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기와 장소별로 인상적이었던 작품들

(1) 1970년대 중후반에는 성행위, 폭력, 고문 등.. 뭔가 하드코어한 장면을 높은 수위로 묘사하는 걸로 주목 받은 영화가 여럿 등장했다. 이탈리아 영화 중에 "살로 소돔의 120일"(1975), "카니발 홀로코스트"(1980).
일본에는 "쇼군의 새디즘"(1976)이라든가 "감각의 제국"(1976)이 다 비슷한 시기의 작품이었다.

(2) "마지막 황제"(1987)와 "시네마 천국"(1988)도 비슷한 시기에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진 명작 영화이구나. 스토리 배경이나 장르는 둘이 서로 다르지만.

(3) 한때 인조인간이나 사이보그, 반쯤 좀비 귀신인 인간.. 이런 장르가 아주 인기였던 것 같다. 로보캅, 터미네이터, 아 그리고 가위손..! 드라큘라나 프랑켄슈타인은 원작 소설이 아주 옛날옛적부터 있었고.

(4) 후뢰시맨-_- 같은 특촬물이라든가 애니-실사 합성 영상물(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도 쌍팔년도 시절의 참신한 촬영 기법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닥치고 다 CG가 대세가 됐다.

(5) 쉬리(1999) 이후로 본인의 대학 시절.. 딱 2000년대 초중반이 울나라 국산 영화의 중흥기 황금기였던 것 같다.
"라이터를 켜라"(2002)는 지금도 유튜브에서 요약, 평론이 올라오는 명작이고.. "지구를 지켜라"(2003)도 시대를 앞서갔던 문제작, 포스터를 너무 생뚱맞게 만들어서 망한 비운의 명작 소리를 듣는다. 이것 말고도 여러 작품들이 떠오른다.

(6) 그때 "친구", "공공의 적", "두사부일체" 등 조폭물 시리즈가 큰 인기를 얻었다.
그 뒤 2010년대에 들어서는 범죄도시 시리즈라든가 청년경찰, 나쁜 녀석들, 베테랑, 극한직업 같은 영화들도 잘 만든 것 같다.

(7) 2012년에는 일본에서 "공포의 물고기"라는 애니가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는 "파닥파닥"이 만들어졌다. 이것도 꽤 의미심장하다.;;

(8) 2015~16년 사이에는 우리나라에서 일제 시대 배경의 반일물이 인기를 끌었다. "암살"(2015)과 "밀정"(2016).
2019년이야 3· 1 운동 100주년이니 "항거", "말모이", "엄복동", "봉오동 전투" 등의 일제 시대 배경 작품이 유난히 많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얘들은 명작까지는 못 되는 퀄리티이거나 심지어 엄청난 졸작 망작도 있었다.
이거 유행이 식고 관객들이 식상하기도 했으니, 향후 몇 년간은 일제 시대 영화가 흥행 주류가 되기 어려울 것이다.

2. 옛날 영화 제목의 음역· 번역

  • The Hidden (1987) ==> 하이든 (!!!!!!!!!)
  • The Sword And The Sorcerer (1982) ==> 스워드 (ㄷㄷㄷㄷㄷㄷㄷㄷ..)
  • The Hitman (1991) ==> 스트롱맨 (네놈을 살려 두긴 "쌀"이 아까워!!)

옛날에는 영화 제목을 우리말로 옮기는 방식이 꽤 창의적인 경우가 있었다. ㅋㅋㅋㅋ

3. 뮤지컬과의 관계

본인은 의외로 꽤 최근에 "할리우드(영화)랑 브로드웨이(연극, 뮤지컬)는 영역이 다르고 지리적인 위치도 완전히 다르구나!!" =_=;; 이걸 깨닫고는 현타를 경험했었다. ㄲㄲㄲㄲㄲㄲ

라이온 킹, 맘마미아, 시카고, 명성황후-_-, 영웅.. 길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며 봤던 뮤지컬 포스터들이 뒤늦게 떠올랐다.
대학 시절에는 노 영해 교수라고 교양 수업을 개설해서 뮤지컬을 가르쳤던 저 바닥 전문가도 계셨는데.. 그땐 난 저런 분야는 정말 까맣게 몰랐다. -_-;;

이 바닥은 영화보다 저변이 더 좁으니 소수의 연뮤덕 매니아 고인물들이 업계를 먹여살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한다. 같은 작품이라도 매번 공연할 때마다 100% ctrl+C, V 동일한 공연이 나오지를 않으니..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사람도 있댄다.
안 중근 의사를 소재로 한 "영웅"의 경우, 2009년 이후로 무려 15년째 10차례가 넘게 공연 중이며, 영화(2022)도 나오고 최근엔 심지어 뮤지컬 공연을 촬영한 실황 영화까지 만들어져 있다.

영화관이야 요즘은 입장 게이트를 지키는 검표 요원까지 차차 생략할 정도로 온통 무인화 자동화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뮤지컬은 그 특성상 여전히 직원들이 “1막이 끝났습니다. 20분 휴식 후 X시 Y분까지 극장 안으로 들어와 주세요~ 사전 승락되지 않은 촬영은 금지입니다” 등등으로 일일이 직접 통제를 한다. 지연 입장 조건도 훨씬 더 까다롭다.
그래도 뮤지컬은 영화처럼 광고만 지겹도록 10분씩 나오는 게 전혀 없고 칼같이 정시에 본 공연이 시작된다. 그거 하나는 참 좋다.. ^^

영화와 뮤지컬은.. 뭐랄까.. 기름 주유소와 LPG 충전소의 차이를 보는 것 같다.
일반 기름 주유소는 전부 무인화 셀프화가 된 반면, LPG 충전소는 액체보다 더 위험한 기체를 다루는 관계로 법적으로 무인화를 못 한다. 가스 안전 교육을 이수한 직원만이 가스 충전기를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4. 영화에서의 전쟁 전투 묘사

영화에서 각종 폭발(포탄, 자동차 등)은 화염만 실제보다 더 딥다 크게 묘사되고, 폭발음은 더 작게 묘사된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낑낑대면서 폭탄 전선 해체하는 장면 따위 없다. 발 떼면 터지는 지뢰 같은 것도 없다.

영화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마지막 한 사람까지 끝까지 싸우다 전멸하는 연출을 좋아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훨씬 더 조심하면서 신중· 소심하게 움직이며, 병력을 반도 채 잃지 않았어도 철수하고 후퇴하고 추가 지원을 요청한다거나 한다. 현실의 전장은 영화 300 같은 스타일이 아니다.

(1) 스타십 트루퍼스: 수백 년 뒤를 다루는 SF물인데도 저그 괴물들을 상대하는데 미사일은 안 쓴다. 알보병들이 수류탄 하나 깔 생각조차 안 하고 소총만 드르르륵 갈기다가 죽어나가는 게 참 이상하다.

(2) 태극기 휘날리며: 제아무리 1950년대 배경이라지만.. 마지막 금성 전투는 너무 비현실적인 백병전 지향적으로 연출됐다. 무슨 1차 세계대전 참호전이나 그 이하 19세기의 전투 같은 스타일이다.

(3) 봉오동 전투: 독립군 장수가 일본군 장교하고 검으로 맛다이 떠서 목 따는 씬이 있던데...;;; 정말 어이가 달아나는 줄. 저 때가 1920년대인지, 아니면 기원전 삼국지 무협지 시절인지..??
근데 이런 식의 국뽕 왜곡은 중국에서도 엄청 많이 한다. 중일 전쟁 시절에 재야의 은둔 쿵푸 고수가 일본군 1개 소대를 다 쳐바른다는 식으로.. 유튜브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ㅠㅠㅠㅠㅠㅠ

(4) 그레이트 월: 이 바닥 판타지의 끝판왕.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여군들 발 묶어놓고 아래로 점프하면서 괴물들 잡는 거는.. 현실성, 전술적 가치는 안드로메다 행이다. 잊을 수 없네.

(5) 패트리어트: 이때는 전열보병이라는 그 당시 전투 방식 자체가 미친 짓이었다. 그러니 영화가 특별히 더 왜곡하고 과장하고 고증 무시할 필요가 없었다. =_=

하긴, 전투기 공중전을 찍어도 적당히 도그파이팅 하면서 그림다운 그림이 나오는 거는 1~2차 세계대전 사이가 마지막이지 싶다.
오늘날의 전투는 버튼 띡 눌러서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갑자기 폭탄이 날아와서 적군을 쳐잡는 형태이기 때문에 영화 연출이 들어갈 게 별로 없다. 옛날처럼 드라마틱한 전쟁 영웅이 배출되는 형태로 전쟁이 진행되지 않는다.;;

Posted by 사무엘

2024/09/29 08:35 2024/09/29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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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화질

  • 영화 필름은 기본적인 화질은 좋지만.. 상태가 안 좋아지면 색이 바래지고 화면 곳곳에 검은 점들이 반짝반짝 거렸던 편이다.
  • 아날로그 TV는 근본적인 화질이 별로 안 좋고, 그놈의 노이즈가 문제였다. VHS 비디오 테이프는 TV보다도 화질이 더 안 좋았다.
  • 컴퓨터로 재생하는 디지털 동영상은?? 빡센 압축 때문에 JPG 깍두기 화질 열화라는 게 있었다.

그랬는데..
오늘날 영상 재생 기술은 정말 정말 경이롭기 그지없다.
한 프레임 한 프레임이 아주 정교한 정지 영상처럼 화질이 좋다. 그것도 다 아날로그가 아니라 디지털 방식으로.. 옛날 같은 잡음 노이즈 깍두기 등등을 거의 찾을 수 없다.

텔레비전이고 영화고 화질이 엄청나게 좋아졌다는 걸 뭘로 느끼는가 하면.. 영상 속 각종 자막이나 글자가 2, 30년 전보다 엄청나게 작아진 걸 보고 느낀다.
저화질에서는 저런 작은 글자를 넣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뭐 일반인이 유튜브로 이미 1K, 2K니 4K니 하는 초고화질 영상을 보는 세상이니, 영화관의 그 커다란 벽면에다 쏠 정도인 영상은.. 7K급이라고 카더라처럼 듣긴 했다.
물론 전자기파의 속도나 대역폭 자체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아닐 테니.. 전자 신호를 갈아넣는 기술이 더 발전하고 그거 중계하고 쏘는 인프라들이 곳곳에 엄청 많이 깔린 것이다. 컴퓨터의 하드웨어도 더 발달했고 말이다.

