뭐.. 256색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구닥다리일 뿐이고..

1990년대엔 오토데스크 사에서 개발한 flc/ fli라는 파일 포맷도 전문 동영상이라기보다는 애니메이션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심지어 Windows 매체 재생기의 초창기 버전이 재생을 지원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얘 역시 개인적으로는 실제 파일을 본 적이 전혀에 가까이 없으며, 소리소문 없이 듣보잡으로 전락하며 묻혔다.;;

Windows에서는 *.ani라고 애니메이션이 들어간 마우스 포인터 파일도 지원하긴 했지만.. 얘는 일반적인 비트맵이 아니라 아이콘에 대한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담을 수 있는 그림에 대한 제약이 크다.
그러니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2010년대가 돼서야 png에다가 애니메이션이 추가된 apng, 그리고 jpg의 대체제로 개발된 webp에다가도 애니메이션이 추가된 Animated WebP가 뒤늦게 각광받는 중이다.

하지만 Windows 애니메이션 공용 컨트롤은 처음 도입되었던 1990년대 중반 이후로 시간이 완전히 정지한 채 시대에 너무 뒤쳐져 있다. 저런 최신 기술들을 전혀 지원하지 않고 오로지 avi만 지원하는데.. 제~~~일 단순하고 원시적인 run-length (RLE) 방식으로 압축된 256색 이하의 색상 영상만을 받아들인다.

얘의 디코딩 난이도를 이미지 파일 포맷에다 비유하자면, GIF에도 못 미치고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PCX급밖에 되지 않는다.
저색상 기반답게 color key 기반으로 투명색 처리도 지원하긴 하지만.. 그럴 거면 gif라도 좀 지원할 것이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애니메이션 컨트롤은 왜 이렇게 허접하게 설계된 걸까? 전문적인 동영상 재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며, 탐색기에 들어가는 자그마한 애니메이션을 재생할 정도로만 극도로 최소주의 최적화 정신에 입각하여 기능이 구현됐기 때문이다.

1994~95년이면 모자이크나 넷스케이프 같은 WWW 기반 그래픽 웹브라우저가 이제 막 만들어졌던 시절이고, 386~486에 램 겨우 4~8MB급 컴퓨터로는 JPG는커녕 GIF 디코더를 돌리는 것도 다소 부담스러웠었다. 또한 그림판조차 BMP와 PCX 이외의 파일 포맷은 읽고 쓰는 걸 지원하지 않았었는데 GIF를 운영체제의 공용 컨트롤이 지원할 거라고는 전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땐 그랬다 치지만 지금까지도 애니메이션 컨트롤이 너무 빈약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그래서 이제는 탐색기 같은 운영체제 셸조차 애니메이션 컨트롤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공용 컨트롤이란 게 원래는 셸에서 쓰던 물건을 보편적인 컴포넌트로 확장한 것이었는데 이건 참 아이러니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요즘이야 탐색기에서 파일을 복사할 때는 전송 속도 그래프가 종전의 애니메이션을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저 그림에서 보듯, Vista인가 7까지만 해도, 뭔가 서류 갈은 게 복사본이 짠~ 생기는 걸 형상화한 애니메이션이 떴었다. 파일을 삭제할 때도 비슷한 컨셉의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은 딱 봐도 알겠지만 Windows 9x 시절 같은 16~256컬러 나부랭이의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그리고 그건 애니메이션 공용 컨트롤로 재생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파일 내용을 표시하는 제일 중요한 부분조차 Windows 7의 탐색기부터는 리스트뷰 컨트롤을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단, Spy++로 확인해 보면, 트리 컨트롤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음. 외형을 많이 마개조해서 말이다.
반대로 Visual Studio는 먼 옛날 6.0 시절부터 지금까지.. 프로젝트/리소스 view에서 트리 컨트롤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 단적인 예로 트리 구조에서 ctrl+클릭으로 multiple selection이 동작하는 건 공용 컨트롤에서 전혀 지원되지 않는 기능이다.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상이다.
Windows 95 이후로 지금은 셸의 GUI와 공용 컨트롤 사이의 격차가 너무 많이 벌어져 있다.
9x 시절엔 작업 표시줄(taskbar)에 표시되는 각종 프로그램들 제목이 '탭 컨트롤'로 구현돼 있었다는 거 아는 분 계시려나.. 하지만 얼마 못 가.. 아무리 늦게 잡아도 XP때부터는 뭐 없이 당연히 자체 구현으로 바뀌었다.

Windows 10부터는 절대 안 바뀔 것 같은 메모장도 큰 파일의 로딩 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n 같은 줄 바꿈 문자 처리도 개선됐다.
에디트 컨트롤 같은 그 극도의 고인물 썩은물 코드도 마소에서 마음만 먹으면 개선될 수 있다. 그런 것처럼 시대 추세의 변화에 따라 애니메이션 컨트롤도 좀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애니메이션 컨트롤과 관련된 기술적인 여담을 몇 가지 늘어놓으며 글을 맺도록 하겠다.

(1) 비트맵, 아이콘 따위는 응용 프로그램에서 자주 쓰이는 물건이다 보니 RT_BITMAP, RT_GROUP_ICON 같은 번호 기반의 표준 리소스 포맷도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쓰이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낮다 보니 표준 리소스 포맷 번호가 제정돼 있지 않고, 그냥 "AVI"라는 포맷 문자열만 제정돼 있다. 거의 폰트(RT_FONT) 급으로 마이너하지 싶은데 말이다.

(2) 애니메이션 컨트롤은 전통적으로 백그라운드 스레드를 사용해서 애니메이션을 출력했는가 보다. 그리하지 않고 UI 스레드와 동일한 스레드에서 타이머만 사용해서 출력하게 하는 옵션은 ACS_TIMER라고 따로 있었는데..
Windows XP에서 도입된 공용 컨트롤 6에 들어간 애니메이션 컨트롤은 스레드 기능이 완전히 삭제되고 언제나 타이머 기반으로만 동작하게 됐다.

뭐, 애니메이션을 출력할 만한 상황이라면 작업은 어차피 백그라운드 스레드에서 진행되고 있을 것이고, UI 스레드는 당연히 살아 있어야 한다. UI 스레드가 응답 없이 block돼 있는데 애니메이션 컨트롤이 별도의 스레드로 혼자 살아서 UI 쪽에 접근하면.. 응답을 못 받고 같이 멎어 버리는 deadlock에 빠질 것이다.
애니메이션 컨트롤은 성능과 안정성 같은 요인을 감안해서 멀티스레드 기능을 빼 버린 것으로 보인다.

(3) progress 컨트롤은 공용 컨트롤 6 시절부터 marquee 애니메이션을 출력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즉, 전체 작업량을 예측할 수 없어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할 때.. 프로그램이 작업 중이고 뻗지 않았다는 사실만 알려주는 뱅글뱅글 애니메이션 말이다.
요것만으로도 별도의 애니메이션 컨트롤을 사용해야 할 필요를 많이 줄여 주긴 했다. 완전히 대체해 버린 건 당연히 아니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22/04/04 08:35 2022/04/0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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