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사 사고 관련 정보

물에 빠져 죽는 건 비록 당장 눈에 띄는 상처나 핏자국 같은 건 없지만, 폐에 물이 찬 채로 숨을 못 쉬면서 굉장히 고통스럽게 죽는 죽음이다. 질식사의 일종이다.
허나, 여름에 강과 바다로 놀러 갔다가 거기서 살아서 못 돌아온 불운한 사람이 매년 전국에 수십~백수십 명가량은 된다.

익사 사고에 대해서 우리가 주의해야 하는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1) 물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사람은 주위를 향해 자기를 구해 달라는 티를 적극적으로 못 낸다는 것이다.
무슨 "불이야!" / "도둑이야!" 외치듯이, 혹은 육지에서 강도에게 쫓기는 것처럼 우렁차게 "사람살려!" 소리를 지르며 구조요청을 할 수가 없다.

익수자는 숨 차고 힘들어 죽을 것 같은 상태이다. 입을 조금이라도 벌렸다가는 물이 당장 입으로 흘러들어올 판이고, 말을 하면서 숨을 내뱉었다가는 몸의 밀도가 올라가 물 속으로 더욱 가라앉을 게 뻔한데 어떻게 그런 소리를 지를 수 있겠는가? 절대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헉~ 헉~ 꺼억' 같은 죽는 신음 소리밖에 못 내다가 조용히 꼬로록 가라앉고 익사할 뿐이다. 당연히 멀리서 들릴 리가 없고. 물에 빠져 죽어 가는 건, 물리적인 양상만 다를 뿐 차라리 목이 밧줄로 졸리고 있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물에 들어간 채로 뭔가 큰 소리로 외칠 여유가 있다는 건 그 자체가 이미 얼굴이 당장 물에 잠길 위험은 없으며 따라서 생명에도 사실상 지장이 없음을 의미한다. 이 정도면 드라마, 영화가 현실과는 다른 왜곡 중 하나에 해당되겠다. 마치 유언 장면처럼 말이다. (현실에서의 죽음, 특히 병사는 절대로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현실에서 물에 빠져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허우적거리는 사람이, 그저 평범하게 수영을 하거나 물장난만 치는 사람과 다른 점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위가 아니라 아래와 더 비슷하다는 뜻) 해수욕장에 비치된 안전 요원들은 멀리서 수면을 관찰하다가 "아, 저 사람이 지금 위급한 상황이구나"를 먼저 분간하는 훈련을 받는다. 즉, 청각이 아니라 시각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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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이 입까지 간당간당 차 있으며 고개는 뒤로 젖혀져 있다.
  • 정상적인 수영을 하는 상태가 아니므로 물에서도 다리를 아래로 하고 꼿꼿하게 수직으로 서 있다. 물론 물 밖에서 익수자의 다리를 보기는 어렵겠지만, 물에 빠진 사람은 뭔가 "사다리"를 잡고 오르려는 듯한 손짓을 필사적으로 하므로 손을 봐도 된다.
  • 해수욕장에서 물에 빠진 사람이 시선을 해변이 아닌 심해 쪽으로 향하고 있을 리는 없다. 땅 또는 더 얕은 곳을 향하여 필사적으로 이동하려는 듯하지만 나아가질 못한다.
  • 앞머리가 이마나 눈을 가리고 있지만 수습을 못 한다. 힘이 더 빠지면 눈에 초점이 없거나 아예 눈을 감고 있다.

수영을 할 줄 모르고 물에 뜨지 못하는데 발이 바닥에 닿지를 않는다면 익수자는 얼마나 놀랄까? 그야말로 패닉에 빠진다. 그리고 소중한 친구나 가족, 친지가 물에 빠졌다는 걸 알게 되면 주변 사람들도 덩달아 만만찮게 패닉에 빠진다.
그런데 여기서 절대 유의해야 할 점이 하나 더 추가된다. (2) 자기가 수영깨나 할 줄 안다고 해서 섣불리 맨몸으로 구조하러 나서서는 안 된다. 최대한 침착해야 한다.

물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낀 익수자는 최후의 발악을 하는 과정에서 힘이 평소보다 훨씬 더 세어지며, 구조자가 다가가면 튜브마냥 다짜고짜 붙잡고 매달린다. 익수자가 물귀신처럼 되는 셈. 이러다 일이 틀어지면 둘 다 물에 나란히 가라앉아서 익사하고 만다.
구조자의 입장에서는 하다못해 익수자가 물 좀 먹고 힘 빠져서 축 늘어진 뒤에 나서는 게 더 안전할 정도이다.

