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큰 3, 국제시장

2015년 새해 연초에 본인은 이례적으로 영화를 세 개나 영화관에 가서 봤다. (이 글에서 크게 코멘트를 하지 않은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까지 포함해서)

1. 테이큰 3

악당이 아니라 니슨이 남에게 굿 럭을 날리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잔뜩 기대를 하고 봤다. 예고편에서는 "우리는 FBI와 CIA를 총동원해서 당신을(니슨) 저지할 겁니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 같던데 실제 영화에서는 놓쳤는지 못 들었다.

1편에서는 흑발 내지 갈색에 가깝게 염색을 하고 출연했던 킴은 원래의 머리 색깔인 금발로 바뀌었다. 1편에서는 끼만으로 먹고 살고 싶어하던 가수 지망생이었던 반면, 3편에서는 철이 들어서 공부를 했는지 심리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하지만 대학교 학부생 주제에 벌써 혼전임신을 한 상태다..;; 1편의 '아만다'만치 심한 수준은 아니겠지만 킴도 좀 노는 타입인 듯. 임신 테스터는 영락없이 "킬빌"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브라이언 정도의 딸바보라면 딸을 임신시킨 남친을 반쯤 죽여 놓고 머리에 샷건을 들이대면서 "내 딸하고 당장 결혼 안 하면 넌 뒈진다"라고 협박할 법도 한데 그 일에 대해서는 브라이언도 의외로 쿨하다.

이 3편에서는 무엇보다도 킴의 새아빠인 스튜어트가 배우 자체가 더 얍삽하고 사악하게 생긴 사람으로 바뀌고 완전히 악역으로 흑화했다. 1편에서 브라이언을 프랑스로 데려다 줬던 그 전세기가 3편에서는 새아빠가 의붓딸(자기 입장에서)을 납치하는 도구로 용도가 바뀌어 버린다. 이미 비행기가 뜨기 시작했는데, 자동차로 밑의 랜딩기어를 날려 버리는 것만으로 비행기를 저렇게 휘청거리게 만들고 떨어뜨리는 게 항공역학적으로 가능한지는 난 좀 회의적이다.

"다이하드" 어느 시리즈에서처럼 러시아 최종 보스를 해치우는 부분에서 이야기를 끝냈어도 될 텐데, 반전은 좀 억지로 집어넣은 느낌이 든다. 어설프게 "쏠트" 흉내를 낸 듯.
이에 맞서 브라이언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이번에도 남에게 형사를 사칭하고 악당을 고문한다. 새아빠가 얼굴에다 헝겊을 쓴 뒤 브라이언에게 꼴꼴꼴~ 물 고문을 당한다. =_=;;

수사반장인 흑인 도츨러는 처음에는 골칫거리인 브라이언을 직업상 체포하는 역할을 하지만 나중에는 결국 브라이언의 혐의가 풀리면서 서로 화해한다. "브라이언은 너희(부하들) 능력으로 잡은 게 아니라 잡혀 준 척 한 것일 뿐이다. 빨랑 차 세워라" 이런 말을 할 정도로 똑똑하다.

끝으로, 종교적인 부분. 테이큰 시리즈는 나 같은 신자가 보기에 교리적인 왜곡 같은 건 없어서 보기가 참 편했다. (괜히 이상한 코드 집어넣는 영화들은 천하에 꼴도 보기가 싫었다) 레노어의 장례식을 진행하는 목사가 영어로는, 내 기억이 맞다면 the word of God says... 라고 말하지만, 자막 번역은 그냥 "주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라고 떴다.
성경 말씀 자체에 인격이 담겨 있다는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한 불신자가 대충 의역을 해서 그런 것 같다. "성경은 말합니다"라고 직역을 못 하더라도 "성경에는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정도만 해도 충분했을 것이다.

이번 3편은 1편의 포스를 능가할 수준은 못 되지만 그래도 2편보다는 나은 것 같다. 그럭저럭 잘 봤다.
그러고 보니 나 완전 액션 영화 매니아인 것 같다. 인용하는 관련 영화들이 전부 그쪽.. ^^;;

2. 국제시장

"국제시장"은 정말 딱 "포레스트 검프"의 우리나라판 같다. 21세기를 사는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아래의 굵직한 사건들을 스크린에서 다뤄 줬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매우 건전하고 충분히 볼 가치가 있다.

