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버전 개발 근황 2

이번 8.8은 이례적으로 다음 버전 개발 근황을 두 차례나 올리게 됐다. 분량을 나눠야 할만큼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는 뜻이다. 번호를 9부터 시작해야 하나 싶은데.. 첫 근황을 올린 지 시간이 몇 주 정도 지났으니 다시 1로 리셋하도록 하겠다.
난 정말 날개셋 한글 입력기 코딩을 할 때가 제일 즐겁고 행복하다.

1. 사용자 정의 조합 편집 관련 기능 개선

10여 년 전 3.9 버전에서 '고급 입력기'가 첫 도입되었다. 원래 있던 '기본 입력기'의 지원 범위는 한글 한 글자의 조합인데(지금은 방점을 임시로 같이 묶어서 표현하는 것까지만 추가로 더 포함), 고급 입력기는 그 한계를 넘어서 한글이 아닌 글자의 조합도 표현하거나, 한글 하나를 여러 글자(한글 또는 비한글 모두)로 풀어서 표현하는 것을 지원한다. 전자를 위해서 '사용자 정의 조합'이 도입되었고, 후자를 위해서 '한글 출력 치환'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로써 조합 상태와 관련된 추상화 계층이 그럭저럭 완성됐다.

이번 버전에서는 그 중 '사용자 정의 조합' 쪽에 편의 기능이 추가되었다. 먼저, 제어판에서 사용자 정의 조합만 단독으로 파일로 저장하고 불러올 수 있게 했다. 바이너리 형태로 저장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여겨져서 XML 형태만 지원한다.

그러니 이제 글쇠배열은 영문 쿼티로 그대로 두고, 알파벳을 기반으로 여러 방식으로 특수문자들을 입력하고 싶을 때 사용자 정의 조합 로직만 교체해서 문자 입력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달 초에 소개했던 새 기능 중, 글쇠배열 이름뿐만 아니라 입력 스키마의 자체적인 이름을 부여하는 기능도 이런 맥락에서 도입된 것이다.

단, 비슷한 기능을 하는 한글 출력 치환은 여전히 단독 저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건 형평성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정의 조합에만 단독 저장과 불러오기 기능이 추가된 이유는.. 불러오기와 관련하여 큰 개선 사항이 또 생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용자 정의 조합 로직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w를 눌렀을 때 분기할 상태, 그 뒤에 a를 눌렀을 때 분기할 상태 등등을 숫자를 생각하면서 사용자가 일일이 설계해야 했다.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이번 버전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자료 구조를 그대로 노출하는 XML 스키마 말고, 사용자 친화적인 일명 '쉬운 문법' 스키마도 추가했다.

"wa = わ" 이런 쌍만 쭉 지정해 주면 w와 wa를 입력했을 때의 중간 과정과 상태 번호를 자동으로 매겨 준다는 것이다. 입력 파일 포맷을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짜면 되는지는 물론 예제에다 소개해 놨다. 쉽게 말해 아래 그림에서 왼쪽처럼 만들어 놓으면 자동으로 오른쪽으로 만들어 준다는 뜻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실, 현재 예제로 제공되는 일본 문자 입력 로직은 히라가나/가타카나 테이블로부터 로직을 자동으로 짜 주는 툴을 내부적으로 돌려서 생성한 것이다. 사람의 손으로 60개가 넘는 state들을 알파벳 순으로 노가다로 생성한 건 물론 아니니까. 그 툴을 <날개셋> 한글 입력기 내부에 정식으로 포함시킨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쉬운 문법은 내 프로그램이 인식하고 변환하는 걸 지원한다는 뜻이지, 프로그램이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자료구조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러오기만 지원되지 저장은 안 된다. 쉬운 문법 원본은 사람이 따로 관리하고 갖고 있어야 한다.

