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음악 교과 교육과정을 살펴보면.. 초딩 시절부터 '음악 감상' 명목으로 여러 클래식이 소개되는 게 있다.
뭔가.. 악보를 보면서 실제로 부르는 동요 부류의 곡은 인게임 3D 영상이고, 음악 감상은 컷씬처럼 미리 렌더링된 더 고화질 동영상 같다는 생각을 본인은 오래 전부터 해 왔다. ㄲㄲㄲ
물론, 요즘은 컴터가 성능이 워낙 좋아져서 컷씬까지도 게임 엔진의 실시간 동영상으로 구현하는 경우가 늘었다지만 말이다.

30여 년 전, 본인이 초딩이었던 시절엔.. 이런 것들이 초등 레벨의 감상곡이었다.

  • 크시코스의 우편마차(1895년경): 아주 경쾌하고 무난하고 인지도도 높은 그 곡이다. 게임 BGM으로도 좋고, 작곡 취지를 감안하여 각종 열차의 출발 BGM으로도 적당해 보인다.
  • 라데츠키 행진곡(1848): 역시 너무 유명해져서 식상해졌다는 단점 하나만 빼면 승전 개선용 행진곡으로서 굉장한 고퀄이다.
  • 스케이터 왈츠(1882): 8비트 고전 게임 '남극 탐험'의 BGM으로 흘러나온 그 곡이다.
  • 헝가리 무곡 제5번(1870년대): 무곡인지 춤곡인지 우리말 번역이 좀 헷갈린다. 춤곡이라지만 3박자는 아니고 4박자 계열이다. ('젓가락 행진곡'도 제목과는 달리 왈츠풍의 3박자..)
  • 왕벌의 비행(1900): 벌들의 붕붕 소리를 현악기로 굉장히 재치 있게 묘사한 곡이다.
  • 페르시아의 시장에서(1920): 작곡자가 무슨 동기와 영감으로 이런 곡을 만들었나 의문이 드는 흥미로운 곡이다.

그 중 일부는 피아노 학원에서 소곡집 악보로 접하기도 했다.

이런 곡들도 처음엔 관현악 오케스트라용이다가 나중에 양손 피아노 연주 편곡 버전이 따로 나오는 편인데.. 이건 컴퓨터 프로그램에다 비유하자면 영락없이 포팅에 해당하는 셈이다. PC용이다가 모바일용, Windows용에 이어 mac용처럼 말이다. ㅡ,.ㅡ;;

그런데, 이런 곡들은 무슨 200년 이상 전(1800년대 초)의 옛날 곡은 아니고, 대체로 19세기 후반 ~ 20세기 초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클래식 중에서는 끝물에 해당하는 시기인데..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들도 대부분 이 시기 곡이다. 이 벨 에포크 시절이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예술도 엄청나게 발전한 시기였던 것 같다. 서양은 어째 과학 기술뿐만 아니라 예술까지 어째 이렇게 앞서가서 세계를 석권했던 걸까..?

그러다가 20세기 초중반, 특히 세계대전 전간기엔 뭔가 다다이즘 의식의 흐름, 정줄놓, 격식 파괴 형식 파괴 같은 트렌드가 문학, 음악, 미술 등에 골고루 팽배했던 것 같다. 그 전까지 주류이던 뭔가 고전주의? 이런 건 확실하게 끝났다.
문학계엔 그 이름도 유명한 이 상 같은 사람이 있었고, 음악에서 4분 33초로 유명한 존 케이지, 그리고 미술에서 아무렇게나 휘갈긴 추상화를 개척한 잭슨 폴록..

이 두 사람이 1912년생 동갑인 건 참 의미심장한 것 같다. (이 상도 1910년생으로 비슷한 연배이고)
이런 사람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때는 초딩을 넘긴 중딩 시절이었다.
참혹한 1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인간성의 상실에 대해 너무 충격을 받아서 예술 트렌드가 바뀌어 버린 것일 수 있다. 거기에다 녹음기와 카메라의 등장도 영향을 줬지 싶다.