아날로그 TV로 아무 채널이나 틀면 나오는 치지지직 백색잡음을 일부러 들으려 해도 듣기 어렵고, 아예 그걸 따로 인코딩을 한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서 시청하는 지경이다.
(디지털 방식에서는 그런 아무말 전파는 디코딩 실패 오류로 처리되니 애당초 화면에 뿌려지질 않음)

이건 뭐 아날로그 시계 바늘을 작대기 실물 현물을 기울여서 구현하는 게 아니라, 작대기 모양 직사각형을 삼각함수 회전변환으로 좌표 계산해서 구현한 것과 같다. 백색잡음조차 그런 방식으로 졸라 어렵게 현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제는 텔레비전도 반쯤 컴퓨터가 됐다. KBS MBC 같은 제1군 지상파, 그 뒤 셋톱박스 얹어서 시청하는 제2군 케이블 방송, 그 다음으로 넷플릭스 같은 영화 스트리밍 제3군을 골고루 나눠서 시청하는 영상 단말기가 됐다.
DVD나 블루레이 같은 물리적인 영상 저장 매체는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지만 존재감이 아주 작아지고 주류에서 밀려났다.

2. 사진

요즘 사진과 영화는 처음에 발명됐던 것처럼 필름에다가 아날로그 기술로 빛을 화학적으로 담고 현상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영화는 저렇게 극초고화질로 압축된 디지털 동영상이고, 사진은 고화질 고해상도로 정교하게 컬러 인쇄물일 뿐이다.
이를 제조하는 기계가 그 이미지의 모든 정보를 픽셀 단위로 정확하게 파악하고 알고 있다. 이게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이다.

쌍팔년도 시절엔 사진관에 가서 필름을 맡기고 나면 최소한 다음날이나 며칠 뒤에 사진을 찾아 왔었다!
그게 조금 발전하면 “23분 완성, 5분 초고속 완성”..;;
사진 인화, 현상을 겁나게 신속하게 해 준다는 뜻이었는데 지금 관점으로는 정말 바보 같다. “고성능 특급 증기 기관차로 경성-부산을 무려 6시간 반 만에 주파”처럼 들리니까 말이다. (저건 1930년대 아카츠키 호 소개 문구. -_-)

3. 가정용 비디오 테이프

1990년대 말까지는 음성은 카세트 테이프, 영상은 VHS 테이프(매체)라는 아날로그 매체가 수십 년 동안 쓰였다.
영상은 아무래도 음성보다 정보량이 월등히 더 많이 들다 보니, VHS는 길쭉한 테이프(매체 속에 돌돌 감겨 있는 실제 띠)를 딱 최단거리 수직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삐딱하게 기울여서. 즉 |를 /로 바꾸는 꼼수까지 썼다. 그래서 헤드와 테이프가 접촉하는 구간을 늘리고 정보를 더 집어넣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때문에 VHS 비디오 재생기는 헤드도 테이프(띠)를 비스듬하게 감쌌으며, 테이프(매체)를 넣거나 뺄 때, 그리고 재생하거나 정지할 때 각종 고정/해제 전처리 후처리 준비가 꽤 오래 걸렸다. 카세트 테이프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카세트 테이프는 일부 아날로그 감성 충만한 투박한 물건은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즉시 재생도 됐던 반면, 그건 비디오 테이프에서는 어림도 없었다.

게다가 정말 의외의 사실인데, 아날로그 비디오 테이프는 영상을 띄워 놓은 채로 일시정지 기능을 구현하는 게 몹시 무리였다. 엥??? 컴퓨터가 쏴 주는 디지털 영상에서는 정말 식은 죽 먹기도 아닌 일이 도대체 왜 저런 거지..???
일시정지도 무슨 미분을 하듯이 전진 후진을 반복하며 그 구간을 헤드에서 계속 읽어서 신호로 보내야 했다. 오랫동안 일시정지를 시키면 테이프나 헤드에 무리가 갔으며, 그 동안에 화면 화질이 떨어지고 노이즈도 잔뜩 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런 비디오 재생기에는 요즘 컴퓨터처럼 비디오 메모리나 그래픽 카드 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한번 자신이 만들어 낸 영상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0과 1 차원에서 다 기억해서 화면으로 지속적으로 쏴 주는 형태가 아니다.
그러니 일시정지조차도 테이프를 같은 지점만 계속 읽는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차가 멈춰 있는 상태로 핸들을 너무 많이 돌리면 타이어에 좋지 않은 영향이 가는데, 이와 비슷하게 장시간 일시정지는 테이프에 무리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이 유튜브 시대에 옛날 비디오 테이프를 생각하니.. 쌍팔년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하게 열악했다 싶다. 인간이 달이나 화성으로 나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딴 분야는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다.

뭔가 비스듬하게 기울이는 거는 문자 타이포그래피에서 이탤릭체에서도 볼 수 있고, 또 대파를 비스듬하게 써는 것(실제 부피 대비 더 커 보기에),
로켓이 발사될 때 살짝 비스듬하게 기울어져서 상승하는 것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역시 배기가스 분출 구간을 좀 더 늘리는 효과를 낸다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담으로, 보잉 747의 아버지라 불리는 항공 엔지니어 조셉 서터는 생몰년이 1921-2016이다.
그런데 카세트 테이프의 아버지라 불리는 루 오텐스는 생몰년이 1926~2021...;; 뭐 비슷하다면 비슷하다.
VHS의 아버지 내지 주 개발자라고 불리는 엔지니어는 전해지는 게 없는지 궁금하다.

4. 에디슨 과학 박물관

본인은 지난 6월에 여친과 함께 강릉에 갔을 때 말이다.
경포호 부근에서 어디 놀러 갈 데 없나 검색을 하다가 '에디슨 과학 박물관'이란 걸 우연히 발견했었다. 막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고 찾아가 봤는데.. 알고 보니 이거 엄청난 대박이었다.

이 좁은 대한민국에서 참 위대한 오덕 수집가가 계셨구나. '에디슨 과학'은 대표 명칭이고, 사실은 전구, 축음기, 영사기별로 박물관이 따로 있어서 건물 세 채가 한 세트이다. 과학기술과 예술 분야가 잘 만나고 박물관 만들기에 좋은 주제인 것 같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름만 들었을 때는 황금귀 진공관 스피커 덕후가 떠올랐는데, 소재가 거기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더라.
인류가 역사상 최초로 영상과 음성 기록을 남길 수 있게 됐다니.. 그 당시엔 이게 가히 요술 마법 수준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기· 전자 공학이 그야말로 세상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고 있었고, 그게 나중에 궁극적으로는 반도체와 컴퓨터의 발명으로 이어졌으니 말이다. 전화기, 무선 통신, 교류 전기..

에디슨이 카메라 자체를 처음 발명한 건 아닌 것 같다만.. 그래도 그 뒤에 축음기와 영사기를 만들어서 사진의 영역을 크게 확장한 것은 사실이다. 하긴, 영화도 처음에는 무성 영화부터 시작했다가 나중에 유성으로 바뀌고 컬러도 도입됐다.

축음기가 발명되기 전엔 오르골이라는 게 있었다. 축음기와 음반이 임의의 소리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mp3 같은 물건이라면, 오르골은 악보를 기록하고 저장해서 음악 연주를 자동화하는 midi 같은 물건이다. 이거.. 나름 구멍 뚫어서 0과 1 정보를 표현하는 천공 카드의 먼 전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일종의 디지털 정보 저장 매체인 셈이다.

오르골은 자그마한 크기에 딸랑딸랑 예쁜 소리가 나오는 실로폰형 액세서리만 있는 게 아니더라. 야외에서 멀리까지 소리가 크게 나가는 '리코더형' 오르골도 있는데, 20세기 초중반 미국에서 야외 서커스장이나 회전목마 유원지 따위에서 흘러나오던 무슨 피리 소리 같은 BGM들이 바로 이 오르골로 연주되던 결과물이었다. 오오 그랬던 것이군!!

소장품이 저 건물 안에 일일이 제대로 전시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아서 거의 창고 수준이라고 하며.. 작동 가능한 현물이 전 세계에 거의 없다시피한 진귀한 축음기나 오르골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얼추 1시간 간격으로 가이드가 전시품들에 대해 설명도 해 준다.

우리나라에 올드카 수집 덕후만 있는 게 아니라 이런 분야의 수집 덕후도 계셨다니 정말 대단하다.
뭐, 일본의 어느 대기업 회장이 이 소장품들을 보고는 깜짝 놀라서 "내가 이거 박물관을 도쿄 한복판에 건립할 수 있게 지원해 주겠다. 박물관을 일본에다 짓는 게 어때?"라고 제안했는데 설립자분께서 거절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고 한다.

Posted by 사무엘

2024/08/20 08:35 2024/08/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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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영화 이야기

1. 후속편 암시

요즘 영화는 악당이 확실하게 죽고 속편이 나올 여지가 도저히 없을 정도로 결말을 맺어 버리기보다는..
악당이 완전히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고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와 떡밥을 여기저기 남겨 두는 경향이 옛날보다 더 짙어진 것 같다.

철도 건설에다 비유하자면.. 추후에 연장 공사가 가능하게 복선 노반을 미리 확보해 둔다거나, 심지어 환승역을 미리 건설해 놓는 것과 같다.
예정에 없던 환승 계획이 잡혀서 환승역을 부랴부랴 만들게 되면 힘들게 복구했던 땅을 또 파헤치면서 고생할 뿐만 아니라, 환승 거리도 엄청난 막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것처럼 예정에 없던 후속작을 만들다 보면 기존 작품의 설정을 건드려야 하고, 없는 개연성을 억지로 만들어 넣느라 스토리가 삐끗하게 된다.
가령, 페르시아의 왕자 1편의 엔딩은 "악당 쟈파가 완전히 죽었고 왕자와 공주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였는데, 2편의 시작은 "악당이 완전히 죽지 않았고, 왕자와 공주는 딱 11일 동안만 행복하게 살았다"로 바뀌게 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후속편 떡밥을 던져 놓기만 하고는 후속편이 나오지 못하는 것 말이다.
1700? 1800년대 프랑스가 배경인 안젤리크(2013), 현대 첩보물인 모멘텀(2015)은 둘 다 미국이 아닌 유럽 영화이고 예쁜 여주인공이 나오고, 스토리가 완결되지 않아서 2편이 나와야만 하는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결국 후속편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그 유명한 쿵 퓨리(2015)는 일단은 히틀러를 제압한 것 같지만 놈이 완전히 죽지 않은 듯이 끝났다. 얘 역시 속편을 염두에는 두고 있지만 결국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속편이 나오지 않으면 황 인호라든가 성 기훈이 뿌린 떡밥을 수습할 수가 없다. 결국 2편의 제작이 확정됐다고는 한다.
범죄도시는 2편이 잘 만들어져서 후속편이 흥행에도 성공했다.