또한 제어판 대화상자에서도 어떤 상태에 대해서 'called from 링크'를 찾아서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30이라는 상태가 있으면 그 30이라는 상태로 분기하는 예전 상태.. 가령, 25번 상태에서 a를 누르면 30으로 간다는 걸 보여준다. 현재는 선택막대를 더블 클릭하면 앞으로 나아가는 calls to 링크만 지원되고, 뒤로 돌아갈 수는 없어서 불편했는데 이것 역시 개선됐다.

2. 단어 단위로 한자 변환

단어 단위로 한자 변환을 할 때 지금처럼 '뒤에서 앞으로 탐색'뿐만 아니라 '앞에서 뒤로 탐색'도 가능하게 옵션을 추가했다(제어판 - 편집기 계층). 예를 들어, '토선생'이라는 신조어에 대해서 한자 변환을 하면 '선생'이 아니라 '토선'이 블록이 잡힌 상태가 되며, '토선'을 변환한 뒤에 cursor는 다시 '생' 뒤로 되돌아온다.

지금까지는 조합 중인 글자나 cursor 바로 앞에 있는 글자가 반드시 단어의 마지막 글자에 포함돼 있어야 했지만 이제 그런 제약이 없어진 것이다. MS IME 내지 아래아한글이 동작하는 방식을 내 프로그램도 드디어 제대로 지원하게 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단어 단위로 한자를 변환하는 기능은 2012년에 나온 6.7 버전에서 '시범적으로' 추가되었다. 어차피 TSF A급 프로그램에서나 제공 가능한 기능이고(이건 MS IME도 마찬가지임), 그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차원에서 추가된 액세서리 기능일 뿐이기 때문에 동작 방식이 기존의 한 글자씩 변환하는 기능의 연장선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저렇게 cursor가 통째로 앞으로 갔다가 변환 후에 되돌아오는 것은 <날개셋> 한글 입력기의 기존 프로토콜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그 내부적인 한계는 수 년 뒤, 작년에 나온 8.2에서 프로토콜을 확장함으로써 극복되었다. 입력 패드 구현체에다가도 한자 변환 기능을 구현하면서 작업을 싹 다시 했기 때문이다. 이때 테스트 차원에서 한자어가 굳이 cursor 바로 옆에 있지 않은 변환도 구현 가능한 것까지 확인했다.

하지만 이 코드는 말 그대로 테스트 코드일 뿐, 기존 한자 변환 코드와 융합 가능한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조건부 컴파일로 기존 코드와 테스트 코드 둘 중 하나만 적용 가능했다. 게다가 테스트 코드는 중간에 ESC를 눌러서 한자 변환을 취소했을 때에도 cursor만 곱게 이동하는 게 아니라 변환 대상 텍스트를 불필요하게 덮어쓰는 등 한계도 있었다.

그러다가 8.8 버전에 와서야 오랜 숙제로 남아 있던 한자 후보 변환 관련 코드를 완전히 다시 작성했다. 한글 조합 상태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불문하고 동일한 로직이 동작하게 했으며, 한 글자 한 글자 답답하게 앞으로 탐색하던 것을, 쿨하게 처음부터 맨 앞 글자들을 최대 30자 가까이 가져온 뒤 후처리를 하는 걸로 과정을 단순화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뒤-앞 탐색 부분에다가 옵션으로 seamless하게 병행하는 차원에서 앞-뒤 검색도 구현해 넣었다.
'초성 지향 도깨비불'(예: '간'을 '가ㄴ'으로)이나 호환용 낱자 변환으로 인해 당장 화면에 보이는 글자와 후보 변환 때 사용되는 글자가 서로 같지 않을 때의 보정 처리도 이 기회에 별도의 추상화 계층으로 싹 분리했다.

