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허라이즌스 호, 명왕성 접근

지난 7월 14일, 인류는 드디어 "명왕성과 카론의 모습을 실제 컬러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 관련 링크)

사용자 삽입 이미지

와 세상에~!! 우주덕 천문학 덕후라면 저 사진 보고 감격에 눈물이 줄줄 흐르지 않을까 싶다.
이미 위키백과와 각종 인터넷 사이트들은 지금까지 상상도 아니면 작은 점으로만 존재하던 명왕성 그림/사진들을 죄다 레알 표면 사진으로 업데이트한 지 오래이다.

내가 대학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어 병특 회사에 다니고 <날개셋> 한글 입력기 버전이 3.x 후반대이던 2006년 1월, 뉴 허라이즌스 호가 발사되던 시절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그게 우주 공간에서 총알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무려 9년 반을 날아간 뒤에야 인제 명왕성에 그럭저럭 도착했다. 욕봤다. 몇 년 전에는 "쟤는 아직도 토성과 천왕성 사이의 방대한 허허벌판을 열나게 뺑이 치며 날아가고 있겠구나!"하고 생각했더랬다.

뉴 허라이즌스 호가 있는 곳은 여기서는 빛이나 전파로도 가는 데 거의 5시간 반이나 걸린다. 그리고 지난 14일 저녁에 명왕성을 제일 가까이 통과했다.
명왕성에 무슨 착륙을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인증샷 찍고 제대로 관측과 탐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단 몇 시간에 불과함.

뉴 허라이즌스는 1970년대의 작품인 보이저 1, 2와 파이어니어 10, 11에 이어 21세기에 오랜만에 발사된 외행성 탐사선이다.
옛날에 보이저 2호는 때마침 외행성들이 쭉 늘어선 시기에 발사를 잘 한 덕분에, 명왕성은 말고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천왕성과 해왕성의 근접 사진을 유일하게 전해 줄 수 있었다. 토성에서 천왕성, 천왕성에서 해왕성까지 가는 데 2, 3년씩 걸렸다. 그만큼 거기는 공간이 방대하다.

그 뒤, 명왕성은 나름 유일하게 미국인이 발견한 태양계 행성이라고 해서 미국에서 애착을 많이 가졌다.
하지만 해왕성 이후로 거기는 뭔가 행성다운 행성이 없고, 명왕성은 너무 작았다. 더구나 유사 궤도에 명왕성과 비슷하게 생긴 왜소행성들이 연달아 발견되면서 명왕성은 행성 지위를 잃게 됐다. 그렇게 결정된 게 하필 뉴 허라이즌스가 발사된 지 얼마 안 된 2006년 8월인 것도 참 절묘하다. 그래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입시명문 사립정글고>라는 웹툰에서는 명왕성이라는 이름의 학생이 저렇게 멘붕해서 열폭· 자폭하는 장면도 나왔다. =_=;;

한편, 킹 제임스 성경 신자라면 친숙할 라킨의 <세대적 진리>라는 책에도 행성들이 늘어선 태양계 그림이 있다. 그런데 거기에는 해왕성까지만 있고 명왕성이 없다.
그 이유는 그 책 자체가 명왕성이 발견되기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명왕성은 1930년, 1차 세계 대전도 끝나고 대공황 이러던 시절에 클라이드 톰보라는 천문학자에 의해 발견됐다. 아마 은하의 생성 방식도 성운설이 대세이던 시절이었을 게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본인의 모교 고등학교에는 천문 동아리가 있었는데 이름이 POP (명왕성 너머의 행성)였다. 지금도 같은 이름으로 잘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태양계에서 태양이 전체 물질들의 질량의 99%를 넘게 차지하는 중력 끝판왕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편으로 그 중력이 내는 인력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해서 급격하게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해왕성보다도 더 먼 거리에 설마 단독 궤도를 가질 정도로 충분히 무거운 행성이 또 존재할 수 있을까? 행성이 딱 8개가 있다는 건 마치 정다면체가 딱 5개 있다는 것과 비슷하게 들린다.

그리고 끝으로.. 명왕성의 '명'은 한자가 '어두울 명'(冥)이다.
'사다'와 '팔다'가 형성자로 같은 '매'이고 '주다'와 '받다'가 역시 형성자로 같은 '수'인데 '밝다'와 '어둡다'까지 같은 '명'이라니 본인은 한자 내지 중국어가 참 이상한 문자와 언어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저런 반의어의 소리가 동일해도 될 정도로 중국어는 성조가 음운 변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것 같다. 물론 한국어에서는 '어둡다'라는 한자어는 '암'(暗)이 더 많이 쓰이긴 하지만 말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5/07/18 08:32 2015/07/18 08:32
, , ,
Response
No Trackback , 5 Comments
RSS :
http://moogi.new21.org/tc/rss/response/1117

Trackback URL : http://moogi.new21.org/tc/trackback/1117

Comments List

  1. Lyn 2015/07/20 03:09 # M/D Reply Permalink

    대학생 주제에 세라복 입으니까 ...

    1. 사무엘 2015/07/20 09:18 # M/D Permalink

      애초에 저 정글고 애들은 고3인데 그 이듬해에도 졸업을 안 하더군요. ㅋㅋㅋㅋ

  2. 김재주 2015/07/22 15:16 # M/D Reply Permalink

    현대 북경어에서도 明과 冥의 음은 성조까지 동일합니다. 둘은 컨텍스트를 통해서 구분해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서로 반의어라서 구분할 수 없는 문장도 만들 수 있겠죠;

    물론 원래 그랬을리는 없고, 상고 중국어나 중기 중국어 재구음을 보면 두 글자의 음이 달랐습니다. 현대 북경어에서 음이 하도 극심하게 변한 나머지 같아진 것이죠. 다만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두 글자가 동음 반의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옛날에도 거의 비슷했을 가능성은 있을 것 같네요.


    한자의 옛 음은 다음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tarling.rinet.ru/cgi-bin/query.cgi?basename=\data\china\bigchina&root=config&morpho=0

    1. 사무엘 2015/07/22 19:00 # M/D Permalink

      한국어로 치면 '내', '네' I you 같은 (사실상의) 동음반의어가 돼 버린 거나 마찬가지 같습니다. ㄷㄷㄷ

  3. 미니와 2015/09/04 18:09 # M/D Reply Permalink

    어제부터 날씨가 선선해요 그쵸...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 1221 : 1222 : 1223 : 1224 : 1225 : 1226 : 1227 : 1228 : 1229 : ... 2205 : Next »

블로그 이미지

그런즉 이제 애호박, 단호박, 늙은호박 이 셋은 항상 있으나, 그 중에 제일은 늙은호박이니라.

- 사무엘

Archives

Authors

  1. 사무엘

Calendar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3061038
Today:
1554
Yesterday:
14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