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교/출학 (징계제적)

* 이 글은 예전에 컨닝에 대해 썼던 글과도 좀 비슷한 부분이 있다.

출교 내지 출학.
종교계에서의 파문, 공직에서의 파면(민중은 개돼지 그 아저씨가 당한..), 회사에서 징계 해고, 형법에서의 사형 선고, 스포츠 업계에서 영구제명과 비슷한 급이다. 학교에서 학생에게 내리는 가장 강한 징계이다.

대학교 기준으로 (1) 단순히 재학생 신분 박탈 + 고졸로 강등 수준을 넘어서 (2) 그 학생이 우리 학교를 다녀서 학점을 쌓았다는 기록 자체가 완전히 말소된다.
어디 그 뿐이랴? 학적이 사라지는 대신, 블랙리스트에 등재된다. 이 때문에 이 학교로는 하다못해 (3) 수능 다시 쳐서 깡통 상태 신입생 재입학조차도 영원히 할 수 없게 된다.

단순히 성적이 안 좋거나 등록금을 제때 못 내는 정도로는 이런 강한 징계를 받을 일은 절대 없으며, 우리나라 정서로는 심지어 리포트 표절이나 평범한 시험 컨닝 같은 부정행위로도 저 정도까지는 안 간다.
그걸 넘어서 학교 행정 시스템을 농락하고 교권에 정면도전해서 사회에서까지 전과자가 될 정도의 왕창 큰 사고를 쳐야 된다. 예를 들어 캠퍼스 방화라든가 학점에 불만을 품고 집단으로 교수 감금· 폭행이라든가, 교내 전산망 해킹으로 학적 데이터 조작이라든가.. -_-;;

2005~06년이던가 고려대에서는 교수· 교직원을 감금까지 하면서 시위를 벌인 극렬 운동권 애 몇 명이 고대 설립 이래 ‘최초’로 출교 처분을 받았다. 저기 주동자는 ‘고대 해적녀’로 악명을 떨친 그 여자애다. 해군이 해적이라니 무슨 강 의석의 여자 버전인가(군대 비하 발언)..?
아무튼 본인이 태어나서 출교라는 단어를 이때 처음으로 들었다. 하지만 그 출교 조치는 수 년 뒤 소송을 거쳐서 취소됐다고 한다.

그 뒤 그 이름도 악명 높은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으며, 여기 가해자들은 네티즌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제2타로 출교 처분을 받았다. 고려대는 이런 불상사까지 겪은 뒤로 마치 사형 제도 폐지하듯이 출교라는 제도 자체를 폐지했다. 출교는 당하는 학생뿐만 아니라 내리는 학교 입장에서도 대외 이미지에 안 좋고 굉장히 부담스러운 처분이니까. 문제 학생을 내쫓을 거면 곱게 짜르기만 하지 미래의 재입학까지 원천봉쇄하는 초강수는 앞으로 두지 않기로 한 듯하다.

자, 다음으로 출교 3타는 잘 알다시피 연세대 로스쿨 캐비닛이 차지했다. 교수 연구실에 침입해서 시험 문제를 지속적으로 유출하다 적발된 건 평범한 죄질이 아니니까. 출교뿐만 아니라 업무방해죄로 집행유예 실형이 선고됐으며, 비록 명문화된 건 아니지만 법조계에는 영원히 발을 들일 수 없는 블랙리스트 인물이 됐다.

사실, 출학은 자기 학교에 재입학하는 것만을 금할 뿐이지 "닌 평생 고졸로 살아라" 내지 (4) 동일 업계/전공 전체에 입문 불가까지 명시하지는 않는다. 그렇게까지 학생의 인생에 태클을 거는 건 교육적이지도 않을 뿐더러 애초에 일개 대학의 권한을 벗어나는 조치이다. 프랑스인가 독일인가 거기는 대학에서 졸업 시험에 수차례 낙방한 학생은 전국의 모든 대학교에서 그 전공/과를 평생 영원히 선택할 수 없어지긴 한다. 하지만 그건 국가에서 정한 규정에 따라 능력이 부족한 인원을 커트하는 것일 뿐, 징계는 아니다.