2. 반전

솔트(2010), 모멘텀(2015), 아토믹 블론드(2017).
다들 여성 요원이 구르고 고생하는 액션 첩보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솔트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만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중간첩 보내면서 엄청 대립하는 내용이었다. 그러고 보니 솔트도 사건이 완전히 해결된 게 아니고 후속작 떡밥 좀 날리면서 끝나는 것 같았다만..??

아토믹 블론드는 1980년대 말 베를린에서 어쩌구 하는 게 <출국>(2018)이랑 비슷한 배경이었던 것 같다. 그에 비해 모멘텀은 소련이나 공산당 얘기는 없이 더 판타지 스럽고..

저 영화들의 공통점으로 느끼는 건 피아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반전이 많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실수로 잡힌 게 아니라 일부러 잡혀 준 거다", "진짜 배후는 따로 있다", "내가 무릎을 꿇었던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다", "이 동료는 알고 보니 적에게 매수당한 상태였다"
이런 게 현실에서 자주 벌어지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스토리를 따라가기가 어려웠다.
아 그러고 보니 테이큰 3도 이런 구성을 어중간하게 흉내 냈던 것 같다. 러시아 악당이 나오는 것도 똑같고..

3. 군대에서 금녀의 벽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인간 흉기급 여성이 특수 요원이 아니라 군대 특수부대에서 차별과 편견을 견뎌내며 어쩌구저쩌구 하는 줄거리인 영화가 몇 편 있었다.
옛날에 데미 무어가 머리 밀고 출연했던 "G.I. 제인" (1997)..
그리고 "잠망경을 올려라" (1996)는 여군이 무려 잠수원 승조원으로 들어가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는 거의 존재감 없이 망한 듯하지만 "대한민국 1%" (2010)라는 영화가 있었다. 해병대에 여군 하사가 간부로 들어가는 내용이다.
"잠망경을 올려라"를 소개한 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고 있는데 옆에 관련 동영상으로 "대한민국 1%"가 같이 뜰 정도이니.. 유튜브의 AI는 사람의 마음과 컨텐츠의 의미를 다 파악하는 경지에 다다른 것이 틀림없다.

대한민국 1%에서 주연으로 출연한 여배우는 '이 아이'인데.. 뭔가 아이유 IU처럼 EI라고 표기 가능한 참 특이한 이름이다. 현재는 활동을 중단한 듯하다.

아무리 군대에서 짬 찬 병이 초짜 간부를 골탕먹이고 심지어 하극상까지 저지른다 해도.. 저 정도는 영화적 허용일 뿐, 현실성이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긴, 어떤 국산 영화 중엔 남자 교도관이 여자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말이다.

현실에서는 특전사에도 당연히 여군이 있고 유튜버 '은하캠핑'처럼 베어 그릴스의 한국 버전이요, 툼 레이더, 킬 빌, 악녀, 언니, 임 한림 등등등의 실사판에 해당하는 사람이 있다.
국군의 날 기념식 때 도복 입고 무술과 격파 시범 보이는 특전사 요원들 중에 가끔 뒷머리 묶은 여군들도 보이는데 다 그런 사람들이다.

4. 오징어 게임과 타 영화 장면의 유사점

<오징어 게임>이 대히트를 친 게 벌써 2년 가까이 전 일이 됐다.
데쓰 게임이라는 게 막 대중적인 장르는 아니니, 감독이 이걸 만드는 과정에서 "배틀로얄"과 "라이어 게임", "도박 묵시록 카이지"라는 기존 작품을 많이 참고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었다.
그런 플롯이나 스토리 말고 내 개인적으로 그냥 '느낌상' 굉장히 비슷하게 느껴지는 관련 작품은 다음과 같다.

(1) "라이터를 켜라"(2002)의 어리버리 봉구 허 봉구
극초반부에서 주인공 성 기훈이 그 나이 되도록 부모 돈이나 손대는 상찌질이인 것, 그래도 근본 성품은 착한 것=_=;; ,
어느날 일이 드럽게 안 풀려서 의기소침하다가 극적인 사건을 겪는 것, 결말부에서 뭔가 목표를 극적으로 이뤄내는 것이 비슷하게 느껴진다. 그 외에도,

  • 성 기훈은 소매치기랑 부딪혀서 돈다발을 털리고, 허 봉구는 야비군 훈련장에서 양 철곤과 부딪혀서 점심 우동 그릇을 엎지른다. 이거 비슷하고..
  • "내 돈 내놔!!!" (기훈이 새벽에게, 철곤이 용갑 국회의원에게)도 비슷하고... =_=
  • 처음과 끝이 반복되는 것도 비슷하다..!! 오겜은 딱지치기 게임이지만, 라이터...는 동창회다.. ^^

(2) "자토이치"(2003)에서 최종 반전 흑막이던 술집 종업원 노인
오 일남이 인상 좋은 동네 할아버지가 아니라 돈이 썩어빠지는 오징어 게임 기획자였던 것과 아주 비슷한 심상이다~!!
마지막 화에서 "당신의 깐부로부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처음 볼 때부터 난 자토이치 결말부가 같이 떠올랐다.

(3) "복수는 나의 것"(2001)
오징어 게임처럼 돈 때문에 범죄 저지르는 불우이웃에다, 밑도 끝도 없이 피칠갑 살인이 이어진다는 게 비슷하다.
그리고 오겜에서 강 새벽이 덕수를 극딜할 때 '혁명적인 개XX'라는 명대사가 튀어나왔는데..
"복수는.."에는 혁명적인 무정부주의 동맹-_-이란 게 있다.

결말부에서 여주인공인 영미가 동진에게 전기 고문을 당한 끝에 죽는다. 그런데 영미는 일제 시대로 치면 무슨 사회주의 성향 항일 운동 단체 같은 이상한 단체의 멤버였다. 영미가 살해당하자 거기 동무들이 또 동진에게 칼빵을 놔서 보복한다. 게다가 "네놈을 사형에 처한다"라고 판결문까지 만들어서 가슴팍에 칼과 함께 꽂아 준다.. =_=;;
두 영화는 혁명적인 게 있다는 정말 병맛나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고 보니 강 새벽을 배 두나가 연기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긴 하다..;; ㅋㅋㅋㅋ

Posted by 사무엘

2023/05/22 08:35 2023/05/22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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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영화 "검사와 여선생"

<검사와 여선생>은 1948년 6월에 개봉· 상영됐다는 국산 무성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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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를 지나 40년대의 끝물이었던 저 때는.. 세계는 물론 국내에서도 무성영화는 진작에 유행 지나고 한물 간 상태였다. 하지만 얘는 감독이 무성영화 변사 출신이기도 해서 무성에 애착이 있던지라, 일부러 옛날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현재까지 필름이 남아 있어서 영상이 전해지는 제일 오래된 국산 영화로는 일제 시대 1930년대 작품인 <미몽>(1936), <청춘의 십자로>(1934) 같은 게 알려져 있다. 이런 골동품 필름은 낡은 극장이 폐업해서 내부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창고에 처박힌 게 발견되기도 하고, 심지어 외국에서 상영되다가 말았던 게 정말 우연히 극적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뒤엔 나라가 몹시 혼란스러웠지만, 그래도 독립 운동과 해방을 소재로 한 영화가 여럿 만들어졌다. <자유만세>(1946)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때는 열차 이름조차 ‘해방자호(liberator)’라고 붙였던 시절이니 그때의 분위기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된다. 그리고 윤 봉춘 감독은 1947년에 곧장 유 관순 열사와 윤 봉길 의사 전기 영화를 나란히 만들었다.

자.. 이 와중에 <검사와 여선생>은 우리나라 최후의 무성영화이면서 해방 직후에 정치· 시사와 무관한 소재(멜로 드라마 신파)를 채용하여 만들어진 영화이다.
이 영화에는 미군이나 외국인 선교사가 아니라 한국인이 1947년쯤, 대한민국도 아니고 미군정 시절에 노면 전차가 가득하던 서울 시내를 촬영한 장면이 남아 있다. 대한뉴스 기록조차 없는 시기의 기록이니 역사적 가치가 아주 높을 수밖에 없다.

영화 필름이라는 게 무슨 지질 시대 화석이라든가 몇백 년 전 조선 시대 도자기나 실록, 어진보다야 훨씬 더 최근에 만들어진 물건일 텐데? 소실된 게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물가가 너무 비싸고 물자가 귀해서 기존 영상이 요즘처럼 영구 보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극장에서 내려가고 자기 용도를 다한 영화 필름은 곧장 다른 용도로 재활용돼야 했다. 무슨 전쟁, 화재, 자연재해로 인해 소실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일제 시대의 유명한 영화 제작자였던 나 운규의 <아리랑>(1926)도 무성 영화이다. 하지만 얘는 현재 필름이 전해지지 않아서 영상이 소실된 상태이다.

무성영화는 배우가 직접 대사를 말하지 않고 변사가 배경을 설명하는 형태이다 보니 무슨 다큐멘터리 같다. 그래도 변사는 무슨 국어책 읽듯이 무미건조하게 얘기하는 게 아니라 온갖 감정을 실어서 연기 하듯이 맛깔나게 나레이션과 배우 대사를 처리한다.
뭔가 판소리 같고 북과 장구가 곁들어져야 할 것 같다. 실제로 서양에서 무성영화가 상영되던 극장엔 BGM 연주를 위한 피아노인가 오르간까지 갖춰져 있었다고 한다.

자, 본인은 이런 점을 감안하고 검사와 여선생 영화를 유튜브로 신기하게 감상해 보았다.
얘는 역사적 가치 말고 문학 예술적 가치랄까 그런 건 지금의 관점에서는 캐 민망한 수준이다. 정말 유치하고 오글거리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전형적인 신파극이다.

집이 가난하고 끼니를 너무 많이 굶어서 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픽 졸도까지 한 불쌍한 학생(주인공. 이름은 ‘장손’)을 묘사하면서 변사는 “아~ 하나님이시여, 나는 왜 어찌하야 아버지 어머니가 안 계시는 것입니까 어흐흐흐흥 ㅠㅠㅠㅠ” 이러는 식이다.. ㅠㅠㅠ
이런 아이를 담임 선생이 사적으로 잘 챙기고 보살펴 준다.

