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차량의 등판· 회차 요령

Q.
(1) 철도 차량이 급격한 오르막을 오르는 법
(2) 종착역에 도착한 철도 차량이 진행 방향을 돌리는 법 (대칭형 동차가 아닌 기관차+객차형 열차)

철도는 쇠로 된 궤도 위를 쇠바퀴가 구른다는 특성상 마찰이 작다. 그래서 수송 효율이 우수하여 일반 자동차보다 훨씬 더 길고 무거운 대형 차량이 연료를 적게 들이고도 쉽게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특성 때문에 철도는 자동차보다 가감속이 더디고, 경사를 오르는 데도 훨씬 더 취약하다. 또한, 길이 없는 곳엔 아예 가질 못하기 때문에 회차를 할 때도 선로 차원에서의 특별한 메커니즘이 필요하다.

이런 크고 아름다운 덩치와 무게를 자랑하는 철도 차량은 위와 같은 두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자동차에는 없는 대응 방식을 취해 왔다. 그런데, 대응하는 방식의 근본 사상이 서로 비슷한 구석이 있다.

A1. 차량 분리가 필요한 방식

(1) 인클라인: 열차를 한 량씩 별도의 크레인 시설로 끌어올렸다. 한국은 잘 알다시피 영동선 통리-심포리 사이에 딱 한 군데 있었다. 영동선이 갓 개통한 1940년부터 1963년까지 말이다. 아래는 현재까지 전해지는 유명한 사진임.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정도 경사의 기울기가 약 270퍼밀이었다고 한다. x축으로 1km (1000m) 이동하는 동안 y축인 위로 270m를 오르는 기울기라는 뜻이다. 일종의 탄젠트값인데, 각도로 환산하면 15도 정도 됐다고.

이건 철도 차량의 등판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기울기였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기관차+객차형 열차가 무리 없이 버티는 오르막의 기울기는 고작 35퍼밀. 각도로 환산하면 겨우 2도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 시절엔 기관차의 엔진 출력도 지금보다 훨씬 더 열악했을 텐데.

철도를 요 모양으로 만든 덕분에, 당시 영동선은 결국 이 언덕 앞뒤로 쪼개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철도로 통과할 수 없는 철도 구간이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당시의 기술과 자원으로는 길을 이렇게밖에 낼 수 없었나 보다. 어지간한 요즘 버스의 공인 등판능력이 320~400퍼밀 남짓(약 18~20도)이니, 저 구배는 자동차로도 1단 기어가 필요한 만만찮은 코스이다. 아예 30도가 넘어가는 급경사는 4WD 차량 정도나 오를 수 있다.

인클라인은 통과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그 동안 승객은 저기 왼쪽의 행렬에서 보듯, 열차에서 내려서 1km 남짓한 거리를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같이 뒤에서 열차를 민 건 아니고.. 요즘 같았으면 차라리 연계 셔틀버스라든가, 스키장처럼 언덕을 오르는 리프트나 에스컬레이터라도 만들었을 텐데 그 시절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고... -_-;;; 정말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게다가 승객은 그렇다 치고 화물은 어떻게 하려고?

이 악명 높던 인클라인은 이미 반세기 전에 없어져서 아래에서 설명할 루프 터널로 바뀌었다. 1km 남짓한 거리를 8.5km로 우회하여 오른다. 그래도 그렇게 우회하는 게 철도의 입장에서는 훨씬 더 월등히 낫다.

그런데 어째, 철도의 등판 한계인 35퍼밀은 바닷물의 평균 소금 농도와 같은 값(3.5%)이다. 어?? 경부 고속철의 설계 최대 구배도 이 정도이며, 오늘날 지하철이 지상-지하를 오르내리는 구간(대표적으로 뚝섬유원지-건대입구, 남영-서울역 같은) 역시 그 정도 구배라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영동선 옛 인클라인의 구배 퍼밀값 : 일반 철도 차량의 구배 한계 = 사해의 소금 농도 : 일반 바닷물의 소금 농도 = 250~270 : 35 얼추 비슷하다! 세계 지리 상식과 철도 사이의 유사점을 찾아 내는 데 성공했다. ㅋㅋㅋㅋ

(2) 전차대: 턴테이블이다. 열차를 한 량 떼어낸다는 점, 그리고 공간이 가장 적게 든다는 점에서 인클라인과 같은 급으로 분류했다. 옛날 철도 냄새가 물씬 풍기는 시골의 종착역--가령, 과거의 장항 역--에서 이런 시설을 볼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관차만 방향을 바꾸며, 객차는 위치 고정이다.
전차대는 여러 모로 옛날 철도의 유물인 게, 전기 기관차에는 팬터그래프 방식이든 제3궤조 집전식이든, 적용하기가 좀 므흣하다. 왜 그런지는 이유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기차 스핀
을 만든 용자가 있었다. 100톤이 넘는 기관차가 진짜 저 속도로 뱅글뱅글 돌면 그 원심력은... ㅎㄷㄷㄷㄷ 저기 맞으면 바로 끔살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A2. 전진· 후진과 선로 전환이 필요한 방식

(1) 스위치백: 큰 경사를 여러 작은 경사로 쪼개서, 쉽게 설명하자면 Z 자 모양으로 전후진을 반복하며 지그재그로 경사를 오른다. 우리나라는 잘 알다시피 영동선 흥전-나한정-도계 구간에 유일하게 스위치백이 있다.

이 방식은 인클라인보다야 훨~씬 더 나아졌지만, 열차를 몇 번이나 세워야 하고 진행 방향을 바꾸고 선로 전환도 하는 등, 1차원 교통수단인 철도가 수행하기에는 번거로운 절차가 많아서 불편하다. 선로가 끊어지는 곳까지 후진을 하는 건 기관사의 입장에서는 위험 부담이 있는 작업이고, 뒤를 봐 주는 승무원도 필요하다.
그래서 스위치백을 아래의 루프 터널로 대체할 거라고 5~6년 전부터 얘기가 있었지만 2010년 현재까지도 영동선의 스위치백은 건재한 실정이다.

(2) 스위치백과 비슷한 발상으로 열차를 회차하는 방식은 바로 삼각선이다. 간단하다. Y자 모양의 선로에서 전진→선로 전환→후진→선로 전환→전진. 자동차로 치면 수직 T자형 주차와 비슷한 동선이다.
이 역시 주행과 정지를 반복해야 하고 선로가 끊어지는 곳까지 추가 진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덩치 큰 철도 차량에는 위험 부담이 있다.

A3. 루프

(1) 오늘날 대세가 되고 있는 방식은, 마치 나사처럼 경사를 빙글빙글 돌면서 오르는 루프이다(터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로는 똬리굴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열차의 동선이 마치 뱀이 똬리를 동그랗게 튼 꼴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중앙선에는 금교1터널, 죽령 터널이 이 방식으로 건설되어 있다.
건설하는 데 공간이 많이 필요하고 선로의 길이가 길어진다는 흠이 있지만, 열차를 세우지 않고 신속하고 안전하게 통과시킬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2) 회차를 하는 데도 동일한 아이디어가 적용된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응암 순환 구간을 생각하면 바로 이해될 것이다. 루프를 한 바퀴 돌면 자동으로 열차의 방향이 바뀌니 얼마나 좋은가?
부지가 충분히 넓은 일부 철도 차량 기지(지하철 포함)에도 변두리에는 차량을 이렇게 돌릴 수 있는 선로가 존재한다.

Posted by 사무엘

2011/11/08 19:29 2011/11/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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