그러니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 중 한 명은 고대에서 짤린 뒤에 성균관대 의대에 멀쩡히 재입학했다고 한다. 나쁜 짓 저질러도 그래도 공부 잘하는 탁월한 머리는 어디 안 가는 듯..;; 쟤들에 비해 캐비닛은 쟤들보다도 뒤끝이 제일 센 징계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제일 최근에는 잘 알다시피 모친 빽만 믿고 자기 실력 대비 기본적인 출석과 학업이 심히 불량했던 어느 이화여대 승마 선수가 출교 4타의 주인공이 됐다.
스포츠 쪽 진로를 가는 애들이 연습과 대회 참가 때문에 학업에 소홀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또한 말을 굴리려면 유지비가 정말 장난 아니게 깨지기 때문에 승마 + 특별전형은 반쯤 부자들 기여입학이나 다름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애 집안은 도가 너무 지나쳤다. 애엄마가 교수의 교권까지도 좌지우지하면서 갑질을 해 댔으니..

이 사건은 오죽했으면 정치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애는 이화여대에서 즉시 출교됐으며(미래에 재입학도 불가), 총장 등 학교의 높으신 분들이 “우린 쟤 특혜 줘서 뽑은 적 없음” 이러면서 발뺌할 지경이 됐다. 그리고 대학교 만만찮게 불성실하게 다닌 고등학교까지도 졸업 무효가 돼서 최종 학력이 졸지에 중졸로 굴러떨어졌다. 수능 부정행위 무효, 대졸 무효, 학사장교 무효의 순으로 인생이 쫘르륵 운지한 어떤 사람처럼 말이다. 저 상태로 승마는 계속할 수 있으려나?

출교 정도면 전국에서 10수~몇십 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하고 아니, 사실상 사문이나 다름없어야 할 극약 중의 극약 처분이다. 그런데 출교 처분이 21세기 이래로 생각보다 자주 등장해 왔다. 그것도 상당한 명문대에서 사유도 의외로 굉장히 다양하다. 이념· 정치 쪽은 차치하고라도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할 예비 법조인이 부정행위를 밥 먹듯이 저질렀고, 사람 몸 들여다보면서 의술을 펼쳐야 할 예비 의사가 여학생을 성추행했으니.. 출교 당해도 싼 가관이긴 하다. -_-;;

아, 그러고 보니 로스쿨 재학생 내지 사법연수원 입소생 중에서도 성범죄 저질러서 실형 받고 다니던 데서 짤린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었다. 그리고 고려대에서는 해적녀 이후에도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이런 대자보를 붙이고 학교를 때려친 학생이 나오기도 했다. 그 애도 여자다. 지금은 어디서 뭘 하고 있으려나 궁금해진다. 고려대에 리버럴한 유명인사들이 좀 있었군.

저렇게 학교를 뛰쳐나와서 생업전선이나 마이 웨이를 가는 게 아니라 나름 가방끈을 늘리는 게 목적인 학생이라면 학생의 본분과 관련된 윤리는 엄격하게 적용돼야 할 것이다. 미국 같은 데서는 단순 부정행위만으로도 걸리면 해당 학기 전과목 F는 제일 자비롭고 관대한 처분이요, 총장과 면담에 정학이나 퇴학 등.. 빨간줄만 안 그이지 학생 및 연구자로서의 인생은 작살이 난다고 한다. 뭐, 이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으니 선진국이라는 생각도 든다.

똑같이 남의 돈을 쓰윽 했어도 건물 청소부가 저지른 것과 은행원이 저지른 것은 비록 액수가 동일하다 할지라도 죄질이 동일하게 취급될 수가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전시에 군법은 일반 형법보다 처벌이 더 엄할 것이며, 학문을 배우는 학생에게 더 크게 요구되는 윤리도 존재하는 셈이다. 나이가 어리고 경제 능력이 아직 없거나 부족하다고 해서 그저 다 봐 주고 실드만 치는 게 아닌 법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7/03/06 19:38 2017/03/06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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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자가 되기

어느 분야든 제도권의 교육자가 되기란 무지무지 힘들다.
교육자는 자율과 자기 재량이 보장되지, 방학 있지, 생업 전선에 안 뛰어들어도 되고 경기 영향도 안 받는 안정적인 수입 있지, 사고 안 치고 잘 퇴직하면 연금까지 평생 나오지..
그래서 그만큼 이 바닥은 수요보다 공급이 너무 많고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이다.
제자들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행사하면서 부와 명예를 보장받는 직업이 아무에게나 주어질 수 있을 리가 없다.