그런데 그로부터 10여 년 뒤, 형무소를 탈옥한 어느 범죄자가 참 우연히도 그 선생의 집으로 숨어 들어오고.. 선생은 그 사람의 사정을 듣고는 불쌍히 여겨서 그를 숨겨 준다.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붙잡힌 사람인지는 자세히 보지 않아서 모르겠다.
그런데 우연히도 선생의 남편은 자기 아내가 낯선 남자와 바람 피우는 걸로 오해하게 된다.

이 때문에 부부싸움이 벌어지고, 남편이 자기가 휘두른 칼에 자기가 급소를 실수로 찔려 픽 죽어 버린다. 선생은 과실치사도 아닌 살인죄로 기소되는데..
이게 웬걸.. 그 선생이 옛날에 보살폈던 그 가난한 학생이 그새 고등고시를 통과하여 검사가 돼 있다(사법시험은 1960년대에 등장).

그래서 그 검사가 이 피고인은 나의 옛 스승이었고 이랬던 인품의 소지자이고 정황상 어쩌구저쩌구.. 그래서 선생의 무죄를 이끌어 낸다.
법정을 나와서는 그 검사와 선생은 부둥켜안고 운다. 그 아이는 검사가 돼서 얼마나 성공하고 출세했는지 1940~50년대의 시점에서 무려 자가용을 굴리고 있다. 그는 석방된 선생님을 태우고 자기 집에 모셔서 극진히 대접하고 자기 부인도 소개해 준다.

아, 정말 내 예상보다도 심하게 더 유치찬란하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저 제자는 검사가 아니라 변호사여야 하지 않나 싶다. 검사가 변호사보다 더 간지가 나니까 무리해서 저런 설정을 만든 걸까? ㄲㄲㄲㄲㄲㄲㄲ
그래도 이건 1948년작이고, 당시에 평이 좋았고 “흥행 성공”했던 작품이란 걸 감안하도록 하자. 필름이 괜히 보존될 수 있었던 게 아니다~!

그 어렵고 못살던 시절엔 사람들이 이런 걸 최신 문화 생활 겸 복고풍 무성영화라고 받아들이면서 관람했다. 그러면서 결초보은 같은 심리적인 공감과 대리 만족을 얻으며 눈물 콧물 짰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야 영화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접해서 뻔한 복선과 클리셰와 반전, 어설픈 CG 따위엔 식상해 버릴 정도로 눈이 높아졌지만.. 저 때는 시대 배경이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옛날에 소파 방 정환도 환등기 갖고 덕질과 변사 코스프레를 즐기던 천부적인 이야기꾼이었다. 동화 구연을 시작하면 애들이고 어른이고, 심지어 감시하던 일본 경찰 형사까지도 웃다가 울면서 난리가 났다는데.. 물론 그가 이야기를 실감나게 잘하기도 했지만 그 당시의 청중들은 우리 같은 여가 문화생활이란 게 없어서 신파극에 훨씬 더 잘 반응하기도 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저 변사 녹음은 언제 된 것인지 매우 궁금했는데.. 검색을 해 보니 신 출(본명 신 병균)이라는 분이 우리나라를 통틀어 혼자 남은 마지막 변사였고 2010년쯤에 ‘검사와 여선생’ 연기를 하셨던 것 같다. 이분은 85세의 나이로 지난 2015년 2월에 작고했다. 살아 생전에 그 1920년대 ‘아리랑’ 무성영화의 변사 연기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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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비교적 최근에 녹음한 것이었군.. 어쩐지 52분 31초 지점에.. 엥? ‘초등학교’라는 말이 나오더라. 신을 부를 때 사용하는 명칭은 ‘하느님’이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꼬박꼬박 말한다.
변사라는 건 인간문화재 급의 극도로 좁은 고인물 업종일 수밖에 없는데.. 뭔가 서커스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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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시절엔 꼭 사관학교를 다니지 않아도 학생을 다 ‘생도’라고 부르는 걸 알 수 있다. 옛날 한글 개역성경에서 직역하면 ‘대언자들의 아들들(왕하 2 등)’.. 엘리사의 제자 문하생뻘 되는 사람들을 ‘생도’라고 부른 것에서도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개역개정판에서는 ‘제자’라고 바뀌었다.

<검사와 여선생>은 훗날 1966년에 흑백 유성영화로 리메이크작이 나오기도 했다. 이때는 제목이 <민 검사와 여선생>이라고 약간 바뀌어서 주인공의 성씨가 앞에 삽입되었다. 그리고 설정을 좀 더 현실화해서 검사였던 제자가 옛 스승을 구하기 위해 변호사로 전업하는 것까지 들어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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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비슷한 시기에 동락 국민학교 김 재옥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 영화가 나오기도 했는데, 얘는 제목이 <전쟁과 여교사>(1966)였다..!
무슨 영어로 치면 teacheress 같은 단어가 있기라도 한지.. 그때는 여선생, 여교사라고 꼭 ‘여’짜를 붙이는 경향이 있었다.

<검사와 여선생>의 앞부분을 보면 노면전차가 다니는 서울 종로 시내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워낙 옛날이니 자동차는 아무래도 196, 70년대보다 훨씬 적게 다닌다.
그런데 <워커힐에서 만납시다>(1966)는 서울 시내에서 현역으로 다니는 노면전차의 모습을 ‘컬러’로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극히 드문 영상물이다. 물론 1966년이니 이때는 노면전차가 폐지되기 거의 직전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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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와 여선생에 나오는 전차와 비교해 보자. 차량이 바뀌기는 한 거 같다.. ㅡ,.ㅡ;;)

아무튼.. <검사와 여선생> 하나 갖고 옛날 영화와 관련된 온갖 썰들을 풀 수 있었다.
그나저나 1966년이 무슨 날이었나? <소령 강 재구>도 1966년작이고.. 언급된 영화들이 전부 이 해에 만들어졌으니 말이다.

옛날에는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 지금 같은 청록색이 아니라 녹슬지 않은 갈색이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수십 년 전의 주변 풍경 모습이나 책의 상태도 지금처럼 누렇게 낡거나 바래지 않았을 것이다. 흑백도 아니고 당연히 컬러였을 것이고..
본인은 옛날 모습을 옛날 그 시절 모습 그대로 보는 것에 관심이 있는데, 옛날 영화가 그 의문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여 흥미를 느낀다.

Posted by 사무엘

2022/01/26 08:36 2022/01/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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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상화

배우는 원래 없는 감정을 있는 것처럼 잘 몰입해서 연기하는 게 주업이었다.
그런데 CG가 발달하면서 드라마· 영화 배우에게 추가적으로 꼭 필요해진 능력은.. 없는 물건이나 배경을 있는 것처럼 인지하고 훼이크 치는 스킬임이 틀림없다.

뭐, 손바닥 펴서 앞에 가상의 벽면을 두드리는 흉내를 낸다거나, 손동작만으로 줄다리기 흉내를 내는 건 일반인들도 흔히 하는 장난이다. 그리고 기상 캐스터도 시퍼런 크로마 키 가림막밖에 없는 공허한 세트 안에서, 머릿속으로만 가상의 지도를 떠올리면서 여기저기를 혼자 가리키며 예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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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TV 드라마 "딸부잣집"의 오프닝 직전에 잠깐 나오던 무선 줄다리기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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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실사 영화의 촬영 장면 중 하나..)

하지만 전문적인 연기자는 더 정교한 동작을 소화해야 한다. 그것도 모션 캡처 장비를 치렁치렁 착용한 상태로 말이다. 공허한 세트에 있지만 지금 배를 타고 있거나 뉴욕 길거리 한복판에 있거나, 치열한 전장이나 우주 공간에 있는 것처럼 행동을 해야 하니 이것도 만만찮은 감정 노동일 것이다. 자기 내면뿐만 아니라 외부 배경까지 가상화를 해야 한다.;;

로보캅 같은 영화가 요즘 만들어졌다면 주연 배우는 센서가 달린 쫄바지 쫄티 차림으로 연기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쟤는 무려 1980년대 말 작품이니.. 그 금속 분장이 레알 현물이었다. 분장을 걸쳤다가 벗는 수고도 장난이 아니었고, 분장의 무게도 무시 못 할 지경이었다고 한다.

그나저나 "Dead or alive, you're coming with me!"라는 로보캅의 대사는 아저씨에서 "결론부터 말할게. 넌 내가 잡는다."라는 치곤 형사의 대사와 아주 비슷해 보인다.

2. 무인화

비행기 조종사의 자리를 무인기가 조금씩이나마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요즘은 사이버 모델이 다시 등장해서 인간 배우의 역할을 제한적이나마 대신하기 시작했다.
지난 7월에는 '신한 라이프' CF에서 여성 사이버 모델 '로지'(오로지;;)가 전격 출연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웬 예쁘장한 무명 신인 모델이 격렬한 댄스를 선보였는가 싶었는데.. 이 처자는 실존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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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모델이라는 건 먼 옛날인 1990년대 중후반에도 미국, 일본 같은 나라에서 등장한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담이니 루시아니 이러면서 데뷔했었지만.. 그때는 기술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망했다.
비주얼도 사실감이 부족하고 엉성하고, 또 출연 영상 한 회분을 만드는 데 드는 난관과 비용도 너무 커서 채산성이 안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 이상 시간이 지나니 CG 기술은 그때와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눈부시게 발달했다. 실사와 구분이 어려운 디테일을 자랑하는 사이버 모델이 진짜 사람처럼 격렬하게 댄스를 추는 영상을 훨씬 더 저렴하고 빠르고 쉽게 생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90년대까지만 해도 3D 그래픽 좀 만지려면 비싼 워크스테이션 급 컴터가 필수였다지만.. 요즘은 일반 PC가 그런 영역까지 진작에 다 흡수했으니 말이다.

사이버 모델이 출현할 거라는 건 이미 1990년대의 컴퓨터 잡지들에서도 예견했었다.
사이버 모델은 현실 연예인 같은 높은 인건비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고, 건강 문제 없고 요즘 같은 코로나19 영향도 전혀 받지 않을 것이며, 자기관리 실패 스캔들을 일으키지도 않을 테니.. 기획사의 입장에서는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사이버 모델이 충분히 연기 잘 하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말이다.
1990년대에는 아이디어가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감이 있었던 반면, 지금은 그때에 비해 실현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

3. 몰입

자동차건 비행기건 자율 주행 기술이 현업 자동차 운전사나 비행기 조종사의 직업을 완전히 빼앗을 날은 아직은 요원하다. 기계 번역이 인간 전문 통번역사의 밥줄을 완전히 빼앗을 날 역시 가까운 미래엔 없을 것이다. 이 점에서는 사이버 모델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의 연예인들은 여느 분야와 마찬가지로 고도로 전문화된 업종의 종사자이다. 혼을 담은 연기를 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배역의 정체성을 그야말로 세뇌에 가깝게 주입하고 연습한다.
가령, 학대 범죄 피해자를 연기한다면 진짜로 밥을 굶고 얻어맞기도 하면서 범죄 피해를 경험하고.. 여느 운동 선수 만만찮게 키와 체중을 조절하고.. 실존했던 역사 인물을 연기한다면 그 인물의 모든 생애와 심리를 미주알고주알 공부한다.