2차 대전까지 끝난 뒤의 예술 트렌드는 확실하게 '현대'라고 불린다. 그러니 음대에서도 클래식과 실용 음악의 구분이 따로 생기게 됐다.
단순히 음반 많이 팔고 빌보드 차트 진입을 노리는 상업적인 세속 음악이 아니고 클래식도 아닌 순수 예술(?)로서 현대 음악은.. 뭐랄까 음계도 기존 체계를 벗어나서 미분음을 넣고, 공연 중에 피아노 뚜껑을 닫거나 심지어 피아노를 때려 부수기도(!!) 하면서 더 추상적이고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가 보다.

아, 1970~80년대부터는 전자 악기라는 게 등장하면서 인간이 원하는 음색은 무엇이건 실물 없이 마음대로 합성해서 음악에다 집어넣는 게 가능해졌다. 이것도 과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음악 트렌드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참고로 CG는 더 나중인 1990년대부터..)
이제는 미디 규격조차도 악기 구성이 너무 식상하고 낡아서 노래방 반주기 같은 데서나 볼 수 있는 레거시가 됐다고 하는데...

이상이다.
이렇게 시대가 바뀌고 문명의 이기 수준이 달라져도.. 인간의 보편적인 심성과 정서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세월 흐름을 타지 않고 살아남은 고전 명작이라는 게 문학에도 존재하고 음악· 미술에도 존재하는가 보다. 글쎄, 지금은 아직 너무 파격적이고 세월의 검증을 통과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문제작들 중에도 몇백 년 뒤에는 고전으로 기억되는 것이 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고전 음악 중에서 아이들이 학교에서 제일 먼저 접하는 건 클래식의 끝물 정도 장르라는 것이 흥미롭다.
그때 접했던 클래식곡을 몇 개 더 소개하며 글을 맺도록 하겠다.

(1) the whistler and his dog (1913)
개 짖는 소리와 휘파람 소리가 나오는 곡. 오랫동안 곡명을 몰랐는데 끈질긴 검색을 통해서 출처를 알아냈다.
1990년대 초에 나우정밀 무선 전화기(휴대전화가 아니라ㅋㅋㅋㅋㅋ) '바텔'의 CF에서 콜리 강아지와 함께 BGM으로 흘러나와서 유명세를 탔었다.

(2) the syncopated clock (1945)
똑딱똑딱 시계 소리 나오는 유~~명한 곡이다. 다들 들어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악기 편성은 클래식 같은데 음악이 아닌 사운드 이펙트가 들어가기 시작한 게 20세기쯤인 것 같다.

(3) the waltzing cat (1950)
개 다음으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오는 3박자 왈츠풍의 곡이다. 처음엔 G장조이고 중간에 C장조 조옮김도 했다가 G로 돌아온다. 저 (1)과는 작곡자와 작곡 시기가 생각보다 많이 차이가 나는 별개의 곡이구나.
피아노 소곡집에 실려 있는 ‘고양이 춤’과도 무관하니 헷갈리지 마시라. 사실 그 곡은 애초에 작곡자나 정확한 제목이 몽땅 정체불명이다. ㄲㄲㄲㄲㄲ

(4) the three little pigs: who's afraid of the big bad wolf (1933)
얘는 월트 디즈니에서 1933년에 내놓은 ‘아기돼지 삼형제’ 애니메이션의 OST이며, 심지어 가사도 있다. 그런데 내가 기억하는 건 저 정도까지 옛날은 아니고 약간 현대적인 오케스트라 풍으로 편곡된 곡인데, 그건 유튜브를 아무리 뒤져도 음원을 못 찾겠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말려고 했는데 말이다.
검색을 해 보니.. 난 “재미있게 놀자 vol 1: 0세에서 즐기는 명곡”이라는 1980년대 정체불명 컬렉션 음반을 들었던 기억을 지금까지 늘어놓고 있었다!! 곡들의 수록 순서를 보니 저게 틀림없다. (☞ 링크 1, 링크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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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정사각형 모양인 걸 보니 CD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고 LP 레코드이다. ㄷㄷㄷㄷㄷ 물론 카세트 테이프 에디션도 있긴 하다.
저게 “상쾌한 아침, 재미있게 놀자, 고요한 꿈나라로” 이렇게 나름 컬렉션이 있다. 다들 1900년대 곡인 걸 생각하면.. 막 옛날 클래식이 컨셉인 것도 아니다.
그런데 아무리 1980년대 상품이라지만 와, 글자 폰트를 보면 영락없이 북한 물건 같다.ㅠㅠ

Posted by 사무엘

2024/01/16 08:35 2024/01/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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