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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3/30 교육자가 되기 by 사무엘 (1)

교육자가 되기

어느 분야든 제도권의 교육자가 되기란 무지무지 힘들다.
교육자는 자율과 자기 재량이 보장되지, 방학 있지, 생업 전선에 안 뛰어들어도 되고 경기 영향도 안 받는 안정적인 수입 있지, 사고 안 치고 잘 퇴직하면 연금까지 평생 나오지..
그래서 그만큼 이 바닥은 수요보다 공급이 너무 많고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이다.
제자들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하면서 부와 명예를 보장받는 직업이 아무에게나 주어질 수 있을 리가 없다.

1. 초등학교

극소수 사립 학교에 들어가는 걸 제외하면, 사실상 오로지 교육대라는 전용 양성 기관을 거쳐야만 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첫 진입장벽이 높다. 소수정예 합숙 생활, 매우 저렴한 학비, 내부의 폐쇄적인 문화와 텃새 등. 거기서 필터링이 좀 되기 때문에, 교육대생 내부에서의 경쟁은 뒤의 두 분야에 '비해서'는 덜한 편이다.

다만, 언제까지나 '덜하다는' 거지 경쟁이 없다는 건 아님. 교육대 졸업생은 여타 분야와는 달리, 오로지 교사가 못 되면 정말로 사회에서 할 게 없다는 리스크가 더 크다. 어린 초등학생을 지도한다는 특성상, 전공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인성· 전인교육의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는 담임의 비중이 매우 높으며, 영어 같은 일부 특수 과목만 빼고 한 교사가 하루 종일 자기 반의 전과목을 가르친다.)

2. 중등학교(중· 고등학교)

중등학교는 학생의 성적과 진로 지도에 대한 부담이 가장 높은 교육 등급으로, 일단은 사범대 졸업생이 지망한다. 하지만 초등학교와는 달리, 여기는 여타 학과 전공자에게도 길이 열려 있다. 따로 교육 대학원을 나오거나 다른 방법으로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공립 학교 교사 임용에 도전할 수 있다. 그래서 진입장벽이 낮다는 특성상, 중등학교 교사 임용 시험은 정말 최악의 경쟁률을 자랑한다.

임용에서 도저히 합격을 못 하면 결국 기간제 내지 사립 중등학교, 혹은 진짜 사교육인 학원 강사를 생각하게 된다. 1순위만치 안정적이지는 못해도, 초등학교 교사 지망생보다는 선택의 폭이 넓은 편. 사립은 잘 들어가면 공립 이상으로 좋은 직장이 될 수 있긴 하나, 채용 절차가 공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함정이다.

3. 대학 교수

교사와는 달리 교수는 애들을 잘 가르치고 좋은 성적을 내게 하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 아니다. 고등 교육은 학부와 대학원으로 이원화해 있으며, 교수는 평생 논문을 읽고 쓰면서 학문을 업으로 삼는 학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이 바닥은 박사 학위라는 희대의 진입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뽑는 숫자도 교사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너무 적기 때문에 레드 오션의 진정한 종결자 분야라 할 수 있다. 지나친 학력 인플레도 한몫 했고 말이다.

책 읽은 양으로만 승부하는 인문계 지망자라면, 학원 강사나 조교로 눈물겨운 고학 생활을 수 년간 하면서 학계에 얼굴도장 찍고 지도교수에게 잘 보여야 한다.

펀드를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공계 지망자라면 돈 걱정은 인문계보다 상대적으로 덜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름 폐쇄적이고 군기도 존재하는 랩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하며, 권한은 사장이고 하는 짓은 직속 상사 같은 지도교수에게도 잘 보여야 한다. 박사 과정 내내 논문 출판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졸업 후 나중에 교수 채용 때도 날고 기는 쟁쟁한 외국 박사들과 피 튀기게 경쟁해야 한다.
단, 이공계는 취업이 잘 되기 때문에, 굳이 교수가 아니어도 교수보다 더 높은 연봉 받는 대기업으로도 잘 빠진다. 비록 안정성은 교수보다 못하겠지만.

학문적 업적보다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는 예체능 분야는 사회 경력 n년을 박사 학위와 동급으로 쳐서 석사 출신이 교수가 되기도 한다. 아니면 교육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거나.

이공계나 예체능과는 달리, 인문계는 정말 교수가 못 되면 할 게 없는데 교수 자리가 없어서 열악하게 살고 있는 박사들이 문제이다. 그 학력으로 겨우 학원 아니면 시간 강사, 연구 교수 같은 저임금 계약직이 고작이니, 고학력 실업 문제는 어찌 해결해야 좋을꼬?


Posted by 사무엘

2013/03/30 19:29 2013/03/3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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