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1) 현대 왕회장은 경부 고속도로 건설하던 시절에, (현대건설)
하늘이 두 쪽 나는 한이 있어도 완공 기한을 무조건 맞춰야 하는데 하필 재수없게 제일 어려운 대전-대구 옥천 터널 구간을 맡았다.
육중한 돌산에다가 터널 하나를 못 뚫어서(옥천 당재터널) 인부들이 사고로 죽어 나가고, 나중엔 무섭다면서 작업을 거부하고 포기하고 나가는 지경이 됐다.

그는 결국은 기업 이윤을 포기하고 훨씬 더 비싸지만 더 빨리 굳는 시멘트를 전격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걸로 시간 더 벌어서 공사 기간을 간신히 맞추고 제때 완공했다.
경부 고속도로는 개통식 3시간을 앞두고 전구간 차선 도색을 간신히 끝냈다고 한다.

(2) 왕회장은 1977년쯤.. 고유모델 포니 개발하는 걸 포기하라는 미국 대사의 회유를 거절했다.
나중에 1980년대엔 자체 엔진 개발 따위 때려치우라는 일본 미쓰비시 측의 회유를 거절하고 이 현순 박사의 편을 끝까지 들어 줬다.

물론 돈 버는 기업의 입장에서 모든 걸 고지식하게 다 자체개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저 두 과감한 결정은 원천기술이라는 걸 만들고 오늘날의 현대 자동차를 있게 한 선견지명이 됐다.

(3) 그리고 현대 왕회장은 1981년경엔 정말 뜬금없이 스포츠 외교대사가 돼서 서울 올림픽 유치를 이끌어냈다. 세계 각국이 일본 나고야가 이기는 건 너무 당연하고 "몇 표 차로 이길까?"를 갖고 내기를 했던 시절에 말이다.

나고야가 막 돈지랄 선물 공세를 하면서 방심할 때 이 사람은 감성 마케팅을 했다. 꽃바구니를 손수 돌리고, 호텔 입구와 엘리베이터에서부터 울나라를 홍보하고, "이 시국에 코리아 같은 개발도상국에게 기회를 부디 한번 주세요" 그렇게 정말 겸허하고 공손하게 처신하면서 IOC 위원들 마음을 움직였다.

그 어떤 역경 속에서도 자기 회사 물건을 팔려고 "불가능이란 없다" 이렇게 뛰는 영업맨의 자세가 아니었을지..?? 그게 52:27 "쎄울~~" 바덴바덴의 기적을 만들었다.

어디 그뿐이랴, 현대와 스포츠의 인연을 말하면서 양궁을 빼놓을 수는 없다.
우리나라 엘리트 체육이 수영은 박 태환, 피겨는 김 연아, 마라톤은 옛날에 이 봉주.. 이렇게 극소수 1인 천재 독주 위주인 반면, 양궁은 그렇지 않다.

저기는 양궁의 박 태환, 양궁의 김 연아 같은 괴물들이 그냥 우글거린다. 지금의 올림픽 국대가 다음 올림픽 국대에 다시 선발된다고 절대 장담을 못 한다.
양궁에다 후원을 잔뜩 하면서 이런 인재풀을 만들어 놓은 일등공신도 바로 현대 정 주영 가문이었다.

이거 뭐 온갖 분야에서 신화를 만들었구나.
내가 아는 일화만 이 정도이고.. 그 밖에 조선소 건립이나 해외 중동 건설과 관련해서 생겨난 일화나 기적은 알지도 못한다.
그랬던 사람이 1992년 대선에 한번 출마했었고.. 쌍팔년도 시절에 유행했던 개그인 최불암 씨리즈에도 개그 캐릭터로 등장한다. (최불암과 절친이었다고 함)

1998년에는.. 뭔 바람이 들었는지 북한으로 울트라리스크... 아니, 진짜 소몰이를 했다.
이러니 우리나라에 대기업 총수, 재벌은 여럿 있지만 저 사람이 왕회장이라고 불리는가 보다. 저 사람이라면 그럴 자격이 있는 것 같다. "이봐, 해 보기는 했어?"라고 말할 자격이 되는 것 같다. =_=;;

※ 삼성

삼성, 특히 예전 이 건희 회장 시절의 삼성은 이것저것 여러(모든)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보유하려고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무리수를 감행해서라도, 그게 언제나 실용적인 결과를 내지는 않았더라도 말이다.

“현대에서는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전, 반도체, 컴퓨터를 만들면서(그 당시 현대전자) 또 자동차도 만드는데 우리는 왜 자동차를 못 만드냐?”
이러면서 한때 자동차 제조에 손을 댔었다. 저 사람이 개인적으로 엄청난 기계덕 차덕이기도 했으니..