이런 사례들이 한둘이 아니다.
예전에 일본 SEGA에서 버추어 파이터를 처음으로 개발할 때, 프로젝트 책임자이던 스즈키 유는 자기부터 중국 소림사에 가서 직접 무술 수련을 받으면서 격투 동작을 연구했음은 물론이거니와, 휘하의 팀원들끼리도 서로 개싸움이라도 시키고 주먹과 발로 때리고 맞게 하면서 게임 개발의 감을 잡게 했다지 않는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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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모탈 컴뱃이야.. 2D 시절에는 액션 배우의 실사 연기를 그대로 따서 만들어지기도 했고..
물론 게임 개발은 연기하고는 약간 영역이 다르지만, 어쨌든 이런 것들도 이 정도로 장인 정신을 동원해서 개발하고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굳이 영화· 드라마를 위한 연기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옛날에 김 대중 대통령이 남북 정상 회담 때문에 김 정일을 만나기 전에..
국정원에서 자체적으로 김 정일을 카케무사 내지 도플갱어 급으로 시뮬레이션( ...;; )한 북한 전문가를 양성해서 대통령을 독대하면서 리허설 예행 연습을 시켰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 사람은 북한에 대한 첩보란 첩보는 다 공부하면서 자기 원래 정체성을 삭제하고 북한 수괴의 말과 행동과 생각을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했다고 한다.
글쎄, 오늘날 같은 엄청난 머신러닝과 AI 기술이면 기계가 사람의 인격을 흉내 내는 것까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이건 그래도 AI 덕분에 의사· 판사 같은 직업이 필요 없어지는 정도까지는 돼야 실현되지 않을까 싶다.

4. 유행어

  • 김 영철: 4딸라 /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는가? (영화가 아니라 드라마에서!)
  • 김 광규: 아부지 뭐 하시노??
  • 김 희원: 방탄유리 -_-;;;

어떤 배우가 단순히 흥행 대박 난 작품에 주연으로 출연하는 정도를 넘어서, 이렇게 국민 명대사의 주인공으로 각인되는 건 정말 엄청난 행운일 것이다. 사이다 아니면 병맛 중독성 중 하나 이상은 만족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명대사라는 게 해당 작품이 갓 상영됐을 때는 별로 주목을 못 받다가 뒤늦게 조명되어서 뜨는 경우도 있다.

<태조 왕 건>이나 <야인시대>가 본방 나오던 시절엔 코흘리개였거나 심지어 태어나지도 않았던 애들도 김 영철의 별명이 4딸라와 궁예인 걸 알 정도이다.
김 희원은 이제 자기 평생에 방탄유리-_-를 능가하는 다른 무언가는 더 나오지 않을 거라고 말하기도 했댄다.;;

Posted by 사무엘

2021/10/18 08:35 2021/10/1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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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현실의 차이

(1) 사람이 주먹질이나 몸통박치기를 해서 와장창 깨지는 유리창, 머리 박치기를 해서 깨지는 맥주병은 진짜 유리가 전혀 아니다. 훨씬 더 잘 깨지고 인체에 위험하지도 않은 슈가글래스 같은 다른 소재이다.
현실에서 유리를 그렇게 깼다간 큰일난다. 이런 점에서는 페르시아의 왕자 게임의 설정도 매우 비현실적이고 위험하다. (1편은 레벨 4에서 거울 깨기, 2편은 시작부터 창문 부수고 탈출)

(2) 거대한 선박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실제 크기의 90% 남짓한 세트로 대체하고, 그것도 좌우 중 한쪽 현만 만드는 편이다. 맞은편 현 씬은 기존 현에서 촬영 후에 좌우 대칭을 시켜서 연출한다. (배우도 좌우 바뀐 복장과 연기를 하고)
이건 타이타닉과 연평해전에서 공통으로 동원된 테크닉이다. 심지어 연평해전의 경우, 적함과 아군함을 같은 배에서 세팅만 달리해서 찍었다고 전해진다.;;;

90% 크기의 약간 작은 가구 소품은 아파트 모델하우스에서도 쓰이기도 한다. 소비자에게 집이 겉보기보다 더 넓어 보이는 느낌을 준다. 길이를 10%만 후려쳐도 전체 부피는 3제곱의 특성상 27%나 줄어든다. (1 - 0.9^3)

(3) 현금박치기나 돈다발을 불태우는 씬은 영화/드라마 소품용으로 특별히 한국 은행으로부터 허가까지 받고 제작된 가짜 돈, 한 마디로 합법적인 위조지폐로 한다. 병원에서 처방하는 합법적인 마약과 비슷한 존재랄까?
얘는 크기나 재질이나 인쇄 내용 등 어디에 어떤 형태로든 이건 진짜 돈이 아니라는 티를 내는 표식이 반드시 들어간다.

(4) 우리나라나 미국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 화면에 안전하게 노출시키는 용도로 쓰라고 허구의 전화번호 리스트도 통신사 차원에서 생성해서 지원해 준다. 자동차 번호판에도 비슷한 게 있으려나?

(5) 현업에서 쓰이고 있는 것이 그대로 방송을 타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하는 의류가 있다. 군복, 그리고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
그래서 군대를 소재로 하는 영상물에서는 한물 간 옛날 개구리 군복이 즐겨 쓰이며, 스튜어디스 제복도 대충 비슷하게는 생겼지만 실제로 어느 항공사에서도 현재 쓰이지 않는 물건이 소품용으로 따로 만들어져 쓰인다.

(6) 금호 상사처럼 영화 촬영을 위한 올드카 대여 업체가 있다. 포니, 브리사, 봉고, 그라나다 같은 차들 말이다.
말죽거리 잔혹사의 경우, 감독이 실제 1970년대 중문 버스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1980년대 대우 자동차의 등장 이후에 만들어진 BF105를 적당히 개조해서 찍었을 것이라고 예전에 본인이 추측한 바 있다.

(7) 비행기 정도라면 모를까, 현실의 자동차는 꼬라박거나 총 좀 맞는다고 해서 그렇게 쉽게 잘도 펑펑 터지고 불바다가 되지 않는다.
또한, 현실의 수류탄 역시 폭발하더라도 영화나 게임 같은 화끈한 화염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총 쏠 때와 비슷한 정도의 불꽃이 잠깐 반짝이고 마는 정도다. 그 대신 폭음과 진동이 영화의 묘사보다 훨씬 더 클 뿐이다.

(8) 비슷한 맥락에서 인체도.. 사람은 저격수나 자객에 의해 총칼로 급소를 강타했을 때 차라리 즉사를 하면 했지, 뒤통수 한 대 퍽 맞았다고 그렇게 호락호락 잘 기절하지는 않는다. 이건 영화적 과장이 많이 가미된 연출이다.

(9) 영화는 전반적인 색깔 톤도 인위적으로 왜곡 보정된 경우가 많다.
가령, 친구(2001) 같은 경우, 빛바랜 느낌을 내려고 영상의 톤이 전반적으로 누렇게 바래져 있다.

아저씨나 타이타닉에서 결말 장면(지하주차장 방탄유리 드립 내지, 배 침몰 후)은 배경에 전부 어두컴컴한 시퍼런 톤이 들어가 있는데... 어느 건물이건 실제 지하주차장의 조명이 그렇게 어두컴컴 시퍼런 게 아니다.
타이타닉도 뭐.. 실제 상황이었으면 그냥 닥치고 깜깜하고 아무것도 안 보였겠지만.. 하지만 이런 것들이 다 영화적 허용이다.

뭐 이런 게 한둘이 아니어서 말이지..?
영화와 현실이 차이가 이렇게 크니 대륙 무술 영화에 나오는 쿵푸도 현실에서는 아무 실속이 없는 무용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오는가 보다.

Posted by 사무엘

2021/08/07 08:35 2021/08/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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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꼭 볼 만한 명작 영화로는
Flight 93 (2006), 그리고 Sully (2016)가 있다. 실제 사건으로나 영화의 작품성으로나 모두 탁월하다.

1.
전자는 2001년 9 11 테러 당시에 테러리스트에게 피랍된 유나이티드 항공 93편(미국 국내선, 보잉 757-222) 여객기 내부에서 벌어졌던 일을 다룬다. 9 11 테러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항공 보안 규정은 지금보다 훨씬 더 널널했다.

사건은 빨간 머리띠를 두른 테러리스트들이 갑자기 승무원들을 제압하고 조종실로 난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나중에는 승객들이 힘을 합쳐 기내식 카트로 박치기를 해서 조종실 문을 부수기는 하지만.. 이미 조종간을 잡고 있던 테러리스트가 이판사판 동귀어진 차원에서 비행기를 평지로 추락시켜 버렸다.
추락 충격이 얼마나 컸으면 영화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커다란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면서 기체는 형체도 없이 박살났다. 그리고 전원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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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승객들의 영웅적이고 숭고한 저항 덕분에 이 사건은 저 비행기만 혼자 추락하는 걸로 끝날 수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을 그대로 놔 뒀으면 쟤는 워싱턴 DC에 있는 백악관이나 국회의사당에다 꼬라박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때 미처 무장을 못 하고 긴급 출격했던 미군 F-16 전투기 2기는 얘와 몸으로 충돌할 각오까지 했었다고 한다.
이 기체가 추락한 지점에는 현재 Tower of Voices라는 이름의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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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편, 후자는 2009년 1월, 허드슨 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US 에어웨이즈 1549편(미국 국내선, 에어버스 A320-214)의 불시착 사고를 다룬다. ‘설리’는 당시 여객기 기장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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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체는 이륙한 지 얼마 못 가 새떼들과 제대로 충돌한 덕분에 좌우 엔진이 몽땅 망가지고 시동이 꺼져 버렸다. 새가 기체와 단순히 부딪힌 정도를 넘어 엔진으로 빨려들어갔기 때문이다. 공기만 들어와야 하는 엔진 내부에 크고 무거운 생명체 이물질이 들어갔으니 뭐..
기체는 순식간에 글라이더로 전락하고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기장이 얼마나 적절한 상황 판단으로 강에 잘 불시작해서 승객들을 전원 구출했는지는.. 직접 보면 알 수 있다. 공포의 GPWS 경보음을 “웽웽~ pull up!” 단계까지 듣고도 멀쩡히 살아남은 여객기 기장은 세계적으로도 드물지 싶다.