(1) 6· 25 흥남 철수(1950. 12.): 1차 세계 대전 때 크리스마스 휴전이라는 이벤트가 있었다면, 6· 25 전쟁 때는 이런 기적 같은 사건이 있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잠깐이나마 평양까지 진출하고 북진 멸공 자유 통일이 눈앞에 있었는데.. 중공군 때문에 이 염원이 사실상 영원히 좌절돼 버렸다. 남쪽의 원산까지 이미 적군에게 점령당한 관계로 퇴로가 해로밖에 없었다. 그래서 배를 타야 했다.
참고로 월턴 워커 장군이 교통사고로 순직한 때가 1950년 12월 23일로, 흥남 철수와 타이밍이 거의 일치한다. 지금 서울에 '워커힐'이 바로 저 사람 이름을 따라 명명됐다.

(2) 파독 광부와 간호사(1964~1966): 한 10여 년 전부터 육사 교장의 편지라는 정체불명의 글이 나돌면서 어쨌든 많이 알려졌다. 일류대에 들어갈 정도로 머리 좋고 똑똑하면 뭘 하나, 나라가 가난하고 스스로 부를 창출할 기반이 없으니.. 억만 리 타지에서 학벌에 어울리지 않는 힘든 일 궂은 일을 하는 것인데도 목돈 모을려고 다들 못 나가서 난리였다.

(3) 월남전(1972~1974): 무슨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네(민간인 위장을 한 스파이 얘기는 절대 안 하고) 어쩌네 이상한 헛소리 음모론 대신, 이렇게 건전한 얘기를 풀어 주니 관람하는 기분이 좋았다.
물론, 실제로는 동일 인물이 공무원· 관리 명목이 아닌 인부· 일꾼 명목으로 서독과 베트남을 모두 경험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창작물이라는 허구에서는 한 주인공이 온갖 역사 사건을 다 몰아서 경험하는 게 관행이긴 하다. <여명의 눈동자>나 영화 <진주만> 등의 주인공을 생각해 볼 것.

(4) KBS 이산가족 찾기(1983. 10.): 재연을 한 건지, 아니면 당대의 레알 기록 영상물에다가 주인공을 CG로 합성해 넣은 건지? 어쨌든 재연을 굉장히 잘했다. 난리통에 생이별한 아버지는 못 찾았지만, 여동생은 미국으로 입양돼 있었을 줄이야.
내가 "님아 그 강을..."을 보면서는 그렇게까지 큰 감흥이 없었지만, 이산가족 상봉 장면만은.. 정말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다. "여기는 운동장 아니다." / "Am I really your sister?" ㅠ.ㅠ
미국으로 입양된 막순이 역을 맡은 배우.. 한국계 미국인 신인 같은데 정말 리얼하게 연기를 잘했다. 킬빌로 치면 뭔가 헬렌 김(암살자 카렌 김 역) 같은 위치일까?

부부싸움 하다가 어색하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장면은 정말 다른 불순한 의도 없이 그 시절에 그랬다는 풍자가 들어간 개그이더구만.. 도대체 뭐가 이념이 들어간 건지 모르겠다.
게다가 뭐? "나이 많은 꼰대들한테서 지겹도록 들은 얘기를 굳이 또 영화로 봐야 할 필요 있나?" 이런 인간말종 수준의 개소리는 정말로 일고의 가치가 없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영화는 6· 25 시절의 부산을 다루고 있으면서 정확하게 그 시간과 장소에 있었던 대역경인 "부산역전 대화재"는 건너뛰었다는 점이다. 부산으로 피난 가서 살던 덕수네 집안의 삶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을 사건인데, 딱히 집어넣을 만한 공간이 없어서 안 넣은 것 같다.

Posted by 사무엘

2015/01/25 08:38 2015/01/25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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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테이큰> 관련 소감

OCN인지 뭔지 영화만 하루 종일 상영해 주는 케이블 TV 채널을 보면.. 한때는 계속 유명 액션 영화만 틀어 주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본인은 원빈이 너무 멋있게 나온 <아저씨>, 또 B급 영화 오마주로 가득하면서 웬 인간 흉기 금발 백인 누님이 일본도 들고 싸우는 <킬 빌>을 TV를 통해 우연히 봤다. 그리고 이에 덧붙여 하나 더 본 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테이큰>이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 소감은..
역시 흥행하는 영화는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었다. 리암 니슨 아저씨 너무 멋있다.
특히 딸 유괴범을 전기고문하면서 딸이 있는 곳을 알아내는 장면은 너무 통쾌한 권선징악 장면인지라 몇 번이고 다시 반복해서 봤다. 다같이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저 때 Wake up! I need you to be focused!로 시작하는 대사가 나온다.
다만, 인터넷에 굴러다니는 자막 파일은 그 문맥에서 대충 의미만 통하지 영어 원문의 정확한 의도를 다 전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 뜻은 대략 이렇다.