앞-뒤로 탐색했을 때 단어 단위 한글-한자 변환이 가능하지 않으면 그냥 지금 조합 중이거나 cursor 앞에 있는 한자 한 글자에 대한 한자 변환이 시도된다. 한글을 조합하던 중에 앞-뒤로 탐색하면 뒤-앞 방식으로 동작할 때와는 달리 지금 조합이 종료된다. 왜냐하면 cursor가 잠시 앞으로 이동해 버릴 수도 있으니 지금 조합 상태가 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자로 변환될 예정인 부분이 블록으로 잠시 highlight가 되기 때문에(외부 모듈) 이 방식이 시각 피드백은 더 우수하다.

이런 뜻깊은 기능의 구현과 리팩터링 작업이 왜 이제 와서야 행해졌는지 모르겠다. 작업에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
그리고 이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덤으로 외부 모듈의 버그도 하나 발견해서 수정했다. TSF A급 프로그램에서 한글을 조합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글 뒤에서 도구모음줄의 한자 버튼을 눌렀을 때.. 편집기와 같은 저런 한자 변환이 케바케로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적어도 8.x 버전 내내 존재했으리라 여겨지는 문제이다.

3. 비주얼 관련

깨알같은 사소한 변화이긴 하다만, 지난 8.6에서 외부 모듈에서 추가되었던 '키보드 드라이버 변경' UI에다가 방패 아이콘을 추가했다. 이건 변경을 위해 관리자 권한이 필요하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버튼에다가는 옵션 하나만 추가하면 문구 옆에다 방패 아이콘을 간단히 넣을 수 있지만, 콤보박스나 static 컨트롤에다가 방패 아이콘을 넣는 기능은 없는 것 같다. picture 컨트롤을 하나 더 집어넣어야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Windows는 IDI_ERROR, IDI_QUESTION 같은 몇 가지 기성 아이콘을 제공하기 때문에 응용 프로그램에서는 LoadIcon이나 LoadImage 함수를 통해 이것들을 가져올 수 있다. 메시지 박스에다가는 MB_ICON* 형태의 플래그를 지정해서 집어넣을 수도 있다.
그리고 Vista부터는 사용자 계정 컨트롤에 대한 시각 피드백을 제공하라는 취지로 방패 아이콘도 IDI_SHIELD라는 명칭으로 제공한다. 이들은 모두 내부적으로는 user32.dll의 리소스 형태로 존재한다.

IDI_SHIELD는 그 성격상 32*32 이상의 크기보다는 글자와 어울리는 16*16, 20*20 같은 아담한 형태로 훨씬 더 많이 쓰인다. 그런데 문제는 얘는 LoadIcon이나 LoadImage 같은 재래식 함수로는 제대로 그릴 수 없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있었던 IDI_ERROR 같은 메시지박스 아이콘들은 최대 크기가 끽해야 48*48이 고작인 반면, 21세기에 추가된 IDI_SHIELD는 무려 256*256 크기까지 존재한다. 구조가 특이해서 그런지 LoadIcon은 물론이고 LoadImage로 크기를 지정해 줘도 작은 크기가 로딩되지 않고 제일 큰 놈으로만 그려진다. 큰 그림을 16*16, 20*20으로 강제로 줄이면 보기가 아주 흉측해진다.

그래서 방패 아이콘은 내 경험상 Vista에서부터 추가된 LoadIconMetric이라는 특수한 함수를 써야만 작은 크기로 보기 좋은 HICON을 가져와서 그릴 수 있다. 이 함수는 user32도 아니고 생뚱맞게 comctl32.dll에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API 설계의 일관성이 좀 깨지고 뒤죽박죽이 된 것 같다.

게다가 리소스에 있는 아이콘을 있는 그대로 read-only 공유 형태로 가져오기만 했다면 대개는 DestroyIcon을 할 필요가 없는데 저 함수의 리턴값은 언제나 소멸 처리도 해야 해서 더 불편하다. 뭐, Windows 프로그래밍에는 아이콘 나부랭이 하나 찍는 일에도 이런 복잡한 사정이 있더라.

그리고.. 진짜 사소한 거다만, 도움말에 있는 프로그램 스크린샷들을 드디어 Windows 10 기준으로 다 교체했다.