1. 초등학교

극소수 사립 학교에 들어가는 걸 제외하면, 사실상 오로지 교육대라는 전용 양성 기관을 거쳐야만 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첫 진입장벽이 높다. 소수정예 합숙 생활, 매우 저렴한 학비, 내부의 폐쇄적인 문화와 텃새 등. 거기서 필터링이 좀 되기 때문에, 교육대생 내부에서의 경쟁은 뒤의 두 분야에 '비해서'는 덜한 편이다.

다만, 언제까지나 '덜하다는' 거지 경쟁이 없다는 건 아님. 교육대 졸업생은 여타 분야와는 달리, 오로지 교사가 못 되면 정말로 사회에서 할 게 없다는 리스크가 더 크다. 어린 초등학생을 지도한다는 특성상, 전공 분야의 전문성보다는 인성· 전인교육의 비중이 더 높기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는 담임의 비중이 매우 높으며, 영어 같은 일부 특수 과목만 빼고 한 교사가 하루 종일 자기 반의 전과목을 가르친다.)

2. 중등학교(중· 고등학교)

중등학교는 학생의 성적과 진로 지도에 대한 부담이 가장 높은 교육 등급으로, 일단은 사범대 졸업생이 지망한다. 하지만 초등학교와는 달리, 여기는 여타 학과 전공자에게도 길이 열려 있다. 따로 교육 대학원을 나오거나 다른 방법으로 교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공립 학교 교사 임용에 도전할 수 있다. 그래서 진입장벽이 낮다는 특성상, 중등학교 교사 임용 시험은 정말 최악의 경쟁률을 자랑한다.

임용에서 도저히 합격을 못 하면 결국 기간제 내지 사립 중등학교, 혹은 진짜 사교육인 학원 강사를 생각하게 된다. 1순위만치 안정적이지는 못해도, 초등학교 교사 지망생보다는 선택의 폭이 넓은 편. 사립은 잘 들어가면 공립 이상으로 좋은 직장이 될 수 있긴 하나, 채용 절차가 공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함정이다.

3. 대학 교수

교사와는 달리 교수는 애들을 잘 가르치고 좋은 성적을 내게 하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 아니다. 고등 교육은 학부와 대학원으로 이원화해 있으며, 교수는 평생 논문을 읽고 쓰면서 학문을 업으로 삼는 학자의 삶을 살아야 한다.
이 바닥은 박사 학위라는 희대의 진입 장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뽑는 숫자도 교사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너무 적기 때문에 레드 오션의 진정한 종결자 분야라 할 수 있다. 지나친 학력 인플레도 한몫 했고 말이다.

책 읽은 양으로만 승부하는 인문계 지망자라면, 학원 강사나 조교로 눈물겨운 고학 생활을 수 년간 하면서 학계에 얼굴도장 찍고 지도교수에게 잘 보여야 한다.

펀드를 받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공계 지망자라면 돈 걱정은 인문계보다 상대적으로 덜할지 모른다. 그러나 나름 폐쇄적이고 군기도 존재하는 랩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하며, 권한은 사장이고 하는 짓은 직속 상사 같은 지도교수에게도 잘 보여야 한다. 박사 과정 내내 논문 출판과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졸업 후 나중에 교수 채용 때도 날고 기는 쟁쟁한 외국 박사들과 피 튀기게 경쟁해야 한다.
단, 이공계는 취업이 잘 되기 때문에, 굳이 교수가 아니어도 교수보다 더 높은 연봉 받는 대기업으로도 잘 빠진다. 비록 안정성은 교수보다 못하겠지만.

학문적 업적보다 포트폴리오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는 예체능 분야는 사회 경력 n년을 박사 학위와 동급으로 쳐서 석사 출신이 교수가 되기도 한다. 아니면 교육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거나.

이공계나 예체능과는 달리, 인문계는 정말 교수가 못 되면 할 게 없는데 교수 자리가 없어서 열악하게 살고 있는 박사들이 문제이다. 그 학력으로 겨우 학원 아니면 시간 강사, 연구 교수 같은 저임금 계약직이 고작이니, 고학력 실업 문제는 어찌 해결해야 좋을꼬?


Posted by 사무엘

2013/03/30 19:29 2013/03/30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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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다물 2013/04/09 14:46 # M/D Reply Permalink

    요즘은 초등학교도 교과전담 교사가 있습니다(영어같은 특수 과목이 아니라 사회 같은 일반 과목도 교과 전담 교사가 가르칠 수 있음).
    그래서 제가 학교 다닐때 처럼 담임선생님이 혼자서 모든 과목을 다 가르치지 않습니다.
    (물론 이론대로 다 되는건 아니기 때문에 학교별로 차이가 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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