그리고 컴퓨터 쪽이야 메모리 반도체에 정말 과감하게 투자했던 건 말할 것도 없고,
어째 소프트웨어 개발팀을 잘 꾸려서 1990년대에 훈민정음이라는 워드 프로세서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하긴 삼성 소프트웨어 멤버십도 꽤 옛날부터 있었지?

도스 시절부터 워드를 꾸준히 개발해 왔던 한컴조차도 Windows로 갈아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초창기 아래아한글 3.0 시절엔 삽질이 많았다.
하물며 워드를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던 기업에서 무려 1992년에 도스가 아닌 처음부터 Windows용으로 그 정도 규모의 소프트웨어를 밑바닥부터 뚝딱 만든 건 엄청난 기술력의 산물이었다.

특히 훈민정음 95는 동시대의 아래아한글 2.5 확장팩처럼 엄청난 글꼴과 클립아트 데이터에다가.. HTML 문서 지원 어쩌구 하면서 당대에 뜨는 기술 트렌드도 엄청 많이 참고해서 개발됐었다.

그런데 개발팀이 Windows 표준 GUI 가이드라인은 참고하지 않았는지 ‘도움말’ 메뉴라는 게 없고, 메뉴 설명이 프로그램 제목 표시줄에 표시된다거나.. 삽입/겹침, 한/영 상태를 빨간색 caret으로 표시하는 식으로 좀 특이한 UI 피드백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프로그램 전반적인 디자인이 워드 프로세서보다는 DTP에 가까운 컨셉으로 설계된 느낌이었다.

훈민정음은 아래아한글과 MS Word에 밀려서 오래 전부터 시장 경쟁력을 잃었지만, 이 건희 회장이 오랫동안 애착을 갖고 개발팀을 유지시켰다…고 난 들었다. 자체 워드 프로세서 엔진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야 된다고 말이다.
다들 아시다시피 무려 2014년이 돼서야 훈민정음을 사내에서도 완전히 퇴출시키고 사용을 중단했다.

으음.. 지금 훈민정음 같은 존재가 된 건 타이젠 OS이려나? 이것도 협력사들이 다 빠져나가고 삼성 스마트 가전에만 탑재되는 전용 물건처럼 됐다. 그래도 운영체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하고 만든 노하우가 어딘가에 쓰이기는 할 것 같은데 말이다.
 
내가 딱히 삼성맨은 아니지만 삼성에 대해서 불현듯 이런 기억이 떠오른다.
쟤들이 지금처럼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를 석권하기 전엔 아담한 Windows용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고, 애니콜과 옴니아를 만들기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옛날에 한컴 vs 마소 이러던 것이 지금은 네이버 vs 구글, 삼성 vs 애플.. 이런 구도로 바뀐 느낌이다.
더 옛날 금성 패미콤 vs 삼성 SPC-100은 브리사 vs 포니 같은 골동품인 건지?

(1) 천지인 한글 입력 방식은 잘 알다시피 삼성전자 직원의 사내 발명에서 유래됐다. 무려 1994년작으로, 일본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QR 코드라는 게 발명됐었다~!
1988년엔 한국의 의사가 V3을 만들었고 일본 의사가 LHA를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짝을 이룬다.

(2) 물론 요즘 산업계는 돈 안 되고 승산 없는 분야는 빨랑빨랑 접고 손 떼고, 자기 전문이 아닌 기술은 그냥 사서 쓰는 게 대세이다. 기업들 트렌드가 옛날 같은 독점보다는 개방으로 바뀌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마소에서는 모바일 OS를 완전히 접었고, LG전자는 스마트폰을 완전히 포기했다.

Posted by 사무엘

2024/07/17 08:35 2024/07/1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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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삼성맨들은 다루고 지내는지 모르겠다만.. 우리나라에는 아래아한글과 MS 워드 다음으로 훈민정음이라는 워드 프로세서가 있다.

아래아한글이 대한민국의 도스용 워드 프로세서 시장을 석권하기 전,
도스 시절엔 보석글, 하나-_-, 신사임당, 심지어 21세기 같은 전설의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이런 건 컴퓨터 old timer라면 다들 기억할 것이다.

허나 Windows로 가면 어떨까? 윈도우용 아래아한글이 출시되기 전인 1990년대 초중반엔 아리랑, 글사랑, 파피루스 등 다양한 윈도우 3.x용 국산 워드 프로세서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삼성 전자에서 개발한 훈민정음도 그 중 하나였다.

아리랑: IT 벤처 핸디소프트에서 개발. 사장이 아마 카이스트 출신이었을 거다.
글사랑: (김사랑이 아님 ㄲㄲㄲ) 글꼴 개발로 유명한 휴먼컴퓨터에서 개발. 문방사우라는 DTP 프로그램을 개발한 기술도 있는 곳이니까..
파피루스: 한메 타자 교사와 한메 한글을 만든 한메소프트에서 개발. 나름 한글 처리 쪽 기술이 있는 업체이다.
훈민정음: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야, 우리나라에 그런 제품도 있었어요?” / “네, 있었습니다.”
물론 얘네들은 윈도우 95와 윈도우용 아래아한글 3.0의 등장을 전후하여 제대로 망하고 진정한 흑역사로 전락했다.. -_-;; 훈민정음을 제외하면 32비트 버전조차 개발되지 못했지 싶다.