“(기절한 마르코를 의자에다 묶어 놓은 뒤) 어이, 일어나! 너를 심문을 좀 해야 하니 정신 바싹 차리고 있어라. 어금니 꽉 깨물어라, 자 간다~ (쇠꼬챙이를 양 허벅지에다 푹~ 박아 넣은 뒤) 자, 기절할 정도로 졸라 아프겠지만 고문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여전히 정신 괜찮지?”

이런 뉘앙스를 제한된 화면에다 문장으로 일일이 다 표현할 수가 없으니 Are you focused yet?을 “이제 정신이 좀 드나?”로 보통 번역하는 편이지만.. 원래 의미는 “아직 괜찮지?”에 더 가까운 게 아닌가 한다.

마르코는 처음에는 브라이언의 얼굴에다 침까지 뱉으면서 의기양양하게 반항하지만.. 전기로 10초간 지져지는 고문을 두 번 당하고 나니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 우리의 멘탈갑 브라이언은 표정 하나 안 변하고 태연~하게 이런 이 근안스러운 말을 해 댄다.

“이런 일은 말야, 원래는 외주를 주곤 했어. 그런데 문제는 외주 준 나라들이 대체로 못사는 개도국이어서 전력 공급이 불안했단 말이야..?? 스위치를 켰는데 전기가 안 들어와. 그러니 고문기술자들은 빡쳐서 사람 손톱을 뽑거나 생살에다 산성 용액을 부어 버리곤 했지. 일이 여러 모로 능률이 떨어지곤 했는데.. 여긴 전류가 아주 원활해서 좋아.”
“난 지금 바쁜 처지야. 마르코, 너 순순히 대답 안 하면 전기세 밀려서 단전될 때까지 스위치가 켜져 있을 거다.”

나중에 정보를 얻을 만치 다 얻은 브라이언이 다시 스위치를 켜러 가자 마르코는 완전 겁에 질려서 브라이언에게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애원한다. “I don't know!! PLEASE..!! not that.. please ㅠ.ㅠ” 이 부분 연기를 처절하게 잘했다.
그래 봤자 브라이언은 “I believe you. But it's not gonna save you.”와 함께 스위치를 켜 놓고 나가 버린다. 마르코의 자백은 자기 수명을 불과 몇 분 남짓밖에 더 연장시키지 못했다.
허나, 부모가 수십 년간 피땀 흘리고 갖은 애정을 쏟아 키운 딸애를 창녀촌에다 팔아 버리고 돈은 자기가 챙긴 사악한 악당이라면.. 정말 저 정도 고문은 인과응보가 아닌가 싶다.

테이큰은 여타 액션 영화와는 달리 주인공이 친구의 마누라(악역이 아닌 여성!)까지 팔을 쏴 버리는 장면이 나오며,
또 최종 보스와 대면한 뒤에도 일말의 타협 없이 주인공이 그냥 곧바로 악당의 미간을 날려서 사건을 종결짓는다. 사건 전개가 참 자극적이고 짜릿하다.
사실, 브라이언이 친구를 다그칠 때도 “너 자꾸 고집 부리면서 협조 안 해 주면 니 애들은 고아가 될 거다. 아까는 생명에 지장이 없는 팔을 쐈지만 다음엔 급소를 쏠 거야?”라는 요지로 자막이 나왔는데, 이것도 정확하게는 단순히 급소가 아니라 '미간'이다. 영어 대사엔 eyes라는 단어가 들렸던 걸로 기억한다.