사람이 따로 나서는 게 아니라, 고정된 물건과 밧줄로 연결된 도구를 던져 주는 게 일단은 제일 좋다. 불가피하게 구조자가 직접 물에 뛰어들더라도 그런 것과 몸을 줄로 연결한 상태로 나서는 게 안전하다. 디즈니 포카혼타스에서도 초반부에 토머스가 배에서 떨어져 바닷물에 빠졌을 때, 존 스미스는 그렇게 자기를 배와 밧줄로 연결하고 나서 물에 뛰어들었다. 물놀이를 갈 때 긴 밧줄이 굉장히 요긴하게 쓰일 것 같다.

결국 사람을 물에서 구하는 건 감전된 사람을 구하는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어지간히 심하게 감전된 사람은 신경이 마비되어 자기 힘으로 사지를 전원으로부터 떼어낼 수가 없게 된다. 그런데 주변 사람이 어설프게 나섰다가는 구조자까지 같이 감전되기 쉬우니, 부도체 도구를 최대한 사용해서 구출해야 한다.

익사 사고는 더운 여름에 많이 발생하지만, 겨울에도 얼음 낚시 같은 걸 하러 갔는데 약한 살얼음을 잘못 밟는 바람에 물에 빠져서 발생하기도 한다. 이때는 마지막으로 유의해야 하는 점이 있다. (3) 물에서 빠져나온 뒤에 얼음판 위에서 절대로 두 발로 서지 말아야 한다는 것. 발바닥만 한 좁은 면적에 체중이 다 쏠리면, 옆의 얼음도 연달아 깨지기 쉽다. 그래서 기껏 물 밖으로 나왔는데 또 물에 빠지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그때는 누운 채로 옆으로 데굴데굴 구르면서 체중을 넓은 면적에 최대한 분산하면서 육지로 가야 한다. 옛날에 무슨 서바이벌 가이드 TV 프로에서도 다뤘던 내용이다.

물에 한번 빠져서 곤혹을 치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력의 소중함을 체험함과 동시에 비행기나 배를 탈 일이 있을 때 거기에 비치되어 있는 구명조끼도 다시 보게 될 듯하다. 구명조끼는 승객이 입수하더라도 얼굴과 코가 물에 잠기지 않게 정말 최소한의 부력을 만들어 주는 물건이다. 물에 떴다고 해도 구명조끼가 차가운 물로 인한 저체온증까지 예방해 주지는 않으니, 비상 상황에서 수면에 내던져진 승객은 최대한 어서 구조되거나 다른 부유물의 위로 올라가서 전신이 물 밖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본인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는 익사 사고를 언급하며 글을 맺겠다.
바로 작년(2014) 8월에 경북 청도의 어느 계곡에서 승용차가 통째로 급류에 휩쓸려서 안에 있던 일가족 7명이 모조리 사망한 사고이다. 물놀이 익사는 아니고 일종의 자연재해인 폭우로 인한 사고 되겠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경로와 수직으로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는데 그 날은 물이 불어서 물살이 꽤 강했던 모양이다. 차가 지나가는 게 좀 불안해 보여서 가장인 운전자가 혼자서 시범삼아 차를 몰고는 길을 건넜다가 되돌아와 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가족들을 다 태우고 다시 건너는 순간 차는 그대로 휩쓸려서 옆으로 떠내려가 버렸다. 뒷차 운전자들이 보는 앞에서 말이다.
차는 2km가 넘게 떠내려 갔고, 탑승자들은 차에서 탈출할 엄두도 못 내고 안에서 모조리 익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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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작년 여름엔 물폭탄 폭우가 쏟아졌던 창원에서 시내버스가 불어난 물에 떠내려 가는 바람에 운전사와 승객이 모두 사망하기도 했다. 이때는 차체를 탈출한 사람들도 여럿 있었지만 그래도 생존하지는 못했으며, 차량보다 더 멀리 떨어진 하류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이런 강한 흙탕물 앞에서는 아무리 수영 실력이 뛰어나도 아무 소용이 없었겠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물에 빠지는 것에 대한 대비보다는 당장 심폐소생술이나 소화기 및 제세동기 같은 물건의 사용법을 익혀 놓는 게 비상 응급 상황에서 더 유용히 쓰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기왕 이런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 주변에 있는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Posted by 사무엘

2015/05/01 08:38 2015/05/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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