심지어 금성(현 LG) 전자도 '윈워드'라는 워드 프로세서를 내놓은 적이 있다는 걸 아시는가? WinWord.. MS 워드의 실행 파일 이름과 동일하다. 하긴, 동일 회사에서 도스용으로 개발한 '하나 워드 프로세서'는, 학교와 관공서에서 정식 채택된 덕분에, 후진 기능에도 불구하고 1990년대 중반까지 살아남았다만, 윈워드는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특히 경쟁사의 제품인 훈민정음과 비교했을 때 말이다. -_-;;

자, 그럼 훈민정음 워드 프로세서 얘기를 더 하겠다.
얘는 나름 1992년부터 개발돼 왔고, 윈도우용 아래아한글 3.0이 나올 무렵엔 4.0대 버전으로 올라갔다.
본인이 가장 가깝게 접한 버전은 바로 4.5이다.
삼성에서 후원이라도 했는지, 1996년도 PC 경진대회 지역(경상북도) 예선 참가자들에게 훈민정음 패키지가 확장팩(각종 글꼴, 클립아트들)까지 통째로 경품 차원에서 배포되었기 때문이다. 득템~

이때는 잘 알다시피 시기적으로 윈도우 95 과도기였기 때문에 프로그램이 16비트용과 32비트용으로 따로 배포되었다. 기능은 거의 동일하지만 16비트용은 4.5 버전이었고, 32비트용은 95라고 불렸다.
아래아한글은 국내 최초+유일의 Win32s 기반 32비트 프로그램으로 개발되었고 MS Word는 연결 고리 없이 95부터 곧바로 32비트로 넘어가 버렸다면, 훈민정음은 나름 16비트와 32비트를 따로 만든 셈. 한 소스에서 별 잡음 없이 두 에디션을 만들 정도로 프로그램을 잘 짰던가 보다.

여담이지만, MS가 역사상 동일 버전의 제품을 16비트와 32비트로 따로 만든 것은 비주얼 베이직 4가 유일했지 싶다. 이는 이 자리에서 자세한 내역을 다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비주얼 베이직의 제품 성격의 특이성 때문으로 추정된다. 비주얼 C++은 그냥 32비트용 4.0과 16비트용 1.52를 묶어서 배포했으니 동일 버전 제품은 아니니까 말이다.
또 덧붙이자면, MS는 Win32s를 만들어 놓고는 정작 자신들은 Win32s 기반 프로그램을 (전혀) 만들지 않았었다.
MS에서 개발한 프로그램 중에 MFC 사용하는 건 극소수인 것과 비슷한 맥락. -_-;;

지속적인 버전업이 되지 못하고 곧 망해 버린 여타 마이너 국산 워드 프로세서들과는 달리, 훈민정음은 삼성 기반이라는 탄탄한 돈줄 덕분에, 상업성을 완전히 상실한 후에도 꽤 오래 살아남았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이 건희 회장이 훈민정음에 애착을 꽤 두고 있었다고 한다. 당장 돈이 안 되더라도 자기 회사가 한글 처리 기술 및 워드 프로세서 개발 기술은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특별한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는데.

IMF 시절, 아래아한글이 MS에게 잡아먹혀서 ㅈ망할 뻔 했을 때(아래아한글 개발 중단 및 소스 인계-_-를 조건으로 MS로부터 자금 투자), 평소 한컴 및 아래아한글의 행보를 비판해 온 사람들은 차라리 이 기회에 아래아한글이 완전히 망해 버리고 훈민정음이 1인자로 등극했어야 했다고까지 말했다. 하지만 동작 방식이 아래아한글과는 완전히 다른 워드 프로세서에 국민들이 과연 그렇게 쉽게 호응과 적응을 할 수 있었을까? -_-

훈민정음은 1990년대 말까지 정음 오피스, 어린이 훈민정음, 남북 통일 워드 프로세서 등 여러 형태가 존재하다가 지금은 스마트폰 앱으로도 나오고 또 정음 Global 같은 솔루션으로도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삼성 컴퓨터에 번들로 공급되지만 패키지 소프트웨어로도 아직까지 나오는 것 같다. 워드 프로세서의 핵심 개발 인력이 넥스소프트로 독립해 나가고, 그 중 넥셀은 지금 완전히 한컴으로 넘어갔을 텐데 아직까지 삼성 내부에 개발팀이 있기라도 한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11/06/15 19:10 2011/06/15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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