위의 장면들을 다 제치고 테이큰에서 리암 니슨이 남긴 제일 간지 넘치는 대사는, 역시 딸이 납치당한 직후 전화로 납치범에게 남긴 경고일 것이다. 딸이 외국에서 납치 당했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이 타이밍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납치범들을 상대로 나지막한 말투로 협박한다. 아아..;;

I don't know who you are. I don't know what you want. If you're looking for a ransom, I can tell you I don't have money (....)
If you let my daughter go now, that'll be the end of it. (...)
But if you don't, I will look for you.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 good luck.

30초가 넘는 분량의 대사인데.. 난 다 외워 버렸다.

역시 사람은 자기 마음이 가는 곳에 역량이 발휘된다.
매주 교회에서 짤막한 성경 구절을 외운 건 길어야 그 날 저녁까지밖에 안 가고 세부적인 단어와 표현은 하루 이틀 정도 뒤면 까맣게 잊어버리는데.. 저건 그냥 머리에 확...

take는 성경에도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동사인데, 저 영화를 보고 나니 take의 뜻조차도 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갑자기 똘끼를 발휘하여, 저 사건과 대사가 만약 흠정역 성경에 기록되었다면 어떨까 상상을 해 봤다. ㅋㅋㅋㅋ

... 그녀의 아버지가 이르되, 나는 네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며 네 혼이 무엇을 원하는지(thy soul desireth) 알지 못하노라. 만약 네가 대속물(ransom)을 원한다면, 너는 확실히 알지니(of a surety) 내게는 돈이 없느니라. (...) 만약 네가 내 딸을 가게 하면 잘하는 것이려니와 만약 가게 하지 아니하면 내가 너를 쫓고 너를 찾아내어 너를 반드시 죽이리라, 하니라.
잠시 후에 그녀를 취한(took/taken) 자가 대답하여 이르되, 잘해 보라, 하니라.


그러고 나서 나중에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난지라 “너 나 기억 안 나? 우리 이틀 전에 서로 전화 통화 했었지? 내가 너 찾아낼 거라고 예고했잖아.” 이 말을 들었을 때 마르코는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을까?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_=;;;;

테이큰은 잔인한 폭력뿐만 아니라 창녀촌 배경도 있어서 그런지 국내에서는 생각보다 수위가 높은 19금 등급을 받고 개봉했다.
아무리 자기 딸을 구하려 한다지만 브라이언은 남의 나라에 들어가서 거의 30명 이상의 사람을 죽였다. 모 건설 현장을 완전히 작살을 냈으며 남의 자동차를 최소한 3대를 탈취하고, 고위 공직자의 부인을 총으로 쏴서 다치게 했다.

이 정도면.. 선한 의도라고 해도 브라이언은 법적으로 프랑스를 절대로 곱게 빠져나갈 수 없는 신세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그딴 시시콜콜한 디테일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하긴, <킬 빌>에서도 키도 누님이 시퍼런 핫토리 한조 일본도를 비행기 기내에 버젓이 반입한 채 일본 본토로 날아가는 걸 보고, 본인은 피식 웃었다. 영화는 영화일 뿐.

<아저씨>에서는 그래도 최소한 차 태식이 체포되는 걸로 끝난다. 아무리 나쁜 조폭들을 죽인 거라지만, 일반인이 혼자서 다른 사람을 그렇게 많이 학살했다면, 현직 변호사의 자문에 따르면 아무리 명분을 참작하고 봐 준다 해도 무기징역감이라고 한다.;;;
하지만 태식의 경우 원래 특수부대 요원이었고, 아직 능력이 출중해 보이니 도로 국가를 위해 현업 복직하는 것을 조건으로 검찰에서 기소조차 하지 않고 학살극을 유야무야하는 쪽으로 갈 것이다. 조폭들이 죽은 건 자기들이 팀킬 벌인 거라고 적당히 위장하고 말이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폭력 액션 영화에 너무 심취하는 건 사람의 정신 건강에 그다지 좋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국가가 흉악 범죄자에게 권선징악을 속 시원하게 집행을 안 하고 되도 않은 인권 핑계로 직무유기를 저지르니,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영화에서 대리만족을 얻게 된 것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괜히 종교색 표방하면서 교묘하게 성경이나 하나님에 대해 왜곡된 이미지를 전달하는 매체보다는, 차라리 종교색 따윈 싹 잊고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게 '덜' 해로운 건지도 모르고 말이다. 성경 용어로 설명하자면 전자는 마귀적(반성경적)이며 후자는 육신적(비성경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Posted by 사무엘

2014/06/26 19:29 2014/06/26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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