4. 옛한글 입력 설정이 되지 않았을 때의 알림 메시지

이제 더 고칠 게 없을 것 같은 입력 패드에도 improvement가 있었다.
트레이에 있는 입력 패드 아이콘을 마우스로 가리키고 있으면 현재 선택돼 있는 글자판의 이름이 툴팁으로 뜨는데, 이게 제어판의 실행으로 인해 글자판의 이름이 변경된 것은 같이 업데이트 되지 않는 걸 뒤늦게 발견하여 수정했다.

그리고 외부 모듈과 입력 패드는 옛한글을 입력하기 위해서는 제어판 시스템 계층의 '한글 표현 옵션'부터 먼저 설정해 줘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비트맵 자체 글꼴 전용 환경인 편집기와는 달리, 밖에서는 사용자가 옛한글을 지원하지 않는 글꼴을 사용하고 있을 수 있으며, 또 옛한글을 표현하는 방식도 역사적인 이유로 인해 여러가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옛한글 입력으로 설정을 했는데 옛한글이 찍히지 않는다면 프로그램의 이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제어판도 편집기가 아닌 타 환경에서 동작할 때는, 사용자가 빠른설정이나 낱자 결합 규칙을 옛한글과 관련된 것으로 변경할 때 "옛한글을 사용하려면 한글 표현 방식도 맞춰 주세요"라고 짤막한 메시지를 출력하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좀 부족한 감이 있다.

입력 패드는 키보드 포커스를 건드리지 않고 시스템 트레이에다 말풍선 형태로 메시지를 찍는 아주 편리한 UI를 갖추고 있으니 이런 기능을 추가하는 게 아주 용이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layered window든 동영상이든 화면에 보이는 건 무엇이건 print screen으로 간단히 캡처하는 시대가 된 지 오래인데, 시스템 트레이의 말풍선 윈도우는 의외로 고전 테마에서는 print screen 캡처가 안 되더라..! DWM이 동작하는 AERO 테마를 띄워야 캡처가 됐음..)

참고로 지금까지 입력 패드는 입력과 관련된 기술적인 에러 메시지를 찍는 기능만 있었다. 권한 차이로 인해서 입력 패드가 메시지를 보낼 수 없는 윈도우일 때, 그리고 해당 윈도우가 IME 컨텍스트가 존재하지 않아서 문자 입력이 가능하지 않을 때 말이다.

다 외부 모듈/IME 말고 입력 패드에서만 존재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외부 모듈은 애시당초 로그인 화면에서도 동작할 정도로 권한 걱정 따위는 할 필요가 없으며, IME 컨텍스트가 존재하지 않는 윈도우에서는 처음부터 버튼들이 다 흐리게 바뀌고 입력이 차단되기 때문에 사후에야 이런 상황을 알아채고 에러 메시지 처리를 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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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옛한글 설정을 해 달라는 메시지는 입력 패드와 외부 모듈이 공통으로 출력할 명분이 있는 것들이다.
외부 모듈은 어떤 경우에도 시스템 트레이를 건드리지 않고 동작하기 때문에 다소 투박하긴 해도 그냥 메시지 박스를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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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모듈은 TSF B급 프로그램에서 어쩔 수 없는 기술 한계로 인해 조합이 튕긴 것을 감지해서 메시지 박스를 찍어 주는 게 있었다(처음에 2글자 이상 길이의 조합을 만들 수 없음). 히스토리 문서를 보니 저건 그리 오래 되지도 않은 8.5 버전에서 추가된 기능이다. 이건 IME가 아닌 TSF 프로토콜을 취급하는 외부 모듈에서만 유일하게 발생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제 이런 식으로 메시지를 찍어 주는 상황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식으로 예전에 만들어 뒀던 체계를 확장하여 유용한 UI가 간단하게 추가되는 건 참 뜻깊은 일이다.

Posted by 사무엘

2016/12/25 19:35 2016/12/25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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