영화에서는 NTSB 조사관들이 저런 영웅 기장을 과실 있는 가해자인 것처럼 막 의심하고, 그때 비행기를 꼭 이렇게 처박았어야 했냐는 식으로.. 검사가 피의자 심문하듯이 거칠게 몰아세우는 것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실제 사고 조사 때는 그렇지 않았다. 도저히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것이 명백했기 때문에 딱히 빡세게 조사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기장 당사자가 영화에서 상대측 조사관들이 너무 악의적으로 묘사됐다고 이의를 제기했을 정도였다.

3.
이런 식으로 우리나라도 1971년 1월, 대한항공 포커 27기 납북 미수 사건 정도면 충분히 영화로 만들 만한 스토리였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납북 미수라고는 하지만 이건 진짜 북괴 간첩은 아니고 그냥 중2병 또라이의 단독 범행이었다. (대공 용의점 없음) 그렇지만 피의자가 진짜 폭발물을 소지하고 있었고 여객기를 진짜로 이북으로 보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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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승무원들은 매우 적절하게 잘 대처했다. 기내에 탑승 중이었던 보안관이 놀라운 실력으로 테러리스트를 사살했으며, 결정적으로 놈이 기폭시킨 폭탄은 전 명세 부기장이 자기 몸으로 덮어서 폭발을 상쇄했다. 그리고 그분은 순직.. 기체는 다행히 바닷가에 잘 불시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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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강 재구 소령의 비행기 버전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시절에 강 소령 전기 영화(1966)도 나오고, 공군의 활약을 다룬 빨간 마후라(1964)도 나왔는데.. 저 일화가 잊혀져 가고 있는 건 아쉬운 일이다.
또한, 보안관이야 1969년 말 YS-11기 납북 사건의 교훈 때문에 도입된 것이지만 그 당시에 소지품 보안 검색은 저런 사제 폭탄의 반입을 허용했을 정도로 여전히 허술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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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19:34 2020/10/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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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수님 역

1959년작 명작 영화 '벤허'에서 벤허 역을 맡은 주연 배우는 찰턴 헤스턴(2008년 작고)이라고 아주 잘 알려져 있다. 이 사람이 '십계'에서 모세 역을 맡기도 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진다. 벤허에서 뒷모습만 나오는 예수님 모습은 누가 연기했을까..??

벤허에서 특히 압권인 건 죄수 노예들을 호송하던 로마 군인이 "어이, 거기 민간인! 누가 저 죄수(벤허)에게 물 주랬어?" 호통과 함께 예수님을 째려봤는데.. 거의 20초 가까이 벙찌고 있다가 예수님과의 기싸움에 압도 당하고, 급 시무룩해져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 휴식 끝. 출발한다. 가자!" 이러는 장면이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정말 인상적인 연출이었다. 요한복음 8장의 "죄 없는 자부터 먼저 돌을 던져라 → 급 시무룩"에서 모티브를 따기라도 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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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송가 <나 어느 날 꿈속을 헤매며>의 "그 동정의 눈빛과 음성을 나는 잊을 수 없겠네.. 내가 영원히 사모할 주님 부드러운 그 모습을" 가사가 자동 재생되는 것 같다.
예수쟁이라면 성경 구절뿐만 아니라 찬송가도 많이 알아 두면 살면서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도움이 된다.

예수님을 연기한 배우는 당시 영화의 credit에는 등재되지 않고 비밀로 부쳐졌다.
하지만 나중에 어떤 계기를 통해 클로드 히터(1927~)라는 배우라는 것이 알려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을 안 해 봤는데 신기한 노릇이고.. 또 에어컨과 히터 할 때 그 히터 Heater가 사람의 성씨인 게 특이하다.
하긴, 에어컨의 발명자는 성씨가 캐리어였지.. 프로토스 캐리어와 같은 단어다..;;

2. 하나님의 음성

한편, 1998년에 개봉했던 '이집트의 왕자'는 애니메이션인 관계로 출연진이 배우가 아니라 성우인데.. 이때도 하나님 목소리 역은 credit에 공개되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은.. 모세 역 성우가 음성변조로 하나님까지 1인 2역을 했었다.

"너는 이제 파라오에게 돌아가서 도탄에 빠진 네 동족을 구해낼지어다." / "헉, 저는 말이 둔해서 그럴 수 없사옵니다" 대사를 동일 성우가 다 말했다는 뜻이다.

이런 예가 그 업계에서는 드물지 않다.
월트 디즈니 포카혼타스에서도 랫클리프 총독과 위긴스 비서는 서로 음색이 완전히 다르며, 상대방 말을 끊으면서 대화하는 장면까지 있는데도 성우가 동일 인물이다.
스타크에서도 마린, 고스트, 배틀크루저 등 상상하기 어려운 유닛들 목소리가 다 동일 인물(크리스 멧젠..)이다.

3. All Dogs Go To Heaven

본인은 수십 년 전 먼 옛날에 영어 회화 학원에서 All Dogs Go To Heaven (1989)이라는 만화영화를 비디오로 본 적이 있다.
너무 어린 시절의 너무 오래된 경험인 관계로, 지금은 거의 모든 장면과 스토리를 까먹어 버렸고 "oh Charlie, you can never come back~" (찰리 씨, 그랬다간 여기에 다시는 못 돌아와요~~ ㅠㅠㅠ)라고 천사 암캐(?)가 경고하는 말밖에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얘는 사후 세계를 다뤘다는 점에서 "신과함께"와 살짝 비슷한 장르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제목부터가 심상이 전 3:21이나 계 22:15와는 완전 상극이다. 반성경 반기독교(anti-)까지는 아니어도 "비"(non-)성경적인 설정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뭐, 계 22:15의 경우, 진짜 동물 개를 가리키는 건 아니지만...)

왜냐하면 성경에 따르면 오직 인간만이 하늘(천당) 아니면 지옥이라는 사후 세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 안 믿고도 특례로 구원받고 천당 갈 수 있는 존재는.. 스스로 선과 악을 분별할 능력이 없고 예수 믿거나 거부할 능력 자체가 없는 영· 유아, 정신지체 장애아뿐이다. all dogs go to heaven이 아니라 all babies go to heaven인 것이다.

동물은? 평생 우리에 갇혀 살다가 도축되어 멍멍탕으로 잡아먹힌 개든, 인간을 대신해서 지뢰를 밟고 산화한 군견이든.. 죽으면 그대로 완전히 소멸되고 사라진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간다거나 하는 건 없다.
사후 세계에도 다른 동식물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동물은 현 세상에서의 경험과 기억을 갖고 인간과 교감했던 그 동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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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름 성경으로 치면 개에 대한 "book of life"(계 20:12)를 묘사해 놓은 모습이다. 물론 저 장면은 성경의 실제 백보좌 심판하고는 백만 광년 억만 광년 떨어진 묘사이다.;;;

허나, 게임을 현실 고증에만 너무 충실하게 만들면 재미가 나질 않고 이말년 씨리즈의 두덕리 온라인 꼴 나며.. 성경 고증에만 너무 충실하면 우주 SF물은 전혀 만들어질 수 없고 동물의 의인화도 전혀 할 수 없으니.. 영화는 그런 사항을 배제하고 만들어진다.
(사실 성경까지 갈 것도 없이 항공 우주역학과 기초 기계공학 고증에만 충실해도 이족보행 합체 로보트라든가 우주 SF물은 성립이 전혀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작품 얘기로 돌아오면.. 주인공 찰리는 멀쩡히 천당· 낙원에 들어가서 편히 쉴 수 있는데도 자기는 억울하게 살해당했기 때문에 이대로 죽을 수 없댄다. 복수를 해야 된다며 자기 수명 시계의 태엽을 무단으로 거꾸로 돌려 놓고는 다시 현 세상으로 도망친다. 헐~~ ㅠㅠ 쿵 퓨리에서는 해킹으로 시간을 워프 시키고 죽은 사람도 살려 내고 총상을 치료하더라만...

저기서도 온도 단위 드립이 나오는 게 흥미롭다. "이곳 천당은 온도가 73도로 유지되는 아주 안락 쾌적한 곳이랍니다. 화씨로요."
하긴, 섭씨로 73도인 곳이 천당일 수는 없을 거다. 다만, 그 정도 온도만으로 아예 반대편 지옥이라고 불리기는 좀 부족하고, 거긴 그냥 사우나 정도일 것이다.

결말부에서는 찰리의 수명 시계가 완전히 멈춰 버리고.. 찰리 역시 "난 깽판을 너무 많이 쳤으니 이제 지옥으로 가는 거죠?"라고 자포자기 하지만.. 저 천사 암캐가 "아니요, 당신은 목숨을 바쳐 의로운 선행을 했기 때문에 여전히 돌아올 수 있어요" 그러면서 해피엔딩이 나오긴 한다.

신과함께도 그렇고, 성경 교리 없이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매체들은 그냥 평범한 권선징악 코드로 귀착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런 매체에서 십자가에서 구원받은 강도(눅 23:42-43) 얘기 같은 게 등장할 리는 없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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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5 08:34 2020/09/1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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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옛날 영화 이야기

1. 복수극

킬 빌(2004), 악마를 보았다(2010),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2010).
굉장히 폭력적이고 잔혹한 묘사가 담긴 복수극 영화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제각각 개성과 차이점도 있다.

국산인 ‘악마를…’만 주인공이 남자이다. 나머지 둘은 주인공이 여자이고 자기 자신이 당한 것에 대한 복수를 한다. 이 두 영화는 복수 대상이 다수 내지 집단인 반면, ‘악마를…’은 복수 대상이 단 한 사람이다. 그 대신 결투가 끝난 뒤에도 적을 곧장 죽이지 않으며, 고통을 더 오래 겪게 만들겠다는 명목으로 살짝 다치게만 한 뒤 일부러 살려 준다.

‘킬 빌’은 잘 알다시피 온갖 옛날 영화 오마주가 가득하며, 사지가 썰리고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비현실적인 과장이 많다. 하지만 나머지 둘은 악역이 저지르는 흉악 범죄를 부각시키면서 다소 진지한 분위기이다.

‘킬 빌’과 ‘악마를…’은 주인공이 킬러 교육을 받았건, 첩보기관 요원이든 해서 기예의 달인이라는 설정이 있다. 하지만 ‘내 무덤에…’의 주인공은 그런 것과 무관한 평범한 여류 작가이다. 그런 그녀가 공범도 없이 혼자 남정네들을 하나씩 능숙하게 유인해서 빠따 한 방에 즉시 기절시키고, 그 무거운 남성을 질질 끌고 가서 미리 세팅해 놓은 형틀에다 번쩍 들어서 묶고 고정시키는 건 굉장히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킬 빌’과 ‘악마를…’은 복수가 다 끝난 뒤엔 주인공이 우는지 웃는지, 희열인지 오열인지 모를 므흣한 표정 연기를 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그러나 ‘내 무덤에…’는 주인공이 그냥 앉아서 담담한 표정만 짓는 걸로 끝이다.
‘킬 빌’ 같은 “사랑해요 미안해요” 애증의 관계가 아니고, ‘악마를…’처럼 “난 네놈이 최대한 오래, 죽은 뒤에까지 영원히 고통받았으면 좋겠어" 라이벌(?) 구도도 아니고.. 그저 죽이고 싶은 강간범일 뿐이니 뭔가 보복의 관점이 다른 것 같다.

다만, ‘악마를…’과 ‘내 무덤에…’끼리도 꽤 비슷한 점이 있는데, 바로 마지막 악역이 죽는 방식이다. 악역의 지인이 찾아와서 뭘 건드리자 장치가 작동해서 악역 당사자가 죽는 것이다. 전자에서는 단두대가 내려와서 목을 뎅겅~ 해 버리고, 후자에서는 총이 격발된다.

아이고 내가 별 걸 다 비교하고 분석하고 있네;;
하긴, 그러고 보니 ‘복수는 나의 것’(2002)이라는 영화도 있었는데 위의 영화들 같은 전개는 아니다. 예쁘장한 여주인공이 평범한 조폭을 넘어 무려 무정부주의 반국가단체 멤버이고, 애 유괴조차도 착한 유괴와 나쁜 유괴가 따로 있다는 드립을 날리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런 '처절 복수' 말고 본인이 특별하게 기억하여 분류하는 영화는 분야별로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 전쟁사: 미드웨이, 연평해전, 인천 상륙작전
  • 권선징악 액션: 테이큰, 아저씨
  • 저예산 감금: 베리드, 화씨 247도, 12피트, 데블
  • 병맛 레트로: 쿵 퓨리
  • 철도: 라이터를 켜라, 튜브, 부산행
  • 남자에 대한 여자의 병적인 집착과 광기: 크러시(1993), 올가미(1997)

2. 옛날 버스

최근에 유튜브의 AI가 내 취향을 정확하게 저격해서 적절한 옛날 영화를 하나 제안해 줬다. =_=;;
1981년작 영화 ‘도시로 간 처녀’.

그 시절에 상경해서 버스 안내양으로 일하던 여성들의 애환뿐만 아니라, 전방엔진(FR) 형태에 하차벨이 없던 옛날 버스의 실제 모습을 생생하게 구경할 수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가 1978년의 서울 강남을 아쉬운 대로 재연한 2004년작 영화인데, 저건 딱 그 시기에 실제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그러니 시대 반영이 더욱 정확할 수밖에 없다.

현대 FB보다도 더 옛날인 HD 170급의 골동품 버스를 이렇게 보다니 반가웠다. 지금이야 현대 버스는 바퀴 fender가 둥글고 대우 버스가 각져 있지만, 1970년대엔 현대 버스가 펜더가 각져 있었다. 사실 저 땐 아직 대우도 아니고 새한이었다.

저 때가 앞문과 중문이 분리된 버스가 등장하기 시작한 과도기 같다. 문이 두 개 달린 버스는 중문이 뒷바퀴의 앞쪽에 있는 반면, 중문 하나만 있는 옛날 버스는 그 문이 앞바퀴의 뒤쪽에 있다. 그리고 자세히 관찰해 보면 앞문은 자동화가 돼서 운전사가 스위치로 개폐하지만, 중문은 여전히 안내양이 손으로 여닫는다.

‘말죽거리…’ 감독도 바로 저런 오리지널 버스를 구하고 싶었지만, 못 구해서 그것보다는 덜 옛날(?) 버스의 앞문을 부득이하게 틀어막았다고 증언한 바 있다.
내가 보기에 감독의 말은 사실이다. 말죽거리에서 쓰인 버스는 BF105 정도로 추정된다. 전방의 방향지시등이 헤드라이트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외형으로 미뤄볼 때 BF101은 아니고 빼박 확실하게 1980년대의 비교적 신형(?) 차량이다.

  • 본인은 금호 클래식카에 수집되어 있는 이 버스가.. 아마 말죽거리 잔혹사 소품으로 쓰인 버스라고 추측한다. 외형이 동일하다. 그런데 뒤의 등짝에 SMC 새한이 아닌 DAEWOO라는 엠블럼이 새겨진 것부터가 이 차량은 1970년대 차량이 절대 아님을 입증한다. -_- (대우 자동차 상호는 1983년에 등장) 얘는 BF105인데 1970년대 차량처럼 보이게 나중에 인위로 개조된 것이다.
  • 진짜 1980년대의 BF105 시내버스는 이렇다. 동일한 외형이지만 이미 앞문과 중문의 구분이 생겼고, 중문은 슬라이딩 형태로 바뀌었고 하차벨까지 생겨 있다. 엔진 배치가 여전히 전방인 것만 빼면 오늘날의 시내버스와 거의 차이가 없다.
  • 한편, 얘는 진짜로 1970년대의 옛날 시내버스인데, 메이커는 저 외형만 봐서는 모르겠다. =_=;; 아마 외제차 수입인 듯.. 좌석이 무슨 지하철처럼 벽면을 따라 롱시트 형태인 게 아주 인상적이다.

참고로 국내 최고의 버스 고증 전문가인 이 종원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 바 있다. 이 영화는 아직 자동문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셈이다.

“82년 자동문이 생기고 인건비가 오르면서 안내양 수가 줄기 시작했다. 혼잡할 때만 안내양이 있었다. 안내양이 있을 땐 승객이 중문으로 타서 안내양에서 돈을 주고, 앞문으로 내렸다. 안내양이 없을 땐 앞문으로만 타고 내렸다.
84년에야 돈을 먼저 내는 선불제가 도입됐다. 이때부터 앞문으로 타서 중문으로 내렸다. 80년대 후반 아시안 게임, 올림픽 게임이 열리면서 버스가 발전했다. 정부에서 차체가 전보다 10~14cm 낮은 저상버스를 만들었다. 엔진도 뒤에 달려 소음이 줄었다.”


지금이야 카드로 찍기만 하면 모든 요금 처리가 전산으로 정확히 처리되고, 승객의 동선과 버스 이용 통계, 차내 혼잡도가 몽땅 빅데이터로 실시간 자동 집계되는 세상이지만..
40년 남짓 전 저 때만 해도 미개한 원시시대 그 자체였다.

카드는커녕 버스 토큰도 아직 없었는지 안내양이 승객으로부터 현금을 직접 취급했다. 그리고 승객 대비 돈이 너무 적게 걷힌다 싶으면 안내양이 근무 중에 요금을 슬쩍 횡령하지는 않나 의심을 받고 굴욕적인 몸수색까지 당해야 했다!
저 영화 중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운동 선수로 치면 도핑 모니터링 요원이 보는 앞에서 소변 검사를 받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도시로 간 처녀’는 이런 시대 배경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주연 여배우가 꽤 예쁜 건 버스부터 충분히 구경한 뒤에야 눈에 들어왔다. =_=;;

Posted by 사무엘

2020/03/07 08:35 2020/03/0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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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갓 태어난 아기 내지 꼬마였던 1980년대, 레이건과 전대갈 대통령 시절 겸 히로히토 일왕의 말기는 미국· 일본· 한국 모두 경제가 호황이고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잘 나가던 때였음이 틀림없다.
데모 하느라 성적이 개판이어도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대기업들에서 모셔 가려고 난리이던 시절? 방학 때 공사판에서 한두 달 노가다만 뛰면 대학 등록금이 짠 마련되던 시절? 적당히 월급 저축해서 집을 마련하고, 남자 혼자 외벌이만으로 집안을 먹여 살리는 게 가능하던 시절?

아 물론 이런 것들은 추억 보정을 받아 비현실적으로 미화된 것도 있고 걸러 가며 들어야 할 것도 있다. 그 시절에 전반적인 분위기가 저랬다고 해서 너님도 반드시 저 혜택을 입는 게 가능했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저렇게 풍요로운 시절을 보낸 세대들은 더 과거에는 우리보다 훨씬 더 험악하고 무질서하고 힘들고 어려운 나날을 겪기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6· 25 전쟁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1970년대의 악몽이던 석유 쇼크는 어떻게 극복했겠는가?

이때는 냉전의 여파로 과학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기도 했다. 우주왕복선이 등장했고 이제 막 컴퓨터 '정보화 시대' 운운하고 있었다. 그래서 각종 창작물에서 로봇, 우주선, 컴퓨터에 대한 만능주의 환상이 마음껏 반영되어 들어가곤 했다.

그리고 음악은 만능 음향 제조기인 신시사이저가 발명된 지 얼마 안 되어 전자 음향이 세계적인 대세가 돼 있었다. 영상에서 CG는 아무래도 1990년대 이후부터 각종 영화와 CF에서 널리 퍼졌으며 1980년대엔 아직 소수의 실험적인 시도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 반면, 음향은 그보다 약간 이른 아날로그 시대부터 전자화 가상화가 진행된 셈이다.
이 글에서는 이런 점들을 감안하여 그 시절의 매체들 몇 가지를 회고해 보고자 한다.

1. 주찬양 2집 알렐루야

먼저 찬양 음반부터 언급하도록 하겠다.
세상에는 창세기 1장 6일 창조의 둘째 날 말고도.. 시리즈로 나온 물건들 중에 유독 둘째 넘버링이 존재감이 없거나 특이하거나 흑역사가 된 것이 좀 있다. 인텔 8086/88 다음으로 80186 CPU라든가 보잉 707 다음으로 717처럼 말이다.

옛날에.. 무려 1991년에 발매되었던 주찬양 선교단 10주년 컬렉션 음반에는 과거에 내놓았던 1집부터 7집의 곡들 중에서 명곡이 수록되어 있었는데, 유독 2집 소속인 곡은 전혀 없었다. 그러니 본인은 주찬양 2집은 도대체 뭔가 자연스럽게 의문이 들게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얘는 평범하게 최 덕신의 창작곡으로 구성된 앨범이 아니었다.
미국의 빌 게이더 & 글로리아 게이더 부부의 창작곡으로 구성한 찬양 예배 앨범 Alleluia를 그대로 번역하여 수록한 음반이었다. 아무래도 1집과 3집의 사이에 나왔을 테니 발매 시기는 1986년~87년 정도로 좁혀진다.
영어 원판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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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We've gathered together just to praise the Lord.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주님을 찬양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뭐 이렇게 시작하고..
맨 첫째 1번 트랙은.. 무슨 올림픽 개막식 같은 느낌도 든다.
사회자가 시편 150편을 인용하면서 "나팔 소리로, 비파와 하프로 그분을 찬양할지어다" 이렇게 말하면 그 뒤로 오케스트라가 진짜로 그렇게 연주를 하고.. 그런다. ㅎㅎ 그래 봤자 스타일은 어쩔 수 없는 전형적인 1980년대 스타일이지만 말이다.

그래서 주찬양 2집은 주찬양 앨범들 중에 유일하게 외국 음반 번역이며 성격이 좀 특이하다.

"살아 계신 주" (주 하나님 독생자 예수...)
"예수 예수 예수 그 이름만 거기 있네"
"섬길 수록 더 귀한 주님" (주 내 맘에 오신 후에...)

요 찬송이 바로 게이더 부부의 곡이며, 저 앨범에 소개돼 있다.

7번 트랙이 "섬길 수록 더 귀한 주님"인데, (테이프에서는 B면 둘째 곡) 앞에 어떤 노년 신사의 인생 간증이 먼저 나온다. 영어 원판은 자기가 이제 70세가 됐다고 나오는데, 주찬양 2집 번역판에서는 회갑의 나이가 됐다고 약간 초월번역 됐다.
"일제로부터의 해방, 6· 25 사변 등의 여러 격변의 세월.." 운운하는 회고도 원판에는 없는 로컬라이징이다. 영어 원판이라고 해서 대공황이나 2차 세계 대전 같은 사건의 언급은 없다.. ^^

다만, 미국에서 어린 시절에 대공황과 2차 대전을 겪은 1910~20년대생은 정말 불굴의 Greatest Generation이라고 실제로 일컬어지긴 한다. 생존을 위해 겨우 10대 나이로 생업 전선에 내던져지고, 군 입대도 하는 개고생을 하면서.. 지금의 위대한 미국 천조국을 일궈낸 세대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처럼 나라 자체가 없어졌거나 헌정 체제가 널뛰기 하듯이 격변하는 일은 없었겠지만, 개인의 인생은 만만찮게 힘들었던 셈이다.
트럼프 성님이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슬로건을 만들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원조 great가 먼저 있었음)

1980년대 기준으로 나이 70이면 진짜 딱 저 세대에 맞게 떨어진다~! 다만, 검색을 더 해 보니 알렐루야 영어 원판 앨범은 1973년작으로 더 오래됐다고 한다. ㅎㅎ

2. 철도 음악

본인은 철덕으로서 Looking for you도 1988년작 음반에 수록된 1980년대 곡이라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글쎄, 그 정도로 오래됐다는 생각까지는 들지 않는데..;;
그리고 혹시 기억하는 분이 계시나 모르겠는데, 지난 2006~07년 사이... 08년부터 Let it be 가야금과 국악풍 시그널송이 도입되기 전의 과도기에 새마을호에서는 정차역 안내방송 전에 뭔가 전자악기 풍의 경쾌한 G장조 시그널송이 연주된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동일한 음악이 1988년도 롯데 월드 쇼핑몰 CF에서 쓰인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저 음악은 그보다 더 전부터 발표되었고 존재했다는 뜻이다.
저 음악의 제목과 작곡자는 대외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것도 여러 무명의 영상 음악 아카이브/라이브러리에 수록된 작품 중 하나가 아닐까? 롯데 월드 CF를 찾아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발견이다.

굳이 철도 BGM이 아니어도, 잊혀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불려지는 1980년대 BGM이나 팝송 따위가 있다면.. 그 음악이 만들어진 시대 배경과 맥락을 같이 생각해 보면 좋을 것이다.

3. 국내 가요와 동요

우리나라가 1980년대에 영화는 3S 정책과 맞물려서 좀 침체돼 있었다고 하나, 노래는 이때 의외로 명작들이 많이 배출된 것 같다.

  • 건전가요 아 대한민국
  • 코리아나 손에 손잡고
  • 해바라기 사랑으로
  • 이 상은 담다디
  • 혜은이 파란 나라, 피노키오
  • 신 형원 터, 개똥벌레
  • 동요 새싹들이다, 노을
  • 배따라기 아빠와 크레파스
  • 김 원중 바위섬

4. 영화 쿵 퓨리~!

아아~ 본인은 <쿵 퓨리>(Kung Fury, 2015)라는 미친 30분짜리 단편영화를 얼마 전에야 우연히 접했다.
정말 인간의 약빤 의식의 흐름과 병맛은 도대체 끝이 어딘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현웃 하면서 잘 봤다. ㅠㅠㅠㅠㅠ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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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0년대의 마이애미, GTA 바이스 시티
    (그러고 보니 "로보캅"은 배경이 디트로이트이고, "블루스 브라더스"는 시카고가 배경이구나! LA 배경도 어딘가에 있긴 할 것이다;;)
  • 들고 다니는 커다란 붐박스 라디오
  • 그 시절 티가 빵빵 나는 테크노스러운 전자음향 음악, 어설프게 SF스러운 폰트, 아날로그 VHS 노이즈와 그 색감
  • 모탈 컴뱃과 섀도 워리어 (서양 스타일로 왜곡된 오리엔탈리즘)
  • 킬 빌 (온갖 B급 영상물들 패러디)
  • 맥가이버와 스트리트 파이터 류 (빨간 머리띠만 -_-), 듀크 뉴켐 3D
  • 자동차 키트
  • 쿵푸 팬더 (!!!)
  • 공룡, 북유럽 신화
  • 그 시절 특유의 로봇, 우주선, 컴퓨터 해킹에 대한 만능주의 환상

젠장~ 쿵 퓨리에서는 저런 것들이 몽땅 다 오마주 되어, 짬뽕 돼서 나온다. =_=;;

옛날에 텔레비전에서 사람 실물이 튀어나오는 장면 정도는 어지간한 만화에서도 나왔지만, 여기서는 악당(히틀러..;; )이 전화기에다 대고 총질을 하니까 전화를 받는 사람이 죽는다. =_=;;
Hackerman, Kung Fuhrer 자막이 뜨는 그 촌스럽고 오글거리는 장면에서는 아 ㅆㅂ 소리와 함께 경악이.. '해커맨'을 보면, 서양에도 '금요일날, 프린터기, 역전앞' 같은 겹말이 얼마든지 쓰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병맛을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다. 이런 것인 줄 알았으면 돈 주고도 볼 의향이 있다.
만든 사람들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지.. 단, 만든 사람들 소변 도핑 검사도 시키는 조건으로 말이다.
운동 선수들 스포츠뿐만 아니라 영화도 정정당당한 상상력만 발휘해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ㅠㅠㅠㅠ

맨날 쿵푸 쿵푸 하는데 이건 功夫(우리말로 치면 '공부'에 더 가까운 소리!)에서 유래된 비격식 민간 어원이고, 위키백과에서는 '중국 권법의 총칭'이라고 분류돼 있다. 즉, 태권도나 가라테 같은 특정 무술 명칭이 아니라 일종의 집합이라는 것이다.
쿵푸의 하위 분류로 창시자별로 홍가권, 영춘권, 태극권, 절권도 등등의 파생이 있다. 마치 SVGA는 EGA, VGA 같은 특정 그래픽 모드가 아니라 여러 VGA 확장들의 총칭이듯이 말이다. 에휴.. 명작 병맛 영화 하나 덕분에 내가 이런 것까지 직접 찾아보게 됐다. ㄲㄲㄲ

철덕으로서 일말의 동질감이 느껴진 부분을 찾자면..
주인공이 번개를 맞고 코브라에 물려서 각성해서 쿵 퓨리가 된 것과 비슷하게, 본인은 새마을호를 타고 Looking for you를 들음으로써 철덕으로 각성했다.
그리고 히틀러가 쿵푸를 너무 좋아해서 자기 이름까지 쿵 퓌어러라고 지었듯이, 본인은 철도를 너무 좋아해서 영어 닉도 새뮤얼(새마을..)이라고 지었다. 이런 것도 비슷한 점이라 하겠다. 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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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영화에서 컴퓨터와 관련된 부분만 코멘트를 몇 가지 더 하겠다.
이렇게 시커먼 배경의 바둑판 격자 사이버 공간(?)은 1980년대 초창기 CG의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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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CG 합성 영화라고 일컬어지는 그 유명한 1982년작 트론(TRON)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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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선우 감독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때문에 쫄딱 망하기 전, 옛날에 만들었던 수작 중 하나인 <성공시대>(1988)에서도.. 컴퓨미라는(..!!) 가상의 제품과 그 광고 역시 전형적인 1980년대 상상력에 근거한 것이었다. ㅡ,.ㅡ;; 참, 그러고 보니 쿵 퓨리도 작품 중에 전화기 광고가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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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쿵 퓨리로 돌아온다.
1980년대 8비트 컴퓨터에서 Java 코드가 줄줄 흘러나오는 건.. 저 영화의 개막장 안드로메다 초월 설정과 전개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 되는 비중의 아이템이니 그냥 넘어가자~ 해킹으로 시간 워프는 물론이고 주인공의 총상까지 치료하는 영화인걸 뭐.. ㅡ,.ㅡ;; 외계인의 컴퓨터를 해킹해서 방어막을 무력화시키는 것쯤은 시간 해킹에 비하면 완전 약과였다(인디펜던스 데이;;).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8비트 컴퓨터는 기술과 성능상의 한계로 인해 화면 해상도가 오늘날의 컴퓨터보다 매우 낮다. 코딩은 닥치고 어셈블리어, 아니면 최대한 잘해 봤자 C 정도만 나오는 게 자연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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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심지어 화면이 맛이 갔을 때 모니터를 툭 치니까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깨알같은 디테일까지 영화에 반영돼 있다!!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ㅠㅠㅠ 요즘은 스마트폰 같은 게 맛이 갔다고 해서 툭 치지는 않는다. 참 오래된 추억의 관행이다.
비현실적인 사기 해킹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경찰물은 후대에도 로보캅 3, 걸캅스 등 여럿 있지만, 이 정도는 돼야 정말 진한 병맛이 느껴진다.

Posted by 사무엘

2020/01/25 08:35 2